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점심때가 다 되어 일어나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티비만 봐도 그저 기분이 좋은 날.
밀린 빨래를 하기에도 좋은 날...인데
누가 참 비협조적으로 구는 바람에 물 건너 간 것 같다.
"재워줘."
"방금 전까지 자고 온 사람이 누구더라?"
"방금 전까지는 침대에서 잔거고, 지금은 형 무릎이잖아."
"됐네요, 얼른 일어나. 나 빨래도 하고, 우리 점심도 먹어야 돼."
"아, 내가 도와줄 테니까, 재워줘. 얼른-."
자꾸 이렇게 져주면 안되는데, 무릎을 베고 누워서는 재워 달라고 되지도 않는 앙탈을 부려 대는 덕에
오늘까지만 딱 넘어가 주기로 한다. 밑에서 보면 못 생겼다니까, 말 진짜 안 들어.
재워 달라더니 정말 졸리긴 했던 모양인지 눈을 감고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뱉는다.
예쁘게 감긴 눈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속눈썹을 한번 쓸어내고,
주인을 닮아 잘생긴 콧대도 만지작대다 입술로 천천히 내려오는데,
입꼬리가 올라간다.
"너 안자고 있었지."
"형이 나 깨운 거잖아."
"거짓말. 일어나 얼른."
"아, 뽀뽀해주면."
"...뽀뽀는 무슨 뽀뽀야.“
“뽀뽀 싫으면 키스? 키스해주면 내가 형 도와줄게.”
...와, 김민규 진짜 거짓말 잘 친다.
아까는 재워주면 도와준다며-,하고 얘기를 꺼냈더니 내가 제 잠을 깨웠으니 약속이 무효란다.
이건 또 무슨 억지 논리야. 이럴 땐 내가 애를 키우는 지, 연애를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짓궂게 구는 민규에 삐진 티를 내며 입술을 비죽 내밀고 있자 피식 웃곤 손을 올려 입술을 만지작 댄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눈을 꼭 감고 민규에게 입을 짧게 맞추고 떨어졌다.
“됐지? 안 도와줘도 되니까 얼른 일어,”
일어나...라고 하려고 했는데. 짧은 뽀뽀에 씩 웃더니 내 뒷목을 살짝 잡아 제 쪽으로 당기는 민규에 그대로 숨이 닿을 거리까지 내려갔다. 여전히 스킨십에는 익숙해지지 않아 발개진 얼굴을 하고 민규를 바라보는데 눈을 맞추고 웃더니 그대로 입술을 감쳐문다.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에 눈을 꼭 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손은 주먹을 꼭 쥐고 있다 숨이 막힌다는 뜻으로 어깨를 콩콩, 때리자 그제서야 뒷목을 놓아주곤 읏차, 소리를 내며 일어나 제 볼을 꼬집는다.
“난 형 도와주고 싶다니까. 이렇게 말을 못 알아들어, 그치.”
볼을 몇 번 흔들다 정말 도와주려는지 세탁기 버튼을 꾹, 꾹 눌러대는 민규를 흐뭇하게 바라보니 시선이 느껴졌는지 뒤로 돌아 피식 웃는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에 밥을 차려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내게 달려와 나를 소파에 앉히곤 제가 점심을 차리겠단다.
“...너 진짜 할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나 그렇게 못 믿어?”
“아니, 너는 믿는데...”
그럼 가만히 앉아있어. 걱정스런 말을 내뱉는 나를 기어이 소파에 앉히곤 부엌으로 가 항상 내가 두르던 앞치마를 서툴게 맨다.
“형, 자기야, 뭐 먹고 싶어? 말만 해.”
난 니가 만드는 건 다 좋아, 민규야. 웃으며 말하자 역시 형은 나밖에 모른다며 난리를 치더니 나름 뭘 만드는 건지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토요일 오후도,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
-
독방에 올렸던 글 주섬주섬 가져와봅니다....
부끄러우니 숨기로 합니다...(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