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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잘큐 

 

 

 

“점장님. ○○○씨 왜 안 와요?” 

 

“아아- ○○씨 체해서 오늘 못 온대. 왜, 안 오니까 걱정되냐?” 

 

“개뿔이나. 그냥 없으니까 물어본거에요.” 

 

 

 

뉘예, 뉘예. 그러시겠죠. 

얄밉게 웃어보이며 사라지는 점장의 뒷모습에 조용히 엿을 날린 백현이, 마저 테이블을 닦기 시작했다. 

그녀가 체한 경우는 많이 봤다지만 이렇게 저에게 말을 안 하고 쉬는 날은 처음이었다. 

물론 같이 일한지 겨우 한 달 되어가는 터라 처음이고 뭐고 할 것도 없긴 했지만. 

왠지 백현은 그녀가 체한게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괜히 섭섭했다. 

왜 평소처럼 나한테 먼저 말하지 않았을까? 

 

 

 

“…약이나 사가야겠다.” 

 

 

 

죽도 좀 사갈까. 밥도 잘 안 먹는데 죽 사간다고 먹으려나. 그냥 간단하게 전복죽 사주면 되겠지? 

약은 펜잘큐 사야지. 아프지마요, 괜찮아요- 참지도 마요, 나를 믿어요- 

 

집주소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찾아가는 건 처음이었기에, ○○에겐 미안하지만 좀 들뜨는게 사실이었다. 

한 달 전부터 같이 일 하면서 썸 아닌 썸을 타는 사이에서 더 발전할 기회일지도 몰랐다. 

 

 

 

“야, 변백현! 오늘 대충 끝내고 죽 좀 사서 ○○씨 집 좀 가봐라!” 

 

“네-에? 제가 왜요오?” 

 

“…뭐야? 잔말말고 갔다와! 알았지?” 

 

“크흐흐흡…뭐, 점잠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발음까지 형편없이 새고 있었다. 

‘뭐? 점잠님? 저게 돌았나.’ 정색을 하고 돌아서는 점장의 뒤에 꾸벅 감사 인사를 한 백현이 주먹을 꾹 쥐고 팔을 휘둘렀다. 

이로써 변명할 거리도 생기고 완벽했다. 

○○씨, 기다려요. 내가 갈테니까! 

 

 

 

* * * * * 

 

 

 

딩동- 

 

 

 

“시바알- 이런 때에 누구야….” 

 

 

 

내장까지 녹아내려서 밑으로 새는 듯한 느낌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맘 같아선 배를 따로 분리해서 일주일 후에 다시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생리통이 유독 심한 터라 남들보다 더욱 그랬다. 

배를 움켜쥐고 거의 기다시피해서 현관문을 연 ○○은, 제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의 형태에 바보같이 소리를 질렀다. 

 

 

 

“으어억!! 백현씨, 여길 왜….” 

 

“○○씨 아프다고 해서 죽이랑 약 사왔어요. 이번엔 뭘 먹고 체한거에요?” 

 

“네? 아, 그…피자요, 피자! 하핫….” 

 

“또요? 피자 진짜 좋아하는건 알겠지만 안 체할 정도로만 먹어요.” 

 

 

 

들어오라 권하기도 전에 자연스레 집에 발을 들이며 걱정어린 말을 뱉어내는 백현에게 ○○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대신 빛의 속도로 화장실로 달려가 몰골 상태를 재정비했을 뿐이었다. 

그녀가 토하려는 줄 알고 화장실로 따라 오다가 마침 문을 열고 나서는 ○○ 덕분에, 하마터면 백현의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을 뻔 했다. 

이마라기보단 앞머리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지만 아무튼 말이다. 

둘 다 놀라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얼굴에 붉게 열을 올렸지만 내심 아쉽단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괘, 괜찮으면 죽 좀 먹어요. 식겠다.” 

 

“아…고마워요. 맛있게 먹을게요.” 

 

 

 

진심이었다. 지금 이 기분, 이 배경이라면 ○○은 죽은 물론 싫어하던 가지나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배경이란 건 단연 백현을 말하는 것이었다. 

숟가락을 들고 식탁에 앉은 저에게 물도 떠다주고 옆에 휴지도 놓아준 백현은, 그녀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멀뚱히 자신이 먹는 모습을 쳐다보는 백현 덕분에, ○○은 먹으면서도 예쁜척 내숭을 떨며 먹어야했다. 

오래된 커플이나, 오래되지 않다고 해도 커플이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의 상태는 오묘한 썸 관계.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아직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안될 것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나른한 눈빛을 하고 턱까지 괴곤 쳐다보는거! 반칙이란 말이다! 

죽 먹는데 설레게…흐흐흐. 

하지만 행복도 잠시였다. 생리통의 쓰나미는 아직 물러가지 않았으니. 

 

 

 

“으으으아-!!” 

 

“○, ○○씨 괜찮아요?!” 

 

“괜찮…지않아요!!! 으악! 약, 약 있어요?!” 

 

“펜잘큐는 있는…” 

 

“그거그거그거그거!!!!” 

 

 

 

지금 펜잘큐고 뭐고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수천개의 바늘이 마취도 않고 배를 꿰매는 것 같았단 말이다. 

급하게 백현이 내미는 약을 입에 털어넣고 단숨에 물과 함께 삼켜버렸다. 

원래 약 먹는 건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진짜 너무 아파서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고 자기 위로를 했다. 

뱃속에서 박유천의 나레이션과 김준수의 화음, 김재중의 고음이 내장일주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프지마요- 괜찮아요- 참지도 마요- 나를 믿어요- 

 

 

 

“○○씨, 괜찮아요?” 

 

“네, 이제 좀 낫네요….” 

 

“식은 땀도 흘리고 많이 피곤해보여요.” 

 

 

 

끼야아아악!! 

걱정스레 말하며 백현의 크고 따뜻한 손이, 제 이마에 부드럽게 닿는 것에 ○○은 입을 쩍 벌렸다. 

동공도 크게 확장되어 있는것이 금방이라도 소리도 지를 태세였지만 가까스로 삼켜내었다. 

 

 

 

“열로 번지면 안되니까 지금 자는 게 낫겠어요. 어서 자요.” 

 

“네? 안 그래도 되는데….” 

 

“빨리요. 내가 식탁 치울게요.” 

 

 

 

백현의 등쌀에 밀려 침대에 눕게 된 ○○이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렸다. 

저를 침대에 눕히고 둘레둘레 제 방을 구경하는 모습을 그저 쳐다보았더니 금세 미안하다길래 고개를 저었다. 

 

 

 

“물수건이라도 올려줄까요?” 

 

“아뇨, 진짜 괜찮아요.” 

 

 

 

마음 같아선 잘 때까지 손이라도 잡아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이불 속에서 손만 꼼지락대다가 눈을 감아버렸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아직 관계도 모호한 썸남을 들이고 잠을 자도 되는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뭐, 백현이니까. 겨우 한 달 남짓 본 사이인데도 묘하게 쌓인 신뢰감에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 눈을 감았다가 바로 뜰 수밖에 없었다. 

 

제 이마를 덮은 앞머리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백현의 입술 때문이었다. 

번쩍 눈을 떠내는 ○○의 시선에 얼굴이 빨개진 백현은 멋쩍게 귓불을 매만졌다. 

 

 

 

“크흠, 잘자요.” 

 

“허…어….” 

 

“내일은 꼭 나와요.” 

 

 

 

제 할 말만 마치고 방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백현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눈에 담고 있던 ○○의 입이 찢어질 듯 올라가기 시작했다. 

백현을 뒤따라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가봤자 뭐할거야. 

그나저나 입술이 이마에 닿다니!! 잠잘 때까지 손은 못 잡아줬어도 이걸로 충분했다. 

나 이제 앞머리 못 감아, 엉엉- 

뻥뻥 이불을 발로 차대다가 기분 좋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씨, 자요?” 

 

 

 

식탁은 물론이고 거실에 잔뜩 나뒹굴던, 누가 봐도 쓰레기들을 힘들여 치워낸 백현이 다시 문을 열었다. 

당연히 곤하게 잠든 이가 대답을 할 리가 없었다. 

흐뭇하게 ○○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던 백현이, 문득 책상에 놓인 달력을 발견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 분홍색 볼펜으로 별표가 쳐있었다. 

무슨 중요한 날인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전 달로 넘긴 순간, 그는 알아챘다. 

설마하여 달력을 더 전으로 넘긴 후에야 확신했다. 

 

 

 

“체한게 아니었네….” 

 

 

 

뭐가 그리 좋은 지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로 자는 ○○을 눈에 담던 백현은 곧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책상에 놓인 생리대와 펜잘큐, 작은 포스트잇에 ○○은 쪽팔려죽는 줄 알았더랜다. 

 

 

 

아, 백현씨…. 

쪽팔린건 둘째치고 뻥튀기라니…. 

하마터면 쪽지를 버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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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콩
< 아프지말고 참지도 말고 펜잘큐! 다음부터 아프면 연락해요. 체했다고 뻥치면 뻥튀기! -변백현^♡^>

왜 때문에 이게 안 뜨지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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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도굉장히아파서절로빙의가되네요ㅠㅠ신알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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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어머 백현씨.....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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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배려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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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ㅠㅠㅠ헐진짜ㅠㅠㅠ변백현 너가 짱이다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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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큥씨 고마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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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으메 루느에요ㅠㅠㅠㅜㅜ이글도 좋네요 세상에..내가곧 ㅅㄹ할껄 어케알구...왜때문에 내 옆엔 배켜니가 없죠...(눈물)..전 고통을 느끼며 이 글을 백번읽어야겠어요ㅇㅇ..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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