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깊숙이 몸을 뉘었다. 고개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자연스레 눈이 감겼다. 조금만 있다 눈을 떠야지, 조금만 있다 일어나야지, 하고 계속해서 생각을 반복했지만, 머릿속은 이런 내 생각을 무시하듯 계속해서 흰색으로 물들어갔다. 그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속에선 온갖 계절들이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봄처럼 따스했다 여름처럼 답답했고, 가을처럼 선선했다 겨울처럼 차가워졌다. 꽃바람이 나풀거리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갈색 낙엽과 뒤섞여 눈이 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저 멀리서 ‘나’를 방관하는 일이었다.
방 안을 온통 울리도록 틀어둔 노랫소리는 내 고막까지 닿지 못 했다. 그렇게 크게 틀어두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듣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저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미세하면서도 일정하게 들리는 숨소리뿐이었다.
핸드폰의 홀드 키를 눌러 노래를 끄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7시 20분. 조금 있으면 김태형이 집에 들어올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도어 록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라면 달려가 그를 반겨줬을 텐데, 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의자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김태형은 익숙하게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코트를 벗다 의자에 몸을 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여기 있었어? 잠시만, 너 상태가 왜 이래.”
나는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코트를 빠르게 벗고 내 앞으로 왔다. 그리고 내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숙였다. 그의 눈이 나를 향했다. 나의 눈 또한 그를 향했다.
“이름아, 무슨 일 있었어?”
김태형이 물었다.
“…….”
나는 침묵했다.
그는 내 반응에 작게 숨을 내뱉곤 그의 두 손으로 내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깜짝 놀라 하며 내게 말했다.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나는 그에게 잡혀있는 내 손을 빼내어 그의 목에 팔을 감아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그는 허공에 있던 손을 빠르게 옮겨 내 등을 쓸었다. 묘하게 안정이 되는 느낌에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태형아.”
“응?”
“태형아.”
“왜, 이름아.”
“……그냥.”
그는 내 말에 나를 더 강하게 안아왔다. 그러면서도 아프진 않았다. 그저 안심이 될 뿐이었다. 내 앞에 여전히 네가 있구나, 넌 내 곁에서 떠나지 않겠지, 하는 생각들만이 가득했다.
“안되겠다. 좀만 자다 일어나자.”
“너 밥은…….”
“이따 일어나서 먹으면 돼. 자, 빨리 한숨 자고 일어나자.”
그는 나를 안아들어 침대 위로 옮겼다. 그리고 내 두 눈을 감겼다. 나는 잠에 들기 전에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고마워, 태형아.”
“응?”
“사랑해,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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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ㅏㅓ 오랜만입니다. 솔직히 아직도 글이 드릅그 안 써져서 미치겠스ㅁㄴ니다..
노래는 내용이랑 관련이 1도 없지만 구냥 들어주세여.. 좋.. 좋잖아여..?
암호닉
[바나나] [망고] [흥탄♥] [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