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분명 지금시간은 12시를 훌쩍넘어 달이 번쩍거리는 새벽인데 타이를 끝까지 잠군탓인지 아니면 친구의 생일파티를 빙자해 퍼부은 술기운탓인지 더운 열만 뽀얗게 올라오는 느낌이다.
"어 택시!!"
새벽이라서 그런지 별로 없던 도로에 쌩쌩달리는 차들사이 익숙해보이는 노란 차 한대가 보란듯이 내앞에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아 잘됐다. 슬슬 서있던 시간이 10분이 지나가고있던 때였고 한껏 멋을내려고 신었던 구두때문에 발바닥이 아파오던 참이였으니까 타이밍은 한마디로 굳이였다.
"아저씨,방배동으로 가주세요."
택시 뒷자석에 가져갔던 크로스 백을 던져놓고 그옆에 택시시트가 꺼지도록 엉덩이를 밀어넣어 편한 자리를 만들면서 어디로 모실까요 라는 택시기사 아저씨의말이 나오기도 전에 목적지를 말하자 기사아저씨도 알겠습니다라는말 대신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
"많이 피곤하나 보네."
"..네..에.."
차멀미는 그렇게 심하게는 하지않는 편이고 술기운에 잠이 쏟아오는데 뜬금없이 질문을 던져오는 목소리에 힘겹게 눈을떠 아직 한번도 보지않은 앞좌석을 보자 백미러로 눈이 마주친 눈은 샐긋-나를 보며 웃었다. 응..?왜 저렇게 젊지? 하긴 요즘은 일자리가 없어 이런 야근업무도 한다던 선배들의 말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몇살인데요?"
"...으..하암...그건..왜요.?.."
그래도 귀에 거슬리지않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무방해제되는것같아 한없이 몸이 노곤하다. 오늘 따라 왜이러지. 술을 내가 그렇게 많이먹었던가. 아무리 친구생일이라고하여도 내일이 당장 출근인데 선을 넘을만큼 마시지는 않았던것같았는데 이상할만큼 기분이 좋다.
"내동생이랑 많이 닮아서 그래요"
"아 진짜...요..?"
"방배동 도착할려면 아직 한참 멀었으니까 좀더 자요"
"아..네.."
달린지는 한참 된것같았는데.. 우리집이 그렇게 멀었던가. 아 설마 일부로 먼길을 돌아서 돈을 더 뜯어낸다는 그런 나쁜 기사...라고 생각을 마무리짓기도 전에 부드럽게 움직이는 승차감을 뒤로하고 결국 잠이 들었다.
-
"하...추워.."
여름이여도 밤바람은 추워 감기걸리기 일쑤라던 엄마의 말이 딱 이꼴이였다. 게다가 친구생일이라고 하니 멋좀 내고가라던 형이 추천해준 얇디얇은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 한번 바람이 불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근데 여긴어디야. 창문은 왜 열어두신거지?
"아저...아니..뭐라고 불러야하지..?"
분명 아까 잠시 본 눈은 자주 보던 40대 아저씨들이 아니였다. 잘 생각해 보니 목소리도 담배를 주구장창 피워 가뭄의 땅처럼 쩍쩍 갈라지는 아저씨들의 목소리도 아니였고.
"아 춥다."
일단 그것따위를 생각하는것보다는 내가 왜 여기있는지가 의문이였다. 방배동의 번쩍거리는 건물들의 불빛은 커녕 풀냄새가 폴폴나는것이 영 찜찜하다. 아 맞다 핸드폰.
"...어..?"
멀찍이 던져두었던 가방을 끌어당겨 별것 든거없지만 무릎위로 뒤집어 탈탈 털듯이 흔들어 보았다. 하지만 옆에있는 약한 가로등 노란불빛에 보이는건 혹시 몰라 담아두었던 주유소 휴지 뿐이였다. 뭐..뭐야. 왜없어.
"아나...씨'발.."
그러고 보니 얼마전 엄마가 사주셨던 지갑도 없다. 어따내버린거야 미치겠네. 순간 머리가 패닉이였다. 여기는 어디고 난 누구인가. 이말이 여기써질줄이야 미치겠네. 지갑은 커녕 핸드폰도 없다니. 게다가 이 택시의 주인 아저씨도 없다. 일단 차에서 내려야 뭔가 시작될것같았다.
"뭐야. 왜 안열려."
물론 차창문이 열려있었고 내가 또래 친구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이지만 차창문으로 나갈수있는 요령은 없었다. 아니 왜 안에서 안열리는 건데? 이게 뭐야 경찰차야 뭐냐고?
"기사님!!!!택시 기사님!!"
그래도 목청은 좋은지라 노래방에서도 올리지않던 핏대까지세우며 불렀건만 되돌아오는건 첩첩산중에나 들을수있었던 메아리 뿐이였다.
"이게 무슨일이야...진짜.."
시동도 꺼놓으신듯 차에 달려있던 시계도 알 턱이 없었다. 차키는 물론 없었고. 내..내가 왜 여기있는거야 진짜 이게 뭐냐고.. 눈동자의 움직임이 빨라진거를 스스로 느낄정도로 불안이 커지기 시작했다. 기사님이 설마..
"내가..지금.."
아무리 다른 경우를 생각해도 이상했다. 왜 술에 취한 손님을 목적지로 가지않고 이런 곳에 데려왔는가. 게다가 사라진건 몇만원들어있던 제 지갑과 연락할수있는 유일한 통신망인 핸드폰이 사라진걸로 보아서는 딱보아도 이건 납치였다. 하. 내가?
"허.."
그 흔한 살려달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너무 어이없고 진짜 내가 그상황에빠진게 맞는지. 믿겨지지가 않아서. 슬금슬금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가방을 무릎에 얹어 최대한 차문쪽에 등을 붙였다. 내가 그렇게 비웃음치던 기사속에 주인공이 될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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