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부엌안이 맛있는 냄새로 가득찼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훔치며 요리를 하는 준면을 바라보며 식탁에 앉은 민석이 혀를 찼다.
"저, 저봐라. 지 남편 먹인다고 아주 열정이 넘치세요."
세훈이 좋아하는 김밥을 말기위한 재료들이 식탁에 가득 찼다.
김위에 밥을 올리고 재료들을 넣어 맛깔스럽게 싼 김밥이 먹기좋게 썰어져 도시락에 담겨졌다.
그밖에도 평소에 세훈이 잘먹던 갈비찜과 잡채, 먹을때 혹시 목이 막힐까봐 따뜻한 된장국도 끓여 보온병에 담았다.
"어우 야, 너 요리 잘하네?"
도시락에 담겨있는 김밥을 쉼없이 주워먹는 민석의 손등을 찰싹 때린 준면이 도시락 뚜껑을 닫았다.
그만먹어, 세훈이 꺼야.
"야, 우리 루한도 요리잘하거든?"
"그럼 루한한테 해달라던가."
"야!!"
민석의 손에 쥐어져있는 김밥을 뺏은 준면이 자신의 입안에 쏙 넣고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맛있다.
커다란 쇼핑백에 음식들을 집어넣은 준면이 쇼핑백을 들고 민석을 재촉했다.
"야, 빨리 나가. 나 세훈이 한테 가야되."
이런 씨, 나도 루한한테 갈꺼야!! 씩씩대며 집을 나가는 민석을 보며 어깨를 으쓱인 준면이 운동화를 신고 기운차게 걸음을 옮겼다.
어깨를 짓누르는 쇼핑백의 무게는 조금 힘겨웠지만 맛있게 먹어줄 세훈을 생각하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조금만 기다려 세훈아.
*
"우와, 이거 다 형이 한거야?"
"그럼."
준면이 풀어놓은 음식을 보며 휘둥그레 눈을 뜬 세훈에게 준면이 젓가락을 내밀었다.
그럼, 잘먹겠습니다.
준면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세훈이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훈련에 배가 많이 고팠는지 말없이 음식을 입안에 구겨넣는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은 준면이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훈련 많이 힘들어?"
"아니야, 할만해."
"얼굴봐, 반쪽 됬어."
울상을 지은 준면이 세훈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게 뭐야, 잘생긴 얼굴 다상했네.
자신의 뺨을 간지럽히는 준면의 손길에 바보같이 히죽대던 세훈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더 안먹어?"
"준면아."
"어?"
"나 요새 훈련이 막 즐겁다?"
"정말? 다행이다."
"코치님도 막 칭찬해. 요즘 열심히 한다고."
아유, 그랬어요? 착해, 착해.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은 준면이 가방에서 과일통을 꺼내들었다.
예쁘게 깍여져 있는 키위를 집어 세훈에게 건네자 입을 벌린 세훈이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우물거리며 키위를 삼킨 세훈이 준면의 손을 붙잡았다.
"준면아."
"어?"
"기대할께."
"뭘?"
"1위 공약."
눈을 반짝이는 세훈의 말에 준면의 손에 있던 키위가 툭 하고 떨어졌다.
으아, 아까운걸 왜흘려.
바닥에 떨어진 키위를 보며 호들갑을 떨던 세훈이 넋이 나간 준면의 앞에 손을 흔들었다.
형, 형?
어어, 형 왜이러지? 고개를 갸웃대던 세훈이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이제 가야겠다.
자신의 앞에 앉아 여전히 넋이 나가있는 준면의 뺨에 입을 맞춘 세훈이 준면을 끌어안았다.
"형, 밥 잘먹었어. 사랑해. 나 열심히 해서 꼭 우승할께!"
발랄하게 웃으며 멀어지는 세훈의 뒷모습을 보던 준면이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나 진짜 미쳤었나봐, 왜 그런 공약을 건거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며 머리를 콩콩쥐어박는 준면의 귓가에는 자신이 했던 공약이 맴돌았다.
"세훈아, 너 우승하면 흰색 와이셔츠 입고 섹시댄스 쳐줄께!"
*
" 또 뭔일이냐?"
강의실 책상에 엎드려 한숨을 쉬는 준면의 앞에 앉은 민석이 궁금하단 표정으로 준면에게 물었다.
으어어어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준면을 본 민석이 조금 뒤로 물러났다.
"뭔일인데?"
"나 미쳤나봐."
"뭔데."
"세훈이. 요번에 대회 나가잖아."
"어."
"그거 우승하면 내가 섹시댄스 춰준댔어. 흰 와이셔츠 입고."
이젠 책상에 머리를 쾅쾅 박아대는 준면을 멀뚱히 바라보던 민석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 무슨 댄스? 섹시댄스? 니가?
배를 잡고 넘어가는 민석을 보며 눈을 흘긴 준면이 착잡한 표정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흰색 와이셔츠 입고."
헐, 대박. 나도 아직 안입어본걸? 니가? 이젠 눈물까지 흘려대며 웃는 민석의 머리를 쥐어박은 준면이 한숨을 쉬었다.
더 큰일은 뭔줄 알아?
"뭔데?"
"세훈이가 정말 우승할것 같단거야."
야, 이젠 내가 살다보니 김준면 와이셔츠입고 춤추는 꼴도 보는구나. 김준면 표정봐라, 대박이다.
울상이된 준면의 표정을 손으로 가르키며 웃어대는 민석을 흘겨본 준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냐?"
"…사러."
"뭐?"
"와이셔츠 사러!!"
빽 하고 소리를 지른 준면이 강의실문을 열었다.
축 저친 어깨로 걸어가는 준면을 보며 킬킬대던 민석이 준면을 향해 소리질렀다.
"야!! 김준면!! 뭘 사러가!! 그냥 세훈이꺼 입어!!"
"입 닥쳐!!"
쾅하고 닫힌 강의실문을 보며 히죽대던 민석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와이셔츠, 나도 한번 입어봐?
*
"allez. (시작.)"
심판의 수신호와 함께 피스트위에선 세훈과 상대편 선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중석에 앉은 준면이 주먹을 꼭 쥔채 세훈의 움직임을 쫒았다.
세훈이 손에 쥔 칼을 휘두르자 세훈의 쪽에 붉은 센서가 켜졌다.
세훈의 득점을 인정하는 심판의 동작에 세훈이 큰 소리를 지르며 기합을 넣었다.
"야, 몇점 따야 이기는거냐?"
"15점."
"그럼 거의 다 이겼네. 지금 13점이잖아."
"아직 몰라."
자신을 쿡쿡찌르는 민석에게 대답한 준면이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아주 짧은 시간차이로도 결과가 뒤집어 지는것이 펜싱이라는 종목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칠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벌어져있던 점수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하더니 2라운드가 끝날즈음에는 동점이 되어버렸다.
"헐? 야 어떡해. 오세훈 저새끼 왜저래."
피스트에서 내려온 세훈이 신경질적으로 마스크를 벗으며 선수석에 앉았다.
그런 세훈을 향해 뭐라뭐라 코칭을 하는 코치의 모습이 보였다. 언뜻 보이는 입모양이 세훈에게 집중하라는것 같았다.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난후 피스트에 오른 세훈이 마스크를 쓰고 손에쥔 칼을 다잡았다.
"en garde , allez. (준비, 시작.)"
시작과 동시에 센서에 불이 켜졌다. 상대편 선수의 득점이었다.
야 어떡해, 오세훈 지겠는데.
옆에서 자신을 흔드는 민석의 손을 밀어낸 준면이 손을 꼭 쥐었다.
손바닥에서 축축하게 땀이 베어 나왔다.
나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세훈이는 얼마나 긴장될까.
피스트에 오른 세훈의 발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세훈의 쪽에 불이 들어왔다.
이제는 14:14, 동점이었다.
"나 이거보다가 심장마비 걸릴것 같아."
왼쪽 가슴을 부여잡은 민석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인 준면이 무릎위에 올려두었던 손을 모아잡았다.
모은 손에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붙인 준면이 눈을 질끈 감았다.
차마 경기를 볼수가 없었다. 그동안 고생한 세훈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기기만 한다면 섹시댄스고 걸그룹댄스고 뭐든 쳐줄수 있을것만 같았다.
제발, 제발…
삐- 하고 센서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되는 마음에 쉽게 눈을 뜨지 못하는 준면의 어깨를 민석이 마구잡이로 흔들어 댔다.
"야!! 오세훈이 이겼어!!"
그말에 고개를 든 준면이 피스트에 있는 세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스크를 옆구리에 낀 세훈이 관중석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준면을 찾는듯,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던 세훈이 관중석에 있던 준면을 발견하고 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울컥한 마음에 눈에 차오른 눈물을 쓱쓱 닦아낸 준면이 세훈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준면에게 한참동안 손을 흔들던 세훈이 손 뽀뽀를 날리자 관중석의 환호가 더욱 커졌다.
준면을 향해 한번더 손 뽀뽀를 날린 세훈이 선수대기실로 사라지자 준면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었다.
"야, 야. 김준면. 너 이제 춤춰야 겠다."
히죽대며 자신의 옆구리를 찔러대는 민석에게 고개를 끄덕인 준면이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오, 김준면 드디어 출격이냐?
응, 진짜 우승했는데 내가 뭔들 못해주겠어?
민석을 향해 호기롭게 말은 했는데, 막상 할 생각을 하니 떨리는 마음에 손이 덜덜 떨렸다.
준면의 떨리는 손을 보며 웃어대는 민석을 흘겨본 준면이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쥐고 외쳤다.
"좋아, 김준면. 넌 할수있어! 할수있다!"
:)역시 내조의 여왕 준면이.. 세훈이 취향저격할듯ㅋㅋㅋㅋㅋㅋ
:)우승한 보람있다 세훈아, 그치? 와이셔츠 입고 섹시댄스 추는 준면이 안구공유좀 ㅇㅇ..
:)암호닉을 신청하시려면 암호닉글로 가주세요! 내일까지 받겠습니다!
다음 글
이전 글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EXO/세준] 체대생 오세훈 X 유아교육과 김준면 14 (부제: 내조의 여왕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b/b/7bb6272c158735ef4450077ea067a7c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