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열대야, 한강 W. 쑥갓 "야, 야. 그만 마셔." 너의 손에서 잔을 뺏었다. 아아아- 싫어, 네가 벌개진 얼굴로 마구 손을 뻗자, 그도 허공으로 팔을 올려버렸다. 달라고! 그는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너를 모른척하듯 네 잔을 옆쪽 테이블로 멀리 치운다. 에이씨 진짜. 심술이 난 너는 몸을 기울여 머리로 그의 어깨를 들이받고는, 그 앞에 있던 술잔을 집어 입에 털어넣었다. 아 그만 먹으래도, 그가 또다시 손에서 잔을 빼앗았다. 쌍쌍바들 사이에 끼어있는것도 서러우니까 너까지 이러지마라 진짜- 네가 우는 시늉을 한다. 주위엔 온통 커플, 커플, 커플이었다. 오랜만에 그가 술을 산다길래 신나서 나온 자리는 하필, "야 이 새끼야, 내가 너랑 사귀냐?" 얘가 뭐래. 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널 보았다. 근데 왜 여기 데리고 나오냐고! 여자랑 같이 오라잖아. 그 여자가 이 여자냐고. 아, 네가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탄식한다. 난 더 이상 못참겠어. 나 갈거야. 도저히 남녀가 붙어먹는 꼴을 실시간으로 봐주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옆에 있는 놈이랑 붙어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비틀대며 가방을 챙겨 일어나려는 너를 그가 급히 잡는다. "그럼 우리끼리 2차 가." 니가 사. 네가 단호하게 받아쳤다. 또? 아, 싫음 말던가. 간다.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그가 빠르게 말을 막았다. 가자! 그렇게 너와 그가 가게밖으로 나왔다. 8월이었다. 이미 깜깜해진지 오래인데도, 날은 여전히 덥다. 너는 더운걸 싫어한다.물론 더운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서도, 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 너였다. 땀 흘리는 것도 싫어하고. 골목 가득히 호프나 바같은게 들어차있었는데도 금요일이라 그런지 가는곳마다 사람들이 빼곡했다. 이러다가 술 깰 것 같아. "한강 갈래?" 근처가 바로 한강 공원이었다. 설마 거기에 사람이 그렇게 많으려고. 그가 네 팔을 잡아끌었다. 공원에 도착해 편의점부터 들렀다. 캔맥주에 과자. 야 난 무조건 꼬깔콘. 알아. 그와 네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낀 채로, 반대편에 보이는 불빛들이 노랗고 빨갛게 번졌다. 한강 물위로도 알록달록하게 적셔갔다. 강을 마주하고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부스럭대며 비닐봉지에서 맥주캔을 그에게 건네고 과자 봉지를 벌린다. 주홍색 가로등빛이 내려앉은 네가 재빨리 캔을 따고는 그의 것과 부딪혔다. 짠. 이어 바삭거리며 과자가 입 속에서 부서졌다. 네가 다섯손가락에 하나씩 꼬깔을 끼우고 그의 입 앞에 내밀었다. 옛다, 하고 가운데를 내밀자 그가 보란듯이 둘째 손가락을 물었다. 그렇게 하나 둘씩 먹어버리고, 어느새 빈 봉지에 빈 캔이었다. 네가 그와 너 사이의 봉지와 캔을 바닥으로 내려놓더니, 그의 다리를 베고 가로로 누워버렸다. 평소같았음 징그럽다며 서로 떨어지기 바빴을테지만. 그다지 둘다 술이 센 편도 아니었거니와, 야외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취해있는 느낌. 손가락이 네 머리를 간지럽혔다. 살짝살짝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너의 이마도, 볼도 쿡 찔러본다. 네가 간지러운듯 웃음을 흘린다. 왠지 멍해져있었다. 얼굴 이곳저곳을 건드려보다가 무심코 너를 바라본다. 어느새 눈이 감겨있었다. 자는건가? 주홍색 불빛에 잠긴 네 얼굴이, 가볍게 지나가는 바람이, 멍한듯한 고요함이,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감긴 눈에 가지런한 속눈썹이, 그냥 내려다보이는 얼굴이 왠지 너같지 않아서 그는 기분이 이상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문득 흩어진 머리를 쓸어내린다. 다시 네 얼굴을 내려다본다. 쪽. 어쩐지 그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너에게 입을 맞췄다. ------------- 슈스케보다가 심사위원둘이서 한강에서 짠 하는게 웃겨섴ㅋㅋㅋ상플돌리다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감ㅋㄷㅋㄷ 앞으로 불마크는 쓰지말까봐요 쓰고나니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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