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내가 경고할때 말을 들었어야지.
발목을 감싸는 서늘함이 싫지 않다. 코가 간질거려온다. 시원한 재채기를 하고 니 옷을 끌어 손을 닦았다. 참 위험한 세상이야. 그 누구도 믿을 게 못 돼. 미동조차 없는 너의 가슴 위에 머리를 기댔다. 있잖아 종인아. 내가 왜 이렇게 됬을까? 난 너만 바라봤는데 말이야.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지, 너랑 나처럼. 질린 니 얼굴을 떨려오는 손으로 쓰다듬어 준다.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으니 여기저기 붙어먹는구나. 그래도 이젠 괜찮아, 넌 영원히 내꺼니깐.
힘겹게 너를 닦아내고 침대에 뉘였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우리 이렇게 나란히 누운거 얼마만이지? 니가 나 때리기시작한 이후로 처음이네. 그래도 좋아, 넌 지금 나 안때리잖아. 왜 대답이 없어? 몸을 돌려 누웠다. 딱딱한 목석처럼 굳어있는 너의 모습은 나에게 손을 올리던 모습과는 완전한 다른 모습이다. 너 지금 진짜 웃겨. 비죽 웃음이 나왔다. 너도 이렇게 웃어봐. 스치듯 지나간 손길에 남은 온기는 증발했다. 춥구나, 종인아. 내가 미안해. 이불 덮자. 이불을 끌어올려 목 끝까지 덮어 주었다. 너 차가워지면 안돼. 그럼 빨리 사라지잖아. 늘 따뜻하게 해줄게.
햇살이 비치는 아침은 언제나 일어나기 좋다. 종인이는 여전히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려 덮고 자고 있다. 너 깨기 전에 화장실 청소 하고 올게. 나 보고싶어도 참아. 가볍에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 종인아, 너 입술 왜이렇게 튼거야, 원래 부드러웠잖아. 내가 나중에 립글로즈 발라 줄게, 일단 청소부터 하고.
타일에 뭐가 이렇게 묻었는지 붉그죽죽한 자국이 많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어제 종인이와 이곳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것이 생각났다. 볼이 붉어지는 느낌에 고개를 숙이고 타일을 닦았다. 어디서 나는지 모를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빠지지 않는 자국에 락스를 부었다. 락스 냄새에 아까 나던 역한 냄새도 묻혔다.
욕실에서 나온 후 곧장 립글로즈를 들고 방으로 갔다. 종인이는 착하게 가만히 누워 있었다. 기다려 봐, 촉촉하게 해줄게. 립글로즈를 입술에 발라 주었다. 조금 부족한듯 싶어 많이 발라줬다. 이정도면, 나중에 키스할때 부드럽겠지? 생각만 해도 설레 종인아. 근데 왜 너 아직까지 한마디도 안해? 내가 너 그여자랑 있을때 끌고온거 때문에 아직도 삐진거야? 입을 꾹 다문 종인이를 노려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 내가 경고 했지. 적당히 하라고.
너와 나는, 이곳을 맴돌고 있다.
시계 태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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