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딸기프라푸치노 한잔주세요."
카운터에서 주문을 마친 준면이 세훈과 자주 앉았던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항상 세훈과 같이 왔는데, 오늘은 대회를 앞둔 세훈이 훈련을 받으러 가는 바람에 준면 혼자 이 카페를 찾았다.
준면과 세훈의 대학 뒷 골목에 있는 작은 카페는 두사람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준면은 이 카페의 딸기 프라푸치노를 좋아했었고, 세훈은 그냥 준면을 좋아했다.
"딸기 프라푸치노 한잔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프라프치노 위에 가득 올려진 생크림을 한입 먹은 준면의 입가에 나른한 미소가 떠올랐다.
달달한 생크림맛이 입안으로 퍼지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콧노래를 흥얼거린 준면이 매고온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테이블위에 노트북을 올리고 책들을 꺼내들어 척척 세팅을 한뒤에도 자리가 남는 테이블을 본 준면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세훈과 함께 올때에는 항상 자리가 부족해서 투닥거리곤 했는데, 오늘은 허전할만큼 남는 공간에 세훈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세훈이 보고싶다."
턱을 괸채 한숨을 쉬던 준면이 테이블을 흔드는 진동소리에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발신자는 세훈 이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세훈도 양반은 못되는 모양이었다.
"여보세요?"
-준면아!
"또 준면이래. 왜전화했어?"
- 목소리 듣고 싶어서.
"너 훈련중 아니야?"
-쉬는 시간이라서, 너한테 전화했지.
"훈련 힘들지?"
- 괜찮아. 어차피 밤에 우리 준면이가 즐겁게…
" 끊을께."
- 아, 아!! 준면아!! 끊지마, 내가 잘못했어.
"훈련이나 열심히 하세요, 오세훈씨. 나 먹여 살려야지."
- 그건 당연한거고. 준면아 사랑해, 알지?
뜬금없는 세훈의 고백에 눈을 꿈뻑이던 준면이 미소지으며 대꾸했다. 나도.
-나 이제 다시 훈련시작한다. 조금있다 보자.
"응."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내려놓은 준면이 책을 펼쳐들었다.
세훈의 훈련이 끝나기 전까지 레포트를 다 쓸 작정이었다.
프라푸치노를 한모금 더 홀짝인 준면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준면, 화이팅! 세훈이도 화이팅!
*
준면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카페안을 울렸다.
미간을 찌푸린고 입을 쭉 내민채 집중하던 준면이 파일을 저장하고 기지개를 쭉 폈다.
뻐근했던 몸이 쭉 펴지자 준면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으, 드디어 끝났다!"
레포트를 쓰는 내내 홀짝이느라 이미 다 마셔버린 프라푸치노 잔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은 준면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어, 비오네?"
언제부터 내린것인지 가느다란 빗줄기가 부슬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어쩌지, 우산 없는데…
빗방울이 내리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준면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짧은 신호음이 끊기고 세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훈아, 어디야?"
-나? 지금 훈련끝나고 나왔어.
"아, 혹시 우산있어?"
- 아, 어. 있어. 친구한테 빌렸어.
"다행이다."
- 왜, 형 우산없어?
"응, 세훈아 나좀 데리러 올래?"
- 그래, 어딘데?
"우리 맨날 같이오는 카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전화를 끊은 준면이 테이블에 어지럽게 늘어진 노트북과 책을 정리해 가방에 챙겨넣었다.
빈 프라푸치노 잔을 보며 잠시 고민하던 준면이 프라푸치노 한잔을 더 주문했다.
세훈을 기다릴 동안 마실 생각이었다.
한모금, 두모금 홀짝이던 프라푸치노가 바닥을 들어낼쯤 맑은 종소리를 울리며 카페의 문이 열렸다.
비에 젖은 우산을 접은 세훈이 카페안을 두리번 거렸다.
"김준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준면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세훈을 발견했다.
세훈을 향해 손을 흔든 준면이 가방을 매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훈에게 다가갔다.
"빨리 왔네?"
"당연하지. 우리 준면이가 기다리는데 내가 빨리 와야지."
자, 가자. 준면의 어깨를 끌어안은 세훈이 카페문을 열고 우산을 펼쳤다.
우산, 좀 작은데? 조금 작은듯한 우산에 준면이 세훈을 올려다보자 세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작은거 빌려왔어."
"왜?"
"너랑 더 붙어있으려고."
어깨를 끌어당겨 품에 안는 세훈의 행동에 준면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곁에 선 세훈에게서 상쾌한 비누향이 풍겼다. 훈련이 끝난후 샤워를 한듯 했다.
"세훈아, 너한테 좋은냄새 난다."
정말? 자신의 몸에 코를 대며 킁킁대는 세훈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 준면이 세훈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나 집에 데려다줘.
허리를 감싸오는 준면의 팔에 히죽 웃은 세훈이 준면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비에 젖은 거리위로 두사람의 발자국소리가 찰박거리며 울렸다.
"오랜만에 걷는다, 그치?"
"어, 형이랑 한우산 쓴것도 오랜만이고."
비 좀 자주내렸으면 좋겠다. 형이랑 맨날 붙어다니게.
준면의 뺨에 얼굴을 부비는 세훈의 머리를 밀어낸 준면이 키득대며 웃었다.
"대회얼마 안남았네."
"어, 요즘 훈련 빡세서 나 힘들어 죽겠다."
"많이 힘들어?"
어쩌지, 보양식이라도 좀 해줘야 하나?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는 준면을 내려다보던 세훈이 준면의 입술에 뽀뽀했다.
화들짝 놀란 준면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세훈이 준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보양식은 김준면인데."
"야, 느끼해."
"원래 연애는 느끼하게 하는거야."
투닥거리며 걷던 두사람이 준면의 집앞에 도착했다.
우산에서 빠져나와 오피스텔 입구에 선 준면이 세훈에게 손을 흔들었다.
"잘가."
"와, 이렇게 매정하게 바로 보내는거야?"
"그럼 뭐."
"차라도 한잔 대접하면 안돼? 아니면 형을 대접…"
히죽대는 세훈의 머리통을 내려친 준면이 세훈의 등을 떠밀었다.
아, 왜. 나 가기싫어, 가기싫어.
찡얼대는 세훈을 보며 한숨을 쉰 준면이 세훈에게 까딱까딱 손짓을 했다. 이리 와봐.
준면의 손짓에 세훈이 준면을 향해 몸을 숙이자 준면이 세훈의 목을 끌어안았다.
세훈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한 준면이 세훈의 귀에 소근거렸다.
"세훈아, 너 대회에서 일등하면, 내가 상줄께."
"뭐 해줄껀데?"
잠시 우물거리던 준면이 소근거리자 세훈의 입이 귀에 걸렸다.
"정말? 정말이지?"
"그, 그렇다니까…"
괜한 민망함에 얼굴을 붉힌 준면이 고개를 떨구고 세훈의 시선을 피했다.
준면을 보며 히죽대던 세훈이 가방을 고쳐매고 발걸음을 돌렸다.
"준면아, 나 훈련하러 갈께. 약속 꼭 지켜!"
아 괜히 약속했나… 밀려드는 후회에도 어쩔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으니.
해맑게 웃으며 멀어지는 세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준면이 오피스텔로 들어가려다 다시 몸을 돌려 세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한쪽 어깨가 흠뻑 젖은 세훈이 날아갈듯한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산을 준면에게 기울여 주느라 비에 젖은것 같았다.
입을 가린채 웃던 준면이 어깨를 으쓱이며 오피스텔 안으로 사라졌다.
뭐, 설마 일등 하겠어?
:) 준면이 세훈에게 건 공약은 무엇일까 두구두구
:) 궁금해 죽겠지? 헤헤 요새 피어나 노래가 참 좋더라구요 (의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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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