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 쓰기에 앞서!
방연시 두 편 모두 초록글에 올랐어요ㅠㅠㅠ 박수 짝짝! 사실 반짝 올라갔다가 내려올 줄 알고 쪽지만 캡쳐 해놨는데 하루 종일 올라가있더라구요ㅠㅠㅠㅠ 심지어 정국이편은 1페이지에도 갔었어요ㅠㅠㅠㅠ 호석이편은 지금 2페이지에 있더라구요ㅠㅠㅠ 글잡 쓰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여러분 진짜 너무 고맙습니다ㅠㅠㅠ 고마워요ㅠㅠㅠ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
악동뮤지션 - give love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부제; 김태형, 그리고 전학생)
샀다! 샀다! 택배를 받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는 또 옷을 샀냐며 내 등짝을 사정없이 때렸지만, 지금 내게는 엄마의 따스한 손길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도 안와서 사기당한 건가 싶었는데, 다행이다. 혼자 헤실거리며 웃다가 엄마를 피해 얼른 방으로 달아났다.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분홍빛의 택배 봉투를 들고는 한참을 바라봤다. 아, 진짜 좋다. 어떡해! 혼자서 또 방방 뛰다가 조심스럽게 택배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물론, 엄청난 접착력 덕분에 뜯기지 않아 결국에는 힘으로 갈기갈기 조각을 내고 말았지만.
봉투를 열자 뽁뽁이에 쌓여 있는 네모난 물체가 보였다. 와, 핫핑크.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이런 색으로 만드냐.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 얼씨구, 심지어 글씨는 굴림체다. 그것도 검은색. 누가 만들었는지 취향 한 번 독특하네. 차라리 택배 봉투 색이 이쁘겠다. 혀를 쯧, 차고는 씨디를 꺼냈다. 통이랑 깔맞춤인지 씨디 역시도 핫핑크였다. 방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똑같았다. 이건 진짜 입소문만 안탔으면 절대 안샀을거다.
한참 유행하는 게임이었다. 흔하디 흔한 연애 시뮬레이션이었지만 무언가 특별한 점이 이 게임에는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회사 TOTO에서 나온 새로운 게임이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세 역시도 타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홀린 것은 다름 아닌 현실의 연애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즉, NPC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플레이어를 선택하는 것. 이미 공략하고자 마음 먹은 사람을 선택할 수도 있었고, 돌아다니면서 공략하고 싶은 상대를 정할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게임 자체에서 공략 상대를 정해주기도 했다. 어쨌든 공략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엄청나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 게임을 안해보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맨날 친구들한테 자랑만 들었는데 이번에 마침 학교편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이 나왔다길래 덜컥 질러버렸다.
가만히 씨디를 바라보다가 컴퓨터에 씨디를 넣었다. 자동으로 파일이 하나 생기더니 저절로 게임이 실행된다. 아싸! 엄마, 엄마 딸 연애하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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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컴컴한 공간이었다. 눈을 떠도 검은 공간 밖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딱딱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계음 같기도 하고, 어쨌든 높낮이가 없는 말투로 여자는 환영합니다. 하고 말했다. 네에! 들뜬 내가 답하자 방탄 연애 시뮬, 하고 말하던 여자가 당황했는지 레..이션. 하고는 말을 흐린다. 완전 녹음된 기계음은 아닌 것 같은데. 혼자 킥킥거리는 사이 어느새 기계음은 사라지고 하얀 글자가 두둥실 허공에 떠오른다.
[SYSTEM] 이름을 입력해주세요.
어떻게 입력하라는 거지. 잠시 고민하다가 친구가 하루종일 날 부여잡고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게 생각났다. 시스템한테는 그냥 말로 해도 된다고 했나? 김탄소! 반신반의하며 이름을 외쳤다. 둥둥 떠있던 글자들이 떨어지고 곧바로 다른 글자들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다.
[SYSTEM] '김탄소' 님, 공략상대를 정하시겠습니까?
잠시 고민했다. 어쩌지. 딱히 공략 상대를 정하지는 않았는데. 아니요. 내 말에 공략 상대를 랜덥으로 선택하시겠습니까? 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존나 나는 찌질이 주제에 마음속에 불신만 가득해서 랜덤으로 선택해주는 것도 못믿겠다. 마음이 알차지 못한 사람을 배정해주면 어떡해. 우물쭈물 고민하다가 또 아니요! 하고 답했다. 게임 중 공략상대 정하기를 선택하셨습니다. 게임이 다시 재부팅됩니다. 그러고는 띡.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후,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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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었다. 아주 조용한 교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옆에서 주책맞게 내 어깨를 때리는 손길에 아야. 하며 고개를 돌렸다. 볼살이 귀여운 여자아이 하나가 잔뜩 흥분해서는 내 등짝을 내려치기 시작한다. 미쳤어, 전학생 남자야! 아. 아야. 그 손길을 고스란히 받으며 겨우 아이의 명찰을 봤다. 서영희. 귀엽게 생긴게 손은 왜 이렇게 매워. 하여튼 나한테 막 대하는 걸 보니 빼박 내 친구다. 은근슬쩍 영희의 손에서 벗어나는데 어느새 반아이들, 그리고 선생님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있다. 선생님은 큼. 하고 헛기침을 하시고는 영희야, 탄소 좀 놓아주렴. 하고 인자하게 말하신다. 영희는 그제야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네에. 하고 조신한 척 가만히 앉는다.
자, 우리반에도 전학생이 왔다. 선생님이 다시 교탁을 탁탁 두드리고는 입을 열었다. 영희를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선생님 옆에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하나가 서있다. 영희가 난리부렸을만 하네. 진짜 과장 조금 보태서, 아니 그냥 있는 사실 그대로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생겼을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이목구비가 자기주장 쩌는 외모. 전학생의 외모에 감탄하고 있는데 전학생이 입을 연다. 안녕, 나는 김태형이고. 대구에서 왔고. 잘 지내보자. 형식적인 말을 늘어놓은 전학생, 그러니까 태형이는 돌연 내 쪽을 보고는 씩 웃는다. 와, 진짜 잘생겼다.
순이가 반장이니까 태형이 좀 챙겨주고. 태형이는 순이 옆에 가서 앉자. 선생님은 내 앞자리를 가리킨다. 긴 생머리를 가진 아이가 우리 앞에 앉아있다. 반장이었구나. 새삼 알게 된 사실에 혼자 감탄하는 사이 순이가 뒤로 돈다. 미친, 대박. 대박! 태형이가 걸어오는 사이 뒤돌아서 깨방정을 떠는데 얘도 정상은 아니구나 싶었다. 영희는 귀엽게 생긴게 존나 쎈캐고 순이는 조녜여신처럼 생긴게 푼수구나. 내 학교 생활이 얼마나 고달플지 걱정된다. 그 사이 우리 자리로 걸어온 태형이는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안녕? 하고 인사한다. 영희가 먼저 오, 안녕~ 하고 넉살좋게 인사한다. 순이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이제 나도 해야하나 싶어서 입을 떼는데 우리 쪽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아, 마침 뒷자리에는 우리반 부반장 탄소도 있네. 둘이서 태형이 잘 챙겨주고.
? 오, 이건 진짜 새삼스럽게 놀라운 사실인데~ 내가 얼빠진 표정을 짓자 태형이가 우와, 하며 몸을 뒤로 돌린다. 우와는 무슨 우와야. 멍청한 표정을 짓는 나를 보고도 태형이는 살짝 웃는다. 잘 부탁해! 발랄하게 말하는 태형이에게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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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이 될 때마다 태형이는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화장실은 어디야? 특별실은 어디야? 매점은 어떻게 가? 나는 체육복 없는데 어떻게 해? 처음에는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주다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옆에 분명 반장인 순이도 있는데 왜 얘는 나를 못괴롭혀서 안달일까. 그렇게 짜증을 내려다가도 순한 태형이의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으응. 하며 호구처럼 설명을 해주고 만다. 태형이는 내 설명을 다 듣고 나면 와, 진짜? 탄소야, 고마워! 하고는 활짝 웃는다. 그래, 저렇게 좋아하는데 어떻게 짜증을 내. 한숨을 쉬고는 아니야. 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루종일 태형이는 내게 딱 붙어 있었고, 결국 나는 태형이가 전학온지 하루만에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이름하여 태형맘. 누가보면 일방적으로 내가 태형이를 짝사랑하는 줄 알 듯. 내가 불만을 토했음에도 내 별명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급식소에서 영희는 크게 태형아! 태형맘! 여기다! 하고 외쳤다. 이러다 전교생들이 다 알겠다. 내가 창피해하던 말던 태형이는 헤헤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순진한건지, 순박한건지, 아니면 멍청한건지.
하여튼 태형맘 김탄소는 손수 태형이를 데리고 매점으로 향했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며 찡찡거리는 태형이 덕에 순이와 영희는 버려두고 둘만. 메로나를 맛있게 먹던 태형이는 또 헤실거리며 내게 먹던 메로나를 내밀었다. 먹을래? 천진난만하게 물어오는 태형이에게 떨떠름하게 아니. 하고 답했다. 먹던 걸 주려고 그래, 언짢게.
태형이는 야무지게 내 번호까지 따갔다. 학교가 마치자마자 탄소야, 탄소야! 하고 카톡이 오더니 아주 밤늦은 시간까지 카톡을 보낸다. 얘는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거지. 고민하다가 알려주는게 훨씬 편할 것 같아 하나하나 답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나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한다. 진짜 궁금한 거 되게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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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랑 늦게까지 연락을 한다고 결국 잠은 별로 자지도 못했다. 하품을 쩍하며 학교로 향하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짚는다. 고개를 돌리자 볼을 콕. 하고 찌르는 손가락 하나. 뭐야, 하고 뒤로 도니 해맑게 웃고 있는 태형이가 보인다.
"집 이쪽이야?"
"아... 응. 저기 아파트."
"어, 나도 저 쪽인데!"
아, 얼마 전에 이사 온 게 너희집이었구나. 내가 설렁설렁 답을 하든말든 태형이는 활짝 웃으며 응응. 그런가봐! 하고 답한다. 잠시 나를 본 태형이가 답지 않게 머뭇거리더니 그럼 우리 같이 등교할래? 하교도?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어려울 것 없을 것 같아 한치의 망설임도 고개를 끄덕이자 또 태형이가 활짝 웃는다. 안그래도 영희랑 순이랑은 방향 자체가 다른 것 같던데 잘 된 거지. 뭐. 별 생각없이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데 아. 하고 입을 뗀 태형이가 꽤 심각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여기 있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태형이는 내게 사탕을 내민다. 레몬맛 사탕. 이게 뭐야? 내 물음에 태형이는 또 예의 그 표정으로 활짝 웃는다. 그으냥, 너 먹으라구.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는 책상에 엎드렸다. 아, 진짜 그냥 조퇴하고 싶다. 혼자 꿍얼꿍얼거리며 눈을 감는데 갑자기 누가 내 머리를 콕콕 찍는다. 영희구나. 고개를 들지도 않고 손을 휘휘 젓는데 이번에는 더 세게 콕콕 찍는다. 마치 심통이라도 난듯이. 아, 영희야... 내가 중얼거리자 이제는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영희를 오래 본 건 아니지만 이 때까지 겪은 영희는 절대 내 머리를 쓰다듬을 위인이 못된다. 그제가 부스스 일어나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태형이가 보인다. 깼어? 잠시 내 눈치를 살핀 태형이는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보고는 또 활짝 웃는다.
그제야 등교한 영희와 순이는 우리를 보고는 오~ 태형맘! 아침부터 태형이 돌보기인가요~ 하고는 또 깐족거린다. 쟤네는 껌딱지인가. 맨날 붙어다녀. 그런 거 아니거든. 내가 툴툴거려도 영희는 도통 듣지를 않는다. 내 옆자리에 가방을 내동댕이 치고는 책상에 엎드린다. 수업시작하면 깨워. 존나 지릴 듯. 단호하게 말한 영희는 곧바로 잠든다. 어이없다는 내 표정을 지은 태형이가 아, 나도 자야겠다! 하며 책상에 엎드린다. 자기 책상 말고, 내 책상. 결국 나한테 머리를 얻어맞고는 치. 하며 제 책상에 엎드린다.
오늘 급식은 미트볼. 영희가 하도 미트볼, 미트볼 노래를 불러서 오늘 급식이 미트볼이라는 건 이미 첫 날부터 알았다. 왜냐면 영희는 오늘만을 기다렸거든. 하여튼 자연스럽게 태형이까지 끼워 넷이서 급식소로 향했다. 정량을 준수하시는 이모들은 영희의 애원에도 딱 다섯 개만을 급식판에 놓아준다. 자리에 앉은 영희는 세상 모든 걸 잃은 것처럼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밥을 먹기 시작하자 내 옆에 앉은 태형이는 소곤소곤 내게 말을 걸어온다. 미트볼 좋아해? 태형이의 물음에 주면 먹지. 하고 답하자 잠시 망설이던 태형이가 자기 식판에 있던 미트볼 두 개를 내 식판에 내려놓는다. 으잉.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태형이를 보자 답지 않게 수줍게 웃은 태형이가 많아 먹어. 하고는 제 식판에 코를 박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용케 본 영희는 태형이에게 한소리하기 시작한다. 너는 김탄소만 입이냐, 이 새끼! 마치 한 자리에서 국밥을 30년 동안 파신 할머니마냥 걸걸하게 욕을 쏟아내는 영희를 보면 대단할 지경이다. 결국 태형이가 애잔해서 영희에게 미트볼 하나를 먹여주자 언제 난리를 부렸냐는듯 영희는 입을 싹 다물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밥을 먹으려고 하자 너무해. 하는 태형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태형이를 돌아보자 태형이는 밉지 않게 나를 노려보고는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쟤 왜 저뤱. 밥만 퍼먹는 태형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진짜 애잔해진다. 미트볼 빼면 진짜 풀밭인데... 잠시 고민하다가 태형이가 내게 준 미트볼을 집어 태형이 식판에 다시 놓았다. 먹으라고 준 건데... 중얼거리는 태형이의 말을 무시하고는 너 먹어. 하고 말하자 태형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활짝 웃으며 입에 넣는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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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는 참 적응력이 빠르다. 전학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더니 어느새 교무실의 선생님들이랑도 친해졌나보다. 일이 있어서 교무실에 갔다올 때마다 과자니 사탕이니 한가득 받아온다. 그럴 때마다 너 먹어. 하며 내 손에 쥐어줘서 영희 눈치를 보는 건 내 일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체육시간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1도 관심이 없으신 선생님은 아무거나 하라며 유유히 사라진다. 아싸, 스탠드! 영희는 체육쌤이 사라지자마자 그늘로 달려가 자리를 잡는다. 순이는 나도! 하며 폴짝폴짝 뛰어 영희 옆에 앉는다. 우리에게 손짓을 하는 순이를 보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자 태형이도 서둘러 걸어 내 옆에 붙는다. 우리 그냥 놀아도 되는거야? 순진하게 물어오는 태형이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우와, 한 태형이는 또 활짝 웃는다.
태형이와 지내면서 느끼는데 태형이는 진짜 웃음이 헤프다.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고. 진짜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이쁘게 웃는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한소리 하려던 마음도 쏙 들어가고 만다. 분명 얘 노리고 웃는거다. 진심으로. 그런 의문을 몇 번씩이나 가져도 또 태형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사르륵 녹고 만다. 진짜 태형이를 보면 딱 그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사랑둥이. 진짜 사랑둥이인 것 같다. 얘는.
하여튼 영희 옆에 앉자 태형이는 우리보다 한 칸 아래에 있는 스탠드에 앉는다. 뭐야, 왜 거기 앉아. 영희의 말에 태형이는 난 여기가 좋아. 하고는 다리를 쭉 뻗는다. 한참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영희는 물이 먹고 싶다며 내 손을 끌어당긴다. 난 안 먹고 싶은데. 내 의견은 무시한채 막무가내로 내 손을 잡아끌어 일으킨다. 하, 영희년. 진짜 죽여도 되나염? 내공 100 걸고 지식인에 묻고 싶다. 그럼 내공 냠냠. 이따위 답변만 달리겠지. 하여튼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우리를 지켜보기만 하던 순이가 일어난다. 나 목말라. 나 갈래. 순이가 영희에게 어깨동무를 하자 영희는 금세 내 손을 놓는다. 와, 진짜 서영희, 필요관계에 의해 친구 먹나여~ 깐족대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영희와 순이는 유유히 사라진다.
아이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다시 태형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언제부터였는지 날 빤히 바라보는 태형이와 눈이 딱 마주친다. 왱. 내가 묻자 태형이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입을 뗀다.
"이상하다."
"...왜?"
"왜 호감도가 안 오르지. 이렇게 까대기를 치는데."
"뭐?"
"언제 나한테 넘어올 예정이야?"
태형이는 내게 묻고는 또 흠. 하고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또 그대로네. 이상하다. 중얼거리던 태형이가 가만히 눈동자만 굴려 나와 눈이 마주친다. 싱긋 웃은 태형이가 아, 날좋다. 하며 스탠드에 등을 기댄다. 쟤 지금 무슨 소리한거지. 마치 쓰나미가 지나간 기분에 얼떨떨하게 있는 사이 물 마시러 갔던 영희와 순이가 팔짱을 끼고는 사이좋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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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는 아침마다 나에게 레몬맛 사탕을 준다. 이제 안주면 서운할 지경이긴 한데, 도통 이걸 나한테 왜 주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거 진짜 왜 주는거야?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한 번은 진지하게 묻자 태형이는 돌연 웃음을 터뜨린다. 진짜로 궁금한 내가 걸음까지 멈춰 서고는 태형이를 바라보자 그제야 웃음을 그친 태형이가 나를 내려다본다. 그냥 주고 싶으니까. 얼른 먹어. 무심히 말한 태형이는 다시 웃음을 머금고 걷기 시작한다.
아, 같이 가. 멍하게 서있다가 서둘러 태형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찌나 빨리 걷는지 걸어서는 따라잡을 수도 없다. 겨우 뜀박질을 해 태형이 어깨를 툭 치자 태형이는 또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우리 탄소 같이 가자. 왠지 모르게 우쭈쭈하는 표정을 지은 태형이는 내 발에 맞춰 걸음을 걷기 시작한다. 태형이랑 함께 걷다가 레몬 사탕을 까서 태형이 입에 넣어줬다. 얼떨결에 받아먹은 태형이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하나 더 있지롱. 주머니에서 어제 받은 사탕을 꺼내 보여주자 태형이는 못말리겠다는 듯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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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반장, 나 화장실 어딘지 알려줘."
"첫 날에 가르쳐줬는데."
"까먹었어. 가르쳐줘."
태형이는 때때로 말도 안되는 떼를 쓰곤 한다. 분명 아는데, 진짜로 아는게 분명한데 나를 귀찮게 굴 심산인지 말도 안되는 떼를 쓰며 징징거린다. 아니, 떼를 쓰려면 좀 영악하게 쓰던가. 어리숙한게 금방 들킬 꽤를 내니 어쩔 수 없이 져주는 건 내 쪽이다. 엇, 태형맘 출동인가요~ 깐족거리는 영희에게 눈을 부라리고는 태형이를 데리고 복도로 나왔다. 진짜 김태형 혹시 치매야? 내 진지한 물음에 태형이는 능글맞게 웃으며 그럴지도 모르고~ 하고 답한다. 어휴, 대답이나 못하면 얄밉지라도 않지. 금방 도착한 남자 화장실 쪽으로 태형이를 떠밀었다. 김태형 어린이 쉬야하고 오세요.
부반장. 부반장. 진짜 귀에 딱지 앉겠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태형이에게 찡찡거리자 태형이는 으흠. 하고 또 웃고 만다. 아니, 네 짝지 반장이잖아. 제발 순이 시켜... 애원하는 내 말투에도 태형이는 싫어! 하며 고개를 젓는다. 태형쨩은 부반장이 좋다능. 오타쿠같은 태형이의 말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책상에 엎드렸다. 진짜 죽이고 싶다, 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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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를 마치고 태형이와 함께 교문으로 나왔다. 버스를 타고 가는 영희와 순이를 배웅하고는 집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골목길에 들어서자 태형이는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너 혹시 공략상대 있어? 진짜 살다살다 이제는 공략상대까지 물어본다. 어이가 없어 내가 입만 떡 벌리자 태형이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덩달아 나도 진지해져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 게임 안에서 꽤 시간이 흘렀는데 공략 상대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시스템 알림이랑 기계음도 게임 처음 시작할 때 빼고는 들어본 적도 없고.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자 태형이의 표정이 펴진다.
"내가 진짜 괜찮은 공략상대 가르쳐 줄까?"
"...누군데?"
나. 제 손으로 저를 가리킨 태형이가 또 활짝 웃음을 터뜨린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태형이의 웃음이 오늘따라 더 이쁘다. 잠시 고민하다가 싫어. 하고 답하자 금세 토라진 표정으로 툴툴거리기 시작한다. 솔직히 내가 까대기 친 게 얼만데. 진짜... 툴툴거리는 태형이는 이제 나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너 진짜 나 공략상대 삼아봐. 진짜 바로 공략 성공할 수 있다니까? 그런 태형이에게 아무 답 없이 걷기만 하자 급기야 태형이는 자리에 멈춰선다.
솔직히 나 싫어? 태형이의 물음에 덩달아 멈춰섰다. 고개를 젓자 태형이가 환히 웃는다. 그럼 나 공략상대 삼으면 안 돼? 내가 진짜 잘할게. 나를 설득하려 하는 어리숙한 모습이 못내 귀엽게만 느껴진다. 큭큭거리며 웃는데 갑자기 기계음이 들린다.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라 그런지 소름이 돋는다. 그래, 제발 김태형으로 좀 해라.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 태형이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시스템이 그래라잖아! 하며 징징거리기 시작한다.
너 진짜 잘할거야? 내 물음에 태형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지금도 엄청 잘하고 있잖아. 바보둔팅이. 작게 덧붙인 태형이는 슬쩍 내 눈치를 본다. 내가 괜히 너만 졸졸 따라다녔겠어? 잔뜩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 태형이를 보자 웃음이 터져나온다. 알겠어. 음... 잠시 고민하다가 공략상대. 하고 입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또 기계음이 울린다. 김태형님을 공략상대로 하시겠습니까? 물음에 네에. 하고 답을 하자 하얀 글자가 두둥실 떠오른다.
[SYSTEM] ★공략 상대★
이름; 김태형
나이; 18
특기사항; 전학생. 당신을 공략상대로 삼음
난이도; ★
내가 태형이를 공략상대로 삼자마자 태형이가 베시시 웃음을 터뜨린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한참 웃던 태형이가 나를 내려다보고는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린다. 왜에. 참지못한 내가 묻자 베싯베싯 웃던 태형이가 결국 어떡해. 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동동거린다. 호감도가 또 올랐어. 이제 20만 더 올리면 된다. 방방거리며 좋아하는 태형이를 보자 내가 더 흐뭇해진다. 호감도 빨리 올리는 법 가르쳐줄까?
꽤 솔깃한 내 제안에 태형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으응. 격한 태형이의 반응에 한 번 웃고는 태형이 앞에 섰다. 날 의아하게 바라보는 태형이의 얼굴을 붙잡자 태형이의 눈이 더 커질 수가 없을 정도로 커진다. 웃어봐. 내 말에 태형이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이렇게? 태형이의 물음에 고개를 젓자 잠시 당황하던 태형이가 어... 어... 하다가 활짝 웃는다. 이렇게? 태형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표정이 환해지더니 또 웃음을 터뜨린다.
와, 진짜 호감도 올랐다. 신기하다는 듯 말한 태형이가 도리어 내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는 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는 또 자꾸만 웃음을 터뜨린다. 좋기는 한데 내 얼굴이 우스워서 그런 건 아니겠지. 내가 그런 걱정을 하거나 말거나 태형이는 자꾸만 웃는다. 결국 태형이의 웃는 모습에 나도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아. 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까먹었네.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태형이가 와아. 다 채웠다아. 하며 신기해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내 시야에는, 하얀 글자들이 둥실 떠오르고 곧 빵빠레 소리가 울린다.
[SYSTEM] '김태형' 님의 호감도가 +100 상승되었습니다.
[SYSTEM] '김태형' 님이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김태형'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
넹. 이거슨 쌍방공략. 정확하게 말하면 일방적인 태형이의 까대기. 넘어간 여주.
ㅎㅎㅎㅎㅎㅎ 저 지금 이 노래 세 시간째 듣는 중이에요. 오랜만에 집 와서 얼른 쓰고 올릴려고 했는데 독방에서 놀다보니 이렇게 됐네여.
하여튼, 여러분 위에서도 봤겠지만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록글 뭐에여ㅠㅠㅠㅠㅠ 진짜루ㅠㅠㅠㅠ 저 쪽지 받고 얼마나 심쿵했는 줄 알아여? 사실 그 동안 다른 글도 초록글 올라가기는 했는데 진짜 반짝 올라가고 말아서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 여러분 덕이에여.
그리고 뭐시냐. 독방에 기억을 삽니다 추천글 레알 자주 올라오더라구요. 기억을 삽니다는 저의 한수인듯...ㅎㅅㅎ.. 제 착각이라면 미안해요. 하지만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글이었기에.... 사실 제일 좋습니다. 방연시도 자주 올라오던데 진짜 이삐들...ㅠㅠㅠ 고마워요.
넹. 어쨌든 이번 주인공은 태태여써여. 근데 이거 시리즈물인데 연재하는 줄 아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이거 연재 못해여... 노잼이라 안 돼여... 대신 번외는 생각중이에요. 생각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튼 시리즈에요. 그래서 맨날 투표하는 것인데...8ㅅ8 어, 근데 투표보면서 느끼는데 처음 투표했을때랑 점점 달라지구 있어여 순서갘ㅋㅋㅋㅋ 그래도 전 좋네요. 솔직히 투표할 때 누구 쓸 지 감도 안 잡히죠? 안 잡히면 좋겠는데 (놀부심보)
하여튼 늦은 새벽인데 여러분 살아있을랑가 모르겠네여~~~ 저는 이제 슬슬 씻고 잘 준비를....! 두근.
댓글 달아주고 추천 눌러주고 독방에 추천해주는 우리 이삐들 늘 고맙습니다. 사랑해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