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열] 오래된 연인들의 초상(부제;지금은 여름인데 글 속은 겨울인게 함정)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6/f/26fae78d0494cbe98433dca0d50f6f9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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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렇듯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올라가는 중이였다.코트 안에 넣은 손이 덜덜 떨려오는 추위였다.종종걸음으로 집까지의 걸음을 재촉했다.하필이면 우리집은 달동네 중에서도 가장 위인 꼭대기였다.바닥을 보며 걷다 나타난 오르막길에 판판히 깔린 빙판에 고갤 들어 한숨을 쉬었다.허연 입김이 푹푹 나왔다.가는 길에 몇 없는 가로등의 주황 불빛이 밝았다.발에 힘을 주고 오르막길을 올랐다.나도 그렇고,너도 그렇고 항상 겨울이 되면 여기를 걷느라 진땀을 뺐었다.그 날 네가 어두운 길에 잘 내려갔을런지 괜히 궁금해졌다.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안경에 주머니에 있던 손을 빼어 안경을 다시 올려썼다.굵은 안경태에 추운 감이 꽤 있었다.주머니에 손을 다시 넣고는 빨갛게 얼은 코를 한번 훌쩍였다.오르막길을 다 올라오니 이젠 계단이였다.넘어지지 않으려 힘을 꽉 주던 발이 저릿했다.코트 주머니 안에 들은 휴지뭉치들을 손으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숨을 몰아쉬었다.계단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엔 할머니가 앉아 물건을 고르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그런 할머니를 보다 나도 그 여자를 한참 바라봤다.목구멍으로 마른 침을 한번 넘기곤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그렇게 멍하게 서있기를 한참 정신을 차리곤 이내 다시 가던길을 올랐다.겨울바람이 여간 매서운게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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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많은 계단에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다 겨우 집앞에 도착했다.그러곤 주인집 대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가 옥상으로 올라갔다.말 그대로 옥탑방이였다.추운 감에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주머니 속에서 열쇠를 한참 찾아 열쇠구멍에 끼워 돌렸다.언제나 그랬듯 나왔어,라며 인사를 하며 신발을 벗었고 항상 켜져있던 불빛과 날 기다리느라 잠든 네가 아닌 차갑게 꺼진 불과 어제 먹다 남은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고작 둘에서 하나로 줄었을 뿐인데 찾아오는 외로움은 말로 못할 정도로 컸다.
집 안엔 한기가 가득 했다.겨울의 추위와,사람의 온기가 없는 한기가 말이다.하고 있던 와인빛의 목도리를 풀러 대충 현관 앞에 던져두고는 방안으로 들어와 보일러를 켜려 다가갔다.몇번을 눌렀는데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보일러에 짜증이나 두어번 더 신경질적으로 누르다 포기하곤 머리를 쓸어넘겼다.그대로 침대에 누우려 생각해보니 몇일 간 깽판을 쳤던 집안은 꼴이 말이 아니였다.깽판이래봤자 술먹고 널부러지길 반복했던게 끝이지만 말이다.
"넌 내가 맨날 치워줘야 되냐?니가 좀 치우고 살아."
주말이면 온집안을 어지럽혀놓던 내게 네가 하던 말이다.나는 치우는 법을 몰랐다.6년이 넘는 시간동안 모두 네가 치웠으니까,나는 도와주는 법도 모르고 청소하는 네게 깐죽대기 바빴으니까.맘속 깊은 곳에서부터 묵은 한숨이 푹 내쉬어졌다.안경을 벗고 한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다 다시 안경을 고쳐쓰곤 입고 있던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렸다.눈에 보이는 술병만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술 마실 돈으로 저금을 해라 좀.그러면 너 금방 이사갈걸.내 말 듣는게 좋을 거다."
눈 앞에 보이는 술병부터 시작해 침대 옆에 굴러다니는 술병 두어개,화장실 앞까지 가있는 술병을 모으고 모으니 들 손 조차 없을 만큼 많아졌다.항상 술먹고 들어오면 툴툴 대면서도 꿀물을 타주고,그걸 마시며 또 좋다고 헤벌쭉 하는 내 등을 때리며 네가 항상 했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괜히 마른 침만 삼키며 입을 다셨다.한 손에 술병을 3개씩 들고 현관문을 열어 밖에다 쌓아놨다.그러길 두번 했나,근 일주일동안 쌓여있던 술병들은 모두 치웠다.그러곤 싱크대에 한 가득인 설거지거릴 닦기 시작했다.항상 뒤에서 볼 땐 마냥 쉬워보였는데 거품때문인지 아님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선지 계속해서 접시를 떨어뜨리기 일수였다.보일러도 안 틀어져 차가운 물에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네 손은 얼마나 차가웠을까.
멍하니 서 집안을 둘러보며 머리를 긁적이다 헝크려진 이불이 나뒹구고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저멀리 옷장 앞에 가있는 베개를 주워다 침대헤드 맡에 놓아두곤 이불을 들어 탁탁 털어냈다.그 때 말려있던 이불 새로 양말 한 짝이 툭 떨어져 나왔다.털어낸 이불을 침대 위에 정리해놓곤 양말을 집어들었다.사이즈로 보나,유치한 캐릭터가 그려져있는 것으로 보나 딱 그 애 것이였다.
"니가 초딩이냐 뽀로로를 신게."
"뽀로로가 너보다 귀엽거든."
키도 작아 발도 작은 탓에 항상 내 양말을 착각하고 신으면 뒷꿈치가 남아 이상한 모양새를 하기도 했다.28살,철이 덜 들었다며 놀리던 내게 너는 짜증을 내며 내 양말들을 들어보이며 삭막하다며 되려 놀려댔다.그러면 침대에 앉아 발을 비교하곤 아빠발이라며 웃던 너를 간지럼태우기도 했다.괜히 네가 생각나 기분이 이상해졌다.추운 탓인지 코를 훌쩍이다 네 양말을 세탁기에 넣어버리곤 눈가를 비벼댔다.웃기게도 눈가가 괜시리 뜨거웠다.
그러곤 탁자 위에 널부러진 책들과 잡지를 책장에 꽂아넣고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펜들을 연필통에 꽂아놓고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한 움큼 잡아 책상 서랍을 열었다.이리저리 뒤엉켜 뭐가 뭔지 모르게 섞인 서랍에 한숨이 나왔다.서랍을 빼내 바닥으로 탈탈 털어댔다.널부러진 물건들을 주우며 종류대로 모으고 있으니 혼자 남은 물건이 있었다.종합감기약이였다.네가 먹던 감기약이였다.환절기만 되면 아픈 네가 먹던 감기약이였다.감기약 상자를 열어 보니 감기약도 어짜피 하나밖에 안 남아있었다.버려야 하는데 차마 못 버리겠는지 손이 따라주지 않았다.결국은,서랍 깊숙한 곳으로 감기약을 넣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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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술병을 치운게 무색하게 나는 다시 탁자 앞에 쭈그려 앉아 소주병을 따고 있었다.깨끗이 씻은 잔을 바로 앞에 두고 계속해서 술을 채웠다.보일러도 틀어지지 않고 고장난 터라 집안은 꽤나 추웠다.양말을 신은 발에 괜히 발가락이 꼼지락 댔다.술을 계속해서 먹다보니 취해 괜히 눈가가 붉어지고 있었다.이상해지는 기분에 입을 앙 다물었다.참다가 참다가 펑하고 터져버린 울음보에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그래,보일러가 고장나서,추워서 그래서 우는 것일거다.그렇게 치부하며 한참 눈물을 쏟아냈다.멎어가기는 커녕 그칠 줄 모르는 눈물에 이젠 목을 놓아 울었다.가끔 술주정에 내가 울곤 하면 내 옆에 앉아 나를 안아주며 울지말라 토닥여주던 너는 어딜 간 건지 이렇게 울고 있어도 나타나지 않았다.혼자남은 느낌에 더욱더 눈물을 쏟아냈다.
양말을 갈아신던 네가 그리워져 우는게 아니고,환절기마다 아프던 네가 걱정되서 우는게 아니다.그냥 보일러가 고장나서 우는 것이다.아니,사실은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우는게,친구가 줬던 와인색 목도리가 아닌 네가 엉성하게 짜준 목도리를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며 우는게,양말을 갈아신던 네가 그리워 우는게,환절기마다 아프던 네가 걱정되서 우는게,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작은 구멍가게 안에 있던 네 모습에 몹쓸 기대를 하던 내가 한심해 우는게 모두 맞다.
어두운 밤 집에 홀로 남아 6년이란 시간 속에 떠나가버린 네 생각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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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쓰고 엑소보러가야지.아후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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