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귀신이 산다 : 1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3/1/23112a2b8ea784fd4d01db10ace01aba.jpg)
完 :: 쉼표로 끝내다
W.오뜨
호원은 우현이 말이 끝나기도전에 돌아서서 울음을 삼키더니 결국엔 병원을 나가버렸다. 우현은 호원의 심정이 이해가 되어 고개만 푹 숙이고는 병실로 돌아갔다. 언제쯤 가면 되는 건지, 성규에겐 뭐라고 해야 할지, 오늘 밤은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이 과제에 대해서 알게 되면 그 인간이 아무리 서럽게 울어대도 병이 채워지지는 않아.'
잊지 않고 있었다. 호원을 처음 만나고 호원이 자신에게 했던 당부에 말을 말이다. 그리고 성규가 눈물을 쏟는 순간에도 성규가 과제를 알고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았었다. 우현이 한숨을 쉬며 침대에 바로 누웠다. 지금쯤 괜히 또 자신에게 미안해 울고 있을 호원을 생각하니 저까지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나, 이거 알고 일부러 그랬나 보네."
호원은 우현이 살지 못할 것을 먼저 알고 남은 날이라도 살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시간을 준 것일까. 실없이 웃은 우현이 코를 훌쩍였다. 오늘 잠은 다 잤다. 어차피 곧 있으면 푹 잠들 텐데, 하고 웅얼거리는 우현의 목소리엔 이미 울음 기가 잔뜩 어렸다.
* * * * *
점점 나아지는 우현의 낯빛에 성규가 밝게 웃음을 지었다. 생기가 도는 미소에 저도 걱정을 더는 기분이었다. 삼 일 내내 병원에 있던 성규가 집에 들어갔다 명수가 쏟아 붓듯 하는 잔소리에 가출을 하는 소년마냥 편지 한 장을 남겨두곤 집을 나왔다. 어차피 집에 자신이 없어야 성열과 명수가 편하게 노는 것 같아 둘 다 마음이 편한 셈이다. 우현이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양을 따라 피부가 시려지는 기분에 성규가 우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왜 이렇게 손이 차가워요?"
"원래 몸이 좀 찬 편이에요."
"아, 아닌 것 같은데. 우현 씨, 이상한데. 손 줘봐요."
우현이 슬그머니 손을 빼며 말하는 모습에 성규의 표정이 구겨졌다. 성규는 괜히 자신이 예민한 건가 싶으면서도 식은땀을 흘리는 우현을 이상하게 바라보다 손을 움직였다. 열이, 꽤 높았다. 성규는 다급하게 성종을 부르겠다며 일어나자 우현이 성규를 붙잡았다.
"옆에 없으면 더 아플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열이 얼마나,"
"가지 마요. 성규 씨 움직일 때마다 머리 울려요."
"거봐요. 제가 선생님 불러올게요."
우현이 고집 아닌 고집을 피우자 더욱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성규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성규는 손을 놓지 않는 우현 때문에 불안하게 의자에 앉았다. 우현은 얌전해진 성규를 힐끔 보다가 몸을 옆으로 돌렸다. 곧 호원이 찾아올 것이 생각난 우현이 눈을 감았다. 우현은 붉어지는 눈가를 가렸다. 성규는 돌아누운 우현이 부스럭대자 우현 쪽으로 다가가 쭈그려 앉았다. 성규는 우현의 얼굴을 잠깐 확인하듯 보더니 일어서는 동시에 나가버렸다.
성종이 오랜만에 쓰는 안경이 불편해 얼굴을 찡그리며 어느새 잠에 빠진 우현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아요. 성규는 성종의 말에도 걱정이 되는 듯 묻는다.
"열이 났었어요."
"음,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보면 그러는게 원래 정상이에요. 성규 씨는 걱정 안 하셔도 되구요."
"정말이죠?"
"그럼요. 그러니까 계속 병원에만 있지 말고 집에도 좀 갔다 오고, 집밥도 먹고 오고 그래요. 이러다가 우현 씨가 잘못되는 게 아니라 성규 씨가 잘못돼요."
"……."
"집에 동생도 혼자 있다면서요. 여기만 있으면 동생이 걱정 안 해요?"
어깨를 쳐주는 성종에게 고맙다며 인사한 성규는 성종의 말처럼 명수만 남겨두고 비운 집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성열이 있기야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것을 마찬가지였다. 성규가 휴대폰을 챙겨 들고 나가는 것을 본 우현은 침대에서 일어나 벽에 기대앉았다.
"…오셨어요?"
"……."
"일찍도 오셨네요."
"시간 더 필요하면 더 줄 수 있어."
"안 그러셔도 돼요."
"정말, 후회 안 해? 나중에라도 나 원망하지 마."
"제가 선택한 걸 왜 저승사자님 탓을 하겠어요."
호원이 우현의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물었다. 저번에 내가 그랬지, 잡소리는 나중에 시간 내서 하자고. 호원의 말에 우현이 비식, 웃음을 뱉었다. 근데요 하고 말하는 우현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오늘밖에 없으니까, 궁금한 거 물어보라고."
"아 맞다, 김명수한테 애인 있다면서요. 누구에요? 같이 있는 내내 누군지도 모르겠던데."
"그래? 그럼 없나 보지?"
"와…, 거짓 정보를. 아, 그리고 왜 성규 씨랑 김명수랑 아는 선후배 사이라고 그랬어요?"
"아니야?"
와, 이 양반. 큰일 날 사람이네. 내가 이 양반처럼은 안 할 거다.
'아…, 걱정 마요. 만약에 실패하게 되면 저도 그 일 할거거든요. 소원도 이뤄준다면서요.'
'뭐라고?'
내가 당신 일을 할 땐 절대로 거짓 정보는 안 줄 거에요. 오늘과 같던 날 호원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 우현이 슬프게 웃었다. 호원은 혼자서 뭘 생각하고 웃는지 모를 우현의 등을 가볍게 쳤다.
"뭐하냐, 혼자."
"있잖아요, 내가 가면."
"……."
"저승사자님도 가는데."
"……."
"성규 씨는 어떡하죠. 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 가버리면 안 되는데."
"네가 지켜보면 되잖아. 이 일 하면서 가끔 들릴 수 있고. 그래도 넌 다행인 거야. 나 봐, 나는."
호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우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만약에 그 사람한테 애인이 생기면 그것도 내 눈으로 보겠네요. 나는 아무 말도 못 건네고, 바보같이. 우현이 말을 내뱉자 호원은 딱히 위로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앞에 앉아 말을 들어줄 뿐이었다. 호원의 손목시계가 번쩍이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시간이 다 된 것을 깨달은 우현이 울음을 삼켰다. 삼켜지는 울음이 매웠다.
* * * * *
성규는 우현이 입을 옷들을 명수의 옷장에서 대충 꺼내왔다. 밥만 하고 나간다는 것을 하필 집에 들어오던 명수와 마주쳐버렸다. 성규는 옷을 떨구고는 태연하게 명수를 보며 웃었다.
"어, 들어왔어?"
"어ㅡ 들어왔어ㅡ?"
"명수야…."
"뭐하다 왔어?"
살벌하게 웃는 명수를 뒤로하고 다시 옷을 주섬주섬 챙긴 성규는 명수가 잡을 틈도 없이 집을 빠져나갔다. 명수는 성규가 나가자 화를 삭이며 부엌으로 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급해 보이더니 밥도 다 하고 갔네.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 드는지 명수가 문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 형 진짜."
두고 간 휴대폰이 정신없이 울리고 있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성규 씨! 하고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가 꽤나 앙칼졌다. 명수가 입을 열려고 하자 상대방의 입에서 먼저 나오는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 성규 씨, 지, 지금 당장 병원으로 빨리 와요. 지금, 지금 말이야!
"아, 저."
- 남우현 씨가, 이상해요. 갑자기ㅡ.
우현이란 남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동안 성규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는 이 사람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이 위험하다는 것. 명수는 성규에게 이런 친구가 있었나 하는 것도 잠시, 휴대폰에 혼자 소리를 치고 있는 성종에게 주소를 물었다.
웬일인지 성규보다도 명수가 먼저 병원에 도착했다. 명수는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우현의 병실을 잘 찾아오고는 그대로 몸을 굳혔다. 대여섯 명의 간호사와 의사 한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생님, 아무래도 가망이…."
"아니야."
몇십 분째 원인을 모르고 발작하는 우현에 성종도 당황했다. 분명 한두 시간 전만 해도 성규와 웃으며 있던 사람이 말이다. 기계가 귀아픈 소리를 내며 위급함을 알렸다. 명수는 멀리서 해맑게 뛰어오는 성규를 보다가 고개를 떨궜다.
삐ㅡ
성규의 얼굴과 대비되게 슬픈 소리. 성규는 영문도 모른 체 한 손에는 꽃을 들고 뛰어오다가 명수를 보며 놀랐다. 명수야 하고 움직이던 입을 멈췄다. 성규는 병실호수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다가 병실 안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선, 생님…."
"……."
"선생님, 왜, 왜…."
죄송해요. 성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삐ㅡ 하고 들리는 듣기 싫은 기계 소리가 성규의 귀를 막았다. 문득 우현과 지내던 날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마치 죽은 사람과의 추억을 상상하듯, 아니 그게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잖아요."
"……."
"괜찮다고, 그러셨잖아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
"근데, 근데…, 그런데 왜, 왜…, 저거, 저게…."
눈물마저 나지 않는 상황에 성규가 부들부들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종은 가만히 성규를 안아 달랬다.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을 터뜨리는 성규에 성종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요. 성종이 흐느끼며 성규에게 말하자 성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지 가만히 눈물만 흘린다. 성규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평온해 보이는 우현의 표정이 미웠다.
"우현 씨가, 아, 아침에, 분명 안 아프다고. 근데, 제가…, 제가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선생님, 불렀어야, 으, 했는데."
"아니에요ㅡ 성규 씨 잘못, 아니야…."
끝내 영안실로 옮겨지는 우현을 보던 성규의 얼굴은 이미 눈물마저 말라버려 바짝 건조해져 있었다.
형. 명수가 몇 번이나 불러도, 몇 시간을 옆에 있어도 이미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을 박은 성규의 귀에는 누구의 말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성규의 세상에는 그저 영정사진 속 웃는 얼굴의 우현뿐이었다. 지금 명수에게는 미안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나중에 천천히 말을 해줘야 할 것 같다.
*
장례식을 마친 그 날까지 계속 보고만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도 못하고 나오지 않는 눈물만 짜냈다. 말도 없이 가서 미안하다고, 안아주고, 달래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싫었다.
"가자."
"……."
"이제 정말 가야 해."
"……."
1년 정도는 이곳에 오지 못할 거라고 한다. 그동안 이것저것을 배우고 다시 이곳에 내려오면 많은 것들이 변해있을 것이고 성규도 변해있을 것이다. 어쩌면 옆에 새로운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현은 고개를 떨군 상태로 호원을 따라갔다.
"잘 있어야 해요."
내가 다시 올 때까지 절대로 나 잊지 말아요. 난 절대로 세상과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에요. 우현이 성규를 향해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호원은 안타깝게 우현을 보다가 재촉하는 손목시계에 우현을 불렀다.
"성규 씨, 진짜, 정말로 나 잊으면 안 돼요."
"……."
우연인지 아니면 우현을 본 것인지 성규는 우현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우현이 이상함을 느껴 호원을 보자 호원은 희미하게 웃으며 우현의 손을 잡아끌었다. 성규는 우현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다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잊지 않을게요. 성규의 목소리가 들리고
끝끝내 쉼표를 찍었다,
![[인피니트/현성] 귀신이 산다 : 1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8/a/78a862bb1d20ecc623681f92317611b6.png)
안뇽? |
뚜러뻥그대 / 찹쌀떡그대 이코그대 / 키세스그대 ^ㅠ^그대 / 감성그대 규때그대 / LHSF그대 톡그대 / 짱짱맨그대 피앙그대 / 민징어그대 코나그대 / 이과생그대 은새별그대 / 규야그대 모닝콜그대 / 블베에이드그대 인빅그대 / 콜라그대 마카그대 / 하니그대 레몬티그대 / 흥그대 베게그대 / 오뜨. 사랑해여 진짜러...ㅠㅠ ♡ |
정말정말 감사했어요 ㅠㅠ 메일링은 번외글에서 신청해주세요 아진짜... 아.. 뭐지.. 시원섭섭할줄알았는데 너무 허술해서 그런가 막.. 아무감정이 안들고 머리가 새하얘져요..ㅠㅠ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