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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원 전체글ll조회 1772


게이와 포비아 

 

 

 

 

W. 슈워더 

 

 

 

 

 

 

 

 

 

 

01. 호모포비아의 직업 

 

 

 

 

 

더러운 게이새끼. 

 

 

내 입에서 튀어나간 한마디에 방금 내게 좋아한다 고백했던 남자애의 눈빛이 한순간 달라진다 싶더니 제법 드라마에서 나올법하게 내 싸대기를 때렸다. 욱씬거리는 뺨을 붙잡은채로 옥상에서 내려온 나는 속으로만 욕지기를 내뱉으면서 애써 메슥거리는 속을 달랬다. 진짜 때릴 사람이 누군데. 더러워. 

 

 

 

 

이상하게도 나는 남자들에게 고백을 많이 받는 편이였다. 아니, 뭐 그렇다고 하루 걸러 하루 받는건 아니였지만 한국에 동성애자들이 이렇게 많았었나 싶을 정도로 흔치 않는 일을 나는 꽤 여러번 경험했다.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던때에 학교에서 잘생겼기로 유명했던 선배에게 고백을 받은게 그 시작이였다. 그리고 수능을 치고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옆반이였던 아이에게 또 한번 그때까지만해도 남고라서 그런 일이 일어났을거라 생각했었다. 대학을 가면 달라지겠지했던 내 예상을 깨버린건 내가 졸업을 하고 대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또 같은 과의 동기에게 고백을 받았을때였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얼굴인가? 아니면 내가 게이로 보이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치솟는 역겨움에 헛구역질마저 올라올 판이였다. 그 이후로도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한번씩은 꼭 그랬다. 학교를 벗어나 대학원에 들어갔을때도 그랬고 우리나라 남자들은 다 게이라도 되는건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라면 꼭 얼마지나지않아 나에게 고백을 해왔다. 

 

 

 

나는 지독한 호모포비아였다. 고백을 받아도 매년 겪는 일이니 이젠 좀 의연하게 대처할만도 했지만 '게이'라는 말만 들어도 속이 뒤집힐 정도로 심각한 포비아인 내가 눈 앞에서 실제 게이를 만나는 일은 도저히 참지 못할 일이였다. 

 

 

 

 

 

 

 

 

직업은 정신과 의사,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조금 심한 수준의 호모 포비아인 나는 그 영향으로 결벽증까지 생겼다. 정신과 의사가 무슨 그런 병을 갖고있냐 주변에서 물을때마다 나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그럼 내과의는 다 감기 안걸리고 외과의는 몸에 상처가 안나냐고. 의학 공부 좀만하면 불로불사가 되겠다며 비아냥 섞인 웃음을 지었다가 모르는 사이 욕을 먹은적도 있었다. 조금 삐뚤어진 성격에 결벽증이 있는 호모포비아였지만 아직 살아가는데는 별문제 없었다. 인간관계가 썩 좋지못하다는것도 일주일에 한두번 집에 갈까 말까인 워커홀릭인 나에겐 전혀 거리낄게 못되었다. 

 

 

 

올해 서른. 한창일 시기에 꽤 고수입의 직업까지 갖춘 여러모로 장점과 단점이 많은 나의 평탄치못한 하루가 오늘도 시작되고있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일로 꼽는것이 딱 세가지가 있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별의 별일을 다 겪을뿐더러 내 성격상 웬만한것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지라 지랄병 환자의 발작이나 흔히 말하는 치매 환자의 벽에 똥칠하는 일까지 이젠 아무렇지 않게 일상처럼 받아들일 경지에 놓여있었지만 정말 이 세가지는 아무리 나라도 참기가 힘들었다. 

 

 

첫째는 막무가내인 보호자를 상대하는 일이였고 두번째는 정신지체의 아이라던가 지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성인이 내 진료실 안을 마구잡이로 휘젓고 다니며 이 물건 저 물건 만져대는것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중에서도 가장 참기 힘든 세번째는 포비아인 내가 게이 환자를 마주하는 일이였다. 

 

 

이 세번째의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일도 아니였다. 친한 동료 의사에게 부탁해 그런 종류의 환자들은 따로 다른 의사에게 진찰을 돌리곤 하던 나는 하필 오늘 그 동료 의사가 비번인 날에 맞춰 찾아온 환자와 그 부모로 보이는 보호자 때문에 진땀을 빼고있었다. 

 

 

 

 

 

"아, 글쎄 오늘 예약하고 왔다니까?!" 

"어떡하죠? 변선생님이 날짜 잡으신거 같은데 비번날이랑 헷갈리셔서 날이 겹친거 같아요" 

 

 

수화기를 통해 임간호사의 울먹이는 목소리와 함께 드센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보아하니 한 성격 하시는것 같은데...깊은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지금쯤 집에서 콧바람을 흥얼거리고있을 변백현을 욕했다. 

 

 

 

 

"...예약 꽉 찼다고 전해줘요" 

 

 

혹시나해서 핑계를 대보려했지만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던 목소리가 보통 드센것이 아니였던 만큼 중년 여성은 생각했던것보다 더 끈질겼다. 사람이 별로 없는 한산한 시간대에 예약이 꽉 차있다는게 말이되냐며 자기는 오늘 병원에 예약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날을 잡았는데 이런식으면 곤란하다고 자꾸만 클레임을 걸어왔다. 진료실 밖에선 임간호사가 그리고 진료실 안에선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갈등하는 사이 벌컥, 계속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 문이 막무가내로 열려버렸다. 

 

 

 

 

 

 

"글쎄, 예약 받은 선생님이 지금 자리에 안계신..." 

"그쪽도 의사잖아요! 우리 아들 상담 예약날까지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아요?!" 

"저기 아무리 그래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곤란한건 저에요! 입원을 시키던지 어디에 가둬버리던지 좀 어떻게 해주셔야 될거 아니에요?!" 

"...예?" 

 

 

진료를 원한다는것과는 거리가 먼 종류의 어딘지 모르게 조금 엇나간 말. 찡그렸던 표정 위로 의문이 스쳤지만 딱히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다시 알고싶지도 않았다. 나처럼 포비아인것 같지는 않았지만 마치 눈엣가시처럼 당장에라도 쫓아내고싶어하는 눈빛. 그녀의 목적이 이런거라면 나도 더이상 귀찮게 상대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임간호사, 입원실 하나 내줘요" 

"네?" 

"그 게이라던 환자분 안내해드리고 입원 수속 밟아줘요. 진료 및 상담은 내일부터 변선생이 맡는걸로 하죠" 

"아, 네!" 

 

 

 

이제 됐죠? 진료실 안으로 무작정 치고들어온 여자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묻자 입원이라는 말에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녀는 성심성의껏 돌봐달라는 별 의미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진료실을 나갔다. 엄청난 치료비를 지불함과 동시에 들이닥칠때와는 반대로 아주 조용히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이곳에 끌려곤 그 게이가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냥 저런 부모를 두고있다는 점에서만. 

 

 

 

 

 

 

 

하루의 시작이 안좋더라니 그 끝마저 제대로 짜증나게 만들었다. 아침 진료가 시작되기 전과 진료시간이 끝난 후에는 입원실을 돌며 마지막으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는게 우리들의 일이였다. 특히나 오늘은 낮에 쇼크를 일으켰던 환자가 있어 신경이 곤두서있던터라 더이상 진료받을 일이 없는대도 불구하고 내 긴장감은 아직 풀어지지 않고 있었다. 장갑이 안보였다. 집에 두고온건지 아까부터 계속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 내 전용 장갑 때문에 어쩔수없이 맨 손으로 진료실을 나온 나는 주머니속의 손수건만 매만지며 병실을 순회했다. 

 

 

 

병실문을 열때는 손수건을 손잡이에 씌워서 열고 환자에게 다가가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대신 눈으로만 마지막 진찰을 했다. 

 

 

치매 환자인 나이가 지긋한 노인부터 정신분열, 지체장애, 심각한 조울증 참 이곳에 있는 이유도 각양각색이였다. 그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도 잘보냈냐는 말로 대화를 끌어내는 이 시간이 24시간의 긴 하루 중 유일하게 마음이 편한 시간이였고 늘 날이 서있던 내 성격이 한층 유해지는 시간이도 했다. 

 

 

 

 

아픈 사람은 솔직하다. 굳이 나에게 자신을 속이려 하지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적어도 정신과 의사인 나에겐 그러했다. 의사 가운 안에서 꺼내지 않는 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며 나를 바라보는 환자에게 살짝 웃어보였다. 저들을 돌봐줌에 있어 나의 사명은 뚜렷했다. 하지만 다가갈수 없는건 내 탓이였다. 도무지 고쳐지질않는 이 결벽증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간격을 넓힌 채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나왔고 그렇게 입원실을 하나씩 돌던 나는 제일 끝방에 다달아서야 그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야하나. 처음 보는 이름, 게다가 조금 신기하기까지한. 아마도 이 사람이 오늘 그 드센 아주머니가 데려온 게이겠지. 바로 문앞에 서있는 지금 솔직한 마음으로 들어가고싶은 생각이 전혀 안들었다. 매 시간 상태를 꼭 확인해줘야할 정도로 목숨이 위험한 정신질환도 아니였고 애초에 이쪽은 내 담당도 아니였다. 게이라니. 생각만해도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러니까, 내가 그때 그 병실에 들어가지 않은건 의사로서의 근무태반도 아니였고 그냥 운이 안좋아서...아니, 단순히 내가 포비아였기 때문이였다. 

 

 

 

 

 

 

 

 

 

 

 

 

 

 

 

 

세미나 준비로 며칠 잠을 못자서 그런지 유난히 피곤한 눈가를 문지르며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온 나는 병원으로 가기전 교수님댁에 먼저 들렸다. 심리학쪽에선 꽤 알아준다는 윤교수님은 내가 대학원에 다닐때 처음 알게 된 분이였다. 지독한 호모포비아에 장갑 없이는 그 무엇도 손에 가져다대지 않을 정도로 내 결벽증이 극에 달했을적 내 치료를 맡았던 분이기도 했다. 

 

 

그에게 들려 필요한 책을 구하고 병원으로 돌아온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병원 분위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급히 차트를 들고 뛰어가던 임간호사를 붙잡아 병원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자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우물쭈물거리던 임간호사는 '사실 어제 들어온 환자가...' 하고 오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이례적인 일이였다. 장갑도 없이. 아니, 장갑을 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임간호사를 지나쳐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바로 입원실로 달려갔다. 

 

 

자살기도를 했어요.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어제부터 계속 그 상태라...변선생님도 아침부터 그 환자분이랑 씨름 중인데 커뮤니케이션이 안돼요. 얘기를 들을려고도 말을 하려고도 안해요. 

 

 

 

 

 

내가 어제 그 병실에 들어갔어야했다. 호모포비아에 결벽증까지 있다한들 난 우선적으로 의사니까. 내가 해야 할 의무는 다 했어야 했다. 그랬으면 그 사람이 손목을 긋는 일도 없었을텐데. 말이라도 붙여보고 그의 상태가 이상하다는걸 먼저 눈치챘더라면...! 

 

 

 

 

 

"변백현!" 

 

 

멀리서 보이는 새하얀 가운을 발견하고 병원 복도를 달리며 소리치자 내 얼굴을 확인한 백현이 깜짝 놀라하며 내 모습을 쭉 훑었다. 

 

 

 

"옷도 안갈아입고 무슨 일이야?" 

"그 환자 어떻게 됐어?" 

"누구? 무슨 환ㅈ...아, 어제 그 사람?" 

"자살하려고했다며" 

"다행히 상처가 크지는 않아. 지금 신경안정제 투여하고 잠들었어" 

"보호자는" 

"연락두절" 

"...시발" 

 

 

 

그 사람 진짜 게이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대충 한손으로 쓸어넘기며 묻자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백현이 '도통 말을 안하니 알수가 있어야지' 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꾸만 신경에 거슬렸다.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도 안돼서 손목을 그을 생각을 한걸보면 단순한 게이는 아닌거 같은데 그 사람은 며칠째 입을 열질 않는다. 물론 나는 아직까지도 그 사람의 얼굴은 본적이 없었지만 백현이 없을때 내가 받은 환자여서 그런지 그가 자살하려했던 일이 있고 난 뒤로 그의 이름이 나오거나 그 사람이 관련된 일에는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아무래도 이상해" 

"뭐가?" 

"405호 말이야" 

"...게이?" 

"그래. 그 게이" 

"그 사람이 왜?" 

 

 

점심시간. 밥을 먹는 자리에서 듣는 '게이'라는 단어에 확 인상이 찌푸려지면서도 백현의 입에서 나온 405호 환자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뭐가 이상한데? 하고 묻자 입안에 있던 밥을 꾸역꾸역 삼켜낸 백현이 그 사람을 보면 자꾸 어딘가 마음에 걸리는것이 있다며 인상을 썼다. 

 

 

 

 

"근데 그 사람 잘생겼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내 생각엔 그 사람 이반 아니야"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느낌이 그래. 진짜 동성애자 같지는 않고 그냥 내가 봤을땐 집에서 쫓아내려고 게이라고 억지로 아웃팅 시킨것 같은 느낌이거든" 

"지랄. 니가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이 게인지 아닌지 어떻게 딱 아냐?" 

"그럼 게이 레이더인 니가 한번 만나보던지" 

"아씨, 밥먹는데 존나 게이, 게이거리네. 그만하자" 

 

 

 

백현의 말에 질색하며 고개를 내젓자 그럴줄 알알다는듯이 쉽게 물러선 백현이 남은 밥을 마저 입안으로 가져다 날랐다. 

 

 

 

 

백현와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변백현은 본인 스스로가 담배향을 싫어했고 나는 내가 돌보는 환자중에 어린아이가 있을수도 있다는 이유로 의사의 길을 선택한 순간부터 담배를 멀리 해왔다. 그런 우리 둘이 옥상으로 향한 이유는 소화도 시킬 겸 잠시 숨을 돌리고 싶어서였다. 

 

 

 

"도경수 부모님한테 전화왔더라" 

"무슨 일로?" 

"입금했다는 전화지 뭐겠어" 

"이번에도 병원은 안오고?" 

"응" 

"도대체 치료를 하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도경수가 뮌하우젠을 앓는것도 다 그 잘난 부모탓이라니까" 

 

 

손에 들고있던 항아리 우유를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넣으며 짜증스럽게 말한 나는 며칠전 회진을 돌때 나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도경수를 떠올리곤 바나나향이 맴도는 입안을 혀로 쓸어내렸다. 달기만한 우유를 그렇게 마셨는대도 어쩐지 입안이 자꾸만 쓰게 느껴졌다. 

 

 

도경수가 앓고 있는 병은 뮌하우젠 증후군으로 주로 어렸을때 부모님을 잃거나 부모님으로부터의 멸시 또는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팠을때 받았던 관심과 사랑을 계속 받고싶어서 아프지도 않은데 꾀병을 부리거나 심한 경우에는 진짜 고통을 유발하기 위해 자해를 하기도 하는 현대사회에 들어 많이 발병하는 정신병 중 하나였다. 

 

 

 

 

"말나온김에 한번 들려라" 

"이번엔 또 뭔데" 

"실어증" 

"지랄" 

"그래도 걔가 넌 좀 잘따르잖아"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고는 예약 환자가 있어서 먼저 내려가보겠다며 백현이는 짧은 휴식을 마치고 서둘러 옥상을 벗어났다. 

 

 

진짜 낫기를 바라긴 하는건지... 

 

백현이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내 머릿속엔 도경수의 얼굴이 머물러있었다. 올해 겨우 17살. 한창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뛰어놀 나이에 이 갑갑한 병원안에 갇혀 누군가의 관심만 갈구하는...아, 시발. 생각하면 할수록 거지같았다. 다음 예약이 몇시에 있었는지 확인한 나는 급하게 발걸음을 옮겨 4층으로 향했다. 

 

 

 

 

 

 

 

 

 

 

 

 

"도경수" 

"......" 

"나 너보러 온건데 인사 안해?" 

"......" 

"말안할거야?" 

 

 

 

말간 눈으로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경수와 눈을 마주하며 경수의 침대맡으로 다가갔다. 이번엔 실어증이라더니 백현이의 말이 맞았다. 분명 저저번주까지는 기억상실이였는데 이번에는 실어증인가. 도경수가 관심을 받기 위해 여태까지 얻은 가짜 질병의 병명들을 떠올리며 속으로만 한숨을 삼켜냈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난거야?" 

"......" 

"자주 안와서 그래?" 

"......" 

 

 

경수의 미묘한 표정변화만으로 대화를 이어가던 나는 눈에 띄게 움찔거리는 경수의 눈가를 바라보며 결국 그거였구나하고 도경수가 이러는 이유를 알아낼수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얼굴보러 왔잖아. 그런데도 말 한마디 안해주면 속상해서 또 오고싶겠어?" 

"......" 

"도경수, 나한테 하고싶은 말 없냐구" 

 

 

 

경수와 눈을 맞추며 말하던 나는 '진짜 말안할거면 그냥 갈거야' 하는 내 말에 덥썩 내 가운을 붙잡는 경수를 보며 굳었던 표정을 풀고 씨익 웃어보였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새하얀 가운이 구겨질까 몸을 틀어 경수의 손에서 옷자락을 빼내면서도 다정한 표정을 지우지는 않았다. 

 

 

 

 

 

"왜 안왔어?" 

"좀 바빴어. 예약 환자가 많았거든" 

"아침에 들릴수 있잖아" 

"그건 나보단 백현이 일이니까" 

"......" 

"너야말로 갑자기 말도 안해버리면 어떡해. 완전 놀라서 달려왔잖아. 내가 보고싶었으면 그냥 니가 찾아오면 되는건데" 

"귀찮아하니까..." 

"누가?" 

"......" 

"난 안그래. 너 안귀찮아. 보고싶으면 보러오는게 맞는거야" 

"응" 

 

 

 

이제서야 불안에 잠겨있던 무표정한 얼굴을 거둬내고 예쁘게 웃어보였다. 뮌하우젠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애정결핍 증상은 이렇게 작은 관심 하나가 어쩔때는 그 무엇보다도 비싼 약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도경수의 부모님은 오늘도 입금했다는 연락뿐이였다. 자신들의 아들이 잘지내고 있는지 상태가 호전되기는 하였는지 전혀 관심없다는듯한 행동에 가끔씩은 담당 의사로서 이가 갈리기도 했다. 여기가 요양원도 아니고 돈만 주면 이 사람 저 사람 다 받아주는 곳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건지 은근히 가족들에 의해서 방치되는 환자들이 많은 정신병동은 퇴원날짜가 지났는데도 퇴원절차를 밟지 않는다던가, 입원 할 필요없이 통원치료를 받아도 될 환자들이 주변 사람들의 등살에 떠밀려 입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남은 점심시간을 경수와 보낸 나는 다음 오후타임의 진료를 위해 병실에서 나와 발걸음을 옮겼다. 엘레베이터 앞에 멈춰서서 시간을 한번 확인하곤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매만졌다. 오늘 입고있던 이 가운도 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나서야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엘레베이터 안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타고있었다.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는 곧 여기가 4층인걸 깨달았는지 서둘러 엘레베이터 안에서 빠져나왔고 나는 그가 내릴수있도록 한쪽으로 비켜섰다. 짧은 찰나 내 옆을 스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던 나는 그가 405호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서둘러 엘레베이터 안으로 몸을 실었다. 게이다. 저 사람이 무슨 이유로 우리 병원에 입원을 한건지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헛구역질이 튀어나왔다. 메슥거리는 속을 애써 다독이며 서둘러 진료실이 있는 2층의 버튼을 눌렀다. 시발, 그러고보니 저 사람도 4층이였지. 변백현이 말했던것처럼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게 생겼던터라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그래도 게이는 게이였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거부감에 등골이 서늘해지는걸 느끼며 잔뜩 표정을 구겼다. 젠장, 이젠 신성한 직장마저 게이 소굴이라니. 도대체 어디로 가야 이 더러운 이반들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을까. 신경질적인 걸음으로 괜히 먼지 하나 묻지않은 의사 가운을 털어내며 진료실로 걸음을 옮겼다. 마치 더러운것을 떼어내려는듯한 내 행동에 프론트에서 나를 바라보던 임간호사만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였다. 

 

 

 

 

 

 

 

 

 

 

"야, 진짜 대박이다" 

"뭐가" 

"방금 도경수가 말을 하더라니깐? 너 점심때 402호 갔었지?" 

"어린애 하나 제대로 못달래는 니가 이상한거야" 

"참나, 어르고 달래고 나도 다 해봤거든요?" 

"도경수는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같이 보내주만해도 별다른 증상을 안일으킨다는거 너도 알잖아" 

"그래. 알지. 아는데, 몇시간씩 시간을 투자하기엔 내 몸이 세개여도 모자라다는게 문제지" 

"이번에 니 담당으로 새로 들어온 사람 있다며"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더 미치겠다" 

 

 

 

퇴근 시간이 되자 제 피부처럼 하얀 의사 가운을 벗어두며 의자 위에 널부러진 백현이 오늘 당직인 나를 돌아보며 징징거렸다. 니가 포비아만 아니였어도 내 일이 훨씬 줄어들었을텐데. 405호 환자 얘기를 하는건지 작게 인상을 찌푸린 백현이 내가 물었던 새로 들어온 환자에 대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 BDD 환자야" 

"신체변형장애?" 

"응. 그것도 연예인 뺨칠 정도로 엄청 잘생긴 사람인데 말이야" 

"그것 참 아이러니하네" 

 

 

 

백현의 입에서 나온 병명에 들여다보던 서류에서 눈을 떼고 편하게 늘어져있는 백현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신체변형장애는 자신의 모습을 왜곡하여 자신을 괴물이나 엄청난 추남 또는 추녀로 보는 정신 질환이였다. 그런 병을 앓고있는 사람이 잘생겼다니. 이것 참 신은 공평하다 말하기도 뭣한 상황이였다. 

 

 

 

 

"상태도 심각해. 약간의 조울 증세까지 있어서 내가 보는 앞에서 자살 시도까지 하더라고" 

"요즘 자살기도 하는게 유행이냐?" 

"정신병동이 다 그렇지 뭐. 특히 우리는 정신병동 중에서도 특수병동 수준이잖아" 

"...됐다. 회진 다 돌았으면 퇴근이나 해"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던 백현이에게 더 떠들거면 나가서 떠들라며 손을 내젓자 조용히 '워커홀릭' 하고 중얼거린 백현이 가방을 챙겨들곤 미련없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요즘들어 부쩍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변백현이 중얼거린대로 일에만 빠져지낸지도 벌써 며칠째였다. 푹 잠들어 본지도 얼마나 지났는지 피로하다고 인식한 순간부터 점점 더 몸이 쳐지는것만 같았다. 하필 오늘같이 당직 서는 날 이럴건 뭐야. 몸이 힘든건 억지로라도 참아내겠지만 정신적으로 피로한건 견디기가 힘들었다.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서 잠도 깰겸 바람 좀 쐴까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쭈욱 기지개를 켰다.  

 

 

 

 

이 옥상은 변백현과 나를 제외하고선 올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의 경비아저씨조차 이 문이 잠겨있는줄 아시니까 당연히 옥상문이 열려있을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이 병원에 없었다. 정신병원의 옥상문이 열려있다는걸 환자들이 알면 너도 나도 뛰어내리겠다며 앞다투는 사단이 날지도 모르니 일반적으론 잠겨있다고 생각하는게 어쩌면 당연했다. 

 

 

허술한 자물쇠를 비틀어 열고 처음 이 옥상에 올라왔을때 변백현과 나는 작은 쉼터을 얻은 기분이였다. 나를 둘러싸고있던 모든 일로부터 벗어나 잠깐의 자유를 만끽할수있는 그런 공간. 그런데 그 안에 나랑 변백현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있었다. 

 

 

이미 퇴근했을 놈이 이 시간까지 여기서 멍때리고 있을리는 만무하고 오늘은 간호사들도 없으니 이 위에 올라온건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이 정신병동의 환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이런 내 예상은 참 기분나쁘게도 잘들어맞았다. 

 

 

 

 

 

"뭐합니까" 

"......" 

"여긴 환자분 출입금지인데요" 

 

 

나도 모르게 조금 기분 나쁜 목소리가 나가버렸다. 피곤했고 또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 시간을 방해 받은 기분이 들어서 눈앞의 실루엣이 누구인지도 모른채로 불퉁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런 내 말을 들어놓고도 아랑곳하지않고 가만히 서있던 남자는 내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난 뒤에야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아, 시발. 여기까진 또 왜 올라온거야. 

 

 

 

 

 

"올라오면 안돼요?" 

"...우윽.." 

 

 

허리가 크게 휠 정도로 몸을 움츠린 나는 밀려오는 구역질 때문에 차분한 목소리에도 귓가를 바늘로 찔러오는것만 같았다. 하여튼 이 지긋지긋한 혐오증. 포비아적인 성향을 넘어 거의 공포증에 가까운 증상까지 보이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몸이 이렇게 반응해버리는건 도무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내 상태가 이상하단걸 알았는지 가까이 다가오려하는 사람을 향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젓자 다행히 눈치는 좀 있는건지 멈칫 걸음을 세우고는 내게 손을 뻗는 대신 '아픈거 아니에요?' 하고 물어왔다. 

 

 

 

내가 몸서리치며 뒤로 물러서자 눈 앞의 남자도 더이상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우윽! 하고 차마 게워내지 못하는 속을 붙잡고 괴로워하던 내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옥상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볼뿐이였다. 그대로 바로 아랫층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변기통을 붙잡고 한참을 웩웩거리던 나는 저녁 끼니도 제대로 챙겨먹지못해 노란 위액만 토해낸채 찝찝해진 입안을 물로 헹궈냈다. 

 

 

 

 

 

 

 

 

 

덕분에 잠은 확 달아났다. 정신적인 피곤은 더 쌓인것 같았지만 혐오감과 두려움에 놀란 몸은 남아있던 잠기운을 모두 쫓아내버렸다. 오늘 안으로 끝내야했던 결제를 마치고 윤교수님께 얻어온 책을 읽던 나는 문득 아까 옥상에서 마주친 그 사람의 손목에 감겨있던 붕대가 떠올랐다. 자살 시도. 생각해보니 그 사람 병원에 입원한지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자신의 손목을 그었던 사람이였다. 젠장, 설마 옥상에서 뛰어내리지는 않았겠지? 잔잔한 머릿속에 파도가 밀려오는 기분이였다. 그렇다고 다시 옥상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일단 나는 의사였고 그 사람은 병명이 어쨌던간에 우리 병원의 환자였다. 

 

 

한차례 게워낸 속이 다시 뒤집히지 않길 바라며 인터폰을 눌렀다. 연결하는 호실은 405호. 무사히 받기만하면 그냥 끊어버릴 생각이였다. 

 

 

 

 

 

 

 

 

 

 

 

새벽 4시반. 내 담당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확인하던 나는 어느새 내 환자들의 차트뿐만 아니라 변백현의 진료 기록까지 하나씩 읽어가고 있었다. 인터폰으로 그 사람이 무사히 병실로 돌아갔음을 확인한 나는 여유럽게 책 한권을 다 읽고난 뒤 해야 할 일이 없어지자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박찬열?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기계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이 멈춰섰다. 그리곤 그의 이름 아래 적힌 BDD라는 병명에 아까 백현이가 말했던 환자가 이 사람이구나 하고 천천히 그의 진료 기록을 읽어내렸다. 백현이 말했던것처럼 생각보다 이 사람의 상태는 심각한듯 보였다. 일주일에 세번꼴로 자해를 하거나 자살 시도를 해왔고 심각한 자기 혐오로 거울을 볼때마다 괴물같은 제 얼굴이 비춰진다며 깨버리기 일쑤였다. 백현이 적어놓은 참고사항을 읽다가 이 놈이 피곤하다고 징징거릴만 하네 하고 그의 진료 기록을 넘겼다. 

 

 

그 다음 진료기록에 적힌 이름은 루한. 어디서 한번 본것 같은 이름이였는데 이 사람이 누군지는 잘기억이 나지않았다. 누구지? 특이한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기억에 흐릿한 이름 때문에 의아해하며 스크롤을 내리던 나는 그 이름 밑에 적힌 병명을 보는 순간 인상을 확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성정체성 장애. 루한은 방금 나와 인터폰을 한 그 사람의 이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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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병원물....잘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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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와...디테일하고신선하네요!잘읽고갑니다작가님!!!신알신하고가요 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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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어이쿠 신알신이없네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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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신알신이 없네요ㅠㅠㅠ잘보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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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재밌어요ㅠㅠ 잘 보고 가여!!!!!! 신알신 없나요ㅠㅇ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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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신알신ㅠㅠㅠㅠㅜ
신선하고 재밌어요! 분량도 되게 기네요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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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와 진짜재밌어요ㅠㅠㅠ신알신하고갈게요ㅜ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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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우와 진짜 신선하고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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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분량도길고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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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와...짱재밌어 ㅜ ㅜ 민석이가 까칠하네요 많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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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나중에는 결벽증이랑도 좀 나아지겠죠? 경수불쌍해요 ㅜ 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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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헐신선해요 ㅠㅠㅠ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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