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_비정상_인가?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와 마주보고 아침 식사를 했다. 여전히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고, 준비를 마친 뒤에는 일상처럼 집을 나와 그는 차를 가지러 가고 난 가만히 서서 그를 기다렸다. 이제 이대로 내가 그와 같이 등교를 하면 평범한 아침 풍경이 완성될 것이었다. 그러나 박찬열은 단조로움에 맞춰 오늘 하루를 보내길 원했던 내 바람을 깨고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 너랑 같이 등교하려고 집에서부터 여기까지 막 뛰었다." "..." "으아, 힘들어! 그래도 시간 맞춰서 다행이네." 바람에 날려 잔뜩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씩 웃는 박찬열의 모습에 나는 정말 모든 할 말을 잃었다. 어제 집까지 데려다 준다는 그를 끝까지 말리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됐다. 이렇게 덜컥 찾아올 줄은 몰랐기에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난감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변백현이 차를 끌고 이리로 올 거라는 생각에 급히 그를 보내려고 하는데 마침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매끄럽게 내 앞에 멈춰섰다. 조수석 창문이 내려가고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낸 변백현은 싱긋 웃고있었다. "찬열학생이네? 둘이 같이 등교하려고?" "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같이 가려고요." "일단 탈래?" 나는 박찬열의 손에 이끌려 그와 나란히 뒷자석에 앉았다. 변백현은 백미러로 나와 그를 한 번 훑어본 뒤 부드럽게 운전을 시작했다. 묘한 정적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건 변백현이었다. "둘은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진거야? 요즘들어 사이가 되게 좋아보이네." "아.. 얼마 안 됐어요. 제가 먼저 친해지자고 했었거든요." "그래? 내 동생 잘 챙겨줘. 우리 서로 남매인건 알지?" "네. 학교에서 유명해요." 나는 한참 대화를 나누는 둘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어제부터 내내 저기압이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박찬열이 던진 농담에 진심처럼 크게 웃음까지 터뜨려주는 그였다. 변백현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가만히 백미러를 통해 그의 얼굴을 힐끔거리던 나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뭔가 뜨끔한 기분에 먼저 창 밖으로 시선을 피했고, 다시금 차 안에 묘한 정적이 내려앉을 무렵 우리는 학교에 도착했다. "수업 열심히 듣고 이따 보자." "네. 감사합니다." 나는 차가 멈춰서기 무섭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고, 박찬열은 변백현과 몇 마디를 더 주고받더니 꾸벅 인사를 한 뒤 차 문을 닫고 내 곁으로 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올리려고 하더니 순간 걸음을 멈추고 내 어깨를 붙잡는다. 오는 내내 신경을 너무 많이 쓴 탓인지 벌써부터 피곤해져서 빨리 교실로 들어가려던 나는 짜증스런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박찬열은 내 표정따윈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기분좋게 웃으며 내 넥타이와 셔츠 카라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삐뚤어졌어." "..그냥 말만 해줘도 돼. 내가 직접 할 수 있어." 직접 하겠다는 날 말리고 굳이 직접 내 넥타이를 정리해준 박찬열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와 같이 걸어가며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변백현의 차가 빠르게 주차장 쪽으로 향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왜 이제서야 주차를 하러 가는건지 의아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이제서야 간 거라면, 변백현이 우리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왜? "명찰." "..아." "박찬열 또 벌점." 갑자기 앞을 막아서는 누군가에 의해 멍하니 있던 나는 정신을 확 차렸다. 선도부가 작은 수첩에 뭘 적고 있었다. 깔끔한 이목구비, 단정한 교복차림에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보니 도경수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낯익다 했더니 3반 도경수구나. 그는 여러가지로 꽤나 유명한 존재였다. 어느새 저만큼 가서 다른 학생들을 불러 그의 세우는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던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린 채 부산스럽게 주머니를 뒤지는 박찬열을 힐끔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우리 곁으로 돌아온 도경수는 명찰 찾기에 바쁜 찬열의 머리를 볼펜으로 가볍게 툭 쳤다. "넌 왜 명찰만 까먹냐." "아 미치겠네. 이러다 봉사하게 생겼어." "치매도 아니고 그걸 왜 맨날 까먹어. 병신." 대화하는 걸 보아하니 둘은 친구사이인듯 싶었다. 같이 어울리는 모습은 지금껏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의외네.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내가 신경쓰였던지 도경수는 날 힐끔거리다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니가 말하던 그 친구?" "응. 생각보다 훨씬 예쁘지?" "그러네." 지금 당사자를 앞에 두고 무슨 낯뜨거운 소리인가 싶어서 나는 당황한 얼굴로 박찬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박찬열은 내 눈빛을 뭐로 해석한건지 뻥 아닌데. 너 진짜 예뻐. 같은 소리를 뻔뻔하게 지껄이며 내 어깨를 잡고 정문을 통과했다. 뒤에서 도경수가 뭐라 욕설을 내뱉는 것 같기도 했지만 난 박찬열의 오글거리는 발언에 정신이 나가 차마 그것까지는 신경쓸 수 없었다. 기어이 내 교실 앞까지 날 데려다 준 박찬열은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기 전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번엔 내 번호가 알고 싶다며 얼른 찍어달라고 막무가내였다. 처음엔 방긋방긋 웃으면서 들이대더니 내가 계속 거절하자 그 큰 몸으로, 그 낮은 목소리로 앙탈을 부리며 징징대기 시작했다. 시끄럽고 꼴 보기 싫기도 했거니와 복도를 지나다니며 자꾸 우리를 힐끔거리는 아이들의 시선에 나는 결국 그에게 내 번호를 넘겨주었다. 박찬열은 여러모로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너 박찬열이랑 친해?" 간신히 박찬열을 보내고 자리에 앉자마자 곧 죽을 사람처럼 책상에 엎어지는 나에게 남학생 하나가 다가왔다. 이번년에 교환학생으로 우리반에 들어온 중국인이었다. 상당히 뛰어난 외모에 운동실력도 좋고 한국말도 잘 해서 학교 내에서 인기가 많은 존재였다. 루한. 얼굴과 이름은 알아도 지금껏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말을 트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박찬열 이야기로. "어..아니. 그냥 좀 애매한데, 별로 안 친해." "그래? 아, 나 여기 앉아도 되지? 전부터 너랑 얘기하고 싶었거든." 처음 봤을때부터 대륙의 기적이구나 싶게 생긴 얼굴이었는데 웃는 모습은 더 매력적이었다. 그는 비어있는 내 앞자리에 날 마주보고 앉았다. "찬열이가 요새 새로 사귄 친구 있다고 좋아하던데." "아.."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사실 찬열이가 너 잘 챙겨주랬거든." "..그래."
루한과 대화를 하는데 주변에서 시선들이 쏟아졌다. 여자애들 뿐만 아니라 남자애들까지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찬열과 엮이면서 여러모로 사람들의 주의를 많이 받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우리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저마다 웅성거리며 우리를 자꾸 힐끔거렸다. 루한의 인기가 많다는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그는 부담스럽고 피곤해하는 나를 알았는지 다음에 조용한 곳에서 마저 대화하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역시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치마 주머니에서 짧게 진동이 울렸다. 문자였다. [나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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