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딸기무스라고 합니다흐흫
글잡에서 처음 연재해보는 건데 와 떨리네요ㅋㅋㅋㅋㅋㅋㅋ
제목도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대충 엔젤이라고.... 슬프네요
내용이 엄청나게, 많이많이 오글거릴텐데. 하하,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엑소 너의 세상으로 읽다가 필이 왔다고는 절대 말씀 못 드리죠 ^0^
읽기 전에 말씀드리면, 라파엘(백현) 라구엘(종대) 사리엘(루한) 으로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라파엘 빼고 나머지 천사들은 누구로 상상해서 읽든 독자분들 마음.... 메인은 경슈백현이니까요
Angel 01
도경수x변백현
"라파엘, 라파엘!"
"어?"
"내가 몇 번을 부른지 알기나 해?"
"미안해. 잠깐 딴생각 한다고"
"할 짓 없는 거 같으니까 나 좀 도와줄래?"
오늘도 그는 열심히 움직인다. 정해진 운명이란 쳇바퀴를 별 필요도 없이 열심히 뛰는 그가 라피엘은 신기했다. 자신과는 다른, 그렇다고 너무 다르지도 않은 그의 모습에 울렁이는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온종일 그의 모습을 지켜보려 했었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자신을 찾는 천사가 있어서 포기해야 했다. 지루해, 따분해. 일탈이 필요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라파엘은 반짝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기다려요, 내가 갈 때까지. 라파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나갔다.
*
*
"라파엘. 너 요즘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음? 그냥 이것저것…"
"그래도 대집회 때는 조금 집중하지 그랬어."
"괜찮아. 일상인데"
"반성을 해라. 반성을"
이것도 중독이라 한다면 중독이다. 하루에 잠시라도 그의 모습을 내려다보지 않으면 라파엘의 머릿속은 온통 그의 생각으로 꽉 차버린다. 결국 모든 천사가 모이는 대집회에서 창피하게 혼나버렸지만 말이다. 어차피 사람만 많을 뿐 라파엘에게 혼나는 건 일상이기 때문에 창피하다란 생각만 빼면 괜찮았다.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가 두 배로 늘었지만, 그마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미 라파엘의 머릿속에 가득 찬 것은 업무를 향한 걱정이 아니라 그에 대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도, 참 바보 같지.
"참 불쌍하네"
"뭐? 갑자기 왜?"
"이 사람, 안 됐어. 좀 봐봐"
라파엘이 담당한 업무는 인간계에서 명을 다한 인간들의 정보를 정리하는 담당이다. 그러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사인들을 접하게 되는데 가끔은 인간들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서로 죽이고 서로 죽이는 것,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파엘은 가끔 업무를 보다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천사인 그들에겐 그것에 대한 의미를 둘 가치조차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서로 죽고 서로 죽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가치를 메긴다. 물론 가끔 정말 의미 없는 죽음을 보기도 하지만 말이다.
업무상 많은 죽음을 보게 되지만 라파엘은 단 한 번도 안타깝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반면에 자주 혼나서 늘 상 업무가 두 배로 늘어나는 라파엘을 도와주는 라구엘은 매번 안타깝다고 하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런 것을 보며 라파엘은 항상 라구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종이를 읽기 전까지만 해도 라파엘은 오늘도 시작이네 라며 라구엘을 향해 혀를 한 번 찼지만, 오늘은 뭔가 조금 달랐다. 매번 감정 없이 업무를 보는 라파엘이지만 라구엘이 넘기는 종이를 받아 읽으니 라파엘은 가슴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굳이 따지자면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 느낌이 싸한 것이 라파엘의 기분을 축 늘어트리게 했다.
"항상 날 보며 이해 안 된다고 하더니"
"몰라, 모르겠어. 좀 이상한 거 같아"
"그러고 보니까 이 사람, 너랑 좀 닮았어."
"잔말 마! 천사랑 인간이 닮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왜? 그러는 너는 왜 하루가 멀다하고 인간계를 내려다 보잖아"
"그거야, 뭐…"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야. 침을 꿀꺽 삼키곤 눈을 감은 라파엘이 생각했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캄캄한 어둠 앞에 아까 전 종이에서 봤던 글자들이 떠다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름이 백현, 변백현이라고. 아무래도 잊기 힘들 것 같다고 라파엘이 중얼거렸다.
"라파엘! 미쳤어?"
"아니. 안 미쳤어."
"지금 인간계를 가겠다고? 장난해?"
"장난 아니야. 진심이야"
"사리엘님께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걱정하는 라구엘의 어깨에 라파엘이 손을 척, 올렸다. 잠깐 갔다 오는 거야. 괜찮아. 한소리 하려던 라구엘이 입을 꾹 다물었고 라파엘은 그렇게 걱정하는 라구엘에게 등을 보였다. 정말로, 괜찮은 걸까? 걸어가면서도 몇 번이나 제 자신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나 물을 때 마다 항상 라파엘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글자는 괜찮다라는 말이었다. 그 말 말고는 라파엘의 머릿속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기 얼마 지나지 않아 라파엘은 벌써 도착해버렸다. 침을 꿀꺽 삼키곤 멍하니 문을 바라봤다. 라구엘에게 말은 덤덤하게 했지만, 막상 나가려니 긴장이 되는 라파엘이었다. 들키면 끝장이다. 긴장으로 온몸이 떨리는 것만 같은 라파엘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인간계로 가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남들이 들으면 그냥 인간이랑 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단하다. 물론 인간들은 천국 계로 가지 못하지만. 이곳은 인간계와 마찬가지로 지역이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각 지역의 구석에는 으스스할 정도로 소름 돋는 울창한 숲들이 있다. 그 숲을 헤치고 나가면 문이 보이는데 그 문을 통해서 인간계로 나갈 수 있다. 요약하자면 문만 열어서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면 아무나 다 인간계로 가는 것 아니냐고? 실은 이 숲은 엄청하게 무섭다. 라파엘의 몸이 떨리는 이유는 들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이 숲이 너무 무서워서 떨리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아무나 인간계에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무 문제 아니면 절대 나가지 못한다. 업무 문제로 나간다해도 사리엘에게 허락을 맡고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라파엘은 업무 문제로 나가는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허락을 맡지도 않았다. 그는 지금 위험한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도 라파엘은 그를 볼 생각으로 이런 위험한 일을 생각해냈고 으스스한 숲도 헤쳐 나왔다. 그리고 그를 한번이라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어떠한 벌을 받아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라파엘은 그를 생각했고 갈망했다. 막상 문을 열려고 하니 처음 그를 봤던 때가 떠오르는 라파엘이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라파엘은 울렁거리는 생소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 너를 만나러 갈게.
유치하지만 드디어 그를 보러 간다.
*
*
복잡했다. 여기가 인간들이 사는 곳이야? 라파엘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든 사람이 아주 바쁘게 허겁지겁 움직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서 보는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것만 같았다. 으, 조금 그렇다. 기분이 싸해짐을 느낀 라파엘은 제 팔을 쓰다듬더니 서둘러 경수를 찾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라파엘을 보지 못한다. 라파엘뿐만 아니라 모든 천사를 인간들은 보지 못한다. 인간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천국 계에서는 인간계를 볼 수가 있고 인간들을 볼 수도 있다. 물론 만지는 것도 가능하다. 라파엘이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참으로 모순적인 관계라고 생각했었다.
분명 이쯤인 거 같은데. 라파엘은 익숙한 거리인 듯 길 가의 건물들을 자세히 바라봤다. 물론 직접 걸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거리는 경수의 회사 근처이다. 천국 계에서 경수를 바라보며 자주 봤던 거리라 익숙함이 물씬 풍겼다. 색색의 빛깔을 뽐내는 옷 가게도 향긋한 커피 냄새가 흘러나오는 커피숍도 모든 것이 일렬로 거리를 따라 놓여있었다. 조금은 장난감 같은 느낌이라며 라파엘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가게들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경수의 회사 앞에 도착했다.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볼 날이 올 줄이야. 라파엘은 새삼 자신의 결단력이 놀랐다. 경수는 언제 나오려나. 라파엘이 회사 앞 큰 시계 기둥을 바라보았다. 5시, 긴 시침이 5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 시간만 기다리면 되겠지. 이 앞에서 기다리다 보면 경수가 나올 것이고 그런 경수를 따라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라파엘은 바닥에 다리를 펴고 앉았다. 어차피 인간들은 날 보지 못하니까. 라파엘은 그렇게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하기 바빴다.
경수가 늦네. 라파엘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봤다. 시계는 벌써 9를 가리키고 있었다. 라파엘은 매번 경수를 지켜봤지만, 경수는 항상 6시쯤이면 회사에서 나왔다. 그걸 퇴근이라고 하던가? 천국 계에서는 출근, 퇴근이란 개념이 없기에 라파엘에게 그런 것은 생소했다. 경수, 오늘은 무슨 일이 있나? 회사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지만 경수는 나오질 않았다. 바닥에 앉아 있는 것도 슬슬 질려오기 시작했다. 4시간 째 기다리고 있지만 경수의 모습은 보일 기미가 없어 라파엘은 괜히 답답할 뿐이다.
"예. 수고하세요."
결국 지루함을 못 참고 꾸벅꾸벅 앉아 졸던 라파엘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뭔가 촉이 온 라파엘은 고개를 들어 회사 문 앞을 바라봤다. 도경수였다. 방금 그 목소리도 경수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목소리도 좋네. 라파엘이 경수를 보며 생각했다. 경수는 이제 퇴근하는 듯 회사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이 두 눈으로 너를 볼 수 있을 줄이야. 감격스러움에 라파엘은 멍하게 경수가 가는 양을 바라봤다. 아, 따라가야지. 번쩍 정신이 든 라파엘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경수의 뒤를 쫓았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천국 계에는 없는 것들. 라파엘은 천국 계에서 인간계를 볼 때 쓰는 거울로 항상 간접적으로 이것들을 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그 두 눈으로 이것들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파엘은 다시 한 번 자신의 결단력이 감탄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두 눈으로 이것들을 볼 수 있을 줄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기다리면 오는 기다란 차, 지갑을 갖다 대니 소리가 나는 기계, 버저를 누르면 어느 지점에서 멈춰서는 기다란 차. 경수야 너는 이런 곳에서 사는구나. 라파엘은 의자에 앉아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한 채 졸고 있는 경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부러운 마음도 잠시, 경수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라파엘이었다. 많이 피곤하구나.
조금 늦게 퇴근했을 뿐이지 경수의 일상은 항상 똑같은 것 같다. 천국 계에서 바라본 경수는 항상 똑같은 일상을 유지했다. 회사에 갔다가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씻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나선 노트북을 꺼내 회사에서 채 못 끝낸 업무를 시작한다. 라파엘이 경수를 바라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노트북을 꺼내 타자를 치는 경수의 모습에 라파엘은 고개를 기웃거렸었다. 라파엘은 지금도 경수가 노트북으로 뭘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일단 천국 계에서는 자택 업무라는 개념도 없고 노트북이란 것도 없기 때문에 라파엘은 경수의 모습에 생소함을 느꼈었다. 물론 지금은 뭐 하는 것인지는 알지 못해도 생소함을 느끼진 않는다. 너무 많이 봐서 그런건진 몰라도. 역시나 오늘도 경수는 라파엘의 생각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경수가 조금은 감탄스럽다.
감기는 눈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머지 업무를 하는 경수의 옆에서 라파엘은 졸기 시작했다. 천사던 인간이든 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똑같다. 인간 위에 천사 있고 천사 위에 잠이 있는 꼴이다. 라파엘이 잠결이 본 시계는 시침이 2를 가리키고 있었다. 경수야 넌 언제 잘거니? 들리지도 않겠지만, 열심히 업무를 보는 경수에게 라파엘은 잔소리를 한 번 해봤다. 잠결에 보는 도경수도 참 멋있구나, 라면서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 경수가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잠 다 깼어. 기분이 조금 나빠진 라파엘이었지만 기지개를 켜며 방으로 들어가는 경수에 경수의 뒷꽁무니를 쫓아 따라 들어갔다. 이제야 자려는지 경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불도 켜지 않고 곧장 침대로 향해 침대에 제 몸을 맡겼다. 그러게 빨리 좀 자. 문 앞에서 라파엘은 잔소리를 해보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긴 못들으니까. 라파엘은 한마디 중얼거리더니 피곤한지 금방 잠이 든 경수의 곁으로 걸어갔다.
"경수야"
"내가 네 꿈속으로 들어간다면 안 믿겠지?"
그런데 믿어야 해. 색색 숨을 고르는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라파엘이 입을 열었다. 흔히들 사람들의 꿈을 엿보는 것은 악마 중에 몽마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천사들도 사람의 꿈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천사는 이것으로 나쁜 짓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몽마들은 꿈을 엿봄으로써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주지만 천사는 반대로 꿈을 엿봄으로써 행복을 준다. 행복이라 하기에도 뭐한 게 그냥 평화로움과 평온함을 주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이 인간에게는 행복으로 전해지지만. 라파엘은 경수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다. 천국 계에서도 쭉 지켜봤지만 경수는 바쁘게 생활한다. 자신에게 틈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라파엘은 쭉 느껴왔었다. 바쁨은 피곤함과 불행, 상실감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라파엘은 그런 경수를 치유해주고 싶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이곳에 온 것이고.
*
*
푸른 잔디들이 깔린 드넓은 초원 그리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그것들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평온함 등을 느낄 수 있다. 일단 행밤감이란 것만 느껴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이 치유된다고 느낀다. 그게 실은 조금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경수도, 똑같겠지? 초원에 대자로 누워있는 경수를 바라보며 라파엘이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정신이 들려나, 하고 라파엘이 생각하기 무섭게 경수가 눈을 떴다. 꼭 저를 알아봐 주는 거 같아서 신기함에 라파엘은 웃음이 났다.
"뭐야, 꿈인가"
"너한테는 꿈이고 나한테는 현실이야."
"너 누구야?"
"나? 너에 대해서 알고 싶은…"
라파엘은 말끝을 흐렸다. 천사라고 하면 진짜 어이 없겠지? 라파엘이 말끝을 흐렸음에도 경수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그냥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꿈 속 허구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게 꿈이야? 너무 진짜 같은데. 예리한 경수의 말에 라파엘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경수가 고개를 돌리더니 이쪽을 바라보며 크고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항상 간접적으로 접했던 경수의 얼굴을 이렇게 직접 접하니 라파엘은 무언가 믿기지 않으면서도 행복했다. 행복,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준다는 천사인 자신조차 얼마 만에 느껴보는 진정한 행복인 것인가. 조금은 놀라운 라파엘이었다.
"이름이 도경수. 맞지?"
"어떻게 알아? 넌 누구냐니까?"
"너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생물이야."
차마 자신의 입으로 사람이라고는 못하겠는지 저를 생물이라 표현한 라파엘이었다. 사람이 아닌 걸 어쩌겠는가. 경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계속 라파엘을 쳐다봤다. 그만 쳐다봐, 닳아. 당당하면서도 어이 없는 라파엘의 말에 경수가 코웃음을 쳤다.
"이게 꿈이면 안 깼으면 좋겠다"
"왜?"
"여기 너무 여유롭고 평화로운 거 같아서 좋아"
"네가 사는 곳도 평화롭지 않아?"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야. 이리저리 치여서 더 다칠 곳도 없는 거 같아"
경수가 참 딱하게만 느껴졌다. 라파엘 또한 일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힘든 것이 아니다. 그냥 계급에 의해 내려진 의무적인 일들이라 많지도 않고 말썽한 피우지 않는다면 늘어나는 일도 없다. 그러나 경수, 경수를 비롯한 인간들은 달랐다. 산처럼 쌓인 일들에 치이고 치여 너덜너덜해진다. 경수 역시 마음은 너덜너덜해져 종이보다 못했다. 하지만 경수는 그런 힘듦을 일로 극복하려 했다. 일종의 일 중독이란 것에 경수는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것이다. 라파엘은 많이 봐왔었다. 그런 일들과 여러 악 요인들이 겹쳐 결국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까지 봐온 그였다. 그래서 더 그렇다. 위허을 감수하면서도 경수를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경수가 느끼는 힘듦이 느껴져서이다. 라파엘은 느낄 수가 있었다.
"여기서라도 느긋하게 지내"
"정말, 여긴 꿈 같지가 않아"
"그럼 현실이라고 생각해"
"나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응"
푸른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경수가 고개를 돌려 라파엘을 바라봤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경수의 말에 라파엘은 숨이 턱 막혀옴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그 말을 할 때 경수의 눈이 깊은 심연으로 변해 그곳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슬픔과 외로움, 그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섞인 깊은 심연 같아 숨이 막혀온 라파엘이었다.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아니. 도경수 28세 그리고 회사원인 것까지만"
"그럼 내 가족, 친구들 그런 건 모르는 거네?"
"응"
경수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순간적으로 경수의 상처를 느낀 것 같아 라파엘은 조금 씁쓸했다. 너에 대해 궁굼한 게 너에게는 상처가 되는 걸까? 입을 앙 다문 채 경수를 바라보며 라파엘이 생각했다. 경수는 여전히 푸른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만은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파엘은 멀뚱히 서서 경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근데 당황하지 않네?"
"편안해서. 굉장히 편안해"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야."
"현실, 이게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라파엘은 경수의 말에 묵묵히 경수를 쳐다봤다. 정말 힘들게 살았나 보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경수를 바라보며 라파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라파엘은 경수를 보면서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라파엘은 그 이유를 생각해보려 애썼지만 매번 답은 나오질 않았다.
"근데 너는 날 어떻게 아는 거야?"
항상 널 쳐다보고 있었거든. 라파엘의 말에 경수는 눈이 동그래져 라파엘을 바라봤다. 스토커야? 동그래진 경수는 귀여웠다. 눈이 동그래지면서 입도 하틈모양이 되고, 어디 하나 빼놓을 곳이 없다고 라파엘이 생각했다. 음… 스토커 같지만, 스토커는 아니야. 라파엘은 동그래진 경수에게 미소를 보였다. 하늘에서는 널 볼 수 있거든. 경수에겐 못 말 할 말이기에 속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뭐야"
"그러게"
"여기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져"
"그렇지? 근데 이제 곧 일어날 시간이야"
"뭐? 정말?"
"응. 아쉽지만 여기서 인사해야겠다. 다음에 또 올게. 그때도 이렇게 맞이해 줘"
"알겠어. 잘 가"
라파엘은 경수의 인사를 받으며 경수의 꿈속에서 나왔다. 꿈속에서가 아닌 이 현실 세계에서 경수와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경수는 여전히 잠에 세계에 빠져있었다. 이렇게 너랑 손 잡고 얘기하고 싶은데. 라파엘은 이불 밖으로 팔만 쏙 빼놓은 채 잠을 자는 경수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다음에 또 올게"
말을 끝으로 다시 천국 계로 향했다.
+)
어디서 끊어야 할 지 감이 안온다. 멘붕
브금도 뭐로 해야 할 지 감이 안온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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