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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양곰돌이 전체글ll조회 1647

W.별모양곰돌이

 

 

9.

 

 

호원이 이끄는 손에 집 안으로 들어왔다. 며칠 전 그 때가 떠올라 동우는 자신도 모르게 호원에게 잡힌 손을 잡에 뺐다. 한 걸음 뒷걸음질 치는 동우를 보며 호원은 다시 동우의 손목을 잡았다.

“안 그래요. 아껴준다고 했잖아.”
“...”
“나 못 믿어요?”
“...”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호원은 몸을 숙여 동우의 신발을 하나씩 벗겨 주었다. 호원이 신발을 벗겨 주고는 고개를 들었다. 동우의 손을 잡아 살짝 입가로 가더니 입을 맞춘다. 그 행동에 동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갑자기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에 동우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심장박동 소리가 밖으로 다 들릴 것처럼 크다. 호원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얼굴을 가린 동우의 손을 잡아 내렸다. 눈이 마주치자 동우의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리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옆모습 말고. 앞모습 보여 줘요.”

갑자기 이렇게 다정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오는 호원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설렌다. 동우는 점점 더 붉어지는 것 같은 얼굴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호원이 양 손을 다 잡고 있는 탓에 얼굴을 가릴 수도 없었다. 호원은 동우의 양 팔을 살짝 앞으로 당겨 동우가 한 걸음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게 만들었다. 이미 신은 벗어놓은 상태라 동우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호원의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직까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시선을 아래로만 두고 있는 동우를 보던 호원이 동우의 뺨에 입을 맞췄다. 동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호원의 입술은 그대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입술로 가까워지고 있는 호원의 입술에 동우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입가에 호원의 입술이 왔을 때 동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호원의 입술은 그대로 동우에게 멀어졌다.

“어?”

되려 동우가 어? 하며 고개를 돌려 호원을 본다. 그러자 호원이 기다렸다는 듯 동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키스가 아닌 살짝 전해지는 입맞춤.

“오늘은 여기까지.”
“으으...”
“왜요, 키스 해 줘요?”
“으으...”

머리가 팽글팽글. 지금 농락당한건가? 호원은 동우의 이마를 콩- 하고 손가락으로 튕긴 뒤 집 안으로 들어간다. 현관문 앞에 서 있던 동우는 호원의 뒤를 졸졸 쫓아 따라간다. 동우는 어느정도 익숙한 호원의 집을 보며 한 숨을 쉬었다. 결국 다시 오고 말았다. 또 설레이고 말았고 급기야 고백까지 했다. 호원의 저런 행동은 고백을 받아드린 거라고 봐야 하는 거겠지? 동우는 그래도 확답이 듣고 싶어졌다. 집안을 돌며 불을 키고 있는 호원의 뒤를 쫓아 다니며 동우는 몇 번이고 호원을 부르려다 망설였다. 호원씨- 라는 말이 목구멍 앞까지 와서 다시 쏙 들어갔다.

“왜 쫓아 와요?”
“아뇨... 저기 있잖아요오...”
“평소에 말만 잘 하던 사람이 오늘 왜 이렇게 말을 못 할까...”
“우리... 사겨요?”
“엥?”
“우리 사귀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에이- 아니죠.”

아니라니?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동우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오늘 라디오 나올 거예요~ 안 나올 거예요?”

마치 아이를 다루는 것 같은 말투다. 동우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그때 봐요.”
“근데 오늘 녹음방송인데...”
“그냥 오늘 생방라디오로 가요. 해도 되지 않나?”
“되긴... 되죠...”
“그럼 그 때 보는 걸로 하고... 어서 나가요. 우리 집에 계속 있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에엑?”
“그럼 뭐. 다른 거라도 기대했나?”

호원이 금방이라도 겁을 줄 것처럼 동우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니 동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후다닥 현관쪽으로 뛰어 간다. 총총거리면서 뛰는 꼴이 꽤 귀여워 호원은 혼자 웃었다.

“그럼 이따 봐요~”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호원과 달리 동우는 꾸벅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신발도 대충 신어서 뛰어가다가 신발이 슝- 하고 날아갔다. 신발을 주워 신고 한 참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이제는 엄청나게 익숙해 보이는 지하철역에서 동우는 한 숨을 쉬었다. 그제야 똑바로 신지 못 한 신발을 보았다. 이제 보니 오른쪽과 왼쪽을 거꾸로 신고 있었다.

“에휴- 바보... 침착하진 못 해선...”

지하철역에서 낑낑거리며 신발을 다시 고쳐 신었다. 이제야 좀 진정이 되면서 호원이 생각났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거기까지 가서 울며불며 소리를 쳤는지 모르겠다. 아... 쪽팔려.


**


호원의 호출에 온 건 우현이 아닌 성규였다.

“형이 왜?”
“이제 내가 너 관리한다고 했지 않나?”
“아니 회사 사장님이 이렇게 한가한가?”
“너한테 달리 광고 계약만 해도 얼만지 알아? 아, 그리고 너 뮤직비디오 급하게 찍어야겠다.”
“왜.”
“너랑 김명수 치고 박은 거 뮤직비디오 한 장면이라고 할 거야.”
“대박.”

여기서 대박이라는 감탄사가 왜 나오는 거냐. 성규는 호원을 매서운 눈으로 보았다. 호원은 어린애 마냥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성규에게 내밀었다.

“뭐가 대박인데? 이 와중에 뮤직비디오 찍고 돈 받는 게 좋냐?”
“아니, 형 머리 좋다고.”
“내가 너 덕분에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간다.”
“오- 그럼 내가 고맙겠네?”
“지랄한다.”

성규는 호원을 매섭게 노려보다 한 숨을 쉬었다.

“아까 우현형한테 말 했는데. 오늘 라디오 하겠다고. 스케쥴 바꿔 줄 거지?”
“응. 바꿨어.”
“...정말? 이렇게 쉽게?”

호원의 말을 무참히 씹은 성규는 주변을 보다 신을 신었다.

“빨리 나와. 라디오 가자.”
“오, 잠시만.”

호원은 서둘러 옷 방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정장으로 손이 가다 멈췄다. 평소에 동우가 입고 다니는 옷을 봐서는 정장 보다는 이런 옷이 나을 것 같았다. 평소에는 잘 입지도 않다가 협찬 때문에 한 번 입었던 호피무니 야구 점퍼였다. 거기에 주황색 진. 뭔가 장동우 냄새가 폴폴 나는 옷이지만 그래도 꽤 장동우 취향이라 이걸로 정했다. 서둘러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옷을 매만졌다. 피어싱도 잘 안 하는 편인데 피어싱도 새로 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팔찌로 양 손목에 했다. 밖에서 성규가 기다리고 있어서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규는 호원이 걸어오는 것을 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너 아닌 줄 알았다.”
“어때? 괜찮아?”
“화려하다.”
“그럼 됐어.”

호원은 이번에는 자리에 앉아 비비크림까지 바르고 있었다.

“무슨 라디오에 비비냐. 오늘은 팬들도 없을텐데.”
“괜찮아. 나는 완벽한 남자니까.”

차 안에 왁스며 스프레이며 없는 게 없다. 이러니 우현이 혀를 내두르지... 그나마 성규의 앞이라 자제하는 거였다. 평소라면 집 안에서 머리며 화장이며 다 하고 나오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집에 다시 들어가서 다시 씻고 나오기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까. 성규는 차분하게 차를 몰아 방송국에 도착했다. 성규는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확인했다. 죄다 김명수다. 김명수는 나름의 법칙이 있었다. 부재중 전화는 딱 3번까지만. 성규가 3번 전화를 받지 않으면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5번이나 왔다. 성규는 명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금방 전화를 받는 명수.

-형, 정말 이호원 따라간 거야?
“일이야.”
-내가 이러지 말라고 했지.
“일이라고.”
-형이 동우형봐서 뭐 하려고?
“일 하는 거야.”
-... 마음대로 해. 하지만 동우형 상처 입히면 나... 형한테 어떡할지 몰라.
“... 나 일 한다.”

끝까지 무미건조한 말 밖에 하지 못 한 성규가 한숨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런 성규는 안중에도 없는 호원은 끝까지 머리 정리를 하며 제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 까지도 호원은 거울을 손에서 떼지 않고 있었다.

“뭘 그렇게 신경 쓰냐.”
“형은 신경 좀 써라. 되게 못생겼어, 형.”
“알아.”
“...”

평소라면 성질을 내며 호원을 한 대 칠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저런다. 뭐, 오늘은 저기압인가 보다하며 호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건들이면 안 된다는 본능이 호원에게 몸조심을 알리고 있었다. 라디오 스튜디오에 가는 동안 호원은 끊임없이 머리를 만지고 옷을 만졌다. 정신 사나운 호원의 행동에 성규는 웬일로 예민하게 굴지도 않았다. 평소라면 잔소리를 몇 백번이고 했을 텐데.

라디오 부스에 들아간 호원은 동우를 찾았다.

“어? 장작가님은요?”

괜히 호원은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분명히 온다고 했는데...

“아까 전화했더니 이제 막 깼다고 하더라. 지각이야.”

모처럼 마음먹고 왔더니 지각이란다. 별 수 없이 동우를 기다리기로 했다. 덕분에 한 시간 전에 온 보람이 없다. 호원은 대본을 뒤적이며 별 수 없이 대본 분석을 하기로 했다. 혼자 집 안에 틀어박혀 꽤 센치했던 모양인지 노래가 죄다 우울한 노래뿐이다. 사연도 다 이별에 관한 이야기고. 참 나... 혼자 삽질 했나 본데... 호원은 대본을 쭉 훑다가 대본을 덮었다. 이제야 대본 가장 앞에 있는 오프닝 멘트가 눈에 들어왔다.

[괜찮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아프고 슬펐습니다. 내 마음이 사라졌어요. 가슴과 목이 너무 아팠어요. 나의 모든 것이 그 사람이 아닌데. 그 사람 때문에 나의 모든 것이 아픕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났어요. 엉엉 울다가 배가 고파 냉장고를 열었는데 냉장고에 먹을 게 가득한데 먹고 싶은 게 없는 거예요. 내가 미쳤나 보다, 하고 화가 났어요. 내가 왜 그 사람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나... 하고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잘 해 줬던 게 생각이 나서 그리운 거 있죠... 그래서 말하려고요.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너무나도 아픕니다. 아파요.]

이 대본... 언제 쓴 거지? 호원은 동우의 선배작가에게 대본을 보여주며 물었다. 선배는 대본을 보더니 아- 하고 다른 대본을 준다.

“아까 동우가 교체대본 보냈어. 이건 저번 거.”
“교체대본이요? 왜요?”
“그거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바꿔달라고 하더라? 그거 때문에 피곤해서 늦잠 잔 모양이야.”

아... 그러니까 이건 예전에 혼자 집에서 쳐박혀 있을 때 쓴 대본인데 이걸 보여주자니 창피해서 새로 대본을 쓴 모양이었다. 호원은 뭔가 마음 한켠이 아릿해 오는 감정에 저절로 목이 아팠다. 눈물이 날 것처럼 목이 메인 건 아닌 데 뭔가 목에 뭔가 막힌 것 같았다. 호원은 그 전의 대본을 다시 달라고 했다. 동우 혼자 했을 것이 분명한 말들이 대본들 곳곳에 숨어 있었다. 보고 싶다, 사랑 한다, 후회 한다... 이런 말들이 가득 했다. 호원은 머리를 긁적이다 아무데나 굴러다니는 펜 하나를 주워들었다. 동우가 보낸 교체 대본의 앞부분을 유심히 보다 그 부분을 죽- 죽- 하고 줄을 그었다.

“오늘 오프닝 곡 바꿔주세요.”
“작가는 동우야.”
“에이~ 이 정도는 디제이 권한으로 해도 돼요.”

호원은 노래 제목이 적힌 종이를 주며 꼴에 하트까지 그렸다.

“갑자기 이 노래는 왜?”
“비밀.”

선배는 고개를 저으며 노래를 찾아 놓았다. 한 참을 있다가 방송 5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동우가 뛰어왔다. 급하게 온 모양인지 헉- 헉-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헉- 허억- 안, 안녕... 하세요... 허억-”
“숨 넘어 가겠다.”

동우는 서둘러 가방을 벗어 의자에 던지고는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로 게시판을 보며 전체적인 것을 총괄해야하는 동우는 정신없이 방송 준비를 하고 있었다. on air가 켜지기 바로 직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 동우는 호원은 보지도 않고 컴퓨터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동우와 인사하려고 했던 호원은 끊임없이 동우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끝내 인사는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또 욱 하는 성질에 마이크를 잡고 따질 번 하던 것을 겨우 자제했다. 동우의 옆에는 성규가 앉아 동우를 보고 있었다. 정신이 없는 동우는 옆에 성규가 있는 지도 모르고 일에 열중이었다. 음악이 흐르고 호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동우는 고개를 들어 호원을 보았다. 호원은 대본을 보며 목을 가다듬고 있었다.

“이제 매일 보고 싶을 겁니다.”

대본과 다른 호원의 멘트에 동우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대본은 이게 아닌데? 동우는 고개를 숙여 대본을 뒤적였다. 분명히 아니다. 동우는 놀라서 호원을 보았다. 호원은 씩- 하고 웃었다.

“왜냐하면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호원과 동우의 눈이 마주쳤다. 호원은 분명히 동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제 일에 바빠 눈치를 못 채고 있었겠지만 호원의 눈은 분명히 동우를 향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습니다.”

호원은 쑥스러운 모양인 지 살짝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호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지나갔다.

“사랑합니다.”

호원의 멘트가 끝남과 동시에 스피커에서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이 흘러나왔다. 멍하게 호원을 보며 눈을 깜박이던 동우의 얼굴이 빠르게 붉어지고 있었다. 호원과 눈이 다시 마주치자 동우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컴퓨터 속 게시판에는 빠르게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호원의 ‘사랑합니다.’는 꽤 파장이 컸다. 미친 듯이 올라오는 글들이 동우의 눈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팽글팽글 눈앞이 돌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자 동우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게시판에 있는 글을 추려내 호원이 보고 있는 모니터에 띄워주어야 했는데 그걸 못 하고 혼자 멍 때리고 있었다. 당황한 동우가 급하게 메모장에 글을 썼지만 호원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고백했으니까... 우리 이제 사귀는 겁니다.”

잠시간의 정적.

“하. 하. 하. 팬 여러분들을 위한 제 고백. 어떠셨나요?”

호원이 능청스럽게 이어가며 다음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호원의 말에 되려 또 다시 혼란이 오고 만 동우다. 이게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 팬들한테 한 말이었어? 동우는 혼자 좋아하며 셀렌 자신이 한심스러워 또 자괴감에 빠졌다. 그래, 일에나 집중하자... 라는 마음으로 동우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는 댓글들을 정리해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라디오는 끝이 났고 동우는 기지개를 쭉- 하고 켰다. 일어나자마자 세수랑 양치도 못 하고 뛰어 왔던 터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모자 하나만 달랑 쓰고 왔다. 동우는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다 옆에 있는 성규를 봤다.

“... 어?”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 하세요.”

동우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성규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어쩐 일로...”
“한 놈이 워낙 말을 안 들어서요.”

성규가 눈짓으로 호원을 가리키자 동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호원은 라디오 부스 안에서 막 나오고 있는 참이었다. 호원이 동우쪽으로 오자 동우는 서둘러 고개를 옆으로 돌려 한 걸음 물러섰다.

“어허- 이 사람. 자꾸 뒷걸음질 치네.”
“뭐, 뭐가요...”
“내가 잡아먹나? 아, 하긴...”

벌써 내가 잡아먹었지- 라고 말 하려다 호원은 입을 다물었다. 하마터면 말실수 할 뻔 했다. 호원이 동우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려고 하면 할수록 동우는 더욱 잔뜩 긴장을 하고만 있었다. 때마침 걸려오는 전화에 동우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전화를 받았다.

“어~ 명수야!”

엄청 반가운 마음에 명수의 전화를 받으니 성규의 눈초리가 빛났다. 동우는 얼른 자리를 뜨며 밖으로 나갔고 호원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장작가... 김명수랑 아는 사이라고 했지?”
“응.”
“장작가 혹시... 연애 해?”
“...”

이 사람이 뭘 알고 하는 말인가... 호원은 잠시 뜸을 들이가 성규를 보았다. 성규의 시선은 이미 호원과 어긋나 있었다. 호원은 잠시 생각을 하다 씨익- 하고 웃었다.

“응. 연애해. 이제 막 시작했다던데?”

이호원이랑. 호원은 혼자 속으로 키득거리며 말을 삼켰다. 하지만 성규의 표정은 더욱 빠르게 굳어졌다.


**


동우는 일부러 명수와 전화를 길게 했다. 어떻게든 호원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우연찮게도 명수와 전화를 끊자 마자 호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꼴통’ 이라고 저장이 되어 있는 호원의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 동우는 전화를 받았다.

“왜요...”
-아니. 내가 이렇게 멋지게 고백을 했는데 말이지...
“뭐가요.”
-아 진짜 아무런 감동 없어요?
“내가 아무리 호원씨 팬이라지만 그런 멘트에 울고불고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엥? 어허~ 이 사람. 되게 둔하네.
“뭐요?”
-내가 고백했잖아요. 그거 장작가님한테 한 말이에요.
“...에?”
-이렇게 일일이 해석을 해 줘야 알다니... 누구 건지 참 둔하다, 둔해. 아까 머리도 안감은 거 같던데 씻고 푹 자요~ 내 천사.

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전화가 끊어졌다. 두 눈만 깜박이던 동우가 돋아나는 소름에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천사라니... 내 천사라니... 다시 생각해도 닭살 돋고 오글거리는 멘트다. 이런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동우는 양 팔을 긁어내리며 발을 동동거렸다. 어떻게든 이 오글거림을 떨쳐내고 싶은데 떨어지지가 않는다. 천사라니 천사... 이 미친놈이 드디어 진짜 미쳤나보다. 자꾸만 귀를 맴도는 목소리에 자꾸만 닭살이 돋는다. 그러다 곧 문자가 띵- 하고 왔다. 문자를 보니 호원이었다. 귀엽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고 찍은 셀카다.

[이거 배경화면으로 해 놓기!]

아니, 원래 이런 인간이었어? 다시 돋아나는 오글거림에 적응을 못 하고 있을 때 다시 문자가 왔다.

[나도 셀카 좀 줘요. 귀엽고 예쁜 걸로... 흐흐. 배경화면으로 해 놓게.]

미친놈이 분명했다. 이호원은 미쳤다.........

 

 

-------------------------------------------------
아... 이호원 장동우 연애하나요, 하나요, 하나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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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웈ㅋㅋㅋ내천사라니 호원이가 정말 어떻게된걸까요ㅋㅋㅋ으아 그나저나 잘풀리는것같아서 다행이에요ㅠㅠ이제 동우 상처안받아도되고ㅠㅠ얼릉 귀여운셀카 하나보내주고 알콩달콩연애좀해봐요ㅠㅠ대리만족하겤ㅋㅋㅋㅋ근데 엘규는 꼬이기시작하나요ㅠㅠ규가 오해한것같아서 걱정이에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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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감성 이에요 끼약 이호원 제대로 말해줘야지 그렇게 주어를!!!가장중요한핵심포인트를 빼고말하면 어쩌자는거뉘 ㅠㅠ 으힝 이럴수가 ㄷㄷㄷ 엘규의 운명은...ㄷㄷㄷㄷ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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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양곰돌이
엘규의 운명은 나중나중 나중에.......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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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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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모양곰돌이
아~~ 우동님ㅠㅠ 날 너무 사랑하셔ㅎㅎㅎㅎㅎㅎ 우동님 댓글 보면서 제가 더 힐링받는답니다~ 감사합니다우동~~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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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내천사라니 후우핳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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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야동이 잘되서 너무 좋은데 ㅠㅠㅠㅠ 우리 성규 ㅠㅠㅠㅠ 어떻게하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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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으아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앙대 성규야 야동이들 방해하면 앙대ㅠㅠㅠㅠ 호원어빠한테 저까지 반해버리겠어요 어쩜 이렇게 밀땅을 어휴ㅠㅠㅠㅠ 엘규들도 파이팅 ㅠㅠㅠ 성규야 기다려! 침착해 굳어지지마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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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둘이 연애하네요 예..이제 닭살들이 오돌토돌 올라오겠죠?그와중에 호원이는 뜻하지 않게 성규에게 기름을 부어주었어요..옳지!잘한닼!!!!ㅋㅋㅋ성규가 이제 명수의 마음을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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