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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할수록

 

 

 

 

 

W. SWAN

 

  

 

 

 

 

 

 

01.

 

 



 

 

 

 

쟤야? 수근거림은 늘 그렇듯 당사자에게 더 잘들리는 법이였다. 속닥거리는 목소리들이 공기 사이로 파고들어와 귀를 막는 손가락까지 뚫고 들어왔다. 묵묵히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뭍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가방을 짚어들었다.가방 앞주머니 사이로 비죽 삐져나온 이어폰 끄트머리를 보다가 손을 뻗어 꺼내려고 했다. - 하고 떨어지는 분필가루에 숨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뿌옇게 일어나는먼지가루들에 새까만 교복이 회색깔로 번졌다. 손을 탈탈 털어내는 그를 멀거니 쳐다보다 꺼내려던 이어폰을마저 꺼내 귀에 꼿았다. 그의 갈색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예쁘네 변백현.

   “알아.

   “?

   “그리고.



 

 




축쳐진 가방 한쪽을 매며 뒤돌아 쑥덕거리던 여자애 두명을 콕 찝고 덤덤히 말을 이어나갔다. 너네- 다들려. 최대한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문손잡이를 잡자 매끄러운 감촉이 손에 닿고 되려 깨끗한 손잡이에 하얀 가루가 툭툭 떨어진다. 콜록.하고 한번 기침을 내뱉자 여느때와 다름없이 한바탕 자지러지는소리들이 뒷통수에 박혀왔다. 망설임없이 나온 운동장은 조용했고 운동화를 직직 끄는 소리밖에 울리지 않았다. 수치스럽지도 그렇다고 창피하지도 않다.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휘파람을불어대는 그 소리에 눈을 감고 볼륨을 조금 더 높였다.





미쳐버린 아이들 틈에서 끝까지 나를 보고 있던 그를 한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주저없이뻗어나가는 운동화는 이미 뿌옇다. 울컥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막아내니 오른쪽 바지주머니가 우웅-하고 짧게 울렸다. 액정화면에 뜬 문자내용과 그 밑에 간결하게 써진그 이름에 톡톡거리며 손가락을 놀렸다. 교문 앞에 서있는 차 한대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개새끼야 너나좀봐.]

[바빠.]


 

 




가까이 다가가자 운전석에서 나와 문을 열어주는 그 손길이 깔끔하고 정확했다. 자연스럽게올라오는 불쾌감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였다. 표정을 굳히며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짧게 고개를 숙인다. 잇새로 삐져나오는 한숨에 입을 다물고 차로 올라타자 닫히는 문틈 사이로 저멀리 뛰어나오는 그가 보인다. 빨리 가요. 말 한마디에 빠르게 출발하는 차를 계속해서 쫓아오는그가 바보같았다. 변백현!하고 누가 부른 것 같은데. 잘못들었겠지. 넌 날 부를리 없잖아. 안그래 박찬열? 이어폰 틈새로흘러나오는 노래가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럽다.

 

 

 





*







밥은 먹었니?

.

그 꼴은 또 뭐니?

피곤해요.

백현아.



 

 




-하고 닫혀진 문소리로 넓디 넓은 집안이 울렸다. 쟤가 정말. 혀차는 소리와 함께 그 하얀 손목에 걸렸던 보석들이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벽에 등을 맞대고 주저앉아 웅크리자 사방이 고요해졌다. 밖은 땀이 절로 날 정도로 덥고 습한데 비어있던 제 방은 늘 시원했다. 팔을움직여 느릿하게 가방을 떨구고 방에 딸려있는 문 하나를 열자 새하얀 타일로 둘러싸인 욕실 하나가 제겐 너무 커보였다. 거울에 비친 제 꼴이 우스워 미친놈처럼 웃어대다 소란스러워진 밖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 오셨어요.

죄송해요. 차가 막혀서.

아줌마 가서 백현이 불러와요.

네. 사모님









처음 듣는 맑은 미성에 신경이 곤두서있다가 이내 들려오는 발소리에 욕실 문을 닫고 샤워기를 틀었다. - 하고 내리는 그 물줄기들을 멍하니 보다가 뿌연 먼지로 하얘진교복을 벗어 한쪽 구석에 밀어넣었다. 흰 몸에 울긋불긋 나있는 제 몸을 이리저리 매만지자 또 달아오르는얼굴에 샤워부스 안으로 다급히 들어가 물을 맞댔다. 도련님. 도련님. 자꾸만 들려오는 제 이름에 짜증이 차올라 벅벅대며 얼굴을 문질렀다. 엄마. 나 그만하고 싶어요. 오늘도 끝내 말하지 못한 말이 망울망울 하수구로쏟아져 떨어졌다.


 

 







*




 

 




의외였다. 테라스쪽 커튼이 펄럭거리다가 이내 잠잠해지기를 반복하자시야에 들어온 따뜻한 햇살이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백현이구나. 난 도경수. 하고 말하는 입모양새에멍해져 눈을 깜빡였다. 그래. 정말 의외였다. 새로운 미술 선생이 온다해서 고상한 여선생이 오나 싶었는데 남자다. 그것도젊고, 새하얗고 말랑해 보이는 볼이 실룩거리다 미소짓는 모습에 푹 패인다. 멍한 제 어깨를 두어번 툭툭치더니 이내 흘러내리는 가방끈을 다시 올리는 손가락이 매끈했다. 마른 입술을 혀로 쓰니 그가 다시 한번 미소지었다. 백현아. 방 어디야? 큰 눈을 마주하자 거실 가득 차오른 노을이 제 얼굴에번진다.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가르키자 먼저 앞서 나가는 그 뒷모습에 입술이 달싹거렸다. 선생님. 손을 말아쥐고 내뱉었는데 정작 목소리가 달달 떨렸다.


 

 


머릿속으로만 뱅뱅 울리는 그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그 흰 목을봤을 때부터 그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웅얼거릴 때부터 핀트가 나간 듯 올라오는 미묘한 느낌에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저 입에 뜯기고 싶어.

 

 

 

 


? 하고 돌아보는 눈길에 또 한번 심장이 덜컥거렸다. 멈춰있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겹쳐지는 굴레에 눈을 꼭 감았다. 가슴언저리에서 간질거리던 그 말을 막 꺼내려고 하자 손에 꼭 쥔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제 얼굴에 박혔던시선이 조금씩 움직여 말아쥔 오른쪽 손으로 박혀온다. 백현아?

 

 

 



휴대폰이 아프다. 아니. 핏줄이터져버릴만큼 움켜쥔 그 손이 고통스럽다.

힐끗 본 화면액정에 어깨가 떨리고 손톱이 하얗게 질려갔다.


 

 

 

 



박찬열.


 

 

 




또 왜 전화했어. 이 나쁜새끼야.

 

 

 

 

 

 

*

 

 

 

 

 

 

 

이른 아침의 등교길은 고요했다. 소매 끝에 뭍은 얼룩을 연신 문지르고 있던 찬열이 발 끝에 걸린 돌멩이를 빤히 바라보다 있는 힘껏 발로 걷어찼다. 저 멀리 날아가는 돌멩이 하나가 그리도 가벼워 보였다. 짹짹거리며 지저귀는 새들 또한 전깃줄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스쳐지나가는 먼지마저 가벼운 그런 아침이었다.




저녁내내 전화를 받지 않던 변백현이 괘씸해 이를 바득바득 갈고 나온 학교였다. 어슴푸레한 새벽의 기운이 좋다. 밝게 비추어 모든 걸 꿰뚫어보는 것 같지도 않았고, 어둡고 어두워 제 존재감마저 숨겨버리는 밤 또한 싫었다. 보일 듯 말듯, 애틋하고 무언가 아련한 기분이 마음에 들어 늘 새벽에 홀로 등교하곤 했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책상들 중 역시 눈이 먼저 가는 건 변백현 책상. 어제 제가 떨군 분필가루들이 여전히 뿌옇게 남아있었다. 쯧-. 짧게 혀를 찬 찬열이 긴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가 가방을 대충 벗어 던지고 소매를 올렸다. 청소도구함에 쌓여있는 걸레들 중 하나를 집어들고 화장실로 가 물을 적시는데 거울 속에 비친 제 얼굴이 바보같아 보였다.










왜 내가 변백현 책상을 닦아줘야 하는건데-?











어제 그 새끼가 좆나 불쌍하게 가서 그런거야. 그래. 그런거야. 그 새끼는 오자마자 책상 닦아야하니까 좆나 불쌍해서 박찬열님이 대신 해주는 거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꾹꾹 야무지게 물기를 짜내고 교실로 돌아간 찬열의 앞에 그가 보였다. 하얀 손안에 들려진 손수건도 새하얗다. 사내새끼가 손수건이 뭐야. 게다가 하얀색? 그럴 틈도 없이 자꾸만 잦아드는 숨소리에 찬열의 손에 든 걸레가 초라해졌다.







   "비켜."

   "........"

   "비키라고."








결국 백현에게 성큼 다가간 찬열이 그의 팔을 잡고 당기자 노려보는 백현의 눈이 매섭다. 뭘봐-. 어색한 공기가 버거워 억지로 헛기침을 몇번 콜록이자 그제서야 백현이 눈을 내리깔고 뒤로 두발자국 물러난다. 비켜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젖은 걸레로 미처 그가 닦아내지 못한 가루를 문지르자 뒤에서 지켜보는 눈길로 숨이 턱턱 막혀왔다.









   "야."

   "....."

   "씨발 대답안하냐?"

   "....왜."

   "나 안때리냐?"

   "뭐?"








황당한 찬열의 말에 백현은 기가 막혔다. 뭐 이런 미친놈이 다있나 싶었다. 괴롭힐 대로 다 괴롭혀놓고 다음 날 학교에 와보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깨끗했다. 걸레빤 물에 교복이 푹 젖은 건 당연지사였고, 새로 산 가방마저 더러워진 터라 교문으로 빠져나가기 전 소각장에 들러 가방을 밀어넣고 떠났었건만, 다음 날이 되자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가방에 의아했다. 그게 처음이었다.






어느 날은 제 체육복이 가위와 칼로 난도질을 당해 너덜해져있어 버렸건만, 사물함에 들어있던. 제게는 조금 큰 체육복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누가 대체 이런 짓을. 늘 저를 괴롭히는 건 박찬열이였고, 그 패거리들이 했을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건만. 오늘에서야 알았다.






더럽혀진 책상을 닦아내려 손수건을 꺼내들자 땅에 떨어진 검은색 가방이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 제 뒷통수를 후려갈기며 뛰어가던 박찬열의 가방이었다. 그는 이유없이 백현을 괴롭혔다. 단지 부잣집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모든 아이들이 백현을 우러러 볼때 그 혼자 백현을 괴롭혔었고, 차츰 말수가 적고 사교성이 없는 백현을 재수없게 생각하던 아이들마저 찬열에게 붙어 백현을 괴롭히기 시작했었다.






가장 재수없는 새끼가. 병주고 약을 준다.
사양할게 박찬열. 너 진짜 토나오게 싫거든-?







황당해서 굳은 백현이 찬열에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자 찬열이 멎쩍게 머리를 긁적인다.








   "너 저번에 김종대 싸대기 후려갈겼잖아."

   ".........."

   "그 새끼가 얼마나 빡쳤는 줄 아냐?"

   "그래서."

   "내가 그걸 말리느라고 아오-"

   "니가 왜?"









당연히-. 하고 말을 이으려던 찬열이 잠시동안 머뭇거렸다. 목구멍에서 맴도는 그 말을 겨우 삼키고 백현을 게슴츠레 쳐다봤다. 당연히 변백현은 내가 물어뜯을거니까. 그 말이 여전히 입안에 남아있었다.









   "당연히 김종대가 너 건드리면 그 새끼만 더러워지는 거잖아."

   "........"

   "하나뿐인 불알친구. 너랑 터치해서 더럽히고 싶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조금씩 떨리는 백현의 몸을 당황스럽게 바라보던 찬열이 깨끗해진 책상과 분노에 찬 백현의 얼굴을 번갈아봤다. 백현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고 깨문 입술은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너도 한대 쳐달라고?"

   "야-. 너 우냐?"

   "꺼져."

   "...뭐?"

   "꺼지라고. 더럽다며."

   "야."

   "그만 가."








찬열을 작게 밀친 백현의 손에 힘없이 밀려난 찬열이 멍하게 서있었다. 백현은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꺼내 코를 박았고, 찬열은 여전히 작은 그 뒷통수만 쳐다보고 있었다. 드륵- 거리며 열린 문으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고,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오자 멍하게 서있던 찬열이 가방을 챙겨들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코가 시큰거렸다. 백현은 책상에서 느껴지는 역한 걸레 냄새에 입을 틀어막고 눈을 질끈 감았다. 찬열의 손에 아직까지 들린 걸레를 힐끗보고 결국 참지 못하겠던지 뒷문으로 다급히 뛰쳐나간다. 그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던 찬열은 아직까지 축축히 젖은 걸레를 책상속으로 밀어넣었다. 웃으며 제게 다가와 장난을 치는 종대에게 미소지으며 괜시리 뒷문을 힐끔거렸다.













*














몸이 안좋아요.

변백현. 너 조퇴만 몇번 째인 줄 알아?

정말이에요.

어머님께 말씀드려도 되니?

...아뇨.

학교가 싫은 거야? 친구들하고 무슨 일 있니?








차마 대답하지 못한 말이 머릿속에서 두어번 뱅뱅 울렸고, 백현의 생활기록부를 보던 여선생은 백현의 어깨를 감쌌다. 화장품 냄새가 훅-하고 끼치자 백현이 조금 움츠러들었다. 때마침 매점으로 열심히 질주하던 찬열의 눈에 그 모습이 보였고, 달려가던 종대를 내버려둔 채 창문에 찰싹 달라붙고 귀를 댔다. 무슨 얘기하는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 아-. 저 선생 좆나 목소리 작아. 화장 떡칠녀 주제에.







괜시리 마음이 찝찝하다. 아까 봤던 변백현의 빨간 눈가가 더 축쳐져보여 어딘가 속이 불편하고 체한 듯 답답했다. 변백현은 늘 그랬다. 그를 보고 있을 때마다 속이 답답했고, 모든 걸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죽은 사람마냥 지내는 변백현이 짜증났다. 눈에 거슬렸다. 감정없는 인형처럼 살아가는 변백현을 괜히 괴롭히고,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에 저런 표정도 있구나-. 싶었다.







아-. 근데 왜 저렇게 달라붙어 있어. 둘아 사겨?

씨발. 저 선생 수업 좆나 못가르치는데.

변백현 싫어하는 거 안보여요?








애가 타 복도에 쭈그려 훔쳐보던 찬열의 두 발이 동동 굴렀다. 변백현은 미술을 전공한다고 그랬다. 그래서 손가락이 저렇게 하얀건가. 지나가는 여자애들이 속닥거리는 주요 화제도 변백현이었다. 여자처럼 생긴 곱상한 얼굴에 미술까지. 게다가 실력도 꽤 있어 고등학생 주제에 스카우트 제안도 꽤나 받았었다고. 근데 뭐가 불만이길래 저렇게 표정없이 살아. 욕심많은 새끼가.









   "그럼 결국 집에 가겠다고?"

   "엄마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래 알았다."







짧게 고갤 숙인 백현이 문을 열고 나오려하자 다급해진 찬열은 종대가 사라진 방향으로 다시 뛰었다. 결국 나 때문에 또 집에 가는건가? 자꾸 신경쓰이게 만드는 변백현이 또 짜증나 머리를 또 신경질적으로 긁어댔다. 아-드럽게. 앞에서 중얼거린 종대가 낄낄대며 쳐웃자 약이오른 찬열이 또 달리기 시작했다. 너 이새끼. 뒤졌다.






근데. 변백현 아픈 건 아니겠지?













*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수시 걱정에 엄마는 하루 24시간 과외 선생을 붙여놓았고 그 중 한명은 물론 경수도 포함이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이 전화해대는 박찬열 때문에. 제게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머리가 간질거리자 지끈거리던 머리에 두통약을 꺼내들었다.






똑똑-.







열린 문으로 부드럽게 들어온 경수가 미소지었다. 백현아 안녕-. 밖에 되게 더워. 땀냄새가 조금 나는 그를 바라보던 백현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두통약 한알을 보다 망설임없이 쓰레기통으로 떨궜다. 가방을 내려놓고 제 쪽으로 의자를 끌어당긴 경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오늘은 왠지 두통약을 먹지 않아도 두통이 가실 것만 같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방안을 타고 흰 도화지 위에 흘러내렸다. 여기는- 순간 등에 확하고 느껴지는 온기에 놀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더니 툭하고 떨어진 연필에 숨을 멈췄다. 놀랐어? 미안. 데구르르 굴러가던 연필이 이제까지 계속 신경쓰이던 손하나와 맞닿았다. 고갤 올린 그가 의자를 바로 세우고 앉으라며 톡톡쳤다. 조그맣게 한숨이 삐져나오고 포기한듯 주저앉은 제 눈에 하얀 그 손이 또 어른거린다.









   “여기는- 이렇게. 응?”
   “…………”
   “넌 손이 섬세하니까 조금만 다듬으면-“
   “선생님.”








늘 그렇듯 백현의 감정없는 목소리가 방안을 타고 나른하게 퍼졌다. 왜그러냐는 듯이 고갤 돌린 그 입술에 짧게 맞춰진 그 촉촉함에 경수의 몸을 뻣뻣하게 만들었다. 백현은 좀처럼 보이지 않던 미소를 활짝 지어보였고, 마주 닿았던 입술과 동공에 비친 그 미소에 경수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저 오늘-. 기분 되게 안좋은데."

   "백현아..?"

   "저랑 잘래요?"







툭- 하고 경수의 손끝에서 연필이 떨어졌다. 당황한 경수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사뭇 진지해진 눈동자로 백현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백현의 미소가 가셨고, 경수는 더이상 어벙벙한 미술 선생이 아니었다.






   "백현아."

   "....."

   "고흐는 왜 귀를 잘랐을까."

   "......"

   "네게 주는 숙제야. 그 답을 찾으면."

   "......."






   "그 땐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평소처럼 맑게 미소지은 경수가 가방을 챙겨들고 나갈 때까지 백현은 멍하게 떨어진 연필만 바라보았다. 왜 박찬열이 생각나는지 모르겠고, 왜 괜히 눈물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도화지 안에 그려진 해바라기는 까맣고 까맣다.






도경수는 이제 더이상 백현에게 선생님이 될 수 없다. 그가 떨어트리고 간 연필 한자루가 마음에 걸렸다.





고흐. 고흐라-.





에어컨 바람이 조금 차가워지자 백현은 리모컨을 눌러 껐고, 작동이 완전히 멈추자 고요해진 방안에 백현이 미소지었다.








숙제가 생겨버렸다.

 

 
 
 
---------------------------
 
 
 
 
안녕하세요'ㅅ' 스완입니다.
이 글을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필명을 스완으로 바꿀 예정이기 때문에
스완으로 다시 연재시작합니다^^
혹시..혼동하실까봐..T^T
 
신알신과 댓글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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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EXO/찬백오] 사랑하면 할수록 01  8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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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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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또이런류는처음봄ㅠㅠㅠㅠ맨날찬열이잘사는거만보다갘ㅋㅋㅋㅋㅋ미술하눈변백이라니ㅠㅠ엉엉 다음다음다음꺼는요ㅠㅠㅠㅠ기다리겟슴>_<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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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감사합니다^^!! /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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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ㅠㅠ 진짜ㅠㅠㅠㅠㅠ 찬백오라니ㅠㅜㅜㅜㅜㅜㅜㅠ 찬백오백은 사랑입니다ㅜㅜ 배경음악이랑도 너무 잘 어울리고ㅜㅜ 신알신 하고갈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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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찬백오백은 사랑입니다!! ㅎㅎㅎ 감사해요/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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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후아..................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회원은 아니지만 ....비루한 댓글은 꼭꼭 남길게요!! 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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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감사합니다! ㅜㅜ /하트/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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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허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대박이네요 이 커플은 처음인데 찬백오가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브금하고 글도 너무 잘 어울리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다음편 기다릴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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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찬백오 저도 처음써보는거라......ㅎㅎㅎㅎ 감사합니다!!^^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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