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했나. 정신을 놓고 축 늘어진 남우현의 몸을 대충 씻기고 방 침대에 옮긴 후 난잡하게 어질러진 욕실을 정리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심각하게 몰아 붙일 문제는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치미는 배신감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사실 남우현과 끝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은 멤버인 나를 대상으로 그런 행위를 하려고 했던 게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더럽고 불쾌해서 잠깐 손장난이나 하면서 괴롭혀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남우현도 저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알던 남우현으로 돌아올테고, 내 더럽혀진 기분도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잔뜩 상처받은 눈을 하고 울기만 하는 남우현의 얼굴은 본 순간, 나는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은밀한 비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치부를 본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고 매혹적인 일이다. 남우현이 방송용으로 내세우던 밝고 쾌활한 모습, 가끔은 성규 형조차 어쩌지 못하는 까칠한 모습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제가 건드리고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고 또 흥분하는, 순종적이고 색정적인 모습. 몸을 섞는 내내 이어지는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 받은 얼굴을 하면서도, 쏟아지는 끈적한 손길을 내치지 못하는 남우현. 나는 그런 남우현을 보면서 흥분했고, 당황스럽게도 알 수 없는 정복욕마저 느끼고 말았다. * - 넌 집에 안 갔어? 남우현은 어디 가고? 남우현은 그 날 이후로 꼬박 하루동안 끙끙 앓았다. 데뷔한 이후로 처음 보는 약한 모습이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휴가 기간이라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남우현이 누워서 앓는 동안 숙소에는 성규 형이 여벌의 옷을 가지러 잠시 들렸다. 녹음실에서 먹고 자고 한다더니 얼굴이 말이 아니다. 곧 쓰러질 것처럼 피곤한 얼굴로 설렁설렁 묻는 말에 설렁설렁 대답했다. - 어제 밤새서 곡 쓰더니 일찍 잔다고 누웠어. - 왠일이래. 얼마나 대단한 곡을 쓰신다고 밤까지 새? 비꼬는 것 같으면서도 말 끝에 기특하네 어쩌네 하는 걸 보니 지극히 성규 형 다워서 웃음이 나왔다. 누가 리더 아니랄까봐. - 근데 넌 왜 집에 안 갔냐니까? 문수가 너 꺼지래? - 그냥. 집에 가는 것보다 숙소가 더 재밌을 거 같아서. - 뭐래. 있는 거라곤 천재 작곡가 남우현 놈밖에 없는데 뭔 재미가 있다고. 암튼 난 간다! 옷을 챙기는 동안에도 쉴새없이 나불대던 입은 숙소를 나서는 순간까지도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조금 긴장했던 몸이 풀어질 때쯤, 쿨한 인사와 함께 닫힌 줄만 알았던 현관문이 열리고 얼굴을 빼꼼 내민 성규 형이 씨익 웃는다. - 맞다, 환기 좀 시켜. 숙소에서 혼자 야동 보는 거 티내지 말고. 진짜 웃기는 형이다. 허구한 날 이성열 노트북 가져가서 며칠씩 안 돌려주는 게 누군데. 한순간에 황금 같은 휴가에 숙소에 틀어 박혀 혼자서 욕구나 푸는 한심한 놈으로 취급 받은 게 억울했지만, 남우현과 섹스한 흔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정말로 꼬박 하루가 지난 후에야 남우현은 정신을 차렸다. 나는 줄곧 침대 옆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눈을 뜬 남우현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분명 제 옆에 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꾹 다문 입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미안, 내가 너무 심했어.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다정하게 헝크러진 제 머리를 정리해주는 내 손에 부르르 떠는 남우현이 느껴졌다. 겁에 질려 흔들리는 눈, 지난 번의 일로 가벼운 접촉에도 위축되는 작고 야윈 몸이 마음에 들었다. - 형, 나 좋아해? 홀린 사람처럼 멍한 표정의 남우현이 우스웠다. 그럼, 내가 시키는대로 해. - 그래줄 수 있지? @@ 본격 김명수 나쁜놈 만들기. 명수는 이기적인 면이 있어요. 남우현이 저를 좋아해서 제 기분을 더럽게 했으니까, 그만큼 아파도 된다? 이런 심보. 다정하게 굴면서 은근히 계속 괴롭힐 거에요ㅜㅜ나쁜... 폰이라 오타 있어도 이해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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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