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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과 시계 1


준면으로서는 여자들의 로망이라고 불리우는 새빨갛고 높은 하이힐이 전혀 이해가지않았다. 일단 아찔한 굽높이부터 무서웠고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기까지. 한명있는 누나의 원룸안 신발장은 기본이고 방의 한복판까지 진열되어서 반짝거리는 높은 굽을 뽐내는 셀수없이 많은 구두들의 향연에 준면은 늘 어지럽다고 느끼곤했다. 준면아, 내가 몇번을말해 구두가 아니고 하이힐이라고. 하여간 너 그렇게 안생겨서 워드 초이스가 너무 올드하다니까. 언젠가부터 누나는 여자들이 꼭 챙겨본다는 패션잡지 에디터들의 말투를 빼닮아있었다. 남에게는 뻔히도 보이는 아름답고자하는 욕심에 무자비하게 희생되버린 쓸데없는 누나의 이십대에 준면은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다준 반찬통만 현관에 내려놓고서 돌아서곤했다. 


" 나 이런거 필요없다니까, 가만히있어도 그 사람이 다 알아서 사줘 "


툭하고 내던져진 자만에 준면은 신발을 고쳐신다가 제 누나를 돌아보았다. 저와 똑같은 눈매가 매섭게 쳐다보고있었다. 다시 가져가라며 반찬통을 다시 쥐어주려는 누나의 손놀림에 준면은 착잡했다. 세훈이가 있다가 와서 점심사주기로했어, 나중에 저녁도 당연히 사줄테고. 그게 나야 준면아. 나 이렇게 사는거 만족해.


" 안먹을꺼면 냉장고에 넣어두기라기도해 "


" 너라도 먹어 "


" 구두, 아니 하이힐 저거 좀 어떻게 처리 못해? "


준희는 어깨를 으쓱하고서 장난스레 준면의 어깨를 툭 밀어냈다. 얘가 앞뒤로 꽉막혀가지고, 이런것도 취미 생활이라니까. 얼마나 예뻐. 얼른가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에 결국 저번달과 마찬가지로 누나의 집방문은 찝찝함을 남기고서 준면을 원룸밖으로 내쫒았다. 주머니속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람에 준면이 정신을 차렸다. 아, 강의 늦겠다. 




하루이틀이 지나고 한달에 한두번 연락 올까말까하던 누나는 새벽부터 전화를울려댔다. 준면아, 준면아. 나 어떡하지? 나 이제 어떻게 살지? 덜덜 떨리는 누나의 목소리에 준면은 왜인지 물어볼 생각도 없이 잠을 쫒고서 서둘러 현관의 신발에 발을 꿰어넣었다. 누나 조금만 기다려봐, 나 좀만 있으면 도착해. 전화기너머에서 대성통곡을 해대는 제 친누나의 목소리에 준면도 덩달아 불안해져 손이 달달 떨려왔다. 설마 돈없다고 사채까지 손덴거는 아닐까. 허구한날 집에 쳐박혀서 티비만보니까 그놈의 무과장이랑 미즈사랑에 현혹될을꺼같은데. 뜀박질을하면 겨우 5분거리인 누나의 자취방에 도착한 준면이 현관문을 쾅쾅 두드려댔다. 


" 준면아!!! "


눈물범벅으로 안겨드는 제 누나의 모습에 준면은 한참 멍해있었다. 자취방은 제가 예상했던거와는 달리 깔끔했고 누나는 마스카라가 번진것만 빼면, 사실 그건 누나에게 생명과같은 일이였겠지만, 변함없었다. 그리고 집에 우두커니서있는 남자. 아, 남자때문이구나. 쇼파에 앉아서 멀뚱히 바라보는 남자를보고 준면은 한숨을 쉬며 울먹거리는 제 누나를 떼어내었다. 


" 준면아, 넌 화 안나? 오세훈 저 새끼가 나보고 카드끊겠데잖아 시발 "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아무런 동요없는 준면의 모습에 누나는 불같이 화를냈다. 너는 어쩜 하나밖에없는 누나한테 그렇게 매정할수가있어? 그러고도 니가 가족이야? 저한테도 매섭게 달려드려하는 누나의 행동에 준면은 황급히 남자의 팔을 잡아끌었다. 구경났어요? 좀 어떻게해봐요!


결국 누나는 한창의 실랑이끝에 세훈의 지갑속에서 나온 카드한장을 들고 신이나서 가로수길로 직행했다. 세훈씨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했으니까, 나 좀 많이 써도 괜찮지? 마지막까지 뻔뻔한 누나의 모습에 준면은 귀까지 새빨개졌다. 생각보다 남매가 많이 다르네요. 덤덤히 들려오는 말에 준면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나가 휩쓸고 나간 집안에서 준면은 저도 천천히 돌아갈채비를했다. 신발을 구겨신고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꾸벅 숙인 준면은 팔을 잡아채는 세훈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 위를 흘끗 올려다보았다. ㅇ,왜요?


" 밥 먹어요, 어제도 준희누나한테 반찬배달했다면서요 "


" 아. 그거 내꺼아니라 엄마가 먹으라고 싸준건데.. "


" 그냥 좀 먹어요, 안잡아먹으니까 "


뭐래 이사람. 결국 불만에 비죽 튀어나온 입술에도 불구하고 준면은 엉겹결에 주방에 앉혀졌다. 마치 제 집인양 냉장고를 뒤적이더니 차가워진 반찬통을 전자렌지에 돌린 세훈은 얼마남지않은 밥통의 밥을 긁어퍼내어서 준면의 앞에 내밀었다. 그냥 심심해서 누나한테 돈 대준건 아니겠지. 한숨이 나오는 상황에 준면은 젓가락으로 밥알을 뒤적였다. 다됬다며 삑삑거리는 전자렌지는 오랫만에 맛있는 냄새를 뿜어냈다. 잤을까, 한두살 먹은 나이도 아닌데 당연히 잤겠지. 현관에 가득 들어찬 하이힐의 갯수를 머리속으로 세어보던 준면은 그저 죄없는 계란말이만 입안으로 말없이 밀어넣었다. 저게 돈으로 바꾸면 얼마야 정말.


한눈에봐도 값나가는 손목시계를 싱크대에 풀어놓고서 세훈은 파를 송송 썰고있었다. 밥이 별로없는거같아서 라면도 끓일껀데 괜찮아요? 들려오는 상냥한 목소리에 준면은 입안 가득찬 계란말이를 뱉어내버릴뻔헀다. 그러거나말거나 보글거리는 냄비안으로 들어가는 파와 계란에 준면은 깨작깨작 젓가락을 놀려댔다. 


" 준희누나가 얘기많이했어요, 가까운데 동생한명산다고 "


소개시켜달라고하니까 죽어도 안보여주고 꽁꽁 싸매고있더니 이런날보내요, 멋쩍게웃는 웃음에서 어린티가 훅-하고 묻어나왔다. 뜨끈한 라면을 그릇에 덜어낸 세훈은 준면과 마주보고앉아서 한참 늦은 저녁을 먹었다. 다음에도 누나가 전화하면 그때는 번거롭게 직접오지말고 저한테 문자해요. 준면씨 힘들지않게 알아서 해결할테니까. 멋대로 핸드폰에 연락처를 꾹꾹 찍어넣은 세훈은 싱글벙글이였다. 결국 라면 국물까지 비우고나서 세훈은 준면과함께 자취방을 나섰다. 


" 아, 혹시 시계 좋아해요? "


갑자기 대화는 시계로 흘러들어갔다. 그냥 '그럭저럭'이라는 밍숭맹숭한 대답에 세훈은 손목에 찬 시계를 풀러서 준면에게 건넸다. 어울릴꺼같아서 그런데, 가지실래요? 코앞에 들이밀어진 값비싼 시계에 준면은 얼떨떨했다. 관심없는 저도 알법한 반짝거리는 브랜드의 로고에 준면은 다시한번 제 누나가 떠올랐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거절한 준면은 눈을 앞에 고정한채 계속 걸었다.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차에 올라탄 세훈은 준면에게 손을 흔들었다. 준면씨 남매는 서로 생각보다 너무 달라요, 그쵸? 멀어지는 차 뒷꽁무니를 바라보던 준면은 집에가서 편함 자고싶다는 간절함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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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거슨 신세계..와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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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홀....세준에이런픽이... 다음편이 기대되요ㅜㅜ신알신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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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좋다...ㅠㅠㅠ으앙세준 짱짱 작가님도 짱짱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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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세준좋아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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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이.. 이 분위기 뭐죠? 나긋나긋하면서 취향 저격ㅠㅠㅠ 준면이네 누나도 굉장히 매력있는 캐릭터 같아요. 세훈이는 돈이 얼마나 많길래 그렇게 카드 하나를 막 주고 막...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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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세준 있는 여기가 바로 천국일테니... 부자 세니X기여운 준면 이라니.... 분위기가 약간 어 잠잠한 와인브라운색 같아요 제스타일ㅠㅠ 연재해주세요 엉엉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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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우와기대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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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잘보고 갑니당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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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이런 분위기의 세준이라니ㅠㅠㅠ설레네요ㅠㅠㅠ잘보고가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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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 뭐야 벤츠남 오세훈..... 대박 .............. 다음편 기다립니다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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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 세준분위기 짱짱짱이에요ㅠㅠㅠㅠ 다음편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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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신알신온거 지금보고 달려왔어용ㅎㅎ 담편 기대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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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짱짱 남매가 완전 다르네요 대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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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신알신해요! 지금 까지 봐온 픽이랑은 사뭇 다른 분위기예요! 다음편 기대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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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좋다아........다음편은 언제나오나요 기대되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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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헐듀ㅠ빨리다음편ㅅ봐야지ㅠㅠ진짜 신선하고좋은것같ㅇ·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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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헐 분위기 짱이예요 다음편보러갑니다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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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이런 분위기 너무 새롭네요 맘에 들어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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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헐..완전신세계...볼게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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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뭐지이건신세계도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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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9
헐헐헐 분위기가 진짜 대박입니다 와...진짜 세준행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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