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래요. 안해요 안해. 저도 이 지긋지긋한 회사 그만두고 싶었다구요."
호석은 사장실에서 나와 세차게 문을 닫았다.
"아 몰라. 그래 잘 된거야. 다 때려쳐. 아 짜증나."
입사한지 20일 째 되던 날 호석은 결국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나와버렸다. 꿈에 그리던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그 곳의 날들은 생각만큼 순탄치 못했다.
흔히 말하는 지방대를 나와서 회사 동기들에게 무시아닌 무시를 받고 온갖 궂은 일들은 모두 호석이 도맡아서 했다. 참고 참으며 이악물고 버텼던 호석이 오늘 터져버린 것이다.
"그래. 내가 이 회사 아니면 다른 회사 못가? 아니야 정호석 너 잘한거야!! 날 받아줄 회사는 많을 거라고!!!!!!"
-띠리리링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린다. 호석은 휴대폰을 꺼내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김G랄-
"여보세요."
[야!!!!정호석!!!!!!!!]
"왜. 나 바빠. 끊어."
[아, 왜애애앵 오늘 퇴근하고 술한잔 콜? 내가 너네 회사 앞으로 갈게.]
"태형아. 나 사직서 냈어."
[뭐??????야 뭔소ㄹ.....]
띡----
듣고싶지 않았다. 그냥 단지 혼자 있고 싶었다.
'아...여행이나 갈까?'
호석은 생애 첫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힘들었던 일은 모두다 잊고 새 출발을 하기로 다짐했다. 벌써부터 여행 생각에 설렘으로 가득 찬 호석은 내일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약하고, 숙박시설도 예약하고, 백화점에 가서 평소엔 사지도 못했던 캐리어를 덥석 사버렸다. 그러고는 맘에 걸렸는지 통화목록에서 김G랄을 찾아 전화를 건다.
[야!!!!!!!!!!!너 왜 아까 전화 그냥 막 끊냐!!어???어??????왜 때려쳤어!!!!!!!!왜 왜!!!!!!!!!!!야 정호석 말 좀 해봐!! 너 왜 내 문자는 다 씹냐!!!!!!!!!!!!!!!!]
"아 그냥. 회사 다 맘에 안들고 너무 짜증나서 그만뒀어. 나 내일 여행 갈꺼임."
[무...뭐??어딜로!!야 나도 같이가.]
"유럽으로. 나 그냥 혼자 맘 편하게 여행가고 싶어. 갔다와서 내 인생 다시 시작할거야."
[아..그래. 야 근데 너무 급히 가는거아니냐? 조심해서 갔다오고 가서 연락해.]
"그래."
현재 시각 오후 8시. 호석은 캐리어에 짐을 다 실었다. 마지막으로 비행기 시간이 오전 9시 40분인걸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잠이 든다.
"끄응..."
7시부터 10분마다 울려대는 알람통에 호석이 깼다. 공항에 9시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8시에 일어나 버린 것이다. 시간을 보고 놀란 호석이 화장실로 들어가 10분만에 허겁지겁 씻고 나온다. 놀라운 속도로 30분만에 모든 걸 끝낸 호석이 집을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공항에 도착한 호석은 허둥지둥 뛰어가다가 한 남자와 부딪힌다.
"아..어떡해!!!!!!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호석은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뱉더니 떨어진 물건을 허겁지겁 주워서 뛰어갔다.
"아 괜찮아요. 저..저기요!!!!!!!!!!!"
뒤에서 남자가 부르는 걸 듣지 못하고 호석은 정신없이 게이트를 향해 뛰어갔다. 그러자 남자가 호석을 쫓아가서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선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헉헉..흐아..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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