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던 목소리, 흐린 하늘, 시끄럽게 떠들던 여고생 3명, 따분한듯 하품을 하던 종업원 1명, 조금씩 굵어지던 빗방울, 액정이 깨져버린 핸드폰,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반지, 1분이 1시간 같이 느껴지던 시간들, 아무말도 없이 바닥만 쳐다보던 너의 올곧은 시선, 붉은 목도리, 갈색 코트, 그리고 또, 습관처럼 그 날의 기억을 더듬던 아이는 옥죄여오는것만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뒤돌아 떠나던 그 사람의 환영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소년은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입안으로 울음소리를 삼키고 흘러내리는 빗방울같은 눈물에 아려오는 심장을 막지 못한채 붉어오른 두 눈처럼 붉은 달이 어서 사라지길 바라고 있는다.
비는 내리고, 너는 떠나고 , 나는 남았고, 또, 나는, 나는 뭘까? 한참 후에 생각한 물음들은 울음을 그치게 하고 폭풍처럼 몰아치던 마음을 가볍게 진정시킨다. 나는 뭐지? 오랜 침묵만이 조용한 집안을 애워싸고 의식은 천천히 흐른다. 답이 없는 질문을 위해서, 말라가는 손 끝, 암울하게 빛나던 두 눈, 짤막한 손톱, 색을 잃어버린 입술, 간간히 뱉어내는 신음같은 한 숨, 거울 속에 비친 소년의 모습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끝이 없는 애정의 늪에서, 지울 수 없던 마음에서, 넘실넘실 넘쳐오르던 가슴 한 켠에서 조용히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침대 옆 협탁에 놓은 붉고 하얗고 노란 약들, 그리고 버려지듯 방치된 액정이 깨저버린 핸드폰, 아무 무늬도 없는 반지 하나, 구겨지고 찢겨나간 사진 하나, 붉은 목도리, 그리고 버려지듯이 떨어진 또 다른 반지 하나. 한참을 쳐다보다 다시 침대 위에 누워선 아무 무늬없는 천장을 쳐다보다 옆으로 살짝 돌아누으면 토닥이던 손이, 쓰다듬어주던 손 끝이, 텅 비어버린거같던 마음까지 감싸주던 따스한 폼이, 다시 한번 날 찾아오고, 소년은 미소를 짓는다. 한 겨울의 바람보다 더 꽁꽁 얼던 마음을 녹여주던 살내음, 깍지를 낀 손에 땀이 찰 정도로 따뜻하던 그 손이 차가운 공기 사이로 느껴진다.
꿈을 꾸자, 너를 만나기 위해서, 너를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나는 멈춰버린 시계바늘 속에서 깊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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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미없는글,시작은 성종이와 우현이었으나 끝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끝으로 가을이 올 때까지 깊은 여름잠에 빠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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