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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슙민국] 단편; 파란하늘 검은별 | 인스티즈

"박지민..." 

"형? 형이 와 여기에..." 

 

 

지민의 말이 윤기에게 채 전달되기도 전에 그들의 사이를 방해라도 하는듯 새하얀 연기가 그들을 가로막았다. 

 

 

 

 

*** 

 

 

 

 

"야 우리 어무니, 아부지 하늘에서 우리 맨날 보고 있으니깐 진짜 부끄러운 짓 하면서 살지말자. 알겠재?" 

"알겠다. 내는 진짜 착하게 살끼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해서 내가 형이랑 정국이 먹여살릴거니깐 걱정마라." 

"제발 좀 그래라. 그래도 3명 중에 1명은 대학가야지. 정국이 니도 허튼 생각 하지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아 형아. 내는 공부 쪽 아니라니깐. 빨리 취직해서 돈버는게 내한테는 더 맞다." 

"시끄릅다. 빨리 밥이나 묵으라." 

 

 

윤기가 숟가락으로 정국의 머리를 콩 하고 때렸다. 정국은 손으로 맞은 부분을 감싸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본 지민은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그러니 윤기는 다시 숟가락으로 지민의 머리도 콩 하고 때렸다. 지민도 표정이 일그러지며 손으로 머리를 문질렀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먹던 반찬을 입 안으로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밥을 다 먹은 뒤 윤기가 밥상을 들고 나가자 지민은 다시 책상으로 향했다. 방 하나와 부엌밖에 없는 집에 3명의 남자가 살아 마땅한 자신의 방도 없고 그 흔한 티비도 없었다. 지민이 책상에서 공부를 하면 옆에서 정국은 만화책을 꺼내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윤기가 부엌에서 들어오기 전까지의 일이다. 항상 윤기가 설거지와 집안일을 다 하고 들어오면 정국에게 핀잔을 주었다. 윤기는 항상 정국을 감시하며 매일 아침 어디선가 들고오는 신문을 읽으며 밤을 보내었다. 

 

 

 

"내가 만화책 그만 읽으라고 말했재. 공부 열심히 해가지고 높은 사람 되라고 아부지가 그렇게 말했는데 니는 맨날 이런 집에서 이러고 살고싶나." 

"그러면 왜 형은 공부 안하는데!" 

"임마. 나는 니네 먹여 살려야 할 거 아니가." 

 

 

그러면 정국은 입이 오리처럼 튀어나와 조용히 읽던 만화책을 덮고 책가방에서 새 책 같이 깨끗한 교과서 한 권을 꺼내 지민의 책상 한 귀퉁이에 올려놓았다. 그런 정국이 기특하기라도 하는 듯 엄마같은 눈으로 정국을 바라보았다. 펜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수학문제를 가지고 끙끙 앓던 정국은 이내 포기를 한 것인지 지민이 보고있는 책을 슬쩍 보았다.  

 

 

"경찰학개론? 형아 경찰 될 끼가?" 

"그래. 형아 경찰 될 거다." 

"와. 경찰 억수로 멋지다이가. 우리 형아가 경찰된다니깐 갑자기 좀 있어뵈네." 

"정국아. 형아는 항상 멋져뵈인다." 

 

 

손가락으로 턱을 쓸어내리니 정국은 괜히 말했다는 눈으로 혀를 찼다. 윤기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접시에 담아 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놓고 지민과 정국을 불렀다. 그가 가지고 온 건 다름아닌 딸기였다. 

 

 

"형님아. 왠 딸기고?" 

"내일 니 시험 아이가? 시장 갔다가 니 좋아하는 딸기 보여가지고 함 사와봤다. 지금 제철이 아니여서 맛있을지는 모르겠다." 

"헐. 형님아 내일 시험이가? 왜 내한테는 안말해줬는데?" 

"지민아. 내일 시험 떨지말고 잘치고 온나. 맛있는거 해놓고 있을게." 

 

 

정국의 손이 먼저 딸기에 가니 윤기가 정국의 손등을 찰싹 때리고는 지민을 쳐다보았다. 지민은 웃으면서 잘 먹겠다고 말하며 딸기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많이 달지는 않았지만 지민의 표정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먹은 표정이었다. 정국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과일에 맛있어하며 부지런히 먹었고 그런 동생 둘을 쳐다보는 윤기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형은 왜 안먹노?" 

"아까 딸기 씻다가 몇 개 주서먹었다." 

 

 

 

 

*** 

 

 

 

"결과 나왔나?" 

"좀만 기다려봐라. 내 이름 찾고있다." 

"있나?" 

"형.. 나 어떡하노.." 

"와? 없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적에 윤기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지민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머지않아 들려온 목소리는 지민이 아닌 정국이었다. 

 

 

"형님아! 지민이 형 합격했다!" 

"진짜가? 진짜?" 

 

 

윤기는 합격이라는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손으로 수화기 밑을 잡고 환호성을 지르고 싱글벙글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막았던 손을 뗐다. 

 

 

"근데 와 니가 전화를 받노. 니 피시방이가." 

"아... 그게... 지민이 형아 바꿔줄게." 

"이 새끼가... 지민아. 니 진짜 합격이가?" 

"어. 내 진짜 합격이다. 근데 안 믿긴다... 지금 한 100번째 보는건데 아직도 저게 내 이름 아닌거 같다." 

"니 합격할 만하다. 퍼득 집에 온나. 오늘 형아가 고기 사왔으니깐 오랜만에 입에 기름칠이나 하자." 

 

 

 

전화를 끊은 뒤에도 윤기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한동안 수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였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가족사진의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 

 

 

"어무니. 아부지. 오늘 지민이가 합격했대요. 제대로 공부도 못 시켜줬는데 금마가 이제 경찰된대요. 진짜 장하지요. 진짜..." 

 

 

윤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고생했던 수많은 날들이 그를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따뜻한 온기가 그의 어깨를 감싸며 토닥였다.  

 

 

"이제 우리 잘 살아보자." 

 

 

*** 

 

[방탄소년단/슙민국] 단편; 파란하늘 검은별 | 인스티즈

 

하얀 연기가 걷히자 기침을 하며 괴로워하는 윤기와 정국이 보였다. 곧이어 저 멀리서 비명소리와 함께 물방울들이 튀어올랐다. 지민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움직일 수 없었다. 일렬로 서 있는 형광색 행렬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자신의 형과 동생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너네가 그러고도 경찰이냐! 무고한 시민한테 물대포나 쏘는게 진짜 경찰이냐고!"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내 묻혔다. 물대포의 방향이 틀려 윤기와 정국을 향했다. 지민이 안된다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거센 물줄기가 사람들을 향해 정면으로 부딪혔고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넘어졌다. 한바탕의 물줄기가 사라지니 수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있고 한명만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정국아!!!" 

 

 

옆에서 기침을 하던 윤기가 다시 뛰어와 쓰러진 정국을 돌아눕혔다. 정국은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조차 없었다. 몇 번이고 정국을 흔들던 윤기는 이내 정국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점점 윤기의 주변으로 오면서 쓰러진 정국을 들쳐엎고 엠뷸런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 와중에도 물줄기는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  

낯선 아저씨의 등에 업혀가는 정국을 본 지민은 머리를 한 대 맞은듯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옆에 있던 경찰이 지민을 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음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윤기는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못했다. 한참동안 가만히 서있던 그는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다시 물대포는 윤기에게로 돌아갔다. 

 

 

"얌마. 어디가!" 

 

 

다시 거센 물줄기가 덮쳤다. 

 

 

 

*** 

 

 

 

 

어무니, 아부지. 형이랑 같이 부끄러운 짓 안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킨거같아요. 눈 앞에서 정국이가 쓰러지고 윤기형이 울었어요. 근데 저는 그냥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었어요. 어무니, 아부지. 우리 정국이 어떡해요. 우리 윤기형은요.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요. 

 

 

 

 

 

*** 

 

 

"지..지민아!" 

"..." 

 

 

 

 

형광색 행렬에 검은 구멍이 뚫렸다. 주변은 말릴 새도 없었다. 물줄기가 뿜어나오는 순간 지민이 윤기의 몸을 감싸고 쓰러졌다. 그리고 한동안 그들을 향하던 물줄기는 멈추지 않았다.  

 

 

 

 

"지민아... 지민아..." 

"괜찮다..." 

 

 

 

 

지민의 말들이 툭툭 끊어졌다. 그에 맞춰 호흡도 불규칙해졌다.  

 

 

 

 

"여기 동생... 누가 좀 도와주세요..." 

 

 

 

 

 

윤기가 흐느끼며 주변사람들에게 말했다. 아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힘겹게 지민을 일으켜세워 걸어갔다. 지민이 입은 옷과 헬멧이 그 무게를 더해 걸음이 더뎌졌다. 몇 걸음 더 걸어가니 그제야 몇 사람들이 반대쪽을 들어 부축을 해주었다.  

 

응급차에 실려가는 지민을 보며 윤기는 아무말 없이 지민의 손을 잡았다. 잡은 지민의 손이 차가웠다.  

 

 

'

딱 멋지게 시민들 도와주는 수퍼맨같은 사람 될꺼다.' 

 

순간 지민이 한 말이 떠올랐다. 

 

어린것이 어렸을 때 부터 형한테 투정한 번 안부리고 동생한테 화 한 번 안낸 앤데. 항상 버릇처럼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얘기하던 애였는데. 그런 애였는데. 

 

병원에 도착할 때 까지 그는 지민의 손을 더 꽉 잡고 기도를 했다. 

 

 

어무니, 아부지 불쌍한 내 동생 살려주소. 

 

 

 

*** 

 

 

 

"뭐하노. 임마." 

"발 씻을라고 물 받고있다." 

"그냥 씻어라. 뭐할라고 물받노." 

"우리나라 물부족 국가인거 모르나." 

"우리같은 사람들이 물 아끼면 딴데서 물대포나 쏘면서 낭비하고있는데 뭐하러 아끼냐." 

 

 

윤기의 말에 지민은 풋 하면서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웃음소리였다. 화장실에서 나온 지민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침대로 향했다. 윤기가 일어서자 괜찮다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정국아. 티비 좀 틀어봐라." 

"지금 재밌는거 안할껄." 

 

 

지민이 티비를 켜자 예상대로 딱딱한 진행을 하는 뉴스가 나왔다. 다른 곳으로 돌려도 뉴스밖에 하지 않았다. 채널을 돌리던 지민은 가만히 뉴스를 보다가 조용히 누워있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형. 왜 우리 물 맞은건 뉴스에 안나와? 이정도면 나와야 하지않아? 우리말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다쳤잖아.' 

 

 

왜 그런건지 정국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형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방탄소년단/슙민국] 단편; 파란하늘 검은별 | 인스티즈

 

"형아. 자나." 

"아니. 안잔다." 

"우리 돈이나 확 많이 벌어서 이민이나 갈까?" 

"어디서 돈 구할건데. 그리고 우리 받아주는 나라가 어데있는데?" 

"돈은 어째든지 구하고... 그 나라에는 뭐... 어디서 보니깐 위아코리언하면 바로 받아준다는데?" 

"참나. 자기나해라." 

 

 

피식 터진 윤기는 웃음을 숨기기 위해 전등을 껐다. 칠흙같은 어둠에 곧이어 새근거리는 지민의 숨소리가 들렸다. 한동안 잠을 청하지 못한 윤기는 간이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10시밖에 되지않은 밖은 아무일도 없는듯이 여러빛깔로 반짝거렸다.  

 

 

"분명 2015년인데..." 

 

 

쓴웃음을 지은 윤기는 한동안 창 밖을 바라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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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아.. 잘읽었어요 글 진짜 좋아요.. 불과 하루전에 이런일도 있었고.. 정말 잘 읽고 가요!
8년 전
독자2
진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잘 읽고 갑니다!!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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