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가 말한 '하자는 대로'의 범위는 무질서하고 모호했다. 하자는 대로 해. 그 말만 뱉고 제 방을 나간 뒤로, 명수는 따로 그 일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명수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지도 모르면서, 순간의 다정한 손길과 달콤한 꼬임에 넘어가 그러겠다고 대답한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자존심으로 먹고 살던 남우현이,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 거지. - 뭐? - 형이 독방 쓰겠다고 해. 합정동으로 이사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아래층 주민의 민원으로 다른 층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번거롭긴 했지만 우리도 스스로 시끄럽다는 걸 알기에, 불평쟁이 이성열마저 불평을 죽이고 짐을 싸던 와중이었다.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온 김명수가 나를 불러냈고, 새로 방을 정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독방을 써야한다고 했다. 저 편한대로 서론 생략에 본론만 말하고 나서는 입을 싹 닫고 빤히 내 눈만 바라보는 명수의 행동에 기가 찼다. - 왜? - 시키는대로 한다며. 찡그린 내 얼굴에도 단호한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종국에는 내가 제 요구를 따를 것을 아는 사람처럼. 내가 인형처럼 제 말만 따르기를 바라는 걸까. 나쁜 새끼. 오랜만에 나누는 둘만의 대화에 잠시 설렜던 가슴이 자존심과 함께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내가 들어도 빈정이 상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목소리로 명수를 향해 따지듯 물었다. - 그런다고 해도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격앙된 감정에 조금 떨리는 말끝을 명수가 눈치채지 않기를 바랐다. 속을 알 수 없는 새까맣고 깊은 눈동자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갑갑한 느낌. 도대체 이 녀석은 나한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걸까. 저를 좋아하는 서투른 감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무겁고 괴로운 내게 어떤 짐을 얹어주려고 이러는 건지. 그리고 나는 왜 녀석이 이끄는, 앞이 캄캄한 터널 속으로 스스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걸까. - 형이랑 나랑, 우리 둘이서만 있을 공간이 필요해. 끝이 없는 의문과 부질없는 후회가 머리 속을 정신없이 부유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힘을 주어 내 몸을 끌어 당기는 단단한 두 팔과 그와 동시에 뻣뻣하게 굳은 내 등을 달래듯 쓸어내리는 투박한 손, 정수리 위로 다정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사르르 녹아버리고 만다. 다른 멤버들과는 평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던, 녀석와 나를 묶는 '우리'라는 말에 심장이 100미터 경주를 한 뒤처럼 세차게 쿵쿵 뛰어댔다. - …알았어. * - 아파? 피곤하다고 쉬고싶다던 내 말은 못들은 척 깔끔하게 무시할 땐 언제고 기어코 제 물건을 내 좁은 구멍에 밀어 넣고 난 뒤에야 걱정스레 물어온다.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대하는 것마냥 얼굴 전체에 민망할 정도로 키스를 퍼붓던 김명수는 허리를 세게 쳐올리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성규 형과 매니저 형들에게 로비를 해 얻어낸 독방은 다른 멤버들이 숙소를 비울 때마다 줄곧 이런 식으로 활용되곤 했다. 처음 명수가 내 방을 찾은 밤. 녀석이 들어오는 소리에 어설프게 자는 척을 하던 내게 다가온 녀석이 무작정 달려들어 옷을 벗기던 날, 나는 깨달았다. 방 배치에 무관심했던 김명수가 그토록 단호하게 독방을 원했던 이유를. 슬프게도 녀석이 원하던 건 결국 제 쌓인 성욕을 해결할 화장실이었다. 성병과 임신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기자들에게 들킬 염려도 없는 아주 안전하고 순종적인 화장실. * - 아프면 그만하자고 말해, 형. 녀석이 관계를 가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맨 처음 몸을 섞을 때의 거칠고 난폭한 김명수는 어디로 간 건지 부드럽게 배려하는 태도가 낯설었다. 관계 중에는 연인처럼 굴다가도 관계가 끝나면 쌩하니 나가버리는 명수를 알면서도, 체온을 나누면서 다정한 손길을 받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왔다. - 흐으… 좋아해, 명수야. 파정을 하고 내 위로 축 늘어지듯 몸을 겹친 명수의 단단한 등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아무런 반응없이 몇분 후면 씻는다는 말을 핑계로 내 품을 벗어날 녀석을 알기에, 더욱 처절하고 안쓰러운 고백이었다. 좋아한다는 말에도 다 담기지 못한 넘치는 마음이 공중으로 흩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명수야. 니말대로 다, 그만둘까? @@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어요ㅜㅜ 개강 전주라 매일 약속이 잡혀서 정신 못차리고 이제서야 써서 올리네요ㅜㅜ분량이라도 길면 좋을텐데.. 아마 관계는 다음편쯤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명수랑 우현이가 어떻게 될지 저두 참 궁금한데요=_=ㅎㅎ기다려 주세요! 열심히 써서 가져 오겠습니다. 아 참, 명수가 버릇처럼 한다는 말은 가벼운 뜻이 아니랍니다.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혹시나 해서...^^ 역시나 또 모티라서 오타나 띄어쓰기 실수 있으면 가볍게 넘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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