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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볼트

 

"커튼 치는 것도 아니고."

 

한숨을 내쉬는 듯, 미묘한 끝맺음에 새삼 귀가 쫑긋 세워진다. 

 

드르륵, 의자 끄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낯선 소음 속 지독하리만큼 익숙한 그것이 차가운 책상과 닿아있는 손을 움찔하게 만든다. 매번 종이 울릴 때마다 교실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Y 덕에 옆자리는 일정한 시간마다 비워져 있던 참이었다.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한답시고 감은 눈을 오기삼아 뜨지 않았다. 잠꼬대로 가장해 어설피 몸을 뒤척였다간 들킬 것이 뻔했다. 자? 툭 내던져진 물음에 입을 앙 다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해 본다. 이미 캄캄한 시야를, 본의 아니게 이중창마냥 덮어놓은 긴 생머리가 입술에 스친다. 날이 차츰 쌀쌀해지기 시작하니 기다렸다는 듯 터버린 버석함을 견디지 못해 생긴 틈새는 가느다랗고, 깊었다. 습관처럼 거스러미들을 무심코 뜯었다간 피를 보기 십상이었는데, 그러고 나면 꼭 열과 함께 그 주위가 부어올라 있었다. 여전히 메말라 있는 채였다.

  

"머리 좀 자르면 어디가 덧나나."

 

날 선 투정이 차분한 음성을 타고 사뿐히 발을 내딛는다. D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을 테지만. 

 

"…괴기스럽게."

 

혼잣말 치곤 제법 큰 목소리였다. 예상치 못한 한 마디는 생소했다. 그러나 익숙했다. 부드럽게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니 그 새를 참지 못하고 흘러내린다. 힘없이 D의 얼굴 위로 쓰러지는 머리카락을 본 경수가 쯧, 하고 혀를 찬다. 너도 이러면 좀 좋아. 굳이 입 밖으로 꺼낼 이유는 없었다. 키가 결코 큰 편이 아님에도 호기롭게 맨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D와, 그녀의 옆 경수를 담아두는 이는 과연 몇 이나 될까. 다소 불편하게 뉘인 고개에 목이 욱신거린다. 경수의 손이 이마를 스쳤다. 앞이 보이질 않으니 사소한 감각에도 흠칫 놀라 쉬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소리 없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빠져나가는 주제에 옅은 샴푸향이 코끝으로 스몄다. 또 다시 볼을 타고 간질이는 감촉이 느껴지면, 눈을 찡긋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살짝 몽실하게 오른 뺨 또한 씰룩였다. 숨을 헙 들이키니 고르게 오르락내리락 하던 어깨가 순간, 보통의 높이를 넘어서 들썩인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은 커다란 두 눈이, 그나마의 미동마저 멈춘 D에게로 향했다. 뭘 해도 티가 난다는 걸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자는 게 아니라 꼭 죽은 척 하고 있는 것 같네."

 

가소롭단 표정으로 자조 섞인 웃음을 잘도 뱉어낸다. 흘러 내리지 않도록 머리카락을 잡아 걷어 올리니 그제야 D가 보였다. 어느 새 감쳐물어선 오물대는 아랫입술이 시선을 끈다. 숨을 참는 얼굴이 제법 발갛다. 내쉴 틈도 주지 않은 괜한 심술에 길을 잃은 탓이었다. 순식간에 갈 곳이 사라진 것들이 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끙끙 앓는 소리가 꽉 다물린 잇새로 빠져나오려 끙끙댄다. 그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고인 은근한 열기가 못 견뎌웠는지 종국에는 눈을 찡그린다.

 

"그래도 예뻐."

 

쥐고 있던 손바닥을 펴며 경수가 이죽였다. 바르작거리지도 못하고 헐떡이는 몸이, 네가.

 

"정말로."

 

예쁘다. 

 

 

정체성 상실.

 

-

 

이게 아닌데~ 원래는 이게 아닌데~;ㅅ;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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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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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머멈머머머멈ㅁㅁㅁㅁ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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