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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호모

 

 

 

 

 

 

w.힛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애초 태생부터 김종인과 나는 얽힐 일이 없을 만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굳이 김종인과 얽히고 싶지 안을 뿐더러,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그냥 이름만 아는 동창생 정도로만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사람 이었다.' 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김종인과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구태여 김종인과 친해지려 무던히 애쓰는 노력파도 아니고 김종인의 학교폭력에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조용히 고등학교 3년 생활을 마치려던 나는 쏟아지는 뜻밖의 질문들에 그 자리에서 얼어 붙고 말았다.

 

 

 

 

 

 

 

 나는 매사에 무기력했다. 내가 힘내어 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답답하면 다들 움직이니까. 친구가 몇 없어도 상관 없었다. 졸업 후 좋은 인맥으로 남을만한 사람은 아주 드물고 소수였기 때문에 애써 주위에 사람을 두려 하지 않았다. 사실, 이기적이라는 말은 나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나는 모든 것이 내 중심이 아닌 이상 관여를 하지 않는게 마음 편하게 사는 법이었다. 이리저리 휘둘리는건 딱 질색이고 남이 나에대해 입방아를 찧어도 들은체만체 하고 넘어간다. 그들이 함부러 입을 놀리는 동안 나는 그만큼 그들을 눌러버리면 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앞으로 나에게 벌어질 일들을 암묵적으로 의미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해도 굳어지는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이딴 거지같은 이야기에 내가 왜….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에 대꾸조차 않고 자리로 가 앉았다.

 

 

 

 

 

 

 김종인이 오래 전부터 나를 좋아했다니, 내가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받아주지 않았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아무리 호모가 싫다고 해도 그렇지 매몰차게 봐주지도 않는 도경수는 깍쟁이중에 깍쟁이라고 낙인이 찍혔다. 누구의 눈치도 본 적이 없던 나는 행여나 김종인이 나를 불러내 이딴 소문을 니가 냈냐고 따지며 나를 세울까 싶어 조마조마 했다. 그런 무대에는 오르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하루종일 김종인을 피해 다니느라 온몸이 피곤했다. 급식도 마다하고 멍하니 자리에 앉아 칠판만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었다. 울컥 하는 마음도 함께 올라왔다. 이제껏 2년동안 조용히 잘 참아냈는데, 이제 겨우 1년도 아니고 5개월만 버티면 여기서 벗어나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걱정을 하고 있자니 진짜 내가 왜 이러나 싶기도 하다가도 김종인이 걸어온 길들을 힐끗 엿본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김종인은, 사이코패스같은 놈이기 때문이다.

 

 

 

 정신없기 짝이 없는 소란스러운 점심시간이 지나자 겨우 한숨 돌리다 시피 했다. 사실 내가 오늘 하루 김종인을 피해다닌건 맞지만 김종인이 학교를 나왔는지 나오지 않았는지의 여부는 알지 못했다. 그래, 한가지에 물고 매달리기 시작하면 무엇이든 끝도 없이 부가가 따라오기 십상이다. 몰려오는 한심함에 자리를 고쳐 앉았다. 김종인에 대한 생각도 접어 버렸다. 오늘 하루를 김종인 따위에 허비한 것을 생각하니 아까운 마음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문학책을 꺼내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줄 눈에 익은 내용이 들어오자 마음 어디 한구석이 편해 지는 것을 느꼈다. 한숨을 내쉬고 교실을 둘러보니 아침에 내게 쏟아지던 관심은 뒷전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기 바빴다. 인생에 도움 될 이야기도 아닌것을 열변을 토해내며 입을 여는 모습이 아까의 내 모습처럼 한심하게 여겨졌다. 곁눈질로 그들을 쳐다보곤 교실을 빠져나왔다. 운동장 스탠드에 나가자니 날이 너무 더웠다. 정체하지 않고 복도를 걷고 있자니 나른하니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건실에서 눈이라도 좀 붙일까 싶어 보건실 쪽으로 몸을 틀었다. 수업시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아무도 없을 보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입구부터 끼쳐오는 향수 내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 졌다.

 

 아무래도 이곳은 아닌가보다. 저런 향이 진한 향수속에 쌓여 잠을 잘리 만무했고 저 진한 향수를 뿌리고 다닌다면 그닥 질이 좋은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앞서 도로 들어왔던 문을 닫고 나와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 했다.

 

 

"앗,"

 

"어라? 맞네?"

 

 문을 닫고 돌아서니 코앞에 있는 하얀 셔츠에 그만 놀라버렸다. 그나저나, 맞다니? 내가 누군줄 알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가느다란 눈길이 불편해 게걸음으로 옆으로 빠져나왔다. 내 걸음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눈초리도 나를 따랐다. 복잡해 지는건 싫어서 인사만 하고 교실로 향하는 복도를 밟았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저렇게 질나쁘고 싸보이는 녀석이랑은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걸음을 바삐 해 교실로 들어왔다.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큰숨을 내뱉고 자리에 들어가려고 할 때, 내 머릿속에는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안녕?"

 

"어째서…."

 

 내가 나갈때 펴놓고 갔던 책이 온전히 있어야 할 책상 위는 김종인의 비싸보이는 지갑 뿐이었다. 이도저도 못하고 제자리에 붙박이 처럼 서서 김종인을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꽂혔다. 개중에는 진짠가봐, 대박이다 하는 개가 짖어대는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주먹쥔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뭐지, 지금. 기막힌 타이밍이다. 차라리 보건실에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정신없는 틈을 타 김종인이 내게 손을 들어 보였다.

 

"도도한 우리 경수."

 

"… …,"

 

"나 아파서 보건실에 있다가 왔는데. 왜 안왔어?"

 

 기가막힌 노릇이었다. 내가 무얼 잘못했지? 웃으며 거지같은 말을 하는 김종인의 얼굴을 뭉개버리고 싶었다. 될 수만 있다면 저 진한 이목구비를 지우개로 싹싹 지워내 버리고 싶었다. 아파서 보건실에 있다가 왔는데 왜 안왔냐니, 나는 댁이 거기에서 잠을 자던 토를 하던 별 상관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어이없어짐에 김종인이 건방지게 앉아있는 내 자리로 갔다. 자세도 건방지더니, 행동도 꽤나 건방지다. 자리 주인이 오는데도 안일어나? 말없이 김종인을 바라보자 김종인은 말아쥔 내 손을 억지로 펴보였다.

 

"힘 쎄다. 이런거에 힘쓰지 말고 나한테 써,"

 

"비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김종인은 자리에 앉아 멀뚱히 나를 올려보더니 순순히 자리를 내 주었다. 얼떨결에 자리에 앉아 다음 시간의 책을 꺼내고 자리에 엎드렸다. 더이상 저 짖어대는 개를 볼 자신이 없다. 보건실에서 나던 향수내가 코를 찌름에 인상도 함께 찌그러졌다. 김종인이 큰 목소리로 웃었다. 내 뒷통수를 두어번 쓰다듬곤 끝까지 씨발스러운 말을 지껄였다.

 

"까칠하기까지. 매력있네,"

 

 존나, 내 순조롭던 인생길에 비탈길이 생긴 기분을 만끽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게 내 진짜 미래인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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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헝 좋다....
누가 이기나 보자?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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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뭐짘ㅋㅋㅋㅋㅋ이신선함은 다음편이기대되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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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구ㅢ여워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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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아 ㄷ ㄷ ㄷ니니 양아치같다요 신알신하고갈게요ㅠㅠㅠㅜ 암호닉 에코 달고가도되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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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당연한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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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야호 ㅠㅜ 에코 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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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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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겁나신선해욬ㅋㅋㅋㅋㄱㄱㄱㅋㄱ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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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헐ㄹ짱 좋습니다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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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잘보구가요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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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귀여워경수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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