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화를 해놓고 왜 말이 없어, 무슨 일 있어??"
"...대훈아... 나... 그 사람이랑... 헤어졌어..."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애써 울음을 꾹 참아가며 한 자 한 자 말을 이어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두 눈가가 붉어졌을 네가 자꾸만 생각나.
겨우 너를 달래고 전화가 끊음과 동시에 입에선 욕이 터져나온다. 너를 이제라도 가질 수 있다는 그런 기회가 생겼다는 기쁨?
그것보다는 너보다 잘난 것 없는 그 놈이 너에게 모질게 대하고 그렇게 떠나버렸다는 것에 대한 분노. 그렇게 너를 천대하던 그 놈에 대한 증오.
단박에라도 그 놈에게 달려가 한 대 시원하게 때려주고 욕을 해주려던 마음을 억누르고 너의 집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이상하게 나는 이만큼 조급한데 택시가 잡히지를 않는다, 차키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달리는 게 제일 빠를 것같아 두서없이 달렸다.
갑자기 달려서 그런건지 아니면 기대를 해서 그런지 심장이 쿵쿵 뛴다. 입술 틈을 비집고 미소가 새어나온다.
[이대훈] Feel So Bad
W. 효광
우편함을 뒤적여 비상열쇠를 꺼냈다. 엘리베이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자꾸 5층에서 멈춰 내려오지를 않는다.
짜증이 나도 꾹 참았다, 너를 만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내가 섣부른 행동을 않게 기다려야만 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사람들이 내리고 올라타서 8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천천히 닫기고 심호흡을 했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하면 좋을까, 그 놈 욕을 한바탕 해줄까. 아니 아마도 너는 아직도 그 놈을 사랑할 것이다. 내가 욕하는 걸 흉하게 듣겠지.
엘리베이터가 8층에 멈추고 긴 복도를 느릿하게 걸었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도어락만 되어 있는건지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린다.
집 안은 오히려 잠잠했다. 울고불고 할 줄 알았던 너는 소파에 등을 기대 몸을 말고 조용히 울고 있었다. 옷 소매가 다 젖은 것이 보였다.
탁자 위에 올려둔 티슈는 하나도 쓰지 않은 건지 주변이 너무나도 깨끗했다. 티슈를 들고 니 옆에 가 앉아 등을 토닥였다.
니가 고개를 조금 돌려 나를 쳐다본다, 오랜만에 보는 너의 민낯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입술을 조그맣게 뗐다 다시 입을 꾹 다물고 울상을 한다. 긴 머리가 엉켜있다.
"그만 울어 눈 부어..."
"......"
"괜찮아...괜찮아질거야...그만 울자..."
너를 조심히 안아주었다. 나를 밀쳐낼 줄 알았던 너는 되려 더욱 안겨오며 내 허리를 끌어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 하고 너는 눈물을 흘리는 것 대신 천천히 숨을 고른다. 뜨거운 숨이 가슴팍에 와닿는다.
얼마나 울었을까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에 부들거리는 손으로 내 번호를 눌렀을 니 모습이 자꾸 그려져 나 역시 서글퍼진다.
내 옷깃을 꼭 붙잡는 손이 파르르 떨려온다. 너의 등을 토닥이며 한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가슴팍에 기댄 머리가 조금 들린다.
"...나...어떡하면 좋지 이제?"
"......"
"모르겠어... 분명... 나한테 잘해준 것 하나 없는 사람인데...그러면 이렇게 끝낸 게 잘 된건데...이상해..."
"잘 된거야, 잘 한거야 괜찮아 그 놈이 나쁜 놈인거지..."
"대훈아..."
아직 물기 어린 목소리지만 너는 제법 진정이 된 듯 이젠 숨을 헐떡이는 것도 없이 나를 쳐다본다.
...그래 울음이 그친 모습을 봤으니 나는 다 된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너를 떼어놓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상하게 너의 시선와 손길이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하는 나를 따라온다.
"...어, 어디가?"
"집으로 가야지, 너 울음 그친 것도 봤고..."
"......"
"...갈게"
"...하, 하루만! 하루만... 나랑 있어줘..."
나와 닿으면 부서질 것 같은 손길이 내게 닿는다. 조그만한 입술이 내 발길을 붙잡고 하루만 같이 있어달라고 내게 말한다.
...그래 오늘 하루만.
다시 니 옆에 가 앉으면 무언가 어색한 공기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느낌이 들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너는 손장난을 치고 나는 그 모습을 안 보는 척 관찰한다.
저 손과 깍지를 끼던 그 손은 더이상 없다. 저 손목을 잡아내던 그 거칠던 손길도 더이상 없다.
나와 너의 사이에 되려 의문을 품고 시기할 그런 되도 않는 행동들을 할 사람도 없다.
더 이상.
-
내 옆에서 니가 잠을 자지 못 하고 자꾸 뒤척이는 게 느껴진다. 내가 깨어있음을 확인하려 너는 내 쪽으로 얼굴을 내밀고 쳐다본다.
"...대훈아, ...자??"
"아니,"
"왜 안 자-"
니가 옆에 있는 데 내가 그냥 쉬이 잠들 수 있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저 미세하게 웃어보였다.
너는 그래도 기분이 좀 나아진 건지, 잠도 안 오고 심심하다면서 투정을 부린다.
끝말잇기를 하자면서, 내 팔을 쿡쿡 찌르기도 한다. 내가 너를 뿌리치고 집에 갔다면 너는 울고있었을지고 모른다.
"내가 먼저 할게, 음...버스??"
"...스위스"
"...흐음...음...어...어! 스키!"
모르고 그런건지,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을 겪게 하는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으로 너는 내게 얼른 하라고 재촉한다. 하필이면 단어가 그거밖에 생각 나지 않고 순간 계속 니 입술만 보인다.
"...키스."
조금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는 니 모습이 보인다.
얼른 하라고 재촉하려다 그냥 가만히 두기로 했다. 나만큼 혼란스러울 너를 위해.
"...대훈아..."
"...쳐다보지마"
"......"
"하고싶어져."
너를 더 갖고 싶어져.
"좋아해."
+)효광사담
뽑뽀 넣으려다가 그러면 여주 멘붕 올 것 같아서... 예 그렇습니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국대;이대훈] Feel So Bad 23
13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