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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현] 내 손이 노래를 부른다 (부제 : '대학'원물) | 인스티즈

 

 



 

 

 

 

내 손이 노래를 부른다 

W.꼬밍  

 

 

 

 

  " ○○아, 이런거 너 안해도 돼. 들어가서 더 놀아. " 

  " 아니에요, 언니. 다들 취해서 정신없는데, 제가 할게요. " 

  " 그래도 새터는 새내기들 위한 자리라고. 어차피 너희도 내년에 다 일하게 될테니까, 이번엔 그냥 즐겨. " 

  " 네, 이것만요. 딱 이것만 할게요. " 

 

웃으면서 고집을 피우자, 선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지었다. 그래, 딱 그 것만 하는거야, 하고 와. 나는 밝게 대답하고 다시 설거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 안은 물론, 주방 쪽도 엉망이었다. 방 안은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그 마저도 다 술이 많이 오른 사람들-이 시끄럽게 술게임을 즐기고 있었고, 한 구석에는 이미 술에 지쳐 잠들어버린 새내기들과 몇몇 선배들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잠들어있었다. 베개는 굴러다니고, 이불은 어느 한 사람 제대로 덮지 못하고 찌그러져 있었다. 빈 술병들이 굴러다니고, 양념 묻은 일회용 접시들은 제각각 이상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이 숙소에 있던 접시들이 싱크대에 정신없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벌써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8시부터 시작된 술판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끝까지 남은 사람들은 많은 뒷처리를 해야만 했다. 친구의 토사물을 닦아줘야하기도 했고, 술 취한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서 재워야하기도 했다. 때때로 깨뜨려버리는 유리잔을 치워야하기도 했다.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나는 설거지를 스스로 하기로 결심했다. 약간 취기가 올라온 선배들이, 신입생은 여기서 이러지 말고 저기서 놀아, 말하며 말렸지만 나는 하하 웃으며 고집을 부렸다.  

 

나는 술이 강한 편이 아니었다.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금방 붉어지는대다, 몇 잔 안 마셔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느껴지곤 한다. 그냥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시는 술은 좋았지만, 저런 술 게임 판에 끼어들었다가는 선배들한테 술 먹고 토하고, 인상 안 좋은 후배로 찍힐 것이 뻔했다. 다행히 같은 조에 있던 선배들은 술을 강요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나에게 조심히 마시라며 신경써주는 덕에, 나는 적당한 취기만 올랐다가 시간이 지난 지금 술이 거의 깬 상태였다. 그리고 맨 정신으로 저 술 게임 판에 들어갈 수가 없지. 나는 설거지를 핑계로 사실은 술자리를 조금은 피해보려고 했다. 이것만 하고, 적당히 취한 척 저 시체들 사이에서 잠들어야겠다. 

 

마지막 접시의 물기를 탁탁 털어내고, 나는 찬 물에 얼얼해진 손가락을 움직이며 으- 괴로운 소리를 뱉었다. 겨울이지만, 주방 쪽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고무장갑도 없어져버렸기 때문에-아무래도 신입생의 토사물을 치우기 위해 선배가 들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맨 손으로 설거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 아, 차가워. " 

  " 정말? " 

 

그리고 나는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 신입생은 아니다. 분명히 선배다. 우리 조 사람은 아니었지만, 새터 활동하면서 몇 번 멀리서 그 모습을 봤었던 기억이 났다. 이 남자 선배는 술이 오르셨는지, 볼이 조금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그러면서 눈까지 환하게 베실베실 웃고계셨다. 나는 이 선배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그의 말에 당황했다. 무슨 말을 해야하는거지? 뭘 물어보신거지, 방금? 그러고 있는데, 선배가 먼저 또 다시 그 웃음으로 입을 여셨다. 

 

  " 손 차가워? " 

  " 아, 아 네. " 

 

 그 말이었구나, 난 또.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베실 웃고 계신 선배를 봤다. 술 많이 취하신 모양이네. 그래서 선배님, 괜찮으세요? 물었는데. 돌아오는 말은 '어디보자' 였다. 네? 당황하는 사이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아…, 뭐지?

 

  " 진짜네. 진짜 차갑네. "

  " 차, 차가워요. 네. "

  " 난 따뜻해. "

 

그러더니 내 손을 자기 얼굴에 가져갔다. 열이 오른 그의 얼굴이 내 차가운 손에 사르르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진짜 따뜻하네. 순간적으로 그 생각이 먼저 머릿 속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조금 걱정도 됐다. 이 선배, 아무래도 술 취하면 진상이 되는 사람인가? 주위 사람들이 늘 조심해야하는 선배 유형이, 이런 사람인가? 머리로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손에 퍼지는 열기가 따뜻하다는 감각이 그 생각을 파고 들어왔다.

 

  " 선배님,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

  " 왜 선배님이라고 해, 오글거리게. 그냥 오빠라고 불러. "

  " 아, 그럼. 선배, 괜찮으세요? 더 마실 수 있으세요? "

  " 응, 나 더 마실거야. "

 

그러더니 내 손을 그제야 놓아주고는, 술 판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리셨다. 말려야하나, 아니다 내 생각이나 하자. 그러는데 갑자기 그 선배가 뒤를 돌더니 내 손 목을 붙잡고 살며시 끌었다.

 

  " 후배는 같이 안 놀아? 가서 다 같이 놀자. "

 

이 선배는 취해서 그런건지, 시종일관 베실베실 웃는 얼굴이었다. 아, 아니다. 생각해보니 멀리서 봤을 때도 좀 자주 웃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당황해서 어버버 그 자리에서 망설였다. 술 판에 끼어들기는 싫은데, 이제 자려고 했는데. 그런데 선배가 직접 가자고 하시는데 안 가면 버릇없는 후배라고 찍힐까? 술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내빼는 애라고 소문이 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 속을 어지럽히던 그 때, 그 선배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안되겠다.

 

  " 네? "

  " 후배 얼굴이 빨개. 술 더 마시면 안되겠다. "

 

그러더니, 얼른 들어가서 자, 웃어주고는 가버리셨다.

 

내 얼굴이 빨개? 나 술 깬지 오래됐는데? 그런데, 정말로 얼굴이 조금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그가 잡았던 손도 뜨거웠다, 그의 볼에 닿았던 손등이 따뜻했다. 그리고 그가 잡았던 손목이 따스했다.

 

나는 그 선배의 이름표를 봤다. 나 보다 두 학번 더 높은 선배, 이름은 변백현.

 

그가 스쳐가지도 않은 가슴 속이 따뜻했다.

 

 

* 

 

 

처음에는 대학교에서 흔히 가지는 선배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나 동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선배들과도 제법 친하게 잘 어울리는 듯 했고,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거는 후배들에게 늘 자상하고 장난끼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선배 주위만 가면 여자애들이 전부 다 호호호 웃으며 '아잉!-절대로 아잉!이어야 한다.- 오빠 진짜 그만 웃겨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한 명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런 로망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를 대하는 내 모습들이 자꾸만 이상해졌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수상하다 여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난 낯선 사람들에게 곧 잘 말하곤하는 꽤 친화력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었다. 여기와서도 처음 보는 선배들에게 적당한 예의를 보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즐겁게 지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자꾸만 눈에 밟히는 그 선배에게만은 다가갈 수가 없었다. 좋은 선배라고 생각했으면, 말 한 번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평소 하는 것 처럼 다가갔으면 됐는데. 나는 어째서인지 그 선배를 먼 거리에서만 보고 있었다.

 

다가가지도 않고, 말을 걸어보지도 않았다. 다만, 멀리서 나도 모르게 보고있다가 시선 같은 거라도 마주친다 싶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었다. 그리고 난 재빨리 아닌 척 고개를 돌렸지만, 꼭 무언가 들킨 사람마냥 두근두근 긴장되곤 했다.

 

그와 손을 마주했던 그 날 때문일까. 하지만 정작 선배는 아무것도 기억 못하시는 것 같은데. 

 

 

아? 그나저나 강의 늦겠다. 근데 이 강의실이 어느 건물이지?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거지? 

그렇게 우왕자왕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바로 앞에서 그 선배를, -아니 이제 그냥 편하게- 변백현을 딱 마주쳤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새터 이후로는 처음이다. 꼭 뭔가를 들킨 사람처럼 나는 긴장하고, 당황해버렸다. 하지만 선배에게 인사는 해야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세요 몇 학번 ○○○입니다! 라고 말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후배들한테 해주듯, 변백현은 다정히 웃어주고 있었다. 

 

  " 그래, 후배님. 안녕. 뭐가 그렇게 다급해? " 

  " 아, 저 강의 늦을 것 같아서. 그런데 어딘지 아직 학교 지리가 안 익숙해서요. " 

  " 강의실이 어딘데? " 

  " 아, AB206이요. " 

  " 그거 **건물이야. 같이 가자, 나 그 옆 건물 수업이니까. " 

  " 아, 감사합니다. " 

 

뭘, 이정도로. 변백현이 슬쩍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나 이 선배를 좋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 때문에 내 마음은 긴장 반 설렘 반의 미묘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편하게 일상적인 이야기나 질문을 던져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변백현 옆에서는 역시나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걸어가고 있는데, 그가 -자신이 선배라는 의식 때문인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 그런데, 후배님은 나한테 밥 사달라고 말 안해? " 

  " 네? " 

  " 요즘 신입생들 밥 사주세요 나한테 말하기 바쁜데, 후배님은 조용해서. 선배들한테 밥 많이 얻어먹었어? " 

  " 아, 네. 그냥 그럭저럭이요. " 

  " 아, 그래? …너 아직 내 번호도 없지? " 

  " 그러고보니. " 

  " 번호 알려줘. " 

  " 어? 아, 죄송해요. 이런 건 후배가 먼저 센스있게 물어야 했는데. " 

  " 아, 그럼 번호 말고 휴대폰 좀 줘 봐. " 

 

휴대폰이요? 되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자, 그는 갑자기 내 휴대폰을 건드리기 시작하더니 다시 나한테 넘겨주었다. 받아든 휴대폰 화면은 키패드와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그를 보자, 변백현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 이렇게되면, 후배님이 내 번호 딴거지? 나중에 따로 연락줘. 저장하게. " 

  " 아, 네. 꼭, 연락드릴게요. " 

  " 그래, 그래야지. 아 여기다 **건물. 들어가 봐. " 

  " 진짜 감사합니다, 선배. " 

  " 그래, 후배님. 또 보자. "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제 갈길을 가야하는 사람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 뒷모습 보려고 했던건데. 그러고 있는 중에, 시선을 아래로 휴대폰을 살펴보고 있던 그의 눈길이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뭔가를 들킨 사람 마냥 멈칫 굳어서고 말았다. 변백현이 나를 보고 눈이 예뻐지게 웃었다. 후배님, 강의 안 늦어? 나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가,감사해요! 그리고 말을 더듬었다. 병신. 그 것도 이런 병신이 없을거다, 아.

 

 

*

 

 

그 날 저녁, 나는 선배의 카톡 프로필을 몇 번이나 클릭했다가, 대화하기를 클릭했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냥 다른 선배들한테 하듯이 하면되는데, 뭐가 이렇게 긴장되는걸까. 지금 이 시간쯤에 카톡을 보내도될까? 실례려나? 아니면 지금 너무 바쁘시려나? 아닌데, 이제 8시인데 뭐가 실례야. 그래서 몇번을 썼다, 고쳤다 하다가 결국 보내버렸다.

 

  - [ 선배, 안녕하세요. **학번 ○○○입니다! 오늘 정말정말 감사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D ***-****-****, 저장해주세요! ]

 

그렇게 보내고, 안절부절하는 바로 그 사이에 카톡 옆에 있던 1이 사라졌다. 헐, 바로 확인하셨어, 바로.

 

  - [ ㅋㅋ후배님 한번에 말 그렇게 다하면 ]

    [ 안 피곤해? ] 

  - [ 아...ㅎㅎ ] 

  - [ 아...는 뭐가 아야ㅋㅋㅋㅋ ]

    [ 그래 아무튼 자주 보자 ]

    [ 학교생활하면서 어려운거 모르는 거 ]

    [ 많이 물어봐 ]

  - [ 네! 감사합니다! ]

  - [ 밥사줄게 후배님.ㅋㅋ 연락해 ]

  - [ 감사해요 선배:D 학교에서 봬요~] 

 

카톡을 한다는 건, 그와 얼굴을 마주보는 일도, 바로 답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와 카톡을 끝낸 지금까지도 긴장 상태인걸까? 카톡 대화창에서 1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봬요'로 모든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끝 인사말이니까. 괜히, 더더 욕심내서 궁금한 거 묻고, 말 걸면 이상하게 여기실꺼야. 아, 얘 혹시 나한테 관심있나? 이렇게. 그러니까, 모든 이야기는 과해지기 전에 내 쪽에서 빨리 마무리. 단순한 학교 선배 후배 사이에서는 그 정도 선이 적절하니까. 

 

 

*

 

 

 

  " 오늘 점심, 찬열 오빠랑 먹기로 했었지? " 

  " 응, 선배랑 나랑 같은 조였잖아. 연락드렸더니, 딱 오늘이 안 겹치더라고. 그래서 너랑 같이 간다고 했지. " 

  " 올, 나 안 그래도 그 오빠랑 친해지고 싶었었는데. " 

  " 선배도 동기 데려온다고 하셨는데. 아마 선배 한 분 더 오실 것 같아. " 

 

친구는 내 말에 '누구누구?' 하며 궁금해했다.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고는 말했다. 나도 몰라, 거기서 누구냐고 꼭 물어볼 필요도 없고.  

 

나는 모든 선배들과 친한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선배들과는 꽤 잘 지내는 편이었다. 크게 나서지 않고, 새터에서 뒷정리했던 일들이 꽤 좋게 보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원래 사람을 만나면 크게 어색해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곧 잘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오늘도 그런 점심 약속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그저 평범하고, 즐거울 점심 약속이었다. 

 

그런데 약속된 장소에서 찬열 선배를 만나자마자, 나는 조그맣게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어? 선배! 하고 반갑게 인사하려다가, 그 자리에서 멈칫하고 말았다. 나는 우리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찬열 선배 옆에 앉아있는, 정확히는 이 쪽을 보고 살짝 미소 짓고있는 변백현을 발견했던 것이다. 

 

  " 어? 백현 오빠, 안녕하세요! " 

  " 어? **이네. 어제 교양에서 보고 또 보네. " 

  " 오빠가 같이 오시는 줄은 몰랐는데. " 

  " 뭐, 나는 싫어? 뭐야 그 말은. 박찬열만 보면 돼? ***, 너 실망이다? " 

  " 에이, 오빠도 진짜. " 

 

교양 수업을 같이 들어서 꽤 잘 아는 사이인 동기와 변백현은, 어색함 없이 장난을 주고 받았다. 이름까지 부르면서 장난치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변백현이랑 저렇게 장난을 주고 받을 수도 있구나. 

사실 나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신입생-특히 여동기들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변백현은 후배들 사이에서도 사람 좋고, 장난 잘 치는 좋은 선배로 유명하니까. 어렵지 않고, 크게 선배 같지 않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그런 일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쉬울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새삼 신기했다. 

 

  " 후배님, 뭐해? 안 앉아? " 

  " 아, 아니요. 안녕하세요. " 

  " ○○이 너는 백현이 모르나? " 

  " 아니야, 아는 사이야. " 

 

찬열 선배가 나한테 던진 질문에, 변백현이 나서서 대답한다. 나는 그 대답에 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뭘까. 사실 내가 크게 죄를 지은 것도 없고, 우리가 껄끄러운 관계도 아닌데. 왜 나 혼자 어색하고 긴장하고 있는거야. 

 

  " 그렇지, 후배님? " 

  " 네, 백현 선배 알아요. " 

  " ○○이 나랑 새터 같은 조였는데, 얘 재밌어. 말도 잘 통하고. " 

  " 아, 그래? " 

 

찬열 선배의 말을 듣던 변백현은, 나를 쳐다보더니 씩 웃었다. '아, 그래?'. 어쩐지 많은 뜻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변백현은 느껴본 적 없을 것이다. 내가 재미있고, 말도 잘 통하는 애라고.  

식사 시간은 처음엔 어색하게, 하지만 곧 꽤 재미있게 풀려나갔다. 변백현과 내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기와 찬열 선배가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변백현과 동기가 장난치는 걸 찬열 선배와 내가 바라보고, 찬열 선배와 내가 대화하는 모습을 동기와 변백현이 지켜보는 식이었다. 내가 변백현에게 질문을 하는 일도, 변백현이 내게 말을 거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네 사람이 다 어울려있는 모습이라, 어색하지 않았다. 

 

  " 신입생들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 " 

  " 네? 어떤거요? " 

  " CC 소식 없어? " 

  " 아, **이랑 **이 사귀잖아요. 걔 그 머리 노랗게 염색하고. " 

  " 아, 걔들이 사귄다고? 우와, 의외네. " 

  " 저희도 놀랐어요, 아무튼 걔들이 첫 CC에요. " 

  " 너희 중에 선배 좋아하는 애들 없어? " 

  " 선배들요? " 

  " 뭐 2학년 과대나, 전체학과대표나. " 

  " 아, 맞아. 2학년 과대 오빠는 진짜 인기는 많아요. " 

  " 그냥 소문에 그 선배 좋아하는 여자애들 많다고 들었어요. " 

  " 오, 그럼 이번에 재밌겠네. MT. " 

  " MT요? " 

  " 너희 그 얘기 몰라? MT 갔다오면 커플이 몇 쌍은 탄생해서 돌아온다. 고백의 장이야. 그래서 그런 프로그램은 또 얼마나 많은데. " 

  " 우와, 어떤 거 있는데요? " 

  " 남여 엮어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제일 유명한 건 남여 무조건 짝 지어서 주위 산책로 한 바퀴 돌고오기. 담력테스트는 아니고, 가서 인증샷만 찍어오면 돼. " 

  " 그럼 그 때 누가 누구랑 같이 가느냐가 엄청 중요하겠네요. " 

  " 보통 애들이 눈치있게 썸타는 애들 엮어주지. "

 

좋아하는 선배, 좋아하는 선배라. 그 대화가 끝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변백현 쪽으로 눈길을 살짝 옮겼고, 곧 바로 눈이 마주쳤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또 흠칫하고 말았다.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죄 지은 사람마냥 긴장할까. 나는 MT 때, 고백할 수 있을까? 저 선배에게. 아니 고백할 사소한 여건이라는 것이 생기기는 할까? 아니, 무엇보다도 난 고백할 마음이 없다. 다가서지도 못하고, 말 한 번 못 걸고, 혼자 부끄러움타고 작아져있는 내가 고백은 무슨 고백일까. 친해질 용기도 못 내면서. 

 

식사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계산대 앞으로 갔다. 우리는 잘먹었습니다, 감사해요 인사를 했다. 그런데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찬열 선배가 변백현을 슬쩍 돌아보는 것이다. 뭐 하고 있냐는 듯이. 

 

  " 응? 너 나랑 반반 계산한다고 했잖아. " 

  " 야, 쪼잔하게. 그냥 네가 멋있게 다 계산해. " 

  " 아, 변백현 또 낚았어. " 

 

우리는 선배들 사이의 장난을 보면서 하하하 웃었다. 찬열 선배한테 콕 집어 우리는 잘 먹었습니다, 말씀드렸고 변백현에게도 오늘 즐거웠어요 인사를 건넸다. 동기와 찬열 선배는 강의가 없었고, 나와 변백현은 다음 강의가 남아있어서 다시 학교로 향해야 했다. 

 

아, 둘이 남아버렸다. 

 

학교 쪽으로 별 다른 말 없이 걷고있는데, 변백현이 또 먼저 입을 열었다. 

 

  " 후배님. " 

  " 네, 선배. " 

  " 왜 나한테 연락 안했어? " 

  " …네? " 

  " 밥 사준다니까. 박찬열이랑은 밥 먹고 싶은데 난 아니야? " 

  " 어어? 아니에요! 어, 진짜, 선배한테도 연락드리려고 했었어요. 찬열 선배랑은 새터 때부터 약속해서…. " 

 

내가 당황해서 말하자, 변백현은 그 모습을 보더니 하하하 웃었다. 아, 알아알아. 네가 정말 진짜로 그랬겠어. 장난친거야. 

 

  " 아…. " 

  " 다음에 밥 먹자, 후배님. 이번엔 진짜 밥 사달라고 연락해. " 

  " 아니에요, 밥 사달라고 하는 거 선배들이랑 얘기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요. 오늘 선배랑 같이 식사했잖아요, 괜찮아요. " 

  " 후배님. " 

  " 네? " 

  " 그거, 내가 산 거 아니잖아. " 

  " 어? 아…, 네. " 

  " 내가 사줄게. " 

  " …네. 감사해요. " 

 

내가 들어가야하는 건물이 나왔고, 나는 변백현에게 인사했다. 다음에 봬요. 그러니까 변백현이 또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음에 언제? 하고 말했다. 내가 쉽게 말 못하고 당황하니까 더 크게 미소지으면서 물었다. 

 

  " 다음주 MT, 너도 가지? " 

  " 네, 가요. " 

  " 그럼, 그 때 보자. " 

  " 선배도 가세요? " 

  " 응, 가려고. " 

 

잘가, 강의 열심히 듣고. 그러면서 손을 흔들고 변백현이 갔다. 이번에는 뒤돌아 먼저 가버렸으므로, 나는 안심하고 그의 뒷모습을 꽤 오랫동안 볼 수 있었다. 다음주 MT. 다음주에 그를 또 만날 수 있겠구나. 같은 조에서 혹시 만날 수 있을까? 

 

 

* 

 

 

 그리고 실망스럽게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변백현과 나는 같은 조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여러번 마주쳤다. 게임하면서 몇 번, 다 같이 대화하면서 또 몇 번, 지나가다가 마주쳐서 인사하고, 요리하다가 마주치고, 그냥 마주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건 변백현 뿐만 아니라 모든 선배에게, 동기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였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다. 변백현 주위에는 늘 그렇듯, 선배 후배 번갈아가며 이야기나 장난을 주고 받고 있었다. 나는 떨어져서 나대로 장난치고, 이야기를 나누며 눈은 가끔 변백현을 좇았다. 그래도 크게 나쁘지 않다. 충분히 즐겁고, 기분이 좋다.

 

그리고 대망의 MT 첫 날 밤의 마지막 코스. 산책데이트. 선배들과 동기들은 이미 들리는 소문, 그리고 분위기와 눈치를 봐가면서 적당한 짝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주목을 받을 주요 커플들이 모두 떠나고,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남았다. 딱히 소문이 들려온 적 없고, 누구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만 남았다. 나는 그 중에 변백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기가 많은 사람인데, 저 사람. 여기서는 더 이상 커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낀 학생회 임원들은 남은 사람들 알아서 남여 짝 지어 출발하라고 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나는 변백현에게 눈을 돌렸다.

 

그런데, 변백현이 붙잡고 이야기를 나눈 건 내가 아니었다. 아 사실 '그런데'라는 말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에, 우리의 관계에 '그런데'라는 그 어떠한 반전은 없다. 왜냐면 이건 자연스러운, 당연한 일이니까.

 

변백현이 같이 산책길 코스를 떠날 사람으로 정한 건, 그 날 함께 밥을 먹었던 동기였다. 동기는 변백현이 같이 가자고 하는 말에 '헐' 이라는 반응을 내보였지만, 결국은 상황을 납득했는지 내 옆에 놓여있던 자신의 집업을 챙겨가려 했다.

 

  " 너, 백현 선배랑 엄청 친하구나. "

  " 넌 이게 친한거로 보여? 괴롭히는거지. 매일 내 이름 ***, ***, 부를 때 마다 피곤해죽겠다고. "

  " … 그래도 백현 선배 재미있잖아. "

  " 재미는. 난 백현 오빠가 제발 카톡만 같았으면 좋겠어. "

  " 카톡? "

  " 저 오빠, 카톡으로 완전 무뚝뚝하거든. 사람 말하는 거 무안해지게. "

  " 아, 그래? "

  " 내가 밥 사달라고 하면 'ㅇㅇ', 'ㄴㄴ, 내일은 바빠.' 이런 식으로 반응해. 처음에 나한테 장난치는 거랑 매치안되서 당황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카톡만한 무게를 좀 가지고 사는 사람이면 좋겠다. 으휴.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 "

  " 부탁? "

  " 으, 나중에 말해줄게. 봐, 변백현 또 내 이름 시끄럽게 부르는 거. "

 

변백현과 친하게 지내면, 내가 모르는 저런 면모를 알게 되는구나. 그러고보니, 난 변백현에 대해서 아는 게 뭘까. 변백현은 나에 대해서 아는게 뭐지? 기억해주는 게 뭐가 있지? 후배님, 후배님, 후배님. 어쩌면 이름 하나 기억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

 

 

나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남자 선배와 마지막 순서로 산책길 코스로 떠났다. 선배와 나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 떠난 커플들 중에서 a와 b가 이런이런 일이 있었다더라, 오늘 누가 그 게임을 하다가 넘어졌었는데 웃겨죽는 줄 알았다, 아까 선두로 떠난 애들 중에서 과연 누가 커플이 되어서 도착했을까? 맨 뒤에서 출발하는 우리 같은 애들은 이런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등등.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마음 한 구석이 자꾸만 불편해졌다. 친한 동기는 아니라고 한다. 변백현은 그냥 모든 사람을 괴롭히길 좋아하는 오빠라고 말한다. 그런데, 변백현은? 산책길 코스를 같이 갈 정도였다는 건, 사실 그 동기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흐트리고 있었다.

 

  " 어? "

  " 왜요, 선배? "

  " 쟤가 왜 여기있어? 아까아까 떠난 애잖아. "

 

선배의 시선을 느낀 나는, 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우리보다 3,4번째 앞 순서로 떠난 변백현이 이 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왜 역주행하고 있지? 아니, 그 것보다 같이 있던 동기는 어디갔지? 그런 생각으로 당황스러워 하고 있을 때쯤, 변백현이 딱 우리 앞에서 멈춰섰다.

 

  " 야, 너 옆에 있던 **이는? "

  " 아, 몰라. 걔 나랑 말다툼하고 화나서 자기 혼자 갈 길 갔어. "

  " 근데 너는 왜 이리로 와? "

  " 말다툼한 후배 뭐가 예쁘다고 그 쪽으로 따라 가. "

  " 야, 너는 아무리 그래도 선배가, 그 것도 남자가. 여자 후배를 이 밤 길에 혼자 보내면 어떻게 해? "

  " 그럼 네가 가던 가. 헤어진 지 얼마 안됐어. "

 

남자 선배가 화를 가득 담아, 넌 나중에 보자 라고 말하고는 뛰어서 앞으로 갔다. 나는 이 상황에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워서 뭘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를 몰랐다. 왜 싸웠지? 아니 아무리 싸웠다고 해도 이렇게 오면 안되지. 이 선배 뭐야? 그런 복잡한 생각을 가득 얼굴에 담고, 변백현을 봤다. 변백현은 나를 내려다보더니 푸하하,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지?

 

  " 후배님, 아 제발 그런 당황당황열매 먹은 얼굴로 나 쳐다보지마. "

  " 네? "

  " 후배님, 지금 우리 앞에서 커플이 탄생하게 되는 역사적인 과정을 본 거야. "

  " 어? 무슨 말…. "

  " 저 두 사람 그렇고그런 사이야. 오늘을 계기로 더 본격적으로 시작될거고. "

  " 그럼 싸웠다는 말은, "

  " 당연히 거짓말이지. 저기 조금만 가면 **이 서 있을거야. 계속 같이 있다가 마지막 순서 확인하고 왔어. "

 

아, 난 또. 그제야 안심하는 듯한 내 모습을 보고 변백현은 환하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그런 사람 아니야. 그렇게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나도 변백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까 떠난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오늘 MT 이야기를 또 잠깐 하다가, 잠시 대화가 멈췄을 쯤에.

 

  " 후배님. "

  " …선배, 왜 저한테 자꾸 후배님이라고 하세요. 혹시 제 이름 모르세요? "

  " ○○, ○○○(이)잖아. "

  " 아시면서, 왜, "

  " 너는 왜 나 선배라고 부르는 데? "

  " … 선배를 선배라고 부르는 거 아니에요? 저 선배들 다 그렇게, "

  " 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섰다. 내 걸음에 맞추지못하고, 두 걸음 정도 더 간 변백현이 뒤돌아 나를 쳐다봤다.

 

  " 선배가, 언제요? "

  " 네가 나 선배님이라고 부른 날. " 

 

내가 변백현을 '선배님'이라고 부른 날. 변백현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날. 

내 손이, 손목이, 얼굴이 따뜻한 기운이 번져올랐던 그 날. 내 가슴 속에 변백현의 온기가 들어왔던 바로 그 날. 

 

  " 선배, 기억하세요? " 

  " 뭐를? " 

  " 그 날 많이 취하신거 아니였어요? " 

  " 취했지. 근데 그 걸 왜 잊어. 너랑 처음 말한 날인데. " 

 

방금 몇 마디의 대화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있어서, 나는 카오스 상태에 빠졌다. 내가 어떤 말도 못하고, 그대로 멈춰서 있으니까 변백현이 다시 두 걸음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정말 바로 앞, 바로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하고 대화하고 있었다.  

 

  " 후배님, 나 불편해? " 

  " 네? " 

  " 후배님 혹시 나 별로 안 좋게 생각하고 있었냐고. 솔직히 말해도 돼, 뭐라고 안 그래. 소문도 안 내고. " 

  " 아니요, 제가 왜…. " 

  " 그럼, " 

 

그러면서 변백현의 손이 내 손목에 살며시 닿였고, 또 한 번 살짝 닿였다가, 이내 그의 손에 내 손목이 들어갔다. 나는 당황해서 애써 아래로 내렸던 시선을 위로 올리고 그를 쳐다봤다. 두 눈이 그제야 마주쳤다, 정말 가까이서. 변백현은 아까의 웃음기는 어디갔는지, 보기드물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 나 좋아해? " 

 

나에게 어떤 세계가 있다면, 그 모든 것이 폭발한 것만 같았다. 그에게 들어왔던 모든 말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그와 함께하는 거의 모든 순간이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는데, 이 건 그 끝이었다. 나는 궁지에 몰린 약한 짐승같은 신세였다. 그의 질문은, 물음표를 꽉 메달고 내게로 곧바로 다가왔다. 피할 수 없었다. 피할 수 있었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변백현은 하_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다른 동기들은 후배님이 참 재미있는 애라고 해. 예의 바르고, 말 잘하고, 활발하고, 잘 웃고. 근데, " 

  " ……. " 

  " 난 그 말에 크게 공감이 안 갔거든. 물론 알아, 사실이라는 건 알아. 후배님 잘 놀고, 잘 웃고, 재미있는 애라는 거. 내가 입학식 날 부터 멀리서 눈 여겨 봤으니까. " 

  " …예? " 

  " 근데 내 앞에서는 무슨 겁 먹은 병아리 마냥 움츠러들고, 말이 없어져, 잘 웃지도 못하고. 내가 뭐 기분 상하게한 적 있었나? 그래서 나 싫어? " 

  " 아니, 그게, " 

  " 나는 좋아하거든, 너. " 

 

폭발한 세계는 어둠을 거둬내고, 빛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낸다. 나는 또 다시 말을 잃고 말았다. 머릿 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정신없이 많은 생각과 단어들로 가득채워졌던 머릿 속이 하얗게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들어왔다, 백현 선배가. 내가 아무말도 못할 거라는 것을 짐작했는지,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그래서 네가 알고도 모르는 척 하나 싶었어. 난 대놓고 너한테 관심 표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넌, " 

  " 선배, " 

  " 아, 진짜. 미안, 이렇게 갑작스럽게 몰아서 말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미안하, " 

  " 백현 오빠. " 

 

시선을 다른 쪽에 두고, 스스로를 책망하던 변백현이 내 말에 다시 내 쪽을 본다. 어쩐지 멍해보이는 표정이다. 그리고 저런 멍한 표정을 나도 계속 짓고있었겠구나, 생각했다. 

 

  " 나도 좀, 정리할 시간을 주세요. " 

  " 아, 그러니까 내가 받아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 

  " 아니, 그냥 이 상황이 안 믿겨서 그러니까, 잠시만 진정할 시간을 달라구요. " 

  " 어? " 

  " 아니, 그러니까 나도, 아니 저도, 저도. " 

 

그리고 변백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 허, 하고 짧게 웃음을 뱉었다가 살짝 미소 짓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 나 싫다고? " 

  " 아니요! " 

  " 그러면? " 

  " 아니, 그게…, " 

  " 그래서? " 

  " 아, 그러니까…. " 

  " 아, 됐다, 됐어. " 

  " …네? " 

 

변백현이 내 말을 다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끊어버린다. 뭐지? 싶은데, 여전히 그는 환하게 웃고있다. 그리고 나를 계속 바라본다. 눈웃음이 예쁘다. 아, 이런 말 해도 되나? 나 지금 너무 혼자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 모르겠다 내 생각인데 뭐 어때. 그러니까, 변백현은 지금 날 '아주 사랑스러워 죽겠음'이라는 표정을 얼굴, 눈빛 가득 채워두고 보고있었다. 

 

  " 그냥 다 됐어, 네가 아까 했던 말 하나로. " 

  " …뭐요? " 

  " 아, 나 변탠가? 왜 이런 걸로 좋지. " 

  " 뭐가요? " 

  " 나 한 번 불러봐. " 

  " 백현 선배. " 

  " 아니, 나 한 번 불러보라니까? " 

  " 변백현? " 

  " … 아니, 그런거 말고. " 

  " …백현 오빠. "

  " … 와, 나 변태 맞나보다. " 

 

동기한테 들었던 말을 이제는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변백현이 참 장난 많이쳐서 피곤한 사람이라고. 뭐, 어느정도까지만 인정. 장난은 많이 치는데, 피곤하지는 않아. 내가 멀리서 지켜보면서 좋아했던 모습. 

 

  " 뭐에요, 진짜. " 

  " 내가 작년부터 후배들한테 오빠,오빠 소리 진짜 많이 들었는데도, 왜 이렇게 듣기가 좋지. " 

  " 변태 맞나봐…. "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마냥 기분만 좋은 건지 변백현이 그 예쁜 눈웃음을 유지하며 웃고있었다. 예쁘다, 웃는 모습.  

그에게서만 듣는 고백으로 상황은 거의 끝나가는 것 처럼 보였다, 해피엔딩에서 이제 현재진행형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이었다. 그에게 제대로 고백 못 해줬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그 앞에서 움츠러들었던 것들을 펴고 한 발짝 더 다가서기로 마음 먹었다. 빨리 인증샷찍고 오자면서 몇 걸음 나아가있는 변백현을 보고, 그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서서 날 보던 그의 볼에 살짝 입 맞추고 떨어졌다. 그의 표정이 아까처럼 멍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고 나를 보더니 웃는다. 

 

  " 얼굴이 빨개. 오늘은 술 마시면 안되겠다. 그 날처럼. " 

 

그의 말대로, 얼굴이 뜨거워져오고 있는 것을 나는 느꼈다. 그와 처음 대화를 나누었던 그 겨울 새벽처럼. 

미소 짓고 있던 그가,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살며시 다가와 가볍게 입맞추고 떨어졌다. 변백현은 내 얼굴을 보더니 다시 환하게 웃고 말했다. 더 빨개졌네. 

 

그리고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가 아까 잡았던 손목도, 닿았던 입술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잡고 있는 손도. 그의 온기가 살며시 젖어들어왔던 가슴 속까지. 

 

  " 차가워? " 

 

그가 물었다. 

 

  " 따뜻해. " 

 

나는 대답했다. 

 

우리 앞에 갔던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 순서로 이 산책길을 걸어가고 있는 지금 확신하는 건, 오늘 한 커플이 분명히 탄생했다는 거다. 

 

 

 

 

 

(+)

 

 

  " ○○아, 너 나랑 카톡대화한 방에 들어가봐. "

  " 응? 왜요? "

 

그가 빨리, 빨리 다그치길래, 휴대폰을 켜고 대화방에 들어가보았다. 아.

 

  - [ 감사해요 선배:D 학교에서 봬요~] 

 

내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그 카톡 뒤에 여전히 붙어있는 '1'. 나는 놀라 그를 봤다. 변백현은 웃으며 말한다. 장난스럽게도, 혹은 진심으로.

 

  " 우리 카톡 아직 안 끊겼다? 연락해, 네가 먼저. 그리고 밥 먹자. …우리 둘이. "

 

 

 

 

 

 

 

 

 

 

 

 

 

 

열두시 지나면 올려야징ㅎㅎ

 

쓰다가 기운이 빠져서, 이번에도 또 뒤에 급 진행, 죄송해요.ㅠ_ㅠ

아, 카톡 대화창 예쁘게 만들어주지 못해서 죄송해여ㅠㅠ

보기 좋게 하고 싶었는데 능력 한계..

그리고

저번편 천사독자님들..., 감사해요.ㅠㅠ 정말정말 감사해요ㅠㅠ

원래 요즘 계속 바빠서 바로 글 못 쓸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댓글 때문에 진짜 감사해서 오늘 시간을 투자해서 빨리 왔어요...

게다가 이 내용은..., 저번편 보다 이거 뭐...,(끄앙오글!)

백현아 미안해... 저번편에서 경수도 미안해...(진심)

 

그리고 내 현실은 안생겨요.

...그래서 우울해졌어요, 저 나중에 달달한거 아니고 조금 우울한거 들고와도 괜찮아요...?ㅎㅎㅠㅠ

 

(+) 저번편 번외글은 후에 쓰고싶은 스토리가 생기면 데리고 올게요!

(++) 헐 저번편 초록글에 ...헐, 헐 천사독자들. 아 싸랑해요ㅠㅠ!

(+++) 암호닉은 어, 암호닉이라니 뭔지는 알지만 저 따위가여?

그러니 주시면 받는거죵~~ㅎㅎ

모든 독자천사님들 한 분 한 분 다 감사해요 정말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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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완전달달해여......헐 짱좋음.....헐...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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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ㅇㅏㅁ호닉받는다니까 신청할게요! 여기있나영 으로 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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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허류ㅠㅠ브금뭐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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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밍
July - 기억하니? (Inst.) 랍니다! :D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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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대박!!!짱짱재밌어요ㅠㅠㅠ흐우유어유우ㅜ룽ㅇ우ㅜㅠㅠㅠ완전내스타ㅏ일암호닉꽃사탕으로신청할게요ㅎㅎ힘내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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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선배 하투하투하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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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헐 백현선배♥♥♥♥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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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헐...이거뭐에여? 왜케설ㄹ레는거에여ㅠㅠㅠ 대학가면 저런 선배있나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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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어진짜설레요 암호닉낑깡으로 신청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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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와 대박 ㅜㅜㅠㅜ 저번편도 봤는데 진짜 설레요....대박...신알신 하고갈게여ㅠㅠㅜ 다음편 우울해도 좋아요!! 필력 진짜 좋으신듯요ㅠㅠ 다음편 기다릴게요 그때봬요^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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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와진짜 대박이네여 완전설레여요ㅠㅠㅠㅠㅠㅠ대박ㅠㅠ아오 증말짱이에여 신알신하겠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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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오ㅑㅏ..작가님 진짜 사랑해요 제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재밋네요 전 암호닉 꿀징으로 신청합니다 진짜 짱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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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아 좋다ㅠㅠ아 슼랩하고싶은 작품 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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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진짜...설레여....저번편부터 계속.....아ㅠㅠㅠㅠㅠㅠㅠ어떡해여....겁나 설레요 진짜.....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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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와...대박ㅠㅠㅠㅠㅠㅠㅜ와대박...겁나...와설레...ㅠㅠㅠㅠ신알신할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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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저도 암호닉이요!! 뀨뀨 로할게여ㅠㅠㅠㅠ쓰니님 글 너무 달달하고 위에 종이니글은 아련아련하고ㅠㅠㅠ 너무좋아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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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겨울이지나면' 에서 암호닉 신청하고 온 핫바 입니다! ㅠㅠㅠㅠ이글뭔데 이렇게 달달해요?ㅠㅠㅠㅠ아유ㅠㅠㅠ 아직대학안가봒는대 저한테 자런일은 안생기겠죠... 망상만 키우고 가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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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껄껄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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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대박...어떡해 진짜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취향저격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백현선배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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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9
달달하고 설레고 좋아요ㅠㅠㅠㅠㅠㅠ작가님 진짜 사랑해요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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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0
슨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조타ㅜ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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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1
완전 달달해요ㅠㅠㅠ분위기도 따뜻하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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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2
ㅠㅠㅠ달달해ㅜㅜㅜㅜㅜ이런거 너무 좋아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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