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카백] amour innocent
上
w. Judas
"찬열아."
"…."
"찬열아, 나 할 말있는데."
"나중에 해."
쉬는시간 마치자마자 매점에 가서 사온 이온음료가 다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차가웠던 이온음료는 내 손에서 물기를 만들어내며 미끄러졌다.
미련도 없이 휙 뒤로 돌아서 혼자 저만치 걸어가는 찬열이를 한번 더 부르지도 못하고 나는 그냥 복도에 혼자 서있었다.
찬열이는 복도 끝 편에 우르르 몰려있는 질 안좋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 아이들과 어울리며 큰 소리로 웃고 떠들었다. 그 중에서 꽤 예쁘장한 여자아이와 툭툭 농담도 주고받
으며 스킨쉽을 하는 모습을 보자니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반에 들어가지도 않고 복도에 서서 멍하니 찬열이만 보고있는데 그 무리 중에 있던 김종인이 내게로 다가왔다.
"너 박찬열 좋아하지?"
피식거리며 나를 조롱하듯이 말하는 김종인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손에 쥐고있던 음료수 캔이 구겨질듯 세게 꽉 쥐었다.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말이 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니라고 말하지 않으면 나도, 찬열이도 우스워지는데 그렇게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나는 찬열이가 좋았다. 단순한 친구로써의 동경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성으로써 찬열이를 좋아한다.
찬열이가 그저 친한 친구로써 한 행동들에 나는 가슴 떨려하고, 매일 밤 잠도 오지 않을 만큼 침대에 누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미친 게이새끼. 박찬열은 여자 좋아해."
"…."
"야, 너 그 음료수는 뭐냐? 박찬열 주려고?"
이미 복도의 모든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찬열이도 나를 보고있었다.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늘 내게 웃어주면서 다정하게 굴던 박찬열은 온데간데 없었다.
김종인은 내 손에서 음료수를 확 뺏어가더니 낄낄거리며 찬열이에게 던졌다.
"박찬열! 변백현 이 게이새끼가 너한테 주는거래!"
복도는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웃지않고 있는 사람은 나와 박찬열 뿐이였다.
나는 바보같지만 내심 기대했다. 찬열이가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다가와 주기를. 지금 비웃고있는 아이들은 무시하고 나에게 다가와 주기를.
찬열이는 음료수를 건내받고는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수 많은 아이들의 조롱거리가 된 지금 이 상황에도 나는 바보처럼 두근거렸다.
찬열이의 쌍꺼풀 진 예쁘고, 커다란 눈이 오롯이 나만 보고있다는 사실이, 나는 못견디게 설레었다.
마침내 찬열이가 내 앞에 섰고, 그 예쁘고 커다란 눈을 나에게 맞추며 입을 뗐다.
"더러워."
텅-하는 소리와 함께 음료수 캔이 내던져졌다. 찬열이는 웃지도, 인상을 쓰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더러워.
나는 이제 찬열이에게 2년지기 친구도, 그냥 같은 반 친구도 아니다. 그냥 자기를 좋아하는 재수없는 더러운 게이새끼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찬열이의 눈빛에, 표정에, 목소리에 가슴이 떨렸다.
혐오스러움과 싸늘함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찬열이의 눈빛에, 표정에, 목소리에도 나는 가슴이 떨렸다.
나에게 더럽다는 말을 한 순간 조차도 찬열이를 싫어할 수 없었다.
찬열이는 그렇게 나를 스쳐지나갔고, 복도에 모여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나에게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대놓고 손가락질을 하며 게이새끼, 호모새끼라며 소란을 피웠다. 재수없다며 내 옆에 침을 뱉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찬열이가 던진 음료수 캔이 널브러져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음료수 캔은 이미 다 터져서 캔 밖으로 음료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찬열이에겐 내가 초라하게 터져서 바닥을 구르고있는 저 음료수 캔 처럼 보일까.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수는 캔 밖으로 쏟아져나온 이상 그저 끈적거리는 불결한 액체밖에 되지 않는다.
찬열이를 좋아하는 내 마음도 분명 달콤한 음료수와 같았지만, 찬열이가 알아버린 이상은 그냥 짜증나고, 끈적끈적한 터져버린 캔 음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속상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나 혼자 시작한 사랑이였고, 결말도 혼자가 될 것이라는걸 찬열이를 처음 좋아했을때부터 알고있었다.
하지만 찬열이의 차가웠던 표정을 생각하면 할 수록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나를 경멸하는듯한 그 표정까지 좋아서 더 눈물이 난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관계인데. 조금의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캔을 발로 꾹 밟았다. 안에 조금 남아있던 내용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
선생님께 아프다고 말하고 조퇴를 했다.
집에와서 샤워를 하고 편한 반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침대에 누웠다. 폭신폭신한 침대에 누우니깐 기분이 좀 더 나아지는듯 했다.
학교에 있으면 계속 찬열이 생각나서 머리 복잡해질까봐 조퇴한건데, 집에오니깐 오히려 더 생각난다. 오늘 나에게 했던 말, 눈빛, 표정….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우린 분명 겉으로는 친한 친구사이였다. 속으로는 나 혼자 찬열이를 몰래 짝사랑하고 있었긴 하지만 표면적관계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박찬열은 언제나와 같이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매점에서 바나나우유를 사면 항상 빨대도 챙겨주고, 내가 빵만 먹고있는 날에는 체한다며 직접 음료수까지 사오던 찬열
이였다. 방과후에는 우리 집에 놀러오기도 하고, 맛있는것을 사먹으러 가기도 했었다.
문제는 김종인이였다. 김종인은 나와 중학교 1학년때 부터 알던 사이였다. 사실 꽤 많이 친했다.
하지만 우리 사이는 중학교 졸업식날 완전히 틀어졌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였다. 우리는 각자 손에 졸업장과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졸업식이 끝난 뒤 이야기도 할 겸 교실에 남아있었다.
'백현아,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뭐? 누구야?'
'피부도 뽀얗고, 강아지같고, 애교도 많아.'
'그런애가 우리학교에 있었어? 누군데? 말해줘!'
내 물음에 김종인은 말 없이 내 뺨에 키스했다. 평소에 이런 스킨쉽은 김종인과 전혀 해보지 않았던터라 나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뭐하는 짓이냐며 다그쳐 물어봐도 김종인은 그저 웃기만했다. 좋아하는 사람은 얘기 안하고 왜 뽀뽀를 하냐면서 김종인에게 은근히 면박을 줘도 김종인은 생글생글 웃고있었다.
'그래서 너 좋아하는 애가 누군데?'
'야. 너 눈치 못챘어?'
'뭘? 갑자기 뜬금없이 내 볼에 뽀뽀해놓고선 대답도 안해줬잖아.'
'너야.'
장난인줄 알고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김종인은 몇번이고 똑같이 대답해 주었다. 백현아 너 좋아해. 라고.
나는 그 때 김종인의 대답에 놀라서 졸업장도, 꽃다발도 모두 교실에 두고 온 채로 허겁지겁 교실을 나왔다. 덩그러니 김종인만 교실안에 남겨둔 채 그렇게 나는 집으로 왔다.
김종인에게서 수십통의 전화와 문자가 왔지만 모조리 무시했다. 그리고 김종인이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덜덜 떨며 우리 집 앞에 서서 기다렸을때 , 나는 김종인에게 말했다.
나 게이 아니야. 너 안좋아해.
그 말만 하고는 우리집 문 앞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렸던 김종인의 눈 앞에서 문을 쾅 닫았다. 그것이 김종인과 나의 마지막 중학교 추억이였다.
'딩동-'
침대에 누워 김종인과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였다. 부모님 오실 시간도 아니고, 택배인가?
인터폰으로 누구인지 확인하려는데 카메라가 고장난 모양인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누구세요?"
"김종인인데."
-
으아..처음 써보는데 역시 첫글답게 오글오글 망한것같아요ㅠㅠ
브금을 꼭 넣고 싶어서 고민끝에 정했는데, 글하고 잘 안어울리는것 같아서 절망......
그래도 제 글 봐주시는 분들 있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上,中1,中2,下 요렇게 마무리지을 계획인데
어찌될지는 잘 모르겠네요..ㅠㅠ앞으로 잘 봐 주세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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