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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대] 1819.
“ ………. ”
“ ………. ”
놈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가 내가 노려보는 눈빛에 제 앞에 있는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놈이랑 맨날 연습한답시고 배드민턴 치고 놀고, 쉬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시험이 몇일 안남았더라.
젠장, 진도는 왜이렇게 많이 나간거야?
속이 타서 옆에 있는 물을 들이켜자 놈이 나를 보고 심심하다는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 혀…ㅇ. ”
“ 닥치고 공부나 해. ”
“ ……. ”
조용히 놈만 들릴정도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머리에 귀가 달렸으면 왠지 축 쳐졌을거같은 표정을 하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 놈이었다.
자꾸 거슬리게 옆에서 산만하게 움직이고, 돌아다니다가 포스트잇에 뭐라고 적더니 놈이 내 옆으로 슬그머니 내밀었다.
‘ 형 진짜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거에요? ’
대충 샤프로 ㅇㅇ 라고 휘갈겨서 내미니 놈이 포스트잇을 보고 한숨을 쉬고 그 밑에 뭐라고 다시 적었다.
나한테 그것을 내밀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은뒤 책상위에 놈이 엎드렸다.
‘ 이따 형 집에 갈때 깨워주세요. ’
잠은 집에 가서 자, 새끼야.
뒷통수를 후려쳐주고 싶었지만 주위사람들이 신경 쓰여서 포스트잇을 구기는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무언가가 생각나서 구겼던 종이를 다시 피고 조그마하게 적어 놈의 필통에 붙혔다.
‘ 조금만 있으면 너도 고3이야, 임마. 공부좀해. ’
“ 죄송…, 악! ”
“ 너때문에 되는게 없다. ”
“ 씨바…, 가 아니고 악몽 꿨다니까요. ”
“ 그러니까 누가 쳐 자라든? ”
씨발, 쫓겨났다.
한참을 공부하는 도중에 놈이 발작을 일으키듯이 부르르 떨더니 비명을 지르면서 일어나더라.
비명만 지르고 일어났으면 그냥 웃고 넘어갔을텐데 일어나는 동시에 의자는 뒤로 넘어가고 놀란 사람들이 우리쪽을 쳐다보는 동시에
놈이 허우적거리는 팔에 옆자리 사람이 맞았고 그 사람이 먹던 커피가 그 사람의 노트를 적셔버렸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나는 급하게 짐을 싸 뛰듯이 도서관을 나왔고 놈은 한참 뒤에야 어벙벙한 모습으로 나왔었다.
미안하다고 두손으로 싹싹 비는 놈의 머리통을 스매싱으로 날려주고 싶었다.
“ 그럼 우리집에서 공부할래요? ”
“ …너희 집에 책상이 있긴 하냐? ”
“ 헐, 너무 무시하시네. ”
“ 니가 공부하는걸 한번도 못봐서. ”
피식 웃으며 말하자 놈이 자존심이 상한듯 갑자기 멈추더니 말했다.
“ 아, 그럼 오늘 보여주면 되는거죠? ”
“ 그러던지. ”
“ 좋아요, 그럼 우리집으로 가요. ”
놈의 방은 의외로 깨끗했다.
저절로 입이 벌어져 멍하니 방을 둘러보자 놈이 기분나쁜듯 말했다
“ 왜요, 내가 깔끔하니까 이상해요? ”
“ 난 니 방이… 개판일줄 알았어. ”
“ 개판이라니, 나도 청소는 하고 살아요. ”
“ 니가 한거야? 너희 어머님이 한게 아니고? ”
놈이 침대에 널브러졌다가 내말과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그 옆 책상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나를 보고 어지간히 흥분한건지 손가락으로 삿대질까지 한다.
“ 형은 너무 나를 무시하는거 같아요!! ”
“ 흠. ”
“ 진짜, 나도 나름 공부하고 깔끔한 남자거든요? ”
“ 그러냐. ”
“ 진짜라니까요? 다 잘한다니까? ”
놈이 뒤에서 흥분해서 뭐라고 하는걸 무시하고 책상쪽으로 몸을 돌렸다.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서 샤프를 꺼내자 놈이 조용해졌다.
뒤에서 애꿎은 이불만 발로 차더니 자기가 맛있는걸 해준답시고 부엌으로 나갔다.
나갔으니 이제 조용하겠지 싶어서 문제집을 펼치는 순간, 유리 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냄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귀를 후벼팠다.
그리고 덤으로 놈의 비명소리도 함께.
“ 악! 씨발, 존나 뜨거워! ”
“ ……. ”
그리고 도데체 뭘 만드는건지 펑, 하는 소리와 놈의 비명소리가 또다시 귀를 후벼팠다.
샤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샤프심이 부러졌다.
방문을 열어 놈에게 조심히 닥쳐주지 않겠니, 라고 말하려는데 매우 뿌듯한 얼굴로 뭔가를 열심히 만드는 모습이 보였다.
얼굴표정으로 봐선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요리사같은데 냄새가 왜이래….
냄새 존나 구려….
“ 짜잔ㅡ! ”
“ ……. ”
“ ……. ”
“ ……야. ”
“ …왜요? ”
놈이 존나 당당하게 들고온건 라면이었다. 내가 허탈하게 웃자 놈이 왜 웃냐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삼십분동안 존나 고생해서 만든게 겨우 라면…?
유리그릇 깨먹고 뭐 터뜨리고 만든게 라면…?
게다가 냄새는 왜이러고 라면에 국물이 왜 하나도 없어….
“ 너는… 요리 하지 마라…. ”
“ 왜요? 좀 짠가. ”
“ 국물이 없는데 당연하지. ”
놈이 한번 떠먹어보더니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그래도 놈의 정성을 생각해서 한입 먹으려는데 갑자기 냄비를 쳐들어 올리더니 고개를 좌우로 젖는다.
“ 뭐하냐, 너? ”
“ 아, 안돼요. 이거 존나 맛있어서 나만 먹을래요. ”
“ 뭐? ”
“ 형 주긴 아까워서 그래요. ”
냄비를 들고 후다닥 방 밖으로 나가더니만 금새 놈이 우울한 얼굴로 들어왔다.
아마 싱크대에 쳐박았겠지. 웃음이 나오는걸 애써 참아가면서 물었다.
“ 왜그래? 벌써 다먹었어? ”
“ 아뇨…. 나중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
“ 너 요리 못하지? ”
“ 네…, 아니… 아니요! 잘해요. ”
“ 못하는구나. ”
“ 요리빼고 다 잘하거든요. ”
퉁퉁 부은 얼굴로 말하는게 귀여워서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고 노려보는 놈을 보고 부엌으로 나가자 뒤를 쫓아왔다.
싱크대에 쳐박혀있는 냄비를 보고 내가 저게 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놈이 내 눈빛을 피하더니 배고프다고 배를 문질렀다.
쯧, 혀를 찬 내가 싱크대 앞으로 가자 놈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 형이 요리하게요? ”
“ 니가 해주는거 기다리다간 굶어 죽을거같아서. ”
“ 진짜 해주려고요…? ”
“ 속고만 살았냐.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 ”
“ 뭐 해줄건데요? ”
“ 김치볶음밥. ”
“ …양파 많이 넣어줘요. ”
후라이팬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는데 놈의 우물쭈물한 목소리가 들렸다.
“ 아 그런데…. 김치랑 칼같은거, 어디있는지 모르는데…. ”
“ ……. ”
계속 굽히고 있어서 허리가 쑤셔와서 주먹을 쥐고 통통 때렸다. 그걸로 되겠냐며 뒤에서 웃는 놈을 무시했다.
“ 자꾸 쳐다보지 말고 티비나 봐. ”
“ 왜요? 티비보다 더 재밌는거 같은데. ”
“ 니꺼 만들지 말라고? ”
“ …볼게요. ”
놈이 투덜거리며 거실로 가더니 티비를 켰다. 개그프로인지 놈이 웃는소리가 들렸다.
이제 김치 썰고 볶으면 되겠다 싶어 김치를 도마에 올려놓고 써는 도중, 거실에서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개새끼가…. 소리라도 좀 줄이던가.
여자 비명소리에 놀라서 칼로 손가락을 베어버렸다.
“ 아ㅡ, 스읍…. ”
칼을 급하게 도마에 내려놓고 손가락을 감싸쥐었다가 입에 물었다. 피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밴드같은게 없나 싶어 주위를 둘러보다가 도저히 못찾겠다 싶어 흐르는 물에 손가락을 대었다.
“ 성용아, 밴드나 후시딘 같은거 어디있어? ”
“ 왜요, 설마 다쳤어요?! ”
“ 조금…. ”
놈이 후다닥 뛰어오더니 내 손목을 잡아챘다. 피가 줄줄 흐르는걸 보고 어쩔바를 모르다가 나랑 똑같이 내 손가락을 제 입에 넣었다.
놀라서 손을 빼려는 내 손목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자꾸 혀 끝으로 내 손가락을 건드는 바람에 내가 입을 벙긋거리자 놈이 피를 빨아내던 입을 떼냈다.
“ 더,더럽게 뭐하는 짓인데? ”
“ 씨발…. ”
개수대에 피 섞인 침을 탁 뱉더니 물을 틀어 내손가락을 살살 닦아냈다. 놈의 표정이 너무 굳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았다.
거실로 내 손목을 질질 잡고 끌고가더니 소파 옆 조그마한 서랍 안에서 밴드와 후시딘을 꺼냈다.
“ 얼굴좀 풀어…, 다친건 난데 왜 니가 그러냐. ”
“ 내가 언제 다치라 그랬어요? ”
“ 어? ”
“ 맛있는거 해달랬지, 미안하게…. ”
“ ……. ”
“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할걸 그랬나봐요. 많이 아파요? ”
놈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참을 내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괜히 더 아려오는거 같아서 손을 빼냈다.
너무 표정이 시무룩해서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주고 부엌으로 나가서 볶음밥을 다시 만들었다.
“ 괜찮으니까 기운좀 내라, 누가 보면 내가 때린줄 알겠다. ”
“ …알았어요. ”
놈의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자 놈이 한입 퍼먹더니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형 요리 잘하는거 구라인줄 알았다고 낄낄 웃던 놈이 금새 해치우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냉장고 위에서 무슨 책을 꺼내더니 먼지를 탁탁 털어냈다.
“ 그게 뭐야? ”
“ 별거 아니에요. ”
“ 아하, 야한잡지구나? ”
“ …그런거 아니거든요? ”
“ 그럼 뭔데? ”
얄밉게 웃으며 물어보는 내얼굴을 보고 놈이 조금 붉어진 얼굴로 책을 뒤로 감추며 말했다.
“ 다음엔 내가 형한테 해주려고…. 요리좀 해보게요. ”
“ …응? ”
“ 내가 안해서 그렇지, 하면 형보다 더 잘 만들걸요? ”
“ 뭐…, 열심히 해봐. ”
놈이 귀까지 빨개져선 이제 집에 가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얼떨결에 문제집을 품에 안고 쫓겨나듯이 나왔다.
벌써 해가 지는걸 보니 오늘 공부하기는 글렀다. 한숨을 내쉬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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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
“ 너 손가락이 왜그래? ”
해맑은 얼굴로 교문으로 뛰어오는 놈에게 손을 흔들다말고 놈의 손이 눈에 띄었다.
놈이 뛰어와서 나한테 어깨동무를 하더니 웃기 시작했다.
“ 으하하, 그런게 있어요. 우리집 갈래요? 아니 갑시다. ”
“ 뭐? 아니, 그것보다 니 손가락이…. ”
“ 내가 말했잖아요. 연습한다고. ”
“ 김치를 자른거야…? 니 손가락을 자른거야…? ”
놈의 손은 밴드 투성이었다. 도대체 김치를 자른건지 아니면 손가락으로 비엔나라도 해먹고 싶었던건지,
거의 열 손가락을 밴드로 도배했다 싶을 정도였다.
“ 나 이제 김치볶음밥 되게 잘해요. 놀랄걸요? ”
놈이 밴드투성이인 손으로 내 손에 깍지를 끼더니 빨리 가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 * *
오랜만이라능.........
뭐.....음.............
똥손 떼찌해줘요.......
하.......저는 똥손임미다
아 근데 얘네 결말 어떻게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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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같은 배우도 저런거보면 연애나 결혼은 무조건 마이너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