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크리스탈] 똥개 = 김종인 ; 그 해 여름의 너<BGM 소리크기 주의>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9/3/993b0947baa7984995ee59e4494e9769.jpg)
![[카이/크리스탈] 똥개 = 김종인 ; 그 해 여름의 너<BGM 소리크기 주의>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f/9/6f92a2603d3af7817c791e846abca66b.jpg)
부산스러운 느낌에 잠이 깬 수정은 잔뜩 부은 눈을 부비며 큰 방 쪽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마당을 쓸고 있는 남동생 경수, 걸레질을 하고 있는 아빠, 그리고 수정에게 빗자루를 내밀고 선 엄마.
수정은 세훈이 오는 날임을 직감하고 목 부분이 늘어난 티셔츠를 훌러덩 벗었다.
"다 큰 여자애가 아무데서나 옷 훌렁 벗고! 조심성 좀 있어라."
"아, 몰라. 오세훈은 귀찮게 왜 또 온대?"
세훈은 수정의 사촌이였다. 여름이 되면 바닷가에 사는 수정의 집으로 휴가를 오는데 이번 f/w 시즌 준비 탓에 못 올 것 같다더니 결국엔 오는 모양이다.
세훈은 모델계에서 떠오르는 핫 스타였다. 물론 수정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켜도, TV를 켜도 나오니 수정도 끝까지 부정할 수 없었다.
원수인지 동생인지 모를 경수의 말을 빌리자면 얼굴 착하고, 몸매 착한 훈남 모델로 난리났다던가.
수정은 잘난 사촌 덕에 미간을 찡그렸다. 잘나가는 모델인 사촌과 빈둥빈둥 대학생으로 등록금이나 축 내고 있는 나, 너무 다르잖아.
적지 않은 열등감도 문제지만 세훈이 오는 것이 싫은 이유는 더 있었다.
세훈이 올 때마다 대청소를 하게 되는 까닭에 몸이 피곤한 게 첫번째 이유요, 엄마의 반찬 푸대접이 시작됨이 두번째 이유요, 매번 올 때마다 데리고 오는 친구들의 질이 영 별로였다는 것이 세번째 이유였다.
말끔한 티셔츠로 갈아 입은 수정이 마당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누나, 이번엔 어떤 친구 데리고 올 지 기대되지 않아? 항상 멋있는 친구들 데리고 왔잖아."
"오세훈이 언제 멀쩡한 친구 데리고 온 적 있어? 이번에도 분명 양아치같은 놈일껄?"
"겉모습이 그래서 그랬지 다들 괜찮은 형들이였잖아. 누나, 지금 세훈이 형 온다고 해서 열등감 폭발했구나?"
"아니거든? 누나한테 말하는 꼬라지 하고는. 오세훈 앞에서 그래 봐. 용돈이고 뭐고 없어!"
수정이 소리를 꽥 지르자 화들짝 놀라 무릎을 감싸안는 경수가 웃겨 수정은 번쩍 들었던 빗자루를 내려놨다.
세훈의 싸인을 받아 친구들에게 팔아볼까, 부모님을 닮아 장사꾼 기질이 있는 경수의 책상에는 세훈의 사진이 팔랑팔랑 날아다녔다.
멋진 몸매의 남자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세훈의 사진을 집어 든 수정이 쩝쩝 입맛을 다셨다.
요건 쪼금 부럽다. 고 놈들 참 튼실하네.
사진을 휙 내 던진 수정이 빗자루를 고쳐 잡고 거실을 쓸었다.
아침 일찍 부터 닦으신 건지 어느새 걸레질을 끝낸 아빠가 웃으며 수박을 꺼내 드셨다.
"청소도 다 해가고 더운데 수박 한 덩이 먹자."
"아빠, 난 제일 큰 걸로!"
"제일 늦게 일어나서는 수박은 젤 큰 거 먹는다고? 아서라, 청소나 더 깨끗이 해."
"딸, 앉아서 하나 먹어. 당신도 수정이한테 너무 그러지마. 애 기죽잖아."
"난 아빠밖에 없어. 마귀할멈 이여사."
엄마에게 구박을 들으면서도 수박을 크게 베어무는 수정을 경수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누나는 배알도 없지?
머쓱해진 수정이 입에 남은 수박씨를 마당 쪽으로 뱉으려 고개를 돌리는데 키가 훌쩍 큰 세훈이 손을 흔든다.
그렇게나 반가우신 건지 버선발로 세훈을 맞는 부모님의 모습에 수정은 달달하던 수박에서 씁쓸한 맛이 나는 것만 같았다.
세훈의 옆에서 같이 깍듯이 인사를 하는 멀대같은 친구를 유심히 보던 수정이 소리를 지를 뻔한 입을 틀어 막았다.
맨날 내 팔 물어제끼던 사납던 옆집 똥개랑 똑 닮았다. 그 개 이름이 뭐 였드라, 까이? 카이?
"오랜만이네, 오세훈. 요즘 잘 나간다며? 옆에는 친구분? 안녕하세요, 정수정입니다."
"김종인입니다."
"이번에 종인이는 안 온다는거 여기 풍경 끝내주는 데라고 내가 강제로 데리고 온 거야. 말 좀 없어도 이해해, 친해지고 나면 속 깊고 괜찮은 애야."
평소에 차가운 인상이라 같은 과 선배들도 한 학기가 지나서야 겨우 수정아, 하고 말을 놓은 전적이 있는 수정이였는데 종인은 자기못지 않게 차가운 인상이였다.
평소 까불대는 세훈의 옆이라 그런지 몰라도 과묵한 종인이 수정은 왠지 모르게 불편했다.
세훈의 말로는 평범한 대학생이라는데 세훈과 같이 모델 활동을 한다고 해도 믿을만큼 종인은 훤칠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싸인을 하러 세훈이 경수에게 끌려가고 어색하게 남은 종인과 수정 사이 인사가 오가고 종인이 먼저 건넨 손을 잡은 수정이 이상한 낌새에 몸을 움찔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먼저 악수를 건네면서 손을 있는 힘껏 잡는 사람이라.
여자치고는 작지 않은 키의 수정이지만 종인의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이상하게 꿇리는 느낌이다.
수정은 종인을 멀리 하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멀리. 역시 얼굴만 똥개랑 닮은 게 아니였어.
옆 집 똥개는 수정만 보면 달려들어 수정을 기겁하게 만들던 똥개 중에 똥개였다.
"세훈아, 많이 먹어라. 너 온다는 소리 듣고 이것저것 나름 차려봤는데 입에 맞을 지 모르겠네."
"에이, 이모 음식 솜씨는 친척들한테 다 소문났잖아요. 잘 먹겠습니다. 종인이 얘도 생긴 건 깍쟁이처럼 이것저것 가릴 것 같은데 의외로 다 잘 먹어요."
"그래? 종인아 너도 많이 먹어라. 너희들 잘 먹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 우리 수정이는 편식을 많이 해서 저렇게 말랐다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밥상 차려주면 뭐 해. 엄마 하는 일을 도와주기를 하니, 시키면 그제서야 어영부영 하고. 봐, 저렇게 햄만 찝어 먹고 저런다니까 애가."
"엄마!"
엄마의 공격에 수정은 먹던 밥이 코로 넘어가는 지 입으로 넘어가는 지 모를 지경이였다.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남들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고 그러는지. 괜히 서럽다.
편식을 많이 하는 것도 맞고, 집안일을 나서서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모두 맞는 소리였지만 뭐.
시무룩해진 수정의 표정이 웃긴 모양인지 종인이 자기 앞에 있던 햄 한 조각을 수정 가까이에 있는 그릇 위에 올려 준다.
수정을 놀리는 건지 아님 챙겨주는 의미였는지 헷갈리던 찰 나, 피식 하고 웃는 종인의 웃음에 빈정이 팍 상해 버린 수정이 숟가락을 놓고 일어났다.
밥 먹다 말고 어딜 가냐는 엄마의 소리가 들렸지만 나름 폼 잡으려 박차고 일어난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 신발끈을 더 꽉 맸다.
꼬르륵 하는 배소리가 더 서러웠다.
얇은 티셔츠를 밉살맞게 잡아당기는 수정이였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씩씩 대며 바닷가까지 뛰어 나온 수정이 푹푹 발자국을 찍어내는 백사장 뒤로 누군가의 발자국.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니 주머니로 손을 꼽은 종인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수정을 보고 있었다.
뭔데, 너.
도끼 눈을 한 수정이 종인을 보자 종인이 어깨를 작게 들썩였다.
" 뭐예요? 말 좀 해보세요.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햄 얘기 꺼내자마자 햄 주고. 저기요, 세훈이한테 무슨 얘기를 듣고 오신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처음 본 그 쪽한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제가."
"햄 좋아한다길래, 준 건데. 그게 그런 표정으로 뛰어나갈 일인가."
"지금 왜 반말하세요? 오세훈은 자기는 괜찮은데, 아니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구를 꼭 그 쪽 같은 것들만 사귀드라고요. 사람 보는 눈 좀 키워줘야겠어요."
"나 같은 거? 누가 들으면 나 쓰레기인 줄 알겠다. 말 좀 가려서 하자. 그냥 장난 한 번 친건데 너무 과민반응 하는거 아니야?"
꼭 애 가리치듯 수정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종인의 행동에 열이 뻗친 수정이 종인의 손을 거칠게 쳐낸다.
이 인간 진짜 뭐야?
종인에게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걸어간 수정이 신발을 벗고 바닷물이 고인 웅덩이에 첨벙 댔다.
화를 가라앉히기 위한 수정만의 방법인데 그 모습마저 웃긴건지 종인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절대 안 웃을 것 같이 생겨가지고는 웃음소리는 호탕하다. 더 짜증난다.
아까의 과묵한 그 사람은 어디간거야?
"너 화내는 게 제일 웃기다고 세훈이가 그러던데. 맞네, 진짜 웃기다 너."
"오세훈이 그런 말을 했다고요?"
"구라."
"아!!!!!!!!!!"
발끈한 수정이 해변에 있는 작은 돌을 주워들자 종인이 던져보라는 식으로 얼굴을 쭉 내민다.
종인의 여유있는 표정과 주머니에 꼽은 손이 괘씸해진 수정이 진짜로 돌을 종인의 머리에 던지자 종인의 표정이 굳더니 수정의 팔을 거칠게 낚아챈다.
미간이 구겨진 종인의 얼굴에 살짝 겁이 난 수정이 급하게 사과의 말을 건네자 종인이 잡았던 수정의 팔을 놓아 준다.
잡혔던 손목이 붉다. 이때까지 세훈이 데려왔던 친구들 중 가히 최강이라 생각하며 수정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수정도 주변에서 성질 더럽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독종이였다. 물러설 리 없었다.
잔뜩 독이 오른 수정이 나름 쓸 만하다고 자부하는 가는 팔을 쭉 뻗어 종인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높게 치들었다.
"이거나 쳐 먹으세요. 그 쪽이 먼저 장난질 했으니 엿이나 드세요. 남자가 조그만 돌 하나 맞았다고 화나가지고는. 속은 밴댕이 소갈딱지…… 아악!!!!!!!"
수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정을 들쳐 멘 종인이 성큼성큼 바다 쪽으로 걸어갔고 거센 파도에 놀란 수정이 연신 사과를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을 모양인 지 종인의 발걸음이 멈출 줄을 몰랐다.
이 자식 있는 폼은 다 잡더니 결국 힘 쓰네?
결국 바다 속으로 던져진 수정이 파도에 이리저리로 휩쓸리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경으로 힘찬 발길질로 수영으로 해변까지 겨우 당도하자 종인이 수정의 이마를 툭 밀어냈다.
겨우 일어 선 수정이 종인의 팔을 잡고 물귀신 작전을 펼치자 종인이 다시 수정을 들쳐 메고 좀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간다.
종인의 가슴 팍까지 오는 수심을 본 수정이 발버둥을 치며 종인의 목을 잡고 늘어지자 종인이 수정의 허리를 찰싹 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종인의 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 수정 덕에 종인과 수정은 바다 속에서 서로 끌어안는 요상스런 포즈가 되고 말았고 먼저 이를 눈치 챈 종인이 수정을 바닷 속에 떼어놓고 먼저 해변으로 걸어 나갔다.
"나가면 뒤졌어 이 개새끼야!!!!!"
바닷가에서 21년을 살았지만 수영이라고는 해변 근처에서 파도가 잔잔할 때 몇 번 해본 게 다인 수정이 바닷물을 겨우 발로 차내며 거친 파도에 맞섰고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종인이 그림같은 포즈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정에게 헤엄쳐 가는 동안 물 속에서 눈을 꼭 감고 종인이 오는 쪽으로 손을 뻗으며 수영다운 수영을 하지 못하는 수정의 모습이 귀엽다고 느낀 종인이였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개헤엄 뿐이라고!!!!!!!!! 지금 그 쪽 때문에 내가 죽을 뻔 한거 알아요?"
"수영 못 한다고 말을 하던가. 아동바동 거리는 꼴 잘 봤어. 아까 개새끼라던 그 패기는 어디가고?"
"그때는 진짜 죽을 뻔 했으니까 그랬죠. 그리고 저 말 같은 거 잘 못놔요. 제가 존중해주는 만큼 상대방도 절 존중해주길 바라거든요. 그 쪽은 존중해줘도 절대 나 존중 안 해 줄거 같지만. 근데 그 쪽 머리가 어디 아픈 거 아니예요? 나이 스물하나 먹고 MT온 것도 아니고 여자를 물에 빠뜨리기나 하고. 오세훈보다 이상한 사람은 진짜 처음이네요."
"그냥 바다에 와서 들떠서 그런가."
"혹시 저 마음에 들어서 이러는거면 저는 매너남에 끌려는 편이니까 나쁜 남자 컨셉은 바꿔주길 바래요."
"나 세훈이 친군데?"
혹시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있어서 이러나 잠시 생각했던 수정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어졌다.
종인은 세훈의 친구였고 모델인 세훈의 곁에는 세훈과 어울리는 여자 모델들이 가득할거고 종인도 그 여자들과 어울릴텐데.
그런 예쁜 여자들을 놔두고 바닷바람에 머리가 다 엉켜버린 나에게 관심이 있을리가.
혼자 착각한 게 부끄럽다가 그게 아니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나 싶은 생각에 수정은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 몰라 몰라.
물에 빠진 생쥐 꼴인 수정의 모습에 웃던 종인이 자신의 꼴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는 젖은 담배를 그대로 주머니 속에 넣었다.
수정의 몸에 딱 달라붙은 하얀 티셔츠를 왠지 쳐다볼 수 없는 종인이였다.
"브래지어 다 보이는데."
"요즘 일부러 씨스루라고 속옷 보이게 입는 옷도 입는데요 뭐."
의외로 태연한 수정의 태도에 흐응, 하며 종인이 뒤로 누웠고 피로해진 수정도 종인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어느 새 어둑해진 하늘이 별 천지다.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며 볼록해진 배를 두드리는 수정이 자꾸 귀여워 보이는 종인이였다.
"어릴 때 동네에 내 팔을 맨날 물어제끼고 나만 쫓아다니는 똥개가 있었는데요. 그 쪽이랑 똑같이 생겼어요 느낌이. 이름이 카이였는데."
"처음인데. 살면서 개 닮았다는 말."
"진짜 닮았어요. 하는 짓도 똑같고. 이유없이 나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난 것들."
똥개 얘기를 하며 볼에 바람을 한껏 집어넣은 수정을 보며 벌떡 일어 난 종인이 다시 주저 앉더니 수정의 위로 픽 쓰러졌다.
갑자기 짓누르는 종인의 무게에 숨쉬기가 힘들어진 수정이 종인의 어깨를 세게 내려치자 종인이 고개를 든다.
표정 모를 종인의 얼굴에 의아해진 수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 위로 종인의 커다란 손이 덮혔다.
"난 그 개가 왜 널 물려고 했는지 알겠어."
그 말을 끝으로 종인은 세훈보다 먼저 수정의 집을 떠났다.
수정이 둘러대는 말로 종인이 먼저 간 이유를 묻자 돌아오는 대답은 몰라, 하는 세훈의 멀뚱한 대답 뿐 이였다.
침대에 누워서도 자꾸 어른거리는 종인의 얼굴에 수정의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홀린거야, 그 자식 구미호였던거야.
남자친구가 없던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래? 정수정 너 왜 이렇게 가벼운 여자가 됐니.
아무리 자신을 타이르고 타일러도 자꾸 종인이 생각나는 수정은 쿵쿵 벽에 머리를 박았다.
"벌써 내일이 시험이네."
"야, 대학생활 하는 것을 복으로 생각해라. 디자이너 선생님이 나 살쪘다고 해서 관리 들어갔는데 진짜 죽을 것 같아."
"그 만큼 돈이 들어오잖아."
"시험 끝나면 방학이잖아. 아, 방학얘기 나와서 말인데 이번 겨울에 경수 올라오거든. 서울 구경한다고. 너도 경수랑 밥 한 끼 같이하자. 이번 여름에 봤지?"
"걔 누나는 잘지낸대?"
"수정이? 네가 다른 사람 안부를 다 묻고 별일이다. 전화해볼게."
경수와 전화를 하던 세훈이 놀란 듯 전화기를 귀에서 멀리하더니 종인에게 OK사인을 보냈다.
종인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정수정 서울 올라온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났다. 원래 서울 시끄럽다고 싫어하던 애인데 왜 이러지? 경수랑 같이 올라올 것 같든데 만날래? 바쁘냐?"
"너 만큼 바쁘겠냐. 보지 뭐."
간만이였던 세훈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종인 앞에 하얀 눈이 쏟아졌다.
"정수정, 이번엔 정말 물어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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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