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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Y. 

 

난 B야. 아마 넌 내 이름도 모르겠다. 그치? 

 

얼굴은 기억해주려나. 음…잘 모르겠네. ㅎㅎ 

사실, 나 처음엔 다른 애한테 관심이 있었어. 좋아하는 것까진 아닌데, 그냥 호감 정도. 그러다가 그 애의 평소 모습을 하나 둘 알게 되고, 실망하면서 생각조차도 나지 않을 때…네가 보이더라. 

 

솔직히 처음엔 별 생각 없었어. 우리, 급식실 앞에서 처음 마주쳤었어. 

 

급식 봉사하느라 문 앞에 서있던 너를 봐도 아무런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었는데. 그때 한번씩 눈이 마주쳤던 걸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는게 너무 아쉽고 안타까워. 

그러다가 언제부터 너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까지 커졌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언제, 뭘 하다가. 내가 널 좋아하게 된 걸까…. 

 

나와는 다르게 키도 크고 어깨도 넓은 너를 보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긴장됐던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그 때의 내 마음만은 아직도 생생해. 

내가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너의 키가 질투 대신 설렘을 가져온 것도, 티셔츠로 가려진 넓은 등을 보며 가슴이 쿵쾅거린 것도, 그런 나를 애써 아닌 척 감추며 너의 옆을 지나간 것도. 모두. 

 

매일 점심시간마다 밥을 먹고 양치질까지 재빨리 하고 산책을 나갔어. 처음엔 진짜 산책을 하려고 나갔었는데, 거기에 있던 너를 보고 어느새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 그후로 내가 매일 매일 산책을 나가면서 단 한 순간도 귀찮았던 적이 없었던 이유는 모두 너였어. 매일 나가 친구들과 벤치에 앉아있거나 그 앞에 서있는 너를 보기 위해 나갔던 나를, 아니? 몇 번 마주쳤던 내 얼굴…기억은 날지 모르겠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갑자기 너와 네 친구들이 매일 내가 앉던 벤치의 옆에 앉아있더라. 차마 그 옆에는 앉을 수가 없어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가서 앉아야 했어. 왜 나와 내 친구들이 매일 앉던 벤치에 왔었는지 궁금했어. 우리 것은 아니지만…매일 그 시간에 우리가 앉는 걸 알았을텐데. 왜 그랬어? 묻고 싶다. 자꾸만 헛된 기대를 하는 나 때문에…너에게 묻고 싶어. 

 

 

혹시 기억나? 

 

언젠가 석식시간에 급식실에서 나오다가 멀리에 있는 널 봤어.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솟아있으니 딱 보이더라. 그래서 급하게 머리도 만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가려고 했어. 

 

그때 넌 너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어떤 남자애 뒤에 서서 그 애의 양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걸어오고 있었어. 근데 갑자기 네가 그 남자애를 내 앞으로 홱 밀쳤다가 다시 홱 끌어당겼잖아. 순식간에. 그것때문에 난 부딪힐까봐 놀라서 멈춰섰었지. 그리고 지나가버리는 너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놀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친구들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었어. 뭐 저런 애가 있냐면서. 근데, 사실 나 기분 안 나빴어. 물론 너는 나를 향해 한 장난이 아니고 그 남자애한테 장난을 치고 있던 거고, 그 때 하필 내가 있었던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자기 좋은 대로 생각하고 싶어하잖아. 자꾸만 나한테 장난을 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절대 아니라고, 기대하지 말자고 나를 다그쳤어. 그때 왜 그랬는지 묻고 싶지만, 혹시나…아주 만약에 우리가 친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묻지는 않을게. 아무것도 아니었을테니까. 아니, 기억도 못할 것 같으니까. 

 

 

아, 그리고…나 또 설레였던 적 있어. 

 

이것도 급식 먹고 갈 때였는데, 반에 걸어가는데 앞에 네가 있더라. 네가 나 좀 쳐다봐줬으면 좋겠는데, 넌 그냥 묵묵히 걸어가기만 하더라. 그래서 일부러 크게 떠들면서 걸었어. 친구들하고 이야기 하다가 네가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담임에게 찍힌 이야기를 할 때 일부러 더 크게"나는 반장이잖아…!" 하고 칭얼거렸어. 그 말을 하고 울상을 짓다가 너를 쳐다봤는데, 거짓말처럼 네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더라. 너랑 눈이 마주치고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돌리는데…어찌나 떨리던지. 아마 넌 모르겠지? 

 

 

또…나 네가 내 이름을 알아주길 바래서 일부러 명찰 걸고 다녔어. 친구들이 반장이라 명찰 걸고 다니냐고, 귀찮지 않냐고, 빼고 다니라고 몇 번이나 툭툭 치며 뭐라고 하는 걸 참으면서 두달 내내 하루도 빼지 않고 걸고 다녔는데. 혹시나 봤으려나. 아니, 보고 읽어보기는 했을까. 기억…해줄까? 

 

 

 

 

……. 

 

 

 

Y. 네 이름을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은 고장난 엔진처럼 덜컹거린다. 

이런 내 마음을 알 리 없지만, 그래도 오늘도 혼자 너에게 속삭여본다. 

 

좋아해, Y. 

 

 

 

 

 

ㅡ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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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좋아요 이런 분위기...하트
10년 전
독자2
헐...진짜 분위기 아련아련ㅡㅜㅠㅠㅠㅠ 작가님ㅜㅠㅠㅠ이런 분위기 글 완전 죠아요ㅜㅠㅠㅠ작가님 하트♥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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