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20분. 민윤기가 오라고 한 시간보다는 약 10분 정도 빠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10분 먼저 도착했다고 해서 화를 낼 사람도 아니었고, 오히려 잘 왔다고 반겨줄 걸(물론 타인이 보기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기력해 보이겠지만) 알았기에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계단을 내려가고 모퉁이를 도니 익숙한 문이 보였고, 그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몰라 소음을 최소화해서 문을 열었는데 그 행동은 상당히 잘 한 행동이었다. 역시나 민윤기는 작업 중이었으니까. 나는 녹음실 부스 안에 있는 사람에게 입술 위에 손가락을 대어 ‘쉿’이라 행동하곤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있는 민윤기의 뒤로 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윤기야.”
내 행동에 민윤기는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내 얼굴을 확인한 순간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주 익숙하게 의자에 올려둔 내 손을 잡아왔다. 나는 그런 민윤기의 행동에 작게 웃으며 ‘10분 일찍 왔어.’하고 덧붙였다.
“방해했지?”
“딱히……. 어차피 잠시 쉬고 있었으니까 상관없어. 이 부분만 하면 되니까 앉아서 기다려.”
“옙.”
나는 민윤기의 손을 놓고 벽면에 붙어 있는 의자에 앉으려 몸을 틀었다. 하지만 민윤기는 오히려 손을 더욱 잡아와 내 몸을 그의 쪽으로 틀게 만들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틀고 입꼬리를 조금 올려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 행동에 돌아오는 민윤기의 대답은 간단했다.
“어딜 앉으려고. 내 옆에 의자 있잖아.”
아.
나는 소리 없는 탄성을 지르고 민윤기의 말대로 그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민윤기는 왼손으로 내 손을 잡곤 놓아주질 않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지만 얼마 안 가 녹음이 다시 재개되었고, 나는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역시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남자는 멋있다. 녹음을 진행하면서 아주 살짝살짝 인상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가 섹시하다고 느꼈다. 참, 윤기는 웃으면 귀엽고 찡그리면 섹시하단 말이지.
한참을 넋 놓고 보고 있었을까, 녹음이 끝나고 부스 안에 있던 사람이 나왔다. 그리고 내 뒤에서 ‘끝났냐?’라는 말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의자에 남자 몇 명이 더 앉아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워낙 주위에 관심이 없는 성격이어서 그런 건가. 성인 남성 5명이서 대화를 나눔과 동시에 작업실은 시끄러워졌다. 아, 윤기 시끄러운 거 싫어하는데.
“아, 맞아. 슈가 형, 저 여성분은 누구예요? 우리 노래에 피처링 안 들어가잖아요.”
그 광대한 소리들을 뚫고 나온 물음이었다. 한 남성의 말에 민윤기는 말을 꺼낸 남성을 보며 말했다.
“얘가 네들 노래에 피처링을 왜 해.”
“그럼 누군데요?”
“부인이다 멍청이들아.”
나는 민윤기의 말에 눈을 수차례 깜빡거렸다. 부인이라니, 나 아직 25살인데…… 벌써 유부녀로 만들겠다는 건가. 질문을 했던 남성과 그 남성의 일행들은 모두 ‘헐? 진짜요? 대박!’이라면서 입을 벌렸다. 아니…… 전 아직 결혼 안 한 미혼 여성인데요…….
“아, 근데 걸그룹들 중 형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 많지 않아요?”
“맞아. 형 인기 개 많아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나가.”
“윽……,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이다!”
“지랄하지 말고 나가라.”
“네, 네~ 형수님 다음에 또 봬요! 형은…… 너무 자주 보는 거 같아요.”
“나도 네들 보기 싫다.”
한바탕 작업실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나와 민윤기만 작업실에 남았다. 아직도 손은 놓지 않은 채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방금처럼 시끄러운 것보다 지금처럼 정적이 흐르는 것을 선호하였기에 조용한 이 분위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마 민윤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익숙하게 이 분위기를 느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윤기야.”
“응.”
“떡볶이 먹자.”
“떡볶이?”
“여기 앞에 분식집 있잖아. 먹고 싶어.”
“어제 비빔밥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너 오늘 또 작업 있으니까.”
“어쭈, 이젠 배려도 다 할 줄 아네.”
“나 원래 배려 잘 했거든.”
“그래, 그래. 너 원래 배려 잘 했어.”
이건 뭐 엎드려 절 받기도 아니고. 하지만 민윤기의 말에 태클을 걸진 않았다. 칭찬으로 끝나야지 둘 다 기분 상하는 일이 없으니까. 민윤기는 벗어뒀던 외투를 주섬주섬 입고 지갑을 챙겼다. 그리고 자신의 한쪽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손.”
나는 민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겹쳤다. 계속 잡고 있던 손이었지만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번 제목은 뭐야?”
“나오면 봐.”
“너무하다.”
“아, 나 잡지에서 인터뷰했다. 다음 달에 나온데.”
“그래서, 꼭 보라고?”
“응.”
나는 윤기의 손에 다시 깍지를 끼고 계단을 올랐다. 윤기가 이번엔 어떤 곡을 썼을까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
이번에 BTS의 앨범에 참여를 했다고 들었는데, 무슨 곡인지 알려줄 수 있나?
-복숭아라는 곡이다. 표현하자면 몽글몽글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곡이다.
몽글몽글하면서도 부드러운 곡이라니, 그런 곡을 쓴 적은 없지 않았나.
-그렇다. 그런데 이번엔 꼭 써보고 싶었다. 아니, 곡은 예전부터 완성이 돼있었지만 그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지 못 했던 거였다. 그러던 와중에 곡과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게 BTS였다.
무엇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인가?
-애인을 생각하면서 쓴 곡이다. 솔직히 말해선 내가 부르고 싶지만 내가 생각해도 내가 부르는 건 좀 아니더라.
괜찮다면 애인에게 하고 싶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있으면 해 달라.
-어, 일단 네가 이 인터뷰를 보면서 웃고 있을 거 같은데 너무 웃지는 말고. 복숭아라는 노래는 널 위해 만든 노래니까 네가 꼭 듣는다면 좋겠다. 인터뷰 다 봤으면 얼른 방으로 달려와서 나 좀 안아주고.
-
작곡가 윤기와 연애하는 여주가 보고 싶어서 썼습니다ㅜㅜㅜㅜㅜㅜ
원래 복숭아는 아이유의 노래이지만 이 글에선 윤기가 작사작곡한 노래라고 생각해주세요 '^'!
그리고 남자 그룹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냥 방탄.. 비티에스...ㅋㅋㅋㅋㅋㅋㅋㅋ
L'amore canta=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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