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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안녕하모?_? 규지몬입니다.

팬픽/빙의글용 블로그를 새로 파느라 다시 글쓴것들 확인을하는데

오타작렬에 띄어쓰기가 이상한게 많아서 다시 정리하느라고...헥헥헥

그래서 꽃송이가도 수정을 하고 다시 올립니다:D

내용상의 변화는 없구요, 글의 흐름을 좀 더 원활이 되게 바꾸었습니다.

ㅠㅗㅠ근데 그래도 오타님은 계속 나오셔요......흡...혹 오타있으면 댓글 진짜 제발 부탁드려요 엉엉 ㅠㅠ

아, 그리고 전에 글 올렸을때 신알신과 암호닉 해주신 분들!

죄송하지만 ㅠㅗㅠ 다시...부탁을......

사정은 말하기 곤란해서 말 못드리지만

구독(이라고 하기 민망하지만;;)을 계속 원하신다면...다시 부탁드려용 ☞☜

망상녀의 망상망상한 팬픽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에 또 봐요! see U !

PS. 꽃송이가 다 올리고 나서 새 연재작 썰 올릴거에요!

제목 이벤트(라고쓰고 작가가 제목못정하는 볍신이다라고 읽는다)를 열 예정이니

많이많이 참여해주셔요 !

 

 


 

[현성/중편] 꽃송이가 외전 [수정VER.]

 

 

 

 

 

 

 

꽃송이가 

w.규지몬

 

남우현과 김성규가 주인공인 팬to the픽

 

 

 

 

_ 제목*내용*커플링*작가등 뭐든 수정하시다간 16대가 폭풍설4

_ 공금따위 곱게접어 나빌레라 (배포 대 환 영)

_ 모든 글은 '정독'이 필수입니다.
  한 단어, 한 문장 꼭꼭 체하지 않게 씹어드시길 권장합니다 :D

 

 

 

 

 

 

 

 

 

 

BGM_버스커버스커 의 ‘꽃송이가’ 

(그러나 따로 BGM을 깐건 아니오니 만약 MP3에 이 곡이 있으시다면 살포시 이어폰을 끼고 감상하시며 들으시면 더욱 맛좋은 팬픽이 되실거에요 :D ) 

      

 꽃송이가 외전

 

(현재_과거_현재순입니다.)

 

 

 

 

 

 

 

 

 

 

 

“이성열아, 너 집에 안가냐?”

 

아까부터 남우현은 요근래 갈색으로 변해버린 머리를 세세하게 매만지느라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물론 자기 애인인 성규형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당연하니 그렇구나 하겠지만 지금 내가 자기 집에 와있는 이유가 그저 놀러 온 게 아니라는 걸 왜 자각 못하는데! 지금 같이 해야 하는 과제를 끝은커녕 시작도 못하고 저러고 있으니 나라도 끄적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뭐라고? 와 진짜 짜증나서!

 

 

 

 

“왜, 너 지금 나가게?”

 

지금까지 준비하는 걸 빤히 다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 두껍기만 디립다 두꺼운 입술로 확실히 들어야겠다 싶어서 질문을 해봤다. 대답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날 한번 쳐다보고 신발을 꾸겨 신는 저놈의 뒷 통수! 아오! 어느새 다 신었는지 또다시 현관 앞 거울에 서서 옷매무새를 매만지고 있는 남우현이 재수가 없었다. 근데 저 가죽 자켓은 좀 멋지네. 다음에 저거 빌려입고 미팅이나 나가야겠다.

 

 

“너 이거 과제 빨리 끝내야 하는거 몰라?”

 

“아 갔다와서 할게.”

 

“너가 지금 나가면! 나가서 성규 형 만나면!앙? 금새 집에 들어와? 앙? 앙?!”

 

 

  

우와 돌아버리겠다. 남우현이 김성규를 만나면 문자와 전화는 물론이요, 심지어 카톡도 확인도 안 하는걸 뻔히 아는데! 1이 절대 사라지지가 않는 다는 것을 초롱초롱한 사슴들의 커다란 눈과 100%일치하는 나의 이 두 눈으로 다~봤는데! 지금 나보고 널 이렇게 보내주라고?

 

“안돼! 너 지금 가면...!”

 

“갓김치.”

 

아.....망설였다. ‘아니 필요없어’라고 말하기엔 이미 눈치 좋으신 남우현씨가 내가 흔들렸다는 걸 캐치해버렸다.

 

“너가 너무 사랑해서 마지않는 그 울 엄마표 갓김치. 그거 때문에 우리집 오는거잖아.”

 

 

 

나는 이런 입맛을 진즉에 버렸어야했다. 아메리카노, 콜라, 갓김치처럼 중독되어서 끊지 못하는 것들 때문에 이렇게 노예마냥 붙잡혀서 살아가는거다! 하.... 그게 나쁜 것인가, 아님 그걸 이용해먹는 저런 악질 남우현이 나쁜 것인가! 제발 후자면 좋겠지만 난 참 착한 사람이니까....나를 탓해야지 흑흑.

 

 

 

“흡....그럼......1시간.”

 

“3시간!”

 

“야 장난하냐!”

 

눈을 홉뜨며 달려드니까 남우현이 더 홉뜨면서 신발을 신고서라도 집으로 들어오려는 시늉을 해댔다.

 

“1시간이면 성규형 얼굴만 보기도 모자란 시간이야! 성규형을 보러가는데 얼굴만 봐야해? 어? 생각해봐. 성규형 손가락이 얼마나 이쁜줄 알아? 막 꼼질 꼼질 대는데 아우~ 생각만 해도...여튼! 그것도 봐야되지, 성규형 뒷통수랑 머리카락이 얼마나 부드러운줄 알아? 막 손가락을 슬쩍 대기만해도 살랑살랑 거린단 말이야....그러니까 거기도 봐줘야지, 또...”

 

 

 

아.....내가 졌다.

 

“야 가! 가버려!!! 너 3시간이랬다? 너 그 안에 안들어오면 너네 집 다 엎어버리는 수가 있어!”

 

‘나는 열이 받고 있습니다, 터지겠어요 지금 당장 나우! 그러니 꺼져버려 이새끼야!’라는 내 벌건 얼굴을 보며 헤실헤실 개새끼마냥 웃는 얼굴로 내 어깨를 툭툭 쳐주는 남우현이 재수가 없다.

 

“열아~집 잘봐주세요. 냉장고에 갓김치 무제한 리필 가능합니다! 으아 성규형 전화다! 여보! 으흐 지금 나갈거에요~아니야, 지금 당장 달려갈거니까 움직이지 말구 서있어! 응응!”

 

 

 

우엑, 저 변신 로봇보다 변화무쌍한 놈. 어쩜 저런 말도 안되는 애교 따위를 보여줄 수가 있지? 진짜 윽이다 윽! 하.....명수야 보고 싶다. 나 쟤 느끼해서 더 이상 못 있겠어 엉엉. 너 프랑스에서 언제 돌아오냐구우!!시간아 제발 빨리 가라!

 

 

 

뒷통수도 헤실대면서 나가는 저 남우현은 나에게 감사할 줄을 몰랐다. 아니 생각해봐라, 성규형이랑 다시 이어준 건 난데! 나 이성열이 아니었으면 지랑 성규형이랑 다시 저렇게 껌딱지마냥 붙어다닐 수가 있었겠어? 하.......남우현 탓해봤자 착하고 고운 내 속만 터진다. 우선 밥에 갓김치부터 먹고나서 생각해보자. 아 절대 갓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서 달려드는거는 절대 아니구...그럼......그냥 생각하면 머리만 아파지니까...그러니까 그러는거지, 암 그렇지!

 

 

 

 

 

 

 

 

 

 

 

 

-

 

요즘 남우현이 미친 것 같다. 아니 미쳤다. 하루에 열 번도 더 넘게 전화를 걸어도 꺼져있다는 고운 여성분의 목소리만 들려와서 전화거는 사람 속을 터지게 만들더니, 갑자기 뜬금없이 밤에 띠리릭 전화걸어서 사람을 불러놓고선 술만 주구장창 마신다. 무슨 술먹는 기계도 아니고 5번을 만나면 5번 모두 술을 먹는거다. 아니 밥이라도 중간에 껴서 먹던가! 그냥 술술술술술 진짜 술만 먹으니 같이 마시는 내 속도 엉망진창이다.

 

 

 

술을 즐기는 얼굴을 하고서 줄기차게 찾아마시면 이해라도 가지 도대체 왜 당장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워하는 얼굴로 술을 들이 붓는건지......친구라는 이름으로 두눈 가득 담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속 한가득 울컥해진다. 그래서 만날 때 마다 술 마시기 전이나 혹은 술에 단단히 취해 자기발로 제대로 못 걸어 갈 정도일 때에도 열심히 찔러 봤지만 얼마나 입 다물고 있어야하는 비밀인지, 고주망태인 상태에서도 고개만 도리도리 하더라.

 

 

 

결국 오늘은 꼭 들어야겠다 라는 다짐을 나타내듯 신발끈을 꼭꼭 묶고 집을 나섰다. 겨우 살살 달래서 술자리로 놈을 끌어들였지만, 언제나 똑같은 나의 질문에 이제는 차갑디 차가운 눈빛과 말들만 내쏟는 남우현에 결국 내 입은 또 닫혔다. 무서워서 다시 못 물어 본게 아니라, 얼음장보다 차가운 그 말을 내뱉으면서 손은 덜덜 떠는 이 남우현이 불쌍하고 짠하고...내 목구멍까지 ‘울음’이란게 올라와버려서 그 날 이후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너무 추워진 날씨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 커피전문점에 들른다. 이런 쓴 맛만 나는 약 같은걸, 그것도 커다란 잔으로 한가득 왜 마시냐고 고개를 내젓는 친구들도 많지만 그 맛에 마시는거라고 백번 말해줘도 아무도 이해를 못한다. 그런 이유로 혼자 마시러 나오는게 더 빈번했다. 오늘은 오랜 만에 유명브랜드의 지고지순한 커피 맛이 고팠다. 그래서 우리 동네 큰 사거리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메리카노를 받자 어디를 앉아야하나 고민을 했다. 사실 마음같아선 뉴요커처럼 잘 여문 날씨가 나뭇가지 사이에 곱게 걸쳐진 분위기 좋은 길거리를 향이 진한 커피 한데 섞어 같이 음미하면서 걸어주고 싶었으나, 요즘 날씨가 워낙 오락가락해서 제대로 초이스를 못한 내 의상은 그 추위를 막아주긴 어려워보였기 때문였다. 그냥 곱게 실내에 앉아서 마셔야지.

 

 

 

추우니까 최대한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푹신한 소파가 내 엉덩이를 맞이하는듯한 착각에 더 노곤히 몸을 붙였다. 한 모금,두 모금 조금 많이 뜨겁긴 하지만 커피는 이럴 때 마시는게 진리지! 입술부터 발끝까지 서서히 녹는 기분이 싫지만은 않았다. 아니 사실 굉장히 좋았다. 천천히 눈까지 녹아드는건지 점점 감기기 시작하는 그 찰나에 내 눈은 억지로 뜨여 질 수 밖에 없었다. 누군가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듣기 귀찮은 소음을 만들고 있었기에.

 

 

 

뭐지, 하고 눈을 떴을 땐 마냥 백설기처럼 생긴 사람이 건포도 같은 눈을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혹시 자리가 없어서 합석을 원하는건가 싶어 카페 안을 둘러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빈자리가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잘 들어왔다. 그렇게 고개를 돌린 사이에 내 앞에 앉아버린 이 남자가 참으로 무례해 보였다. 짜증이 솟구쳐 뭐하는 짓이냐고 물으려던 찰나, 이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현이 친구 분 맞죠?”

 

금 떨리는듯한 목소리로 우현이의 이름을 말하기에 경계 태세를 낮췄다. 

 

“우현이랑 아시는 분이세요?”

 

내 질문에 그가 살포시 고개를 끄덕이는데 앞머리가 찰랑이며 눈을 살짝 가렸다 올라갔다. 내가 모르는 우현이 친구는 없는데...이상하다...나도 모르게 입으로 생각을 읊조리고 있던 모양이었는지 그는 당황한 듯 어, 어 거렸다.

 

“근데 절 어떻게 아세요?” 

 

아니 안다고 해도 왜 아는 척 이세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순차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예전에 우현이가 그 쪽 사진 보여줬었어요, 재미있는 친구라고...”

 

내가 재미있고 활발하고, 또 우현이와 중학교 때 부터 친구인건 맞다. 그것도 절친. 그런 내 사진을 보여줄 정도라면 이 사람은 우현이와 친한 사람 인게 분명했다.

그런데 내가 모른다고? 아무리 눈치 없는 나지만 이게 ‘이상하다’ 라는건 알 수 있었다. 혹 이 사람은 알고 있을까? 요즈음 우현이를 해괴망측한 술 독에 빠트린 원인이 무엇인지. 나 혼자 너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어느새 그 사람은 눈을 굴리며 자신의 몫으로 들고있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요즘,”

 

내가 입을 떼자 그는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우현이가 이상해요.”

 

내말이 끝나자마자 동공이 흔들리는 그다. 

 

“왜,인지....아시죠? 아니 아실 것 같아요.”

 

 

 

혹시나 하고 찔러본건데 정확히 명중한듯했다. 갑자기 고개를 푸욱 숙였기에 그의 눈이 보이지가 않았다.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도통 모르겠다.

 

“제가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안 해줘요, 그자식이. 그리고 술만 마셔요. 자기 몸이 무슨 기계인가? 그렇게 술만 들이붓고 사는데 몸이 남아날까 싶어요. 그런데 제 말은 듣지도 않고 계속, 계속...무언가를 흘려보내고 싶은 사람마냥 계속-....”

 

 

분명 난 이 사람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사람에게 우현이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건 본능에 가까웠다. 근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더라. 이 사람도.......뭔가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게 눈물인지, 아님....... 우현인지. 그의 축 처진 어깨고 작은 머리꽁지고 팔이고 내 눈에 닿는 모든 부분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게 참 안쓰러웠다. 그리고 꼭 만날 보던 그 못난 놈이랑 겹쳐보였다.

 

 

 

“형,이죠? 우현이 그렇게 만든거”

  

내 말이 시작점 인듯 이젠 소리까지 참지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는 그 사람에 난 말 없이 미간만 찡그렸다.  

 

“그리고 형도...” 

 

....아픈 거죠? 뒷말은 차마 입으로 나오지를 못했다. 그러나 그는 듣지 않았음에도 이미 들은사람마냥 안그래도 무너져있는 몸을 더 무너트렸다. 눈치없다 소문난 내가 이 정도까지 파고들 수 있는 사람인지 몰랐다. 아니면 그렇게 티가 풀풀나게 이 사람들이 행동을 하는건가 싶었다. 이미 무너져버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서인지 뚝 멈춘 몸의 떨림이었지만 내 눈에 남은 잔상 때문인지 아직도 그가 몸을 떠는 것처럼 어른거렸다.

 

 

 

“힘들죠?”

 

위로가 필요해 보인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도달하기 전에 손이 먼저 그의 머리 위로 다가가 쓰다듬어 줬다. 아차 싶은 것 보다 잘했다 라는 생각이 더 크게 와 닿았다. 다시 시작된 그의 떨림이 고스란히 내 손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이렇게나마 그의 아픔도 조금은 덜어서 내게 줄 수 있을까......그는 아파한다....우현이처럼. 처럼? 아니 같다. 둘은 같다. 똑 같이 나눠가진 그 둘이 왜 떨어져 있는건지 도통 이해는 가지 않았다.

 

 

 

핸드폰을 열고 너무 눌러서 외워버린 그 11자리를 다다다 눌렀다. 역시...어제 내가 술김에 켜놓은 핸드폰의 전원은 주인에 의해 다시 잠들지 못했나보다.

곧이어 작고 낮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난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나무!!!아침이야!!”



 

갑자기 혼자 소리를 지르는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앞에 있는 그 사람은 눈물을 그득하게 볼에 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현아 미안해.....”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죠? 눈짓으로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쪽 마음.

 

 

 

“근데! 명수가! 명수가 꼭 너 부르라고 했단 말야!” 



 

명수야 미안. 하지만 사람은 살려야 하지 않겠니? 게다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명 씩이나 살릴 수 있다고. 

   

 

 

“너 너!!명수다신 못 볼 수도 있다!?” 

 

사실명수보다는, 이 사람을.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대변했는지 어느새 다시 끅끅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혹시라도 울음소리가 통화 속 에 들어갈까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고 우는 그 모습이 꼭 맑지만 지독하게 쓴 액체로 속을 틀어막는 우현이와 비슷해보였다.

 

 

 

“그때 술자리 기억안나? 명수 파리간다고 했잖아! 이제 가 버리면 언제 올지 모른댔어.... 흐어어어엉”

 

이젠 내가 우는지도 모르겠다. 왜 이 두 사람은 바보같이 서로에게 난도질을 해대고 아파하고 있는 것 인가?

 

 

 

그런 두 사람에게 기회라는 것을 주고 싶었다. 그 기회는 내가 줄 수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내가 자처해서 도와야지 안 그래?

 

 

 

전화를 끝내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티슈를 북북 빼왔다. 그 사이에 언제 몸짓을 바꿨는지 ‘ㄱ’자로 몸을 굽혀 무릎에 이마를 대고 있는 그 어깨가 참 작아 보였다. 슬며시 어깨를 잡아 일으켜 줬다. 처음 봤을 때 보다 더 부은 눈으로 날 바라보는데 나도 모르게 손에 쥐어주고 했던 티슈로 그의 눈가를 찍어주었다.

 

 

 

어느새 둘 다 마음도 울음도 가라앉혀졌다.

 

“나는요, 우현이가 남자를 사랑하는 건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메마른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그 또한 메마른 눈망울로 나를 응시했다. 아니 말을 내뱉는 내 입가를 응시했다.

 

“근데요, 얘가 그 정도가 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면,그게 그쪽이면-”   

 

꿀꺽, 크게 삼켜진 침소리가 조금은 창피했지만 말은 이어가야했다. 

 

 

 

“인정...해야겠죠?”

 

더 이상 울지 못할 것 같은 그 눈동자가 다시금 차오르려고 했다. 그 순간 밖이 보이는 창가로 우현이의 옆모습이 보였다. 이내 들어온 듯 했으나 이쪽 좌석은 조금 더 들어와야 있는 좌석이기에 우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울면 안되요, 우현이 우는 거 싫어해요.”

 

그 말에 억지로 다시 눈물을 넣어 보려는 듯 눈에 힘을 주는 그의 모습이 조금 웃겼다. 풉, 하고 작게나마 웃음소리가 튀어나온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웃겼다.

 

 

 

“근데 뭐....그쪽이라면 뭘 해도 좋아할 것 같네요.”

 

대신 그도 내 웃음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내 마지막 말 덕분인지 살포시 눈가를 접었다.

 

“자, 빨리 가 봐요.”

 

툭툭 그의 어깨를 쳐주자 조금 망설이는 듯 온기가 거의 다 빠져나간 테이크아웃용 잔을 매만지기만 했다.

 

   

 

“사람은요, 다 때가 있어요. 그 ‘때’를 잡아야 하는거에요. 그쪽이 날 여기서 만난 건 우연이었겠지만, 잡았으니까. 그랬으니까 이렇게 될 수 있었던거에요. 그러니까, 우현이도 잡아줘요.” 

 

 

 

잡아달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얼굴이 보이던 내 눈높이에 그의 배 부근이 보였다. 그는 한번의 망설임 없이 일어서더니 그대로 돌아나가 우현이에게 느리지 않지만 힘있게 발을 내딛었다. 그 강단있는 뒷모습이 아까의 울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우현이에게 ‘기ㄷㅏㄹ’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제 내 할 일은 다 끝난 것 같다. 둘의 행복에 내 손길이 닿았다는게 내심 뿌듯해졌고 이제는 없던 눈치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생긴 기분이었다.

 

 

 

 

 

 

 

 

 

 

 

 

 

-

 

“서엉규혀엉-!”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좋다고 달려오는 멍멍이 같은 모습에 내심 누가 볼까봐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아무도 없구나 싶었다.

 

“쳇, 인사도 안해주네.”

고새 달려와 내 앞에 툭허니 서서 날 조금 내려다보는 우현이에 얘는 참 빠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 키...”

“아이참, 그런건 모른 척 해줘야 하는거 몰라요? 오늘은 오랜만의 데이트니까 특별히 제 자존심을 아주 조금 높였다구요-”

   

평소와 다르게 조금 높아진 눈높이가 나를 더 설레게 하는건지, 아니면 ‘남우현’이라는 자체가 설레는건지. 나 혼자만의 고민에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두 볼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우리 형 무슨 생각을 하길래 이렇게 볼이 빨개질까? 내 생각했나? 응?”

 

“으, 아니야아....” 

 

생각이 얼추 맞춰진게 부끄러워진 나머지 나도 모르게 말꼬리를 주욱 늘리자 “거짓말하네, 안되겠네 우리형!”하며 내 볼이며 코끝이며 눈꺼풀이며 소리나게 입술을 붙여대는 우현이에게 벗어나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어느새 힘 있게 내 두손을 꽉 잡아 내리더니 자신의 허리에 손을 두르게 했다.빼도 박도 못하게 자신을 억지로 두르게한 내 팔뚝을 꽉 잡은 채로 계속 얼굴을 쪼아대는 우현이 이제는 간지러웠다. 

 

 

 

“으히, 간지러워-”

 

어느새 멈춘 뽀뽀세례에 천천히 눈을 떠보니 우현의 눈 안 가득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온몸을 간질거리게 할 정도로 진한 그 무언가로 부끄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봐?”

 

“하, 형...알고 그러는 건가? 아님 타고난건가?” 

 

무슨 소리지 싶어 나도 모르게 눈썹을 구겼다. 

 

“형은 지금 형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지?”

 

답이라도 구하는듯 묻는 질문 같지만 그 질문은 너무 부끄러워서 절대 답도 못해주는 질문이었다. 

 

“당장이라도 어디 들어가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와구와구 입에 넣어버리고 싶지만!”

 

으아!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급하게 우현이의 입을 내 손바닥으로 가렸다. 그러나 그 손을 잡아채 쪽 소리나게 손바닥에 입술을 댄 우현에 눈만 꿈뻑했다.

 

 

 

“그러나 난 오늘 신데렐라,흑.....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바쁘게 움직여야 해요”

 

귀가 달려 있었다면 발끝까지 추욱 쳐졌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게끔 우현이의 눈도 어깨도 쳐졌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조금 걱정됬다.

 

“왜? 무슨 일 생겼어? 지금 바로 가야해?”

 

도리도리 고개를 돌리고 내 목에 팔을 감아 이마와 이마를 마주하게 만든 우현이 조곤조곤 말했다.

   

 

 

“이성열 이라는 마녀가 나에게 저주를 걸었어......글쎄 3시간 안에 집으로 돌아오래. 그게 말이 되나?”

 

왜 말이 안되나 싶어서 ‘되지 않아?’라고 답하자 ‘형도 이성열이랑 한패인거야!?’라며 내 이마에 자기 이마를 콩 박은 우현에 ‘아파!’라고 외쳐줬다.

 

 

 

“생각해봐,혀엉....”

 

뭘 어떻게 이해를 해줘야하나 싶어 우현이의 어깨를 팔을 뒤로하고 꼬옥 잡아주자

 

 

 

 

 

 

“이 이쁜 눈도 봐야하구-”

하며 내 눈 위에 쵹,

 

“이 뾰족허니 귀여운 코도 봐야하구-”

하며 내 콧등에도 쵹,

 

“요요 귀여운 팔자 눈썹도 봐야하구-”

하며 내 눈썹 끝에도 쵹,

 

“대망의 요 입술...요기도 봐야 하구-”

하며 내 입술에 쵹,

 

우현이의 말보다는 그 행동이 더 간질댔다.

 

 

 

 

 

 

 

 

“으우.......우현아-”

 

이젠 말없이 얼굴 한 가득 뽀뽀세례만 날리는 우현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아 들었다. 히이잉거리며 날 바라보는 그 눈빛이 참으로 날 부끄럽게도 했지만 날 온전히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이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은 눈빛에 나도 최대한 비슷하게 바라봐 주었다.

 

 

 

“우리 우현이, 그래서 슬퍼요?”

 

내가 이렇게 받아준 적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우현이가 살짝 놀란 눈치였다. 아 귀엽다. 이래서 우현이가 자주 날 놀라게 하는 멘트를 하는건가? 그래서 내가먼저 우현이의 입술에 꾸욱 입술을 대주었다.어라....진짜 놀랐나? 평소라면 깨물고 살살 빨고, 사악사악 입안곳곳을 핥느냐 바쁠 우현이의 도톰한 입술이 그대로 있었다. 입술을 때고 다시 우현이를 바라보자 멍한 눈을 하고 날 내려보고 있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이왕 시작한거 오늘만큼은 내 마음도 알려주고 싶었다.

 

 

 

“나도...나도 우리 우현이의 요 이쁜 눈 봐야하고”

발뒤꿈치를 올려 우현이의 눈가에 입술을 대고,

 

“이 멋진 코, 이것도 봐야하고”

가운데가 살짝 파인 물줄기처럼 흐르는 이 코끝에도 입술을 대고,

 

“그리고 이 도톰한 입술도.....”

 

 

 

말을 끝내기도전에 허겁지겁, 정말 허겁지겁 우현이 가까이 다가와 내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은 아프지만 빠르게 내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우현이의 다급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알았어, 천천히 라는 뜻을 담아 등께를 살살 어루만져주니까 그제야 제 페이스를 붙잡아 천천히 하지만 진득하게 달라붙는 우현이의 입술이 참 좋다.

아니 우현이가 좋다. 기분 좋은 몇 분이 그렇게 지나가다 천천히 입술을 뗀 우현이 내 손을 꽉 잡았다.

 

 

 

“형......”

 

“응?” 

 

“하...안되겠다.” 

 

 

 

그러더니 우현이는 내 손을 이끌고 무작정 달렸다. 어,우현아 설마..이 낮에...에이 설마 아니지? 날 잡고있지 않는 손으로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귀에대더니 곧 소리쳤다.

 

 “이성열!당장 너네집가!!당장 비워!안그러면 너 우리 일치는 거 생중계로 볼 수도 있다!! 아, 그놈의 갓김치 그냥 다 들고 가버려!!끊어!" 

 

전화통화에 집중을 하느라 내 팔이 아프게 끌려간다는걸 몰랐던 우현인지 나도 모르게 ‘아!’소리를 냈다. 

 

 

 

전화를 끊자마자 뚝 멈춰서서는 ‘형 괜찮아?’하며 잡았던 팔목을 풀곤 손가락 사이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겹쳐 깍지를 끼더니 내 손등을 살살 자기 볼에 부빈다.

 

“이건 아프지 말라고 주는 약.” 

 

헤헤 하며 눈이 휘어지는 우현이를 보는데....안되겠다. 우현이의 손을 내가 더 끌고 가게되는 꼴이 되어버리자 그게 또 좋다고 우현이는 으하하하 웃으며 ‘형도 급하구나?’하는데 대답은 할 수 없었다. 그치만 우현이의 ‘형, 난 형 무지 사랑하는데 형은 나 사랑해?’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대답해 줄수 있었다.

 

 

 

“응 사랑해. 너무 사랑해서 간지러워 죽겠어, 우현아.”

 

그니까 우리 달리자. 

응 나도 좋아 형.

 

 

 

눈이 마주치자마자 우리는 달렸다.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달라붙게 깍지를 끼고서.

차가운 겨울틈새에 작은 꽃 한송이가 그렇게 피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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