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Last Fantasy
W. 효광 (새벽녘의 햇빛)
한 여섯시간은 잔 것 같은데, 머리맡에 놓인 알람시계를 들어 천천히 들여다보니 어느덧 6시 50분이 다 되어간다.
7시 즈음이 되면은, 그 쯤에 일어나야지. 하고 알람시계를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아아-! 엄마 지각이야 지각!!!"
"누가 몰라?! 그러게 제때제때 일어나라니깐 말도 안 듣고! 얼른 가!"
"다,다녀오겠습니다!!"
낡은 컨버스화에 발을 구겨넣듯 대충 신고 집을 뛰쳐나오니, 등교시간이 5분 정도 남았다. 걸으면 10분, 뛰면 3분 그런데 교실은 3층.
그러니깐 간당간당한 거리인데 미쳤다고 내가 다시 잠에 들었던건지, 멍청한 나의 생각들을 자책하며 무작정 뛰었다.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 아직 여유있는 다른 학교 학생들 틈을 종횡무진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지각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따라 재수가 나쁘려고 하는건지.
-
"○○○."
"......"
"○○○. 안 왔어??"
"어어! 저 여기있어요!!"
알맞게 들어온건가 하며 안심했는데, 1교시가 하필 담임시간이다. 수업을 시작했구나. 서둘러 자리에 앉으니 영문도 모르게 애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그래, 그러면 오늘 음악실 청소는 ○○이가 하게 되겠네. 그치??"
"...ㅈ,제가 왜요?!"
"지각은 교과특별실 청소라고 했지?"
그런 얘기가 있었나,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애들이 웃음을 터트린 이유구나 싶...은 건 둘째치고 교정에서 교장실, 교무실 다음으로 큰 음악실을 내가 청소해야 한다니.
아무래도 내가 혼자 하는 건지, 짝꿍이 내 등을 토닥이며 연신 힘내, 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래... 오늘은 내가 정말 재수가 없으려나 보다.
-
1교시는 담임, 그러니깐 국어. 2교시는 내가 그렇게 싫어한다는 역사. 3교시는 그나마 자부하는 영어. 4교시는... 미쳤다고 체육.
그렇게 어영부영 3시간 50분을 채우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책상 위에 쓰러지듯 누워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청소시간까지 남은 수업들을 꼽아보다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아, 내가 정말 미쳤지.
지금 기분으로는 분명 점심 먹다가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한 감정도 내심 있지만 지금 안 먹으면 청소시간에 쓸 에너지가 안 나올 듯 해서,
아니 사실 말하자면 남녀공학인 거 신경 안 쓰고 내숭없고 쿨하고 힘도 센 나의 친구들 손에 이끌려 급식실로 갔다.
가는 길 내내 비가 와서 종아리로 빗물이 튀기고 땅이 젖어 비린내음이 나고 축축한 기분에 이상한 느낌이였다.
하얀 양말이 조금 젖어 축축했다.
우리 학교는 또 나름대로 점심이 꽤나 맛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듬뿍듬뿍 퍼주시려는 바람에 몇 번을 사양하며 왔는지 모르겠다.
밥 먹는 것도 지치는구나. 내 투정을 들어줄만한 애가 없다, 왜 다들 그렇게 밥만 먹으면 말이 없어질까.
밥을 먹다 말고 혼자 또 무어라 말하는,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저들한테 하는 말인데. 나를 은재가 쳐다본다.
"지지배, 말도 참 많다. 밥 먹어 밥."
"먹을 기분 아냐, 무슨 일 생길 것 같아 정말."
"내가 청소 도와줄테니깐 이상한 소리 말고 먹어."
"아니 나는..."
"○○아. 너는 입만 가리면 참 예뻐. 무슨 뜻인지 알지? 밥 먹자?"
...항상 이런식이다.
그렇지만 점심시간에 밥 안 먹고 애들 방해하며 떠드는 내 잘못도 있는 듯 해 반도 채 먹지 않은 급식을 버리려 일어났다.
"잠깐만, 거기 일어난... 2학년??"
"네??"
아무래도 나를 부르는 목소리인 것 같아 돌아보는 순간, 뒤에서 오던 남자애와 부딪쳐 식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국거리하며, 반찬하며 뒤섞이는 바람에 하얀 교복 와이셔츠에까지 다 튀었다.
그래도 그 남자애는 아무 이상도 없는지 되려 인상쓰는 것도 없이 괜찮냐며 나를 걱정한다.
그 뒤로... 왠 키 큰 남자가 조급히 뛰어온다.
"어? 미안. 내가 갑자기 불러서... 괜찮지? 미안. 가봐."
남자애가 떨어진 식판을 주워 다시 가버린다. 영양사 아주머니가 조급히 오셔서 치우실 때까지 나는 일어나지도 못 했다.
와이셔츠가 얼룩덜룩해졌다. 치마에도 조금 묻었는지 닿는 느낌이 찝찝하다.
키가 큰 그 남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 찬 얼굴을 하고 나를 빙빙 돌려보더니 한숨을 푹 쉬고 잠깐만 기다려보라며 어딘가로 뛰어간다.
잠시 뒤 다시 온 남자의 손에는 자신의 체육복이 들려있었다.
우선 화장실 가서 이거라도 입어. 금방 빨아다줄게, 남자는 내게 체육복을 건넸다.
화장실에서 갈아입은 체육복은 내게 정말 컸다. 허리부근이 손으로 쥐어보면 두 주먹 정도 나온다. 팔뚝도 그렇고.
치마는 어떡하지. 흐르는 물에 대충 씻어보니 짙은 색이라 얼룩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몇일 버티고 주말에 빨면 된다.
남자는 괜찮다는 내게서 와이셔츠를 빼앗아갔다. 내일 돌려주겠다며 남자는 줄곧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3학년이다, 근데 나를 부른 이유가 뭐지. 그러나 남자는 놀란 마음에 그걸 까먹은 듯 내 와이셔츠를 가지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체육복에서 아마 남자의 냄새인 듯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효광 사담
안녕하세요 효광입니다.
두번째 달의 얼음연못을 들으며 (비록 경음악이지만) 모티브로 삼으며 써본 Last Fantasy 입니다.
이대훈을 주인공으로 했는데, 거의 후반부부터 나온 느낌이 드네요;
위 글에서 나온 3학년 남학생이 이대훈입니다. ...예 그렇습니다...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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