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여덟, 그 비참함과 아름다움 03
w.라쿤 |
딩동 댕동- 학교 전체를 울리는 종소리에 깨어나 부스스한 머리칼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그리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교실엔 아무도 없었다. 뒤를 돌아 시계를 확인하고는 점심시간인가, 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급식실을 향했다. 친구가 없다고 궁상떨며 반에 혼자 앉아있지는 않는다. 반에 혼자 남아있던, 급식실에서 혼자 밥을 먹던, 혼자는 혼자인데 뭐가 다르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한 손으로 식판을 집어 들고는 반찬을 받았다. 네다섯 개의 반찬을 받아들고는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으… 콩 싫은데. 밥에 속속히 들어가 있는 콩들을 젓가락으로 한두 개씩 빼내었다. 시간을 들여 겨우 콩들을 다 빼내고서야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다. 여러 번의 젓가락들이 오가고, 식사를 끝마친 나는 숟가락으로 남은 반찬들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는 그 반찬들을 버리기 위해 가만히 줄을 섰다.
“야, 저거 김성규 아니냐?” “쟤는 왜 맨날 급식실 오냐, 반에서 짜져나 있지. 급식실에 더러운 냄새 배겠다.”
분명 다 들리는 대화들임에도 못 들은 척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줄 끝에 다다른 내가 반찬들을 버리려고 했을 때였다. 머리 위로 뜨거운 국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느낌에 눈을 꽉 감았다. 그 국물은 얼굴을 덮고 흘러 어느새 새하얀 와이셔츠를 물들이고 있었다. 옆에서 비웃는 소리가 귓가에 뻔히 다 들리고 사람들이 점점 몰리는 소리가 나자 와이셔츠 끝 소매로 눈 주위를 벅벅 닦고는 지나가려고 눈을 떴다.
“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 “나는 너한테 너무 더러운 냄새가 나길래, 음식물 쓰레기통인 줄 알고.” “…….” “잘 좀 씻고 다녀. 앞으로는 이런 꼴 당하지 않게.”
귓가를 울린 웃음소리가 옆으로 지나쳐 희미해지고 나서야 앞으로 갈 수가 있었다. 꿈쩍 않는 다리를 끌고 앞으로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나를 쳐다보는 눈길들에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한 세 걸음쯤 바닥만 보고 걸었을까, 갑자기 제 앞을 턱, 하니 막는 등판에 고개를 서서히 들어 올렸다.
“…남우현?”
뒷머리, 등, 손, 다리 만들 보고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이 꼴을 하고는 썩 만나고 싶은 상대는 아니었다. 한껏 움츠러든 모습으로 본 우현은 저를 덮고도 남을 만큼의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아, 난 이렇게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데 너는 점점 더 커지는구나. 그렇게 우현과 한참을 서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먼저 고개를 돌린 우현이 와이셔츠를 툭툭 털며 자리를 벗어났다. 아, 역시 너도 내가 더러운 걸까. 더럽겠지, 지독하겠지.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가슴 아랫부분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
빨간 국물을 머리카락에서 뚝뚝 흘리며 도착한 반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사물함을 열어 체육복을 꺼내 화장실로 향했다. 한창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복도에는 몇몇 사람들 빼고는 없었고, 그렇게 화장실로 도착한 나는 재빨리 와이셔츠를 벗었다. 와이셔츠는 빨간 국물에 흥건히 젖어있었고, 바지는 검은색이라 티는 별로 나지 않았지만, 이곳저곳이 젖어있었다. 벗은 옷을 대충 아무렇게나 놓아두고는 가져온 물티슈로 몸을 쓱쓱 닦아내렸다. 흰 물티슈가 빨간색으로 물들면 버리고, 다시 새 물티슈로 닦고, 닦았던 데도 두세 번은 더 닦았다. 냄새가 날까 봐. 하지만 정작 문제는 머리였다. 옷은 체육복으로 갈아입었고 얼굴은 씻으면 되지만, 머리는……. 대충 물티슈로 닦아내었지만, 결국엔 안 되겠기에 외출증을 받으러 교무실을 가려고 화장실을 나서려던 찰나였다.
"…우현아."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화장실로 들어오는 우현의 팔을 잡아챘다. 팔이 잡힌 우현은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었고, 팔을 빼내려 온갖 힘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을 놓았고, 우현은 재빨리 나를 지나쳤다. 나는 그대로 가만히 자리에 서 있다가, 뒤를 돌아 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나는 작았고, 너는 컸다. 내가 감히 너에게 갈 수도 없을 만큼.
"……너도 내가 더럽구나."
한숨과 같이 섞여나온 그 한마디를 남긴 채 나는 화장실은 나왔다. 워낙 작은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네가 들었으리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웬만하면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내심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네가 그 말을 듣고 일말의 동정이라도 나에게 쏟아줬으면 하는 바람. 이젠 동정이라도 좋으니 그저 너라면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내 '바람'과 내 '생각'일 뿐이다. 절대로 이뤄질 수 없어서 나 혼자서만 바라는 생각과 바람.
***
밤부터 궂은비가 내릴 것으로……. 오늘 아침에 허겁지겁 준비하던 중 흘끗 보았던 일기예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우산 하나 들려있지 않은 손으로 한숨을 내쉬며 쏴아아, 하며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을 보고는 소나기겠지, 라고 결정지어버리고는 구석에 들어가 다리를 최대한 얼굴 가까이 오므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저렇게 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중 별안간 노란 우산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나는 참 한심하게도 보자마자 아, 남우현이네. 라고 작게 말하고야 말았다.
이 생각, 저 생각을 늘어놓다 결국엔 잠들고 말았다. 번개 치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2:13 AM. 새벽 두 시…. 다행스럽게도 학교 문은 닫히지 않았지만, 궂은비는 아직도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이젠 비가 그칠 것을 기대할 틈도 없이 집에 가야 했기에, 자리에서 바지를 툭툭 털고는 일어나려고 했다. 축축한 느낌에 고개를 숙여 확인해보니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던 탓에 현관문 바로 앞에서 잠들고 있던 나의 옷은 비에 홀딱 젖어있었다. 너무나도 궁색한 제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리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띵- 하니 아팠다. 기침도 간간이 나오는 걸 보니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이미 감기 걸린 거 그냥 가지 뭐.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가방을 고쳐 매고 빗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비가 더 따뜻하네. 젖은 옷을 다시 적시는 따뜻한 비 사이로 나는 천천히 걸었다. 달조차도 구름에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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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륵뀨륵 랑쿵잉엥영!
봉공싶엉성용! 분량잉 똥잉랑궁영? ....알앙영...
항징망 영깅성끊경양 덩 쟁밌응닝깡! (^0^)/
항 잉렇겡 씅는 것동 힘등렁...(눙뭉)
앙뭉틍 잉젱 젱강 뭉슨 말을 할징 알공곙싱죵?
상랑행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