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일의 발단은 준면의 집에서본 영화에서 시작되었다.
준면의 감기몸살은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완전히 나은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둘은 한동안 준면의 집에서 데이트를 하곤했다.
"형 영화볼래?"
"뭔데?"
"어… 로맨틱 코미딘데, 인터넷에서 반응이 좋길래."
"진짜? 그럼 보자. 나 로맨틱코미디 좋아해."
준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세훈이 부엌에서 따뜻한 코코아 두잔을 태워왔다. 감기때문에 목이 부은 준면에 대한 배려였다.
준면에게 코코아 한잔을 건네고, 자신의 것은 쇼파앞 테이블에 올려둔 세훈이 DVD를 틀었다.
"와, 시작한다 시작한다."
쇼파위에 무릎을 접고 앉은 준면의 어깨를 한손으로 감싼 세훈이 다른 한손으로 코코아를 홀짝이며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세훈이 가져온 것은 코미디의 정석같은 영화였다.
서로를 사랑하는 두 연인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서로의 친구와 짜고, 상대방을 질투하게 하는것이었다.
특히 여자의 행동이 가관이었는데, 남자가 자신의 친구와 스킨쉽을 하자 울며불며 소리치는 모습이 준면이 보기에는 좀, 추했다.
멀뚱이 영화를 보던 세훈이 고개를 돌려 준면을 바라봤다. 형, 형도 저렇게 질투 할꺼야?
세훈의 말에 화면에서 시선을 뗀 준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질투를 왜해."
"그래도, 내가 다른여자랑 만나면 막 질투할것 같지 않아?"
"니가 그럴리가 없잖아."
"그래도 만약에."
"…너 다른 여자 만날려고? 나…두고?"
머그컵을 두손으로 꼭 쥔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준면을 보던 세훈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저었다.
준면의 손에 쥔 머크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세훈이 준면을 쇼파에 눕히고 위로 올라탔다.
가까워진 얼굴에 코끝이 맞닺자 준면이 웃음을 터트렸다.
손을 뻗어 준면의 볼을 어루만진 세훈이 준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살짝 벌어진 준면의 입안으로 혀를 넣은 세훈이 준면의 입안을 제 것처럼 휘젓고 다녔다.
고른 치열을 훑고, 볼안의 여린살을 간지럽히자 준면이 킥킥대며 세훈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코코아를 마신탓인지 준면이 내뱉는 숨까지 달달한것만 같았다.
열심히 준면의 입안을 탐험하던 세훈의 머릿속에 또다시 쓸데 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준면이가 질투하는거, 엄청 귀엽겠지?
*
"다행이다. 아직 안끝났네."
준면이 들어선 체육관에서는 훈련이 한창이었다.
똑같이 흰색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채 칼을 휘두르는 선수들 사이에서 세훈은 단연 눈에 띄었다.
장신의 신체요건을 잘 활용하는 세훈은 청소년 국가대표를 한적도 있던 유망한 펜싱선수 였다.
"세훈아!!"
훈련을 받던 세훈이 준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을 흔들며 웃는 준면을 확인한 세훈이 머리에 쓰고있는 마스크를 벗어 옆구리에 꼈다.
마스크가 벗겨지면서 땀에 젖은 세훈이 자신을 향해 웃자 괜히 준면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수고했어."
"어, 너도."
자신의 상대편에 있는 선수와 악수를 한 세훈이 땀에 젖은 머리를 털며 준면에게 다가왔다.
자신에게 다가온 세훈에게 가방을 뒤적거린 준면이 수건을 꺼내들자 세훈이 준면에게 몸을 약간 숙였다.
그런 세훈에게 수건을 씌운 준면이 땀에 젖은 머리카락과 얼굴을 닦아냈다.
섬세한 손길로 자신의 머리를 털어주는 준면을 멀뚱히 바라보던 세훈이 준면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얘가 미쳤, 미쳤나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준면을 보며 낄낄대던 세훈이 자신의 가방을 한쪽 어깨에 매고 준면의 손을 잡았다.
준면아 우리 밥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고개를 끄덕인 준면이 자연스럽게 세훈의 한쪽 허리에 팔을 감았다.
나란히 걸어 체육관을 나오며 점심으로 뭘 먹을지에대해 심도깊은 토론을 나누는 두사람의 앞으로 한 여자가 다가왔다.
"오빠!"
발랄하게 웃으며 세훈의 팔을 붙잡은 여자의 등장에 눈을 동그랗게 뜬 준면이 세훈과 여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어, 세나야!"
"오빠, 진짜 보고싶었어요!!"
"왜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자주좀 오지."
"아이, 나는 자주 오고싶었는데 엄마가 오빠 귀찮게 하지말라고…"
"그래? 뭐 어쨌든 오랜만에 보니까 좋다."
두사람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조금 당황한것은 준면이었다.
평소에는 자신에게 말거는 여자에게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일관하던 세훈이 얼굴가득 환하게 미소지으며 여자를 바라보는것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이어지는 대화에 섞이지 못한채 멀뚱히 서있던 준면이 세훈의 팔을 잡아당겼다.
"세훈아, 밥먹으러 안가?"
"아, 아맞다. 밥. 세나야, 너 점심 먹었어?"
"아니요, 아직 못먹었는데."
"그럼 우리랑 같이 먹을래?"
"그래도 괜찮아요?"
"당연하지, 괜찮죠 형?"
어? 어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준면의 얼굴이 묘하게 어두워졌다.
그런 준면의 반응을 눈치 챈건지, 못챈건지 세훈은 여전히 세나를 향해 웃음을 던지고 있었다.
*
"남자친구는 있고?"
"아뇨, 없죠."
"저번에 있다그러지 않았어?"
"아, 걔랑 헤어졌어요."
"왜?"
"걔가 바람펴서."
미친놈이…! 주먹을 쥐며 욕하는 세훈을 보며 세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왜 오빠가 화를 내고 그래요?
그런 세나를 보며 돈까스 한조각을 우물대는 세훈이 열변을 토했다. 완전 남자망신 다시키고 다니네. 자기여자가 있는데 바람을 펴? 그게 말이되? 그쵸 준면이형!!
자신을 돌아보며 화를 내는 세훈을 본 준면이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 안되지.
"이봐이봐, 걔가 이상한거라니까!!"
세훈을 보며 웃던 세나가 냅킨을 들어 세훈의 입가를 닦았다. 세나의 행동에 놀란것은 오히려 준면이었다.
쟤, 쟤가 지금 뭐하는 거냐?
벙찐 준면이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사이 세훈은 연신 세나의 전 남자친구를 욕하고 있었다.
"있잖아요 오빠."
"어."
"나 오빠랑 사귈까?"
"어, 어?"
당황한 세훈이 준면을 바라보자 준면이 세훈의 시선을 피한채 자신의 몫으로 놓여진 돈까스를 입에 구겨넣었다.
오늘따라 맛이 없었다. 그리고 자기앞에 앉아있는 저 세나라는 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하하. 세나가 장난이 심하네."
"어머, 나 장난아닌데? 나 오빠 좋아했어요."
눈치없이 샐샐웃는 세나와 묵묵히 돈까스를 씹어먹는 준면의 사이에 낀 세훈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세훈을 보며 한숨을 쉰 준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먼저 갈께.
"어? 형? 어디가!!"
멀어지는 준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세훈이 세사람몫의 돈을 올려두고는 준면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세나야, 오빠먼저 갈께!!"
순식간에 사라진 두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세나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귀엽기는.
"그나저나 다 먹고가지. 아깝게."
반도 채 비워지지 않은 준면과 세훈의 접시를 보던 세나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신몫의 돈까스를 먹기 시작했다.
*
"형!! 형!!"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순식간에 앞으로 간 준면을 뒤따라온 세훈이 숨을 헐떡이며 준면의 어깨를 붙잡았다.
형, 왜그래.
아무말 없이 어깨에 올려진 세훈의 손을 쳐낸 준면이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한채 걷기 시작했다.
그런 준면의 뒤에 따라붙으며 준면의 어깨를 감싼 세훈이 준면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형, 혹시 세나때문에 삐졌어?"
"…아니야. 속이 안좋아서 그랬어."
"그래? 아직 감기가 덜나아서 소화가 잘 안되나?"
"몰라."
저기…정말 삐진거 아니지? 질투 아니지? 하며 계속해서 자신을 귀찮게 하는 세훈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인 준면이 별안간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멈춰선 준면에게 의아한 눈빛을 보내자 준면이 세훈을 향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나 식당에 책 두고온것 같아."
"책?"
"어, 그거좀 가져올께."
"같이 가줄까?"
"아니 괜찮아. 여기 잠깐만 있어."
어 알았아. 점점 멀어지는 준면의 뒷모습을 보던 세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준면은 정말로 질투를 하지 않는것 같았다.
여동생 세나에게 돈까지 쥐어줘 가며 준면의 질투유발 작전을 벌였는데, 아무래도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것 같았다.
준면의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싶었던 세훈은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준면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저기요."
"어머, 세훈이 오빠 친구분이시네?"
자리에 앉아 돈까스를 썰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세나의 앞에 주저앉은 준면이 앞에놓인 물한컵을 들이켰다.
"무슨 할말이라도?"
"세훈이 좋아해요?"
"네?"
"세훈이 좋아하냐구요."
뜬금없는 준면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세나가 입을 가리고 눈을 휘며 웃기 시작했다.
왠지 자신을 비웃는듯한 웃음에 미간을 찌푸린 준면이 숨을 들이쉬며 다다다 말을 내뱉었다.
"저기요, 그쪽 못생겼어요. 세훈이는 저보다 이쁜여자 아니면 안좋아 하거든요."
"…네?"
"그러니까 세훈이한테 연락하지 말라구요. 그럼 전 이만."
자신의 할말만 내뱉고 식당을 나가는 준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세나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세나를 흘끔거리며 쳐다봤지만,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채 한참을 웃던 세나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나 세나. 있잖아, 오빠한테 아주 깜찍한 여자친구가 생긴것 같아."
:) 세나는 세훈이의 여동생 입니다
:) 채대생 세훈이는 펜싱선수에요! 내가 펜싱을 좋아하거든 낄낄
:) 암호닉은 나중에 신청받을께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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