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제가 형을 좋아하는것 같아요."
"형, 제가 형을 좋아하는...."
"형, 제가 형을 ...."
곤히 자고 있던 성규가 갑자기 벌떡- 하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또 남우현이야, 또!
삼일전 우현에게 고백을 받은 이후로 성규는 매일 잘때마다 그날 있었던일이 꿈에 나왔다. 처음에 고백을 받았을 땐 그냥 넘기자, 생각했지만 계속 꿈에 나오니 이거 이젠 우현에게 세뇌 당해버린것만 같았다. 난 당신을 좋아합니다, 라고.
아침부터 썩 좋지않은 기분으로 일어난 성규는 시계를 보고는 허겁지겁 학교에 갈 채비를 했다. 이게 다 남우현때문이야! 괜히 애꿏은 우현을 탓하는 성규였다.
*
아, 또 남우현이네. 오늘따라 왜이렇게 자주 보이는거야!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한 남자를 보고는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도망치듯 빠른걸음으로 길을 다시 되돌아가던 남자가 계단에 주저앉으면서 중얼였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이 마주치지? 방금 좀 아슬아슬했는데, 설마 나 봤으려나? 그럼 어떡하ㅈ, 으악!"
"선배, 여기서 뭐하세요?"
"어, 우현아. 하핳. 나 그냥 힘들어서 쉬고 있었어! 절대 너 피하고 그런거 아니야!"
미쳤어, 김성규! 거기서 그얘길 왜해! 아주 개망신이네, 진짜.
"형 지금 저 피해서 여기로 오신거였어요?"
성규는 이미 주체가 안되는 제 입으로 인해 모든 사실이 까발려졌지만 끝까지 모른척하기로 마음먹고 말했다.
"아니, 내가 널 왜 피하냐? 웃긴애야."
"아니, 전 또 제가 장난으로 한 말 때문에 형이 저 피해다니시는 줄 알았죠. 설마 그 말 진담으로 받아들인건 아니죠?"
"에이, 야! 나 그거 장난인 줄 알았어! 내가 그걸 왜 신경써? 요즘 학점관리 하기도 바쁜데, 비켜! 나 수업있어, 가봐야돼."
"어, 형 수업 없잖아요! 내가 형 스케줄 다 꿰고 있는데!"
성규는 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홱 돌아서 가버렸다. 가다가 위를 돌아 우현을 쳐다보니 우현이 뭔지 알수없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의미이던 성규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우현에 더욱더 발걸음을 빨리 재촉했다.
뭐지? 그때 그말이 진짜 장난이었던거야? 평소랑은 분위기가 달랐는데, 진짜 진지했었던것 같았는데? 뭐지, 정말 날 놀려먹은건가.
거기까지 생각하자 성규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삼일내내 우현이를 피해다녔던 자신이 바보 같았기도 했고, 또 우현이가 자신을 피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비웃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창피했다.
아씨-. 성규가 작게 중얼였다.
남우현 개새끼. 진짜 날 놀려먹은거야? 어떻게 그런걸로 장난을 쳐? 내가 꿈에서 얼마나 시달렸는데!
곱씹으면 곱씹어볼수록 우현에게 화가나는 성규였다.
*
풋-. 저를 피해다니던 성규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삼일동안 자신을 피해다니는 것을 보고도 모른척하고는 했었는데, 오늘따라 후다닥 도망치는 그 갈색 머리통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장난을 치고 싶었다. 뒤쫓아가서 어깨를 툭 건들이자 화들짝 놀라는 모습까지도 귀엽게만 느껴졌다. 성규가 저를 볼때마다 화들짝 놀라 도망치는 모습은 귀여워서 좋았지만, 언제까지고 형이 저를 피해다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래서 그냥 제 고백을 장난이라고 말해버렸다. 정말 큰용기를 내서 한 고백이지만, 그 고백으로 인해서 성규형과 멀어지게 되는건 상상도 하기 싫었으니까.
아-, 진짜 귀여워. 언제쯤 내꺼로 만들수 있으려나? 김성규니까 좀 더 공들일 필요가 있겠지.
머릿속으로 일명 '김성규 남우현꺼 만들기' 작전을 세우며 우현은 음흉한 웃음을 계속 흘렸다.
*
성규는 우현때문에 좋지않은 기분을 쇼핑으로 달래려 명동으로 나왔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도 커플, 저기도 커플. 오늘따라 왜 커플들만 눈에 띄이는 건지. 오늘은 쇼핑도 글러먹었다 생각한 성규가 한숨을 푹, 쉬고는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택시를 잡으려했다. 그런데 성규의 눈에 익숙한 한 사람이 보였다. 어떤 여자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가는 우현이었다. 우현은 계속 그여자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고, 시도때도 없이 눈꼬리가 다 휘어지도록 웃었다.
뭐야, 쟤. 설마 여자친구야?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나한테 그런장난을 친거야?
성규는 더 화가 났다. 정확히 무엇때문에 화가난지는 본인도 잘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은 그저 우현과 저여자가 거슬릴 뿐이었다. 성규는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로 갈꺼냐는 기사님의 말씀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조금 당황하신듯한 기사님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떤 여자와 다정히 팔짱을 끼고가던 우현의 웃는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
깨작깨작. 성규가 밥먹는 모습을 소리고 표현한다면 딱 이랬다. 우현은 그 모습조차도 귀엽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성규에게로 다가갔다. 성규를 놀래켜 줄 심산으로 몰래 다가가 형! 하고 크게 불렀는데도 전혀 놀라는 기미가 없었다. 어, 한번도 이런적 없었는데? 우현이 이상하게 생각하던 찰나 성규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나 지금 그런 장난에 맞장구 쳐 줄 기분아니니까 그냥 좀 가."
"에이-. 형 왜그래요. 무슨 화나는일 있었어요?"
"우현아 그냥 좀 가면 안돼?"
그곳에 30초만 더 있으면 우현에게 심한말을 할 것 같아 성규는 밥을 먹던것을 그만두고 일어나 식당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지금 본인이 무엇때문에 화가난건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우현에게 화가나 있었다. 그냥 지금은 우현이를 보고 싶지 않았다.
왜? 왜지? 난 대체 우현이가 왜 보기 싫은걸까. 우현이가 며칠전에 쳤던 그 장난때문인가? 아니, 오히려 우현이가 장난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은건 나잖아. 그럼 뭐 때문이지, 그 여자 때문인가? 그런데 내가 그여잘 신경쓸 뭐라도 되나? 아니잖아.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알 수 없는 성규였다.
한편 우현은 갑자기 식당을 박차고 나가버린 성규에 당황한 것도 잠시 성규를 잡으려 뛰었다. 얼마가지않아 우현은 성규의 손목을 잡았고 성규가 뿌리치려 할수록 더 세게 손에 힘을 주었다.
"형, 대체 왜그래요. 진짜 무슨일 있는거예요?"
"제발 이것 좀 놰! 내가 니 얼굴 보기 싫다고 했지. 왜 따라와, 왜! 무슨일 있냐고? 아니, 없어. 그냥 니가 싫어서 그랬어. 알았으면 이 것좀 놔줄래?"
우현은 세게 힘을 주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성규는 그 길로 바로 그 곳을 벗어났다.
내가, 뭘 잘못한건가. 성규형이 저렇게 화낸적 한번도 없었는데. 우현은 고개를 떨구고 한참을 그자리에 서 있었다.
*
성규는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친한 후배인 명수에게 전화를 했다. 애가 평소에는 허당끼도 있고 좀 덜렁대는 면도 있지만 그래도 입하나는 무거운 애라 지금 이 혼란스러운 제 마음을 말해도 그냥 묵묵히 들어줄 것 같았다.
"명수야, 나 성규형인데. 오늘 시간돼냐? 형이 쏠테니까 한잔하자."
"아, 형. 저 오늘 성열이랑 데이트 있는데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오늘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그냥 나와주면 안되냐? 마음터놓고 말 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그래."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성규에 명수는 잠시 흠칫, 했다. 하긴, 나 아니면 누가 성규형이랑 같이 술을 먹어줘. 오늘만 내 이쁜여리랑 한 약속 미뤄야겠다. 내 여리는 착하니까 다 이해해줄꺼야.
...뼛속까지 여리바라기인 명수였다.
전화를 끊자마자 명수를 성규가 있다는 술집으로 갔고, 그곳에서 먼저 술을 마시고 있는 성규를 발견했다.
"형, 같이 먹자해놓고 왜 먼저 마시고 있어요? 지금 되게 아싸 같은거 알아요?"
"잔말말고 앉아. 일단 마시자. 나도 좀 마셔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성규 본인도 자신이 지금 무엇대문에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갑자기 다가온 취업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우현이가 한 장난고백 때문인가, 아니면 그여자 때문인가. 성규는 명수랑 얘기를 하다보면 답이 나오겠지, 싶어 그냥 연거푸 술을 마셔댔다.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그냥 묵묵하게 술만 마시고 있는 성규를 보고 명수는 답답한 나머지 말했다.
"형, 할 말 있다면서요. 언제까지 이렇게 술만 마실꺼예요! 얘기 안하고 그냥 술만 마시다 갈꺼면 저 왜불렀어요!"
"어-, 벌써 그렇게 돼써? 우리 묭수가 원한다면야 말해줘야지, 내가. 있짜나 요즘 내가 너무 혼란스럽워. 막 고민이 이따만큼 많아! 그런데 그게 뭐 때문인지를 모르게써. 그래서 나도 고민해봤는데 취업때문인가, 아니면 그여자 때문인가, 아니면, 우혀니 때문인가. 그걸 모르겠딴마리야?"
"응? 우현이? 남우현? 거기서 남우현 얘기가 왜나와요."
"아, 우혀니? 있짜나 이거 진짜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우혀니가 며칠전에 나한테 고백해따! 그런데 어제 갑자기 오더니 그게 다 장난이라는거야! 이 나쁜새키가! 난 우혀니가 고백한 뒤로 머리가 터질것 같이 걔만 생각하고, 걔 꿈만 꿨는데! 날 그냥 가지고 논거여써! 어떻게 이럴수가 이써? 나무현 이 멍뭉이새키! 눈도 딱 처진게 매앤날 실실 웃고만 다니고! 딴 여자한테나 웃어주고! 이 나쁜새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테이블에 이마를 쿵- 박고선 잠이 든 성규를 바라보면서 명수를 헛웃음을 지었다.
허이고-. 이 형도 참 중증이다, 중증. 그럼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남우현 때문이네? 남우현이 평소에 장난끼는 많아도 저런 고백핱은거 함부로 할 놈이 아닌데 했다는건 남우현이 성규를 좋아하고 있단 뜻이고, 성규형도 남우현일로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또 걔꿈까지 꿨으니. 뭐 이거 말 다했네. 내가 오늘 사랑의 큐피드가 되어줘야하는건가?
우혀나-. 명수는 자면서 까지 우현이 타령을 하는 성규를 보고 피식 웃고는 성규의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성규가 저가 싫다고 말한 탓에 우현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자신이 아무리 허허실실 웃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상처까지도 덮으면서 웃을수가 없었기에 우현은 집에서 진지하게 자신이 성규에게 뭘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작 저가 싫다는 말을 들은것 뿐인데, 왜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이 상황 따위가 함부로 널 이끌지 못하게-.
그때,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우현은 귀찮다는 듯이 전화가 오는것을 무시했지만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 짜증이 치밀어 핸드폰을 확인했다. 대체 누구야? ....성규,형? 우현은 발신인이 성규라는 것을 보자마자 황급이 수신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우현은 갑자기 들리는 익숙한 싼 억양에 당황했지만, 통화내용을 듣고 바로 겉옷을 들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금 성규형 학교근처 술집에 있어, 가봐. 둘 다 참 답답하다, 정말."
*
우현은 성규가 있다는 술집에 들어가 성규를 찾았다. 고개를 두리번 거리니 저 안쪽 테이블에 고개를 푹 박고 자고있는 성규가 보였다. 우현은 성규에게로 다가가서 성규를 흔들었다.
"성규형, 일어나봐요. 술은 왜이렇게 많이 마신거예요."
"으음, 어? 우혀니야? 멍뭉이새끼 나무현 마자?"
ㅁ, 멍뭉이새끼요? 응! 남멍뭉, 히히. 이 말을 끝으로 다시 잠든 성규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그것 마저도 귀엽다고 생각하며 우현이 피식- 하고 웃었다.
완벽하게 취한 성규는 결국 우현의 등에 업혀 집으로 이송되게 되었다. 우현은 성규를 구지비 업고 성규네 집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성규와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우현은 성규가 취한 틈을 타서 한번 더 본인의 마음을 성규에게 고백하기로 했다. 어차피 성규는 자고 있어 저의 말을 못들을테지만, 그냥 자신의 마음을 성규앞에서 말한다는데 의의를 두자고 생각한 우현이었다.
"성규형, 솔직히 나 형 처음 봤을때 무슨 저렇게 눈작은 사람이 있나. 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너무 귀여운거야, 형이. 그래서 형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때 막들이대고 그랬는데 형도 좀 당황했지? 근데 형 첫인상은 생각나는데 내가 형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나도 모르는 새에 형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냥 어느날 보니까 형이 이뻐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였어. 으- 이런얘기 진지하게 하려니까 좀 오글거린다. 그치? 근데 난 형이 날 싫어하진 않을거라고 자부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건 내 착각 이었나봐. 형이 오늘 나 싫다 했을 때 약간 충격먹었어. 그래도 괜찮아, 성규형이니까."
"니 착각 아니야, 그리고 오늘 말 심하게 했던거 미안해."
우현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자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성규형이 갑자기 일어나 자신의 말에 대답해주다니. 근데, 성규형이 방금 뭐라고.
"형,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오늘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니, 그전에요."
"너 혼자 착각하고 있는거, 아니라고."
"네? 그게 무슨말,"
"처음엔 나 정말 너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어. 너 볼때마다 기분이 좋은 것도 그냥 친한 동생이라서 그런거겠구나, 했고. 그런데 니가 며칠전에 나한테 고백했을때 정말 혼란스러웠어. 니 고백이후로 니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가도 내가 왜이러나 싶기도 했어. 아마 오늘 낮에 내가 너한테 화를 낸 이유가 니가 나한테 한 고백을 저가 그냥 장난으로 치부해 버려서 일꺼야. 정말 난 고백을 받은 이후로 하루종일 니 생각만 했는데 그게 갑자기 장난이었다고 하니까, 그냥 화가 나더라. 무턱대고 화내서 미안. 근데 방금 니가 한 두번째 고백 들으니까 막 심장이 뛰더라. 그래서 알았어. 나도 너와 같은 맘이라는거."
성규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우현에게 고백하는 동안 우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데 진짜 맞아? 꿈아니고? 우현은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 아프네.
"우현아, 뭐해? 내말 들었어?"
"네, 형. 어쨋든 중요한건 형과제가 같은 마음이라는 거 잖아요. 그죠. 형, 진짜 사랑해요."
"잠깐만, 근데 너 여자친구 있잖아. 너 나랑 사귀면 안돼, 나 좋아해서도 안돼고. 지금은 그냥 나도 내 마음 고백하고 싶어서,"
"응? 그게 무슨말이예요! 저 여자친구 없어요."
"아닌데, 너 어제 명동에서 여자친구랑 팔짱끼고 웃으면서 걸어갔잖아!"
우현은 어제일을 생각하고는 크게 웃었다.
"형! 그거 제 사촌동생이예요. 고모 생신선물을 고른다길래 같이 가준거구요. 그것때문에 그런거였어요?"
그제서야 성규는 자신이 오해를 해도 단단히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두운 밤이고 가로등 불빛이 희미한데도 성규의 빨개진 얼굴이 다 보일정도 였다. 우현은 정말 너무 귀여워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이제 형도 저 좋아하고 저도 형 좋아하니까 우리 이제 사귀는거예요? 그럼 뽀뽀해도 돼죠?"
성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우현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윽고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아니, 우리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니야. 너 나한테 제대로 고백해. 이렇게 말고. 그럼 내가 생각해볼께. 그전까진 꿈도 꾸지마!"
"아, 형. 진짜 이러는게 어디있어요! 형! 먼저 가기예요? 같이가요!"
성규는 뒤에서 중얼중얼 대며 따라오는 우현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이제 단단히 남우현한테 빠져버린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앞으로 우현과 함께할 시간들을 생각하니 그저 웃음만 나오는 성규였다.
*
"오빠, 제가 말했죠. 이게 생일선물로는 갑이죠. 이거 한번해봐요. 우현오빠가 아주 정신을 못차릴걸요?"
우현과 성규가 사귀게 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한해를 무사히 같이 넘기고 서로 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제 일주일 뒤면 우현의 생일이고 둘은 아직 단한번도 관계를 가진적이 없다는것. 저가 그때 우현의 여자친구로 오해했던 우현의 사촌동생 나현이 다시 한번 말했다.
"오빠, 한번도 안했다면서요. 우현오빠가 참느라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니까 이번 생일 선물은 그냥 딴거 다 필요없고 흰와이셔츠 하나 입고 사랑한다고 말만하면 끝이라니까요?"
"그걸 어떻게해. 부끄럽잖아."
"답답하네, 이오빠. 그거 한번하면 우현오빠가 아주 정신을 못차릴꺼라니까요? 저 믿고 한번 해봐요. 제가 이래봬요 팬픽인생 십년이예요."
성규는 나현이 믿음직스럽진 않았지만 우현이 그렇게 좋아한다니 한번 해봐야겠다, 고 마음먹었다. 나현은 성규가 그렇게 한다는 말을 하자마자 어디서 구해왔는지 저도 작은 체구가 아닌데 저의 몸보다 훨씬 큰 와이셔츠를 들고와서는 이걸 입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웃는 모습에 성규는 진심으로 나현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성규는 우현의 집 비밀번호를 익숙하게 누르고 들어가서 나현의 말대로 다 벗고 흰와이셔츠 하나만 입었다. 그리고 곧 도착한다는 우현의 말에 생일케익에 촛불을 붙이고 우현을 기다렸다.
삐삐삑-. 도어락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리고 곧 문이 열렸다. 우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에 정말 성규형이 맞는건가, 하고 눈을 비볐다. ㅅ,성규형 옷이..
"우현아, 생일축하해! 오늘 니 생일 선물은, 나야."
성규가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말했다. 우현은 그모습을 보고는 바로 아랫도리가 뻐근해짐을 느꼈다. 우현은 바로 달려가서 촛불을 끄고 케익을 내려놓고 성규를 잡아먹을듯이 탐했다. 지금껏 참아왔던 것이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둘은 한동안 격렬하게 키스를 하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에서는 밤새도록 성규의 신음소리가 들렸고, 기절한듯이 누워있던 성규가 일어나 어젯밤 몇번이나 했는지 세보다가 다섯손가락이 다 접히자 세는 것을 포기하고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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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너무 흐지부지하게 끝냈죠ㅠㅠㅠ 처음픽이라서...하...ㅠㅠㅠㅠㅠㅠ그냥 재미있게 읽ㅎ어주세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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