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남] 이웃집 이호원 01
동우는 천천히 실눈을 뜨고는 상대를 확인했다. 분명히 울림고 일진 오브 일진 이호원이었다. 혹 호원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그저 동공이 지나가는 길을 훑는 척 재빨리 사물함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왜 왜 이호원이 같은 반이지? 아까 나보다 더 빨리 간 것 같았는데 왜 이제 온 거지? 난 이제 1년을 이호, 호, 호, 호원이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머리가 복잡해오는 것만 같았다. 이런 자신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현의 그저 동우 따라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무 이시키를 그냥 식물원에 팔아버리던가 해야지 막 한숨을 쉬는 순간 뒷자리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동우는 사물함쪽으로 향해있던 시선을 그대로 위로 올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곧바로 누군가의 인중이 눈에 닿아왔다. 음 시야를 좀 멀리 가볼까. 슬쩍 고개를 뒤로 빼자 보이는 건 호원의 얼굴이었다. 헉 호원이가 내 뒤에.. 동우는 뻣뻣하게 몸을 앞으로 다시 돌렸다. 그리고 엎드렸다. 뒤에서 뭘봐,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을 다 이 쪽으로 틀고 있던 아이들이 무슨 주문에라도 걸린 듯 몸을 앞으로 돌렸다. 동우는 한숨을 쉬고는 우현에게 하소연이라도 할까 싶어 우현을 쳐다봤다. 자신을 따라하는 우현이 보였다. 틀린 게 있었다면 동우가 고개를 돌린 쪽이 아닌 서로 마주보는 모양으로 고개를 돌렸단 거였다.
"어쩌냐 짱똥 1년동안 죽어라 피해 다녔는데 다 헛짓 이었네"
우현의 목소리가 좀 큰듯 싶었다. 야 야 야 그러면 다 들릴 것 아니야. 재빨리 우현의 입을 동우는 손으로 막았다. 아오 짜 우현이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 씻었거든 하고 동우가 궁시렁대고는 가만히 손을 떼었다. 뒤에서 성열의 목소리와 호원의 목소리가 마치 이중창처럼 들려왔다.(동위귀에만)
"와 근데 또 같은 반이냐 진짜 너랑 난 운명인가보다 호원아"
"지랄하지마 너 또 무슨 또라이짓 하고 다니기만 해봐 존나 쪽팔려"
"헐 기가 막혀서 너나 정신차려 또 보라색으로 깔맞춤했지 너? 너 작년에 가정환경조사서에 존경하는 인물 부모님 썼더라 존나 기가 막혀서 너 보라돌이 존경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이거 내가 퍼뜨리기만 하면 넌 끝이야 끝"
풉, 동우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예전부터 호원이 그렇게 보라색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라니. 그러고 보니 예전에 같이 텔레토비를 볼 때면 호원은 항상 보라돌이를 주시하곤 했었다. 보라돌이가 진리냐 뚜비가 진리냐로 싸웠었는데 문득 떠오르는 예전 생각이 동우를 아련해지게 만들었다. 장동우 또 정신 놨네 쯧쯔 우현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성열과 호원의 이야기는 울림고 일진들의 살벌한 대화보다는 티비에 자주 나오는 토크쇼와 비슷했다. 말하는 성열과 그에 차갑게 툭툭 던지는 호원이라니. 동우는 몇 번이나 주먹을 자신의 입에 넣으려고 시도했는지 모른다. 물론 종종 담배니 술이니 하는 바른청소년 장동우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래서 내가.."
호원이 말을 하는 도중에 말이 끊겼다. 헉 뭐지 혹시 제가 몰래 듣는 걸 알아챘나 싶은 생각에 동우는 재빨리 놓쳤던 정신줄을 다시 잡았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해도 호원의 말은 이어지지가 않았다. 뭐지? 그러고보니 어째 머리가 무거웠다. 고개를 돌리니 우현이 자신의 머리를 슥슥 만지고 있었다. 얘는 또 왜이러니 장동우 정신줄 놓기병이 우현에게도 옮겼나 싶어 손을 휘휘 저었다.
그에 우현이 왜 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봤다. 아니 난 그저 왜 이러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당연한 일을 한다고 말하면 난 뭐라고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자신이 중학교 때 독후감 쓰기 수행평가가 30점(기본점수)였다는 걸 생각해낸 동우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우현이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가 슬쩍 뒤쪽을 보고서는 말했다.
"나 오늘 너네집 가도 돼?"
"어? 왜?"
"왜기는 우리 짱똥이 해주는 밥 먹으려고 그러지 밥 해주세요 히잉 히잉"
우현이 슥슥 머리를 쓰다듬던 걸 멈추고는 손가락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애교라고도 부를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황정음 누나가 했을 때는 그렇게 고왔던 것이 우현이 하니 어제 저녁에 먹은 밥이 올라올 것만 같아 동우는 아 알았어 하고 재빨리 대답했다. 그리고 우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동우는 힐끔 뒤를 쳐다보았다 호원이 저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것 같아 재빨리 다시 앞을 쳐다봤다. 호원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한숨을 쉬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들어온 담임 선생님은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다. 살짝 아주 살짝 작은 눈 크기에 어째 금방이라도 내 위주로 가자, 라고 말할 법한 분위기였다. 선생님은 정갈한 글씨로 칠판에 김 성 규 하고 적으시고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럼 출석 한 번 불러볼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선생님은 살짝 당황한 듯 그럼 부를게 하고는 출석을 불렀다. 우현이야 앞번호에서 진즉 불렸고 내 이름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우현이의 손 장난에도 묵묵부답으로 답했다. 놓치면 엄청 웃긴 꼴이 될텐데 그럴 수야 없지.
"25번 이성열"
"네!!"
"성열이는 참 활기차구나 음 그래 26번 이호원"
"네"
"27번 장동우"
호원이가 내 앞번호라니 게다가 그 앞은 이성열이라니 당황스러움에 눈만 껌뻑껌뻑 대고 있자 선생님이 다시 동우야? 하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우현이가 내 등을 찰싹 때리고 나서야 정신이 들어 에, 예, 예, 예.. 하고 멍청이같은 대답을 내뱉었다. 엄마 나 진짜 어떻게 해 선생님이 출석을 다 부르고 나자 곧바로 안내방송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은 모두 모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은 혼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다녀올게, 라고 말하고 웃으며 교실을 나갔다. 음 좋은 선생님이군 단지 어딘가 어색해보였다.
우현이와 한창 이야기를 하면서 떠드는데 뒤에서 쿡쿡 찌르는 게 느껴졌다. 잔뜩 당황한 자신 대신 우현이 고개를 돌리는데 자신을 찌른 건 환하게 웃고 있는 이성열이었다. 우현이 자신의 무릎을 툭툭 두 번 쳤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음 넌 남우현이고 넌 장동우지? 반가워 난 이성열이야"
초등학교때 배우던 바른생활에 나온 것만 같은 말투에 동우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성열이 갑자기 손을 불쑥 내밀었다. 어 어? 우리를 부른 건 돈을 얻기 위해서였니 하지만 난 돈이 없는데 이렇게 말을 내뱉으면 인상을 찌푸린 채 돈 좀 가지고 다니라고 하면서 성열이 자신을 밟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아마 우현은 그 옆에서 혼 좀 나라는 듯 저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때 우현이 성열의 손을 잡았다. 아, 악수였구나. 동우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자 우현이 픽 웃었다. 뭐 뭐 나무 이슥기야
"응 반가워.."
"너네도 이 반에 아는 애 너희 둘이구나? 우리도 그런데 아 진짜 친한 애들이랑은 다 떨어지고 하필 이호원 얘랑 붙을 게 뭐야 올 한해도 망했다 진짜"
"그래? 나도 이 문제덩어리 장동우랑 붙어서 불안하던 참이었는데 진짜 쟤 일년간 지켜볼 생각 하니까 막막하다"
성열은 오래전에 친하던 친구를 만난듯 편하게 대화를 주도했다. 어느샌가 우현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조하고 있었고 호원은 지랄하고 앉아있네, 하고 맨 처음 성열의 말에 짧게 반박하고 있었다. 어째 분위기가 좀 불길했다. 이러다가는 그런 말이 나올 거 같은데
"그래? 그럼 우리 넷이 친하게 지내자 딱 좋네 자리도 좋고 그치? 그치?"
동의를 구한다는듯 성열이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디밀었다. 어 어 그래 얼떨결에 동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잌아잌 그럼 그렇지! 성열은 또 다시 그 특유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우는 가만히 고개를 호원 쪽으로 돌렸다. 호원은 성열의 목덜미를 잡고는 아 얼굴 치우라고 하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예전 생각이 나는 것만 같았다.
'장동우? 몰라 눈치도 없게 존나 따라다녀 귀찮아'
그리고 뒤이어 들렸던 목소리는 누구인지 무슨 말을 했는지 들리지도 않았다. 저는 그저 호원과 집에 가기 위해 청소하고있다는 쪽으로 왔던 것 뿐인데. 담배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호원이가 소위 학교에서 노는 아이들과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가만히 앉아서 호원을 기다렸던 것 뿐인데.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호원이가 날 그렇게 생각했었구나. 쪼그린 다리를 펴는 순간 동우는 앞으로 미끄러졌다. 그리고 호원이 이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동우는 그런 호원을 마주볼 자신이 없어 재빨리 일어서고는 허겁지겁 가방만 대충 주운 채로 곧장 집으로 달렸다. 그때 호원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 뒤로는 호원에게 연락할 자신도 없었고 무언가를 함께할 자신이 없었다. 뛰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자꾸 나는 것만 같아 흐려지는 시야를 잡고자 소매로 눈을 문질렀다. 호원과 함께 갈때는 짧기만 하던 길이었는데 왜이렇게 긴건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한 걸 겨우 이겨내고서는 계단을 타고 아파트를 올라갔다. 바로 옆집인 호원의 집이 보였다. 동우는 다시 소매로 눈가를 문지르고는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침대에 몸을 뉘이고 몇 분 뒤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호원일게 분명했지만 애써 아닐 거라 단정짓고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게 바로 3년 전 일이었다. 호원을 안지는 8년이 되던 해 였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뭐든지 일찍 아니면 최대한 늦게 가려고 애썼다. 옆집에 사는 호원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아직 호원의 시선을 아무렇지않게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호원과 멀어짐과 동시에 고등학교에 들어와 친해진 건 우현이었다. 복잡해지는 머리를 두어 번 젓고는 동우는 창문쪽을 쳐다봤다.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성열의 시선이였으면 하고 동우는 생각했다.
![[인피니트/야동남] 이웃집 이호원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6/e/c6e6157118d2f2b08b4cf0397eef58d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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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익인6 그대의 댓글을 보고 생각나서 깨알같은 카페베네 로고를^^(이거해도되는건가요?ㅠㅠ) 그대 고마워요..ㅋㅋㅋ
아잌아잌 반가워요 그대들 어째 오늘은 좀 뭔가 급전개네요...ㅠㅠ.. 제가 너무 급하게 숭숭 썼나요ㅠㅠㅠㅠ
호원이와 동우의 과거가 깨알같이나왔네요 깨알이 아니라 큰 틀이긴 하지만ㅠㅠ
전글에 댓글 달아주신 그대들 고마워요 스릉흔드.. 이 글 읽어주는 그대들도 고마워요 아잌아잌 수줍네요
그럼 다음편에서 만나요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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