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 성종
잠들락 말락 한 성종의 졸음 가득한 눈을 쳐다보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반짝하니 내리쬐는 햇볕에 눈이 부실까 두 눈가를 살포시 가려주니 그 손 위를 덮는 손에 왠지 모르게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선 하얀 볼 위로 짤막한 입맞춤을 한 뒤 어느새 만삭이 된 배를 쓰다듬었다.
"형이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해"
성종의 임신과 함께 쏟아지듯이 들어온 프로젝트와 지긋지긋한 야근에 만삭이 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남편노릇, 그리고 이제 곧 태어날 아이한테 별로 해준 게 없다는 생각에 성종의 보조개가 푹 파일 정도의 미소를 보았음에도 이상하게 울적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누가 보면 형이 임신한 줄 알겠다. 왜 이렇게 울적해졌어? 응?"
형이 얼마나 나한테 잘해줬는데. 누가 그래, 형이 잘못 챙겨줬다고! 야근하고 들어와 놓선 내가 뭐 사달라고 하면 다시 사러 나가고 또 일요일엔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그리고임신하고 울적해 있던 나를, 누가 달래고 누가 사랑해줬는데. 응? 그 사람이 누군데. 우리 엄마도 아니고. 형이야, 그리고 병원 갈 때면 항성은 아니지만 자주 같이 가줬잖아. 형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자기의 눈을 가리고 있던 호원의 손을 가져가 꾹 입을 맞추며 하나하나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길 꺼내는 성종의 모습을 쳐다보던 호원이 보조개가 깊게 팬 성종의 볼에 입을 맞췄다.
"아기가 널 닮았으면 좋겠어."
"첫째는 아빠 닮는다고 했어."
아쉬워하는 호원을 바라보며 눈이 휘어질 정도로 미소를 짓던 성종이 어느새 자신의 다리를 주물러주는 호원의 따스한 손길을 느끼며 한 여름날에 노곤함에 취해있다.
"넌 왜 임신하고 더 말라가는 거 같냐"
"배는 이만한데 다리는 요만해서 그래"
배는 이만한데 라며 커다란 원을 그리는 성종의 앙상한 팔을 바라보던 후원이 퉁퉁 부었지만 삐쩍 마른 다리를 보면서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팔다리는 살이 안 오르고 배만 불러온 모습에 자꾸 안타까워져서 분홍빛이 도는 발목에 이를 세워선 깨물고선 인상을 쓰는 성종을 보며 잇자국이 남은 발목을 만지작거렸다.
"네가 원한다면 세상이라도 바꿔줄게"
호원의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보던 성종이 따스한 호원의 손을 잡고선 멋쩍은 듯 성종이 웃었다.
"형이 내 세상인데?"
16살 소년처럼 붉게 볼을 물들인 두 남자가 짤막한 입맞춤을 하고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한 여름날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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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네가 원한다면 세상이라도 바꿔줄게 란 대사는 타블로의 밑바닥에서 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입니다.
갑자기 임신물이 보고 싶어서 무리수 투척. 원래 동쫑으로 쓸까 호종으로 쓸까 고민했는데. 사실 동쫑이 더 끌렸던건 비밀. 근데 왠지 호원이가..너무 좋아서ㅠㅠ
다정다정 호다정..?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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