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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곳. 향 냄새.

우지호의 형, 어머니.

근데 우지호는?

나는 검은 우산을 들고 서 있다. 회색 건물 뒤편에 있는 호수를 바라보며.
호수에 정신이 쏠려 건물 벽에 기대어 웅크려앉아 있는 남자는 한참 뒤에야 볼 수 있었다.

"우지호?"

천천히 다가가니, 고개를 들어올리는 우지호. 늘 자신감과 장난끼로 가득하던 눈은 그냥 검게 보일 뿐이었다.
눈 끝에서 살짝 흐를락말락 매달려있는 눈물을 보는 순간 난 우산을 집어던지고 우지호를 끌어안았다. 빗방울이 머리와 목부터 시작해 옷도 적시기 시작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비로 젖어있는 우지호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데 전혀 우지호와 어울리지 않아서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


"정진영."

잠긴 목소리로 우지호가 날 불렀다. 내가 '어?'하고 살짝 고개를 떼자, 우지호가 내 어깨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참을 내 얼굴만 바라보던 우지호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꺾었다.

"무서워."

뭐가?
뭐가 무서워, 우지호?


"너무 무서워, 지금."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호수를 바라보는 우지호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우지호를 부탁해
03





"정진영, 이제 서울 올라가야 돼! 일어나!"

내 몸을 붙잡고 흔드는 목소리에 '으으'하며 눈을 뜨니 이정환이 서 있다. 아, 내가 잠들었나.


"빨리 가방 싸고 밑으로 와. 버스 놓치기 전에!"


그러고는 자기 가방을 들고 휙 돌아서서 나가버리는 이정환. 나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낮잠 자는 거 싫어하는데. 아.
괜히 짜증을 내며 일어나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꿈에서 본 우지호. 내가 보고싶은 자신감 충만한 모습 대신 무섭다고 말하는 우지호가 나왔다. 그래, 그 때. 우지호 아버지 장례식날. 우지호가 무섭다고 말했다.
뭐가 무서운데? 왜 그 때 그걸 안 물어봤지? 그거랑 지금 우지호가 저렇게 된 거랑 연관이 있나?
하긴, 그 때로 돌아가도 못 물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말도 꺼낼 수 없던 분위기였으니까.




* * *


"왜 버스로 안하고 기차로 끊었어?"


"기차 타고 싶어서!"


그게 뭐냐, 그지야. 에이 뭐가. 시끌벅적 떠들어대며 기차에 오르고 이태일이 무작위로 티켓을 나눠줬다.


"자, 각오해. 한 명은 혼자 타."


"뭐? 왜 혼자야!"


이정환을 딱하다는 표정으로 보는 이태일. 자아, 정환아. 우리 숫자 놀이 한 번 해볼까? 나, 너, 공찬식, 정진영, 우지호. 몇 명이게? 이정환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더니 알았다!하고 5명이라고 당당히 외친다. 그러자 이태일이 웃었다. 홀수니까 한 명은 혼자지, 병신아.


문화적 충격을 받은 듯한 이정환을 뒤로 하고, 나는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에어컨 바람때문에 쾌적한 실내 공기에 기분좋게 늘어지는데 내 옆 자리에 가방 하나가 풀썩, 던져졌다. 검은 가방에 달린 별 모양의 뱃지.


우지호.


말없이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모자를 얼굴에 덮어 버리는 우지호. 나는 괜히 섭섭해서 꿍얼대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출발하지 않아 건너편 승강장만 보인다.
그러고보니 우지호, 저거 달고 다니네. 내가 줬던 거.

괜히 또 웃음이 나온다. 저거 줄 때 우지호가 쳤던 드립이, '니가 내 별이다! 그니까 이 별은 정진영!'하고 오글돋는 멘트였다. 식겁해서 등짝을 세게 쳐 우지호를 넘어뜨렸지만. 우지호 진짜 병맛인 건 알아줘야 돼(요즘은 아니지만).


기차가 출발하고, 기차 여행의 묘미는 계란이라며 신나서 계란을 까먹다가 어느새 다른 승객들도 잠들고 나도 나른한 기분에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우지호는 탔을 때 자세 그대로 자고 있었고, 앞에서도 조용한 걸 보니 자는 모양이었다. 아, 졸려도 이렇게 자긴 불편한데.


내 옆의 우지호는 뭐가 그리 편한지 잘만 자는구만.



* * *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우지호의 얼굴에 식겁했다.

갑자기 정신이 들어 눈을 가늘게 뜨자, 딱딱한 창문 대신 조금 단단하지만 창문보다는 훨씬 나은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누구 어꺤가, 하고 고개를 드니 우지호다. 언제 깬 건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에 놀라서 '헉'하고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들었다.

우지호는 예의 그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어색함에 눈만 비벼댔다. 왜 계속 나만 보는건지, 부담스럽다. 아무 말 없이 계속 나를 바라보는 우지호를 모른 척하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우지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 봐?"


우지호는 가만히 나를 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확 들이댄다. 놀라서 움찔하는데 어느새 우지호의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있다. 우지호의 숨결이 콧잔등을 간지럽히고 난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정진영."


모두 잠든 건가, 기차 덜컹거리는 소리밖에 안 난다. 나는 어색하게 "왜"하고 대답했고, 녀석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도대체 우지호는 무슨 생각인걸까,하고 고민하는데 갑자기 우지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부딪쳐왔다. 잠깐만,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니 그보다 갑자기 또 왜 이러는데.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은 우지호의 혀가 들어오는 순간 쏙 들어가고 말았다.


나는 우지호의 어깨를 어색하게 잡고 있고, 우지호는 팔을 들어 내 뒷목을 잡으며 목에 닿는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일까. 멍해지는 정신에 눈을 감아버렸다. 혀와 혀가 닿는 느낌은 아직도 조금은 생소하다. 간지러운 느낌에 우지호의 어꺠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얼마나 지났지.

우지호의 입술이 먼저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나도 천천히 눈을 떴다. 실이 길게 늘어지며 반짝이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멍하니 초점없이 우지호의 검은 반팔티만 보고 있는데, 녀석의 길다란 손가락이 내 입가에 묻은 침을 슥 닦아준다. 실로 오랜만에. 고개를 들어 우지호를 바라보니 나를 바라보는 표정은 아직도 무표정이다. 조금 서러워졌다.


"왜 했어?"

우지호의 손가락이 내 볼을 쓸었다. 나는 갑자기 터지려는 울음을 꾹 참으며 우지호를 바라보았고, 녀석은 대답이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렁이는 마음을 붙잡고 있다가, 우지호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정진영."

고개를 드니 눈물이 고여 우지호가 색깔로 보인다. 갈색, 검은색, 하얀색, 살색, 뭐가 더 있지. 눈을 한 번 깜박이자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느낌과 함께 우지호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딘지 모르게 헤메는 느낌의 우지호가.


"불안해."

"뭐?"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살짝 입을 벌리고 반문했다. 우지호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느낌이다. 우지호가 마지막으로 내 볼에 흐른 눈물을 슥 닦아주고는 손을 떼내었다. 나는 아직도 방금 우지호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고, 우지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가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나 지금 불안해,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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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뉴뉴뉴ㅠ뉴뉴ㅠㅠㅠㅠㅠㅠㅠㅠ글쓰다가 하도 답답해서 연습장 펼치고 스토리를 쫙 정리했어요

제가 처음에 딱 생각한게 처음 시작할 때 부분하고 결말...?마지막 부분 정도라 그 중간을 쓰는 게 힘겹네요ㅠㅠ

단편이나 중편정도인데도 이렇게 힘들다니!!ㅠㅠㅠ 이래서 제 머리에 든 장편 스토리는 어떻게 쓸까요ㅋㅋ

그래도 각 화마다 정리를 해보니 훨씬 쉬운 기분이에요!ㅋㅋㅋ


확실히 정한 건 아마 이 글은 8화 내지 9화로 끝날 거라는 점...?



그리고 전 키스 등등의 것을 정말 못쓴다는 걸 깨달았어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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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뭐가불안하니지호야ㅠㅠㅠㅠ진ㅇ영이가잇자나ㅜㅠㅠㅠㅜㅜㅠㅜㅠ아련한지호라니ㅠㅠㅜ8화나9화에끝나면얼마못보네요ㅠ슬퍼영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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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
ㅎㅎㅎㅎ제 필력도 딸리고 해서요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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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하 제발 길게써줘요ㅠㅠㅠㅠㅠ에이입니다! 플리즈ㅠㅠㅠㅠㅠ짘진은 사랑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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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
어머나 에이님 잌잌 제 필력도 딸리고..뭣해서요 ㅋㅋ큐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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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증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련 돋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코야 옆에 있는 사람보고 힘내라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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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
ㅠㅠㅠㅠㅠㅠㅠㅠ맞아 지호야 ㅠㅠㅠ옆에 있는 날 보고 힘내....죄송해욬ㅋㅋㅋㅋㅋㅋ짘진 사랑 핰핰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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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3화까지다보고왔어요흐엉ㅠㅠㅠㅠㅠ지호야ㅠㅠ너답지않게왜아련돋니ㅠㅠㅠㅠㅠㅠ진영오빠가있잖앜큐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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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
쿠ㅠㅠㅠㅠㅠㅠㅠ우지호주제에 아련돋으니까 쓰는 제가 어색해욬ㅋㅋㅋㅋㅋ맘편히 놀고 있었는데 빨리 다음편 쓰러 갈게요..미안해요..ㅁ7ㅁ8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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