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 - 문디가시나
[차학연] 수영부 차학연과 뚱바어택 너 비쨍썰
Written by. 마티
G.
내내 우울 모드로 생활하던 나는 선배의 대회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활기를 되찾았다. 민아와 선유는 그렇게 학연 선배 욕을 했으면서 이제 와서 또 선배 생각에 헤실헤실 웃고 다니냐고, 선배 안 좋아할 거라고 지랄을 하지 말던가, 라며 나에게 온갖 짜증을 냈다. 원래 사랑을 하면 애가 된다잖아, 라고 넉살 좋은 웃음과 함께 넘어가려고 하자 사랑이 아니라 짝사랑이라고 굳이 정정해주며 선유는 나에게 선배에게 차이라고 악담까지 퍼부어줬다. 개년, 내가 얼마나 그동안 맘 고생했는지도 모르면서. 선배한테 고백하는 일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고백해서 정말 차인다면 네년을 시멘트에 담가버릴 거야. 아, 선배에게 차이는 상상은 정말 끔찍하다. 상상했을 뿐인데도 가슴이 아파. 예쁜 내 학연 선배를 불러줘…….
며칠 전 만해도 입만 열면 선배 밉다고 칭얼대고 이렇게 우울할 바에는 그냥 선배 안 좋아하고 말겠다고 나 혼자 저조되는 기분에 화가 나서 씩씩댔지만 9월 모의고사를 보기 전에 체육 선생님을 꼬셔 알아낸 선배의 대회출전일을 설정해 놓은 디데이 알람이 뜨고 나서부터는 점점 선배가 수영하는 섹시한 모습과 금메달을 따고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말 그대로 망상을 하며 다시 차학연의 ㅊ만 나와도 설레서 코피를 흘리는 원상태로 나는 되돌아왔다. 왔다갔다하는 나 자신이 나도 싫지만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짝사랑 일화나 짝사랑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짝사랑 중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친구들은 나의 등을 토닥여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짝사랑……. 짝사랑 끝에 연애를 시작한 수많은 일화를 보고 나는 존나 병신처럼 눈물을 찔끔찔끔 짜냈다. 결국 다들 달달하게 행쇼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 죽고 싶다, 진짜. 엉엉. 서러워, 시발.
선배가 출전하는 대회가 열리는 실내 수영장 관람석을 예약했다. 분명 우리 학교에서 많이 올 거다. 아 - 알려드립니다. 택운 선배랑 원식이 선배도 나오기 때문에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티케팅이 예상되는 바입니다. 민아랑 같이 가기로 해서 나는 수영을 하는 선배를 상상하며 잘 보일만 한 두 자리를 예약했다. 며칠 남았지? 12일. 아, 설렌다. 나는 가슴께를 부여잡고 컴퓨터 앞에서 나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예쁘게 하고 가야지, 화장 성형을 해야겠다. 신난다!
침대 옆에 있는 탁자에 올려진 캐논 EOS 60D를 조심스럽게 집어들고 천장을 찍어보았다. 화질 쩔어. 찍으면 선배의 모공까지 보일 기세야, 역시 비싼 건 달라. 이걸 사촌 언니에게 구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구박을 받고 몇 대 맞기도 했고 협박도 당했는가. 정말 간신히 빌렸다. 이제 12일 뒤에 팬마로 빙의돼서 미친 듯이 선배를 찍기만 하면 되는 거다. 기다려요 선배. 으흐흐.
* * *
[출처] [훈녀생정]짝사랑증상40가지/짝사랑증상/짝사랑증세|작성자 장동우빵셔틀
내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는 이유를 대라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인 '아줌마 같아서' 라고 대답할 수 있다. 실제로 남자애들한테 꽤 들어봤다. 시끄럽고 주책 맞고 오지랖 넓으며 여자로 안 느껴지고 털털하고 등등 - 결론은 좋은 의미는 하나도 없다는 건데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하는 특징은 오지랖이다. 밑줄 쫙.
민아와 선유의 표정은 말 그대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
"미친년 아니야, 이거……."
"설마 네가 다 접은 거?"
"엄마 꺼 훔쳐옴. 잘했지?"
"병신아……."
오랜만에 점심시간 종이 친 후에 10분이 지나기를 기다렸고 정확히 8분 전, 나는 교과서와 문제집 사이에 조심스럽게 챙겨온 병을 꺼냈다.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내 쪽으로 모여들었다. 병 안에 있던 천마리의 알록달록한 학을 보고 선유가 물어본 것처럼 나에게 이거 네가 다 접었냐고 여기저기서 물어보았지만 세상에서 귀찮은 게 제일 싫은 내가 그럴 리가 있나. 당당하게 웃으며 엄마의 옛친구가 접어서 준 것을 그대로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누구 주게? 라고 물어보는 애들의 대답에 나는 씽긋 웃으며 병을 소중히 품 안에 가두고 뒷문으로 향했다.
"비쨍아, 어디가?!"
"오호호. 기다려, 갖다 주고 바로 올게."
나의 떡밥 돋는 행동에 애들은 저들끼리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선유와 민아의 표정은 저년이 정신 못 차리고 또…, 라는 표정을 했다. 화가 나 보이기도 했다. 민아와 선유에게 미안하다고 속으로 말하며 뒷문을 닫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어진 길을 따라 오랜만에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도 분명하게 내 주제를 알고 있다. 학연 선배를 좋아하는 수많은 여자애 중의 한 명일 뿐이라는 것. 선배는 내가 선배를 좋아하는 것을 개미 눈곱만큼도 모른다는 것. 그러나 나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오지랖이 넓다. 이번만은 태평양처럼 넓다고 나 자신도 생각한다. 아니, 오지랖이 넓은 게 아니라 민아의 말대로 미친년일 수도 있다.
선배의 대회가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서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냥, 선배가 힘을 받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제 머리가 바삐 돌아가기 시작했다. 원래 하나에 꽂히면 앞뒤 물불 안 가리는 스타일이라 내가 어떤 정성을 보여줘야 선배가 감동도 받고 힘을 낼까, 라고 몇 날 며칠을 밤낮으로 고민했는데 때마침 내 눈에 밟힌 것은 우리 집 진열대 구석에 박혀있는 천마리의 종이학. 엄마한테 이거 누가 줬냐고 물어봤더니 어렸을 때 친구가 줬다고 했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이모야? 라고 물어보니 싸워서 연락 끊킨 지 오래됐다 했다. 바로 이거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기쁨의 함박웃음을 지었고 엄마는 자기가 친구랑 싸운 게 그렇게 기분이 좋냐고 나의 등을 발로 깠다. 엄마, 사랑해. 역시 엄마밖에 없어♥ 엄마가 기겁하며 다시 한 번 징그럽다고 내 등을 발로 깠다.
조심스럽게 수영부 캐비닛 실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수영부의 뚱바녀 찾기도 사그라젔나. 익숙하게 선배의 캐비닛을 열었다. 의아스럽게도 학연 선배의 캐비닛은 과거에 내가 열면 깨끗했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어느 정도는 경쟁자들의 조공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무것도 없자 나는 감동받았다. 왜 감동 받았는지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선배에게 선물을 준 유일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아무도 나처럼 선배를 생각할 수 없다는 이상한 우월감이 가슴 속에서 피어났다. 나는 치마 주머니에 챙겨왔던 포스트 잇을 병 한 가운데에 붙이고 캐비닛 한가운데에 넣어놨다. 그런데, 뒤가 오싹했다. 검은 그림자와 인기척이 느껴졌다.
"드디어 왔네."
"으악!!!!"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뒤를 돌자 아주 가까이에서 보이는 검고 깊은 눈동자에 놀라 소리를 빽 - 질렀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방금 봤던 눈은 학연 선배의 눈과 비슷했다. 눈꼬리가 날카롭고 눈꺼풀 위가 거의 직선으로 되어있는 쉽게 볼 수 없는 눈 모양. 한 발짝 뒤로 물러서자 남자도 나에게 들이밀었던 얼굴을 뒤로 빼고 바로 섰다. 구릿빛 섹시한 피부와 큰 키, 목 두께와 별로 차이 나지 않은 선배의 얼굴 크기에 공룡 상. 학연 선배였다. 숨이 턱하고 막혔다.
"학, 학연 선배다…허를…."
"안녕."
선배는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알았다면 저렇게 상큼하게 인사를 건넬 수 없지.
나는 급격하게 온몸에서 흐르는 땀에 어쩔 줄을 몰랐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해서 (이미 도망치기도 늦었지만) 도망칠 수가 없었다. 선배는 내가 선배 캐비닛에 넣어놓은 천마리의 종이학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우와 대단하다. 이거 네가 다 접은 거야?"
"……."
"?"
선배에게 들켰다는 낭패감은 곧 나에게 패닉을 몰고 왔고 나의 영혼은 우주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선배에게 들켰쪙…내 인생은 이제 망했쪙…오또카지? 아니, 내가 지금 선배에게 들켰다고. 지금, 들켯…선배에게. 왜죠? 왜 들킨 거죠? 짱시륨. 오늘 점심은 뭐였더라. 아니 선배랑 나랑은 어떤 사이지? 내 이름이 뭐지? 내가 언제 태어났더라? 보다 못한 선배가 초점을 잃은 내 눈앞에 선배의 큼지막한 손을 흔들었다. 손마저도 설레게 큰 손을 가진 선배의 손짓을 따라가다가 정신줄을 붙잡기도 전에 선배와 눈이 마주쳐서 나는 컥, 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네? 아뇨…그, 그니까…엄마가 좀 도와줘서…."
"안 힘들었어?"
"별로…."
엄마는 종이학이 들어있는 병이 사라진 것을 알며 나를 추궁하고 나를 능지처참할 것이 뻔했다. 그럴 생각 없었더라고 해도 방금 내 말을 듣고 당장 시행했을 거다. 나란 양심도 없는 년.
선배가 병 앞에 붙어있는 포스트 잇을 읽었다. 내가 뭐라 적었더라. 주요 핵심은 힘내서 대회에 좋은 결과 얻으라고, 대회 때도 내가 갈 거라고, 열심히 하라고. 애교 섞인 말투도 적어놓고 - 시발! 선배는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슬며시 입꼬리를 위로 당겼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정말 고마워."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선배의 대사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저런 달달하고 감동스러운 말을 듣는 것은 곧 심장 어택이었고 나의 얼굴은 삽시간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고마워. 가슴 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 때문에 울 것 같았다. 진짜 울 것 같았다. 저거 고작 엄마 꺼 훔친 것뿐인데요…. 목구멍이 조금 뜨거워서 말하지 못했다. 선배가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나는 선배 앞에서 울어버리는 추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몇 번이고 울컥울컥 나를 뒤흔드는 감정을 억누르고 억눌렀다.
"점심 먹었어?"
"네? 아…점심…."
"안 먹었어?"
"먹, 먹었어요!"
"그럼 나 연습하는 거 보고 갈래?"
2단 콤보. 그리고 나의 KO. 나는 내가 코피를 흘리지 않았나 확인하려 콧잔등을 비볐고 이상하고 다행히도 코피를 흘리지 않았다. 선배가 앞에 있다는 자각만 없었더라면 진작에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일이었는데 말이다. 쉴 틈 없이 나에게 2단 콤보를 선사해준 선배 덕에 정신이 혼미했고, 그래서 나는 선배의 말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아휴, 기빨린다;;; 저번편은 너무 짧아서 구독료 받기에 너무 양심이 찔렸다면 이번편은 괜찮은 거 같았는데 복붙해서 보니 너무 짧...흑흑 도대체 몇 킬바를 써야하는 거야!! 화가 난다 이멍ㄹ;ㅣㅏ어;림어 시험은 열심히 망치고 돌아왔습니다^^ 저번편에서 빵셔틀 남은 누굴까요? 라고 작가의 말에서 하려 했는데 까먹....흡....암호닉 신청해준 분들 감사합니다^.^ 잘 기억해줄게요♥ 아 그리고 멤버별로 썰 구상 다 해놨으여 으헤헤헿 그리고 이 수영부썰은 아무 생각 없이 123 - 대신 ABC 로 했는데 알파벳 숫자에 맞춰서 완결을 내려고 노력 중입니다....근데 친구가 이야기가 너무 길면 안 본다고...;ㅅ; 오또카지? 그렇지만 난 이미 P까지 다 구상해놈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헣ㅎ;ㅁㅇ 이번편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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