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크리스탈] 도망쳐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f/3/af3c723e5d555b917b30bcdef188c65a.jpg)
"이거 뭐야."
종인의 지갑에서 나온 모텔 영수증에 수정은 토독토독 제 손톱을 물어 뜯어댔다.
불안할 때면 늘상 나오던 수정의 버릇이였다. 한참을 손톱을 토독대던 수정의 앞으로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이톤 목소리의 분홍생 원피스를 입은 여자였다. 종인의 동아리 후배라고 언뜻 본 기억이 있던 것 같다.
"수정언니, 오랜만이예요."
"너랑 같이 간거니."
매니큐어가 벗겨진 손톱으로 후배에게 모텔 영수증을 내미는 수정의 꼴은 잔인하리만치 비참했다.
비참했지만 목소리는 담담했다. 배신감과 비참함으로 얼룩진 마음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차가울만큼 담담했다.
과에서 알아주는 커플이였다. 종인과 수정은.
기럭지며 비주얼이며 하나 빠지지 않는 둘의 연애는 탄탄대로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정수정 본인도.
"오빠가 술에 취해서 전화했었어요. 외롭다고, 수정이는 날 너무 외롭게 한다고. 그래서 만났어요. 잤어요."
"지금 이 순간 외롭다고 얘기해야할 사람이 김종인 너인지 나인지 잘 모르겠다."
"미안하다."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미안하다 말하지마. 역겨우니까."
미안하다며 수정의 손을 잡는 종인의 얼굴은 헬쓱했다.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수정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틀어졌는지도 몰랐다. 어제 헤어지자는 종인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이 순간에서조차 차가운 종인의 손이 걱정되다니 수정은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안 자줘서 얘랑 잔거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네가 진도 좀 나갈라고 치면 내가 도망치듯 그래서 그랬던거야? 난 너랑 안 자주니까?"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럼 나랑 자자.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자자. 한 번. 그래야 내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그래."
후배의 커진 눈도 수정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수정이 잡아끄는 힘에 일어난 종인이 아무 말 없이 모텔 앞까지 끌려왔다.
내칠 힘은 충분히 있었다.
종인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모텔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수정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손으로 붇잡았다. 사랑했고 사랑했다. 사랑하고 사랑한다.
오기인지 사랑인지 모르겠다. 바람 핀 남자친구와 아니, 전 남자친구와 모텔 방으로 들어가는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자신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수정은 들어가자마자 옷을 미친 사람처럼 벗어댔다.
하루 새 더 말라보이는 수정의 몸에 종인도 고개를 숙였다.
"우니? 왜 우는데. 기뻐서 우는구나."
"그만하자, 수정아. 그만해."
"왜? 싫어. 난 네가 싫으면 더 하고 싶어. 나 알잖아. 나 원래 이런 애 잖아."
숙인 종인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긴 수정이 종인에게 거칠게 입을 맞췄다.
말 그래도 맞췄다. 감정도 없고, 사랑도 없고, 애정도 없는 입술 박치기에 비릿한 피 맛만이 수정의 혀 끝에 맴돌았다.
순간, 가로등 밑에서 떨렸던 종인과의 첫키스가 기억나는 이유는 뭔지.
수정은 미친듯이 웃었다. 내가 왜, 왜, 왜.
"그렇게 원하면 해. 그래 오늘 죽자, 정수정. 죽자."
상의를 벗어제낀 종인이 수정의 허리를 부서질듯 끌어안았고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수정의 표정에 종인이 웃었다.
무서웠다. 입만 억지로 끌어올린 그런 웃음은 평소에도 수정이 제일 싫다고 말했던 표정이였다.
수정의 목덜미를 한참 지분거리던 종인은 수정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찌릿한 느낌에 젖혀지는 수정의 고개를 다시 끌어당긴 종인의 얼굴이 새하얗다.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이 아니였다.
수정은 자신의 립스틱이 묻어난 종인의 입술을 손으로 한 번 닦고는 침대 밑으로 떨어진 종인의 옷을 주워들어 사랑스러운 아이대하듯 옷을 입혀주었다.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는 종인에게 수정은 뭘 기대했던 걸까.
"행복했지?"
"………………."
"여기서 더 하면 우리 추억조차 밉겠다."
"………………미안, 이 말 밖에 못하겠다."
"잘 지내."
수정은 종인의 등을 떠밀었다.
후배나 잘 챙겨주라며, 헤어졌어도 과 사람들에게 티내지말자고, 오늘 미안했다고.
수정은 울지 않았다. 종인도 울지 않았다.
"도망쳐."
종인이 모텔 방을 빠져나갔다.
김현태
네.
이지훈
네.
김수훈
네.
이유림
네.
정수정
정수정
교수님, 수정이 이제 학교 못 나옵니다.
종인이도요.
둘 다 휴학한건가?
아니요, 둘 다 이제…………………….
도망쳐,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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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