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w. F코드
***
초등학교였던가? 수업시간에 반 아이들 모두 어린왕자라는 책을 읽었다. 나도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책을 읽었지만 딱히, 재밌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왜 이게 우리가 살면서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요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하나 둘 다 읽은 아이들 모두 재밌다고 말을 하기에 나는 굳이 재미없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 뱉지 않았다. 다 읽고 난 후 가만히 턱을 괴고 있던 난 나를 보고 있던 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여우새끼. 나와 눈을 마주친 아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근데 여우새끼? 무슨 여우?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를 말하는 건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 아이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자신의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의 짝꿍에게 무언가를 속삭였고 곧 그 아이가 손에 든 책을 내리고는 나를 돌아봤다. 정말이네. 나를 보며 키득 거리는 두 아이의 모습에 나는 그냥 고개를 돌려 버렸다.
'진짜 똑같지 않냐?'
'그러니까. 진짜 재수없는 게 똑같네'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나를 둘러 쌓다.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낄낄거리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결론은 같았다. 어린왕자 속 등장하는 여우는 잘난 척에 재수없고 난 그런 그 여우를 닮았다는 거였다. 딱히, 아이들의 말에 대답 할 말을 찾지 못 한 나는 조용히 책상 위로 손을 올려 그 안으로 얼굴을 묻었다. 조금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작아진 거 같았다.
'안녕'
수업이 모두 끝나고 텅 빈 교실 안에는 처음보는 아이가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건네는 아이의 얼굴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 한 가득 웃음이 걸려 있었고 그 모습이 너무 그 아이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어릴 적 부터 모르는 사람 과는 말을 섞지 말라는 엄마의 교육 덕분에 나는 나에게 손을 흔드는 아이를 지나쳐 책상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가방을 들어 올렸다. 어쩌면 지금 나의 성격이 이러한 건 엄마의 교육 방식이 조금 문제가 됐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그 아이를 지나치려 했고 지나쳤지만 반을 나서지는 못했다.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작은 책이 책에 적힌 어린왕자라는 제목이 그리고 그 아래에 삐뚤빼뚤하게 적힌 '김성규'라는 이름에 나는 그 아이에게 다시 몸을 돌렸다.
'미안. 허락도 없이 읽어서'
'나랑 닮았니?'
'응?'
'그 책 속에 나오는 여우랑 나랑 닮았어?'
아직도 나는 이 때 내가 왜 이 아이에게 이러한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의 내 추측으로는 어린 김성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조금은 아이들의 놀림에 마음이 아팠던 거 같다.
'아니. 전혀, 넌 꽃 같아'
'.......꽃?'
'어린왕자가 살던 별에 유일한 친구였던 꽃. 넌 그 꽃 같아'
이때 부터 였던 거 같다. 내가 마법에 걸린 거 처럼 바뀌기 시작한 시점이 아마 여기였던 거 같다. 어린왕자 속 등장하는 꽃이라는 그 한마디에 나는 변했다. 마치, 내가 정말 그 꽃이 된 거첨 나는 항상 까다롭게 까칠하게 행동했고 나에게 이 말은 건넨 그 아이. 남우현은 꽃을 정성스레 돌봐주는 어린왕자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와 남우현은 어린왕자와 꽃의 관계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알바 하다가 심심해서 끄적여봤어요..
제목을 어린왕자로 할까 하다가 그냥...조각으로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어서
신은 저에게 작명센스를 주시지 않았나봐요^_^b
갑을 아니라 지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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