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카백/리얼물] 시작의 문제 0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1/b/d1b004b6e481799c66dc9022b9cf4ed3.gif)
"여보세요."
종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백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참을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종인에게 전화를 걸긴 했으나 무어라 말을 시작해야할지 종잡을수 없었다. 방금전까지 매몰차게 종인의 제안(이랄것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를 거절했던 백현이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을것 처럼 행동하고는 단 하루, 아니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전화를 걸다니 비참했다.
"어디에요?"
잠깐의 정적끝에 종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전화에도 종인은 당연하게 존댓말을 사용하며 위치를 물었다. 종인은 마치 전화를 건사람이 백현이라는것을 아는 듯 행동했다.
"...어딘지는 대충 알것같으니깐 거기로 갈께요."
그렇게 말하고 종인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백현은 단번에 끊겨버린 전화를 잠깐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공중전화 박스를 나왔다. 너무나도 자신감있던 종인의 목소리에 백현은 다시 전화를 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분명 백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종인이 자신이 있는 장소를 알, 그런 여지는 없었다. 그러나 종인은 다 알고있다는듯 백현이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말했다. 백현은 종인의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곳을 어찌 찾아낸다는 말인지. 왠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것 같았다. 꼭 종인이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것 같았다. 백현은 이상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재 백현은 소속사 근처의 공원에 있었다. 이곳은 평소에 백현이 자주 찾던 곳이었으나, 단 한명도 백현이 이곳을 자주 찾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항상 아무도 몰래 눈물을 흘리며 찾아왔던 장소였다. 이곳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면 이곳은 백현이 꿈에 대한 회의감이들때, 트레이닝을 받다가 혼났을때 등 우울할때마다 찾아오던 장소였다. 한마디로 지난 몇개월간의 백현의 눈물과 한이 스민 장소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이 곳을 종인이 알리가 없었다.
"역시 여기있네요."
갑자기 들리는 종인의 목소리에 백현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정말로 종인이었다. 백현은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어째서 종인이 이곳을 찾아낸것인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백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굳어있자 종인이 백현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백현의 옆에 앉았다.
종인이 백현의 옆에 앉는 순간 땀냄새가 훅 끼쳐왔다. 강한 땀냄새에 백현은 종인을 훑어보았다. 종인은 방금전까지 연습을 하다 나왔는지 편한 트레이닝복 복장이었다. 그리고 땀에 젖은 머리까지. 데뷔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격한 트레이님 중이었을것이 분명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백현도 그 트레이닝에 함께했었고.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어째서 종인이 지금 이곳을 찾아낸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필요했다.
"어...떻게 찾아온거야."
백현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종인은 그런 백현을 한번 힐끗 바라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항상 여기 자주 오잖아요. 특히 생각 많을때."
종인이 자신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인가. 백현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종인의 대답이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처음엔 우연히 알게됬는데. 그이후에 형 트레이너형한테 혼나고는 없어져서 찾으러 나왔다가 혹시나 해서 여기 왔었거든요. 그때마다 항상 형 여기서 울었잖아요."
"... ..."
"형이 별로 안보이고 싶어하는것 같아서 이곳 그동안 모른척했어요."
침묵이 흘렀다. 백현은 입술을 깨물며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상상 이상으로 종인은 자신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었었다. 그 관심은 잠깐에 한정된것이 아니었으며 오래전 부터 이어져오던 것이었다.
백현이 자신의 세계에 빠진채 말이없자 종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쨌든,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는건 결심을 세운거죠?"
잠깐 잊고있던 현실이 떠올랐다. 지금 자신의 데뷔는 종인의 손에 달려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백현의 몸에 달려있었다. 지금 백현은 종인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고 데뷔를 따내야했다. 꼭 스폰서를 두기위해 날뛰는 천박한 사람이 된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현의 집은 전과 달라졌다. 백현이 아니면 평생이 지나도 갚지못할 그런 빚이었다. 스폰서를 따서라도 백현은 연예계로 데뷔를 해야만 했다. 그것이 가장 쉬운 길이었다.
"...확실히해두자."
"뭘요?"
종인이 어깨를 가볍게 들썩이며 말했다. 여유로운 종인의 얼굴과 몸짓에 백현은 수치심을 느꼈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한살 어린 동생에게 이렇게 무릎을 굽혀야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결심을 굳히고 몇번이고 되내었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잠깐 숨을 고르고 백현은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매니저형한테 전화걸어."
일단 아무런 말을 덧붙이지 않고 단호게 말하는 백현의 모습에 종인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군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매니저를 향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종인을 바라보며 백현은 입을 열었다.
"형한테 지금 당장 나 반대하는거 안하겠다고 말해. 그러면 네가 원하는 그 짓꺼리 해줄테니깐."
씹어내뱉듯 말하는 백현의 모습에 종인은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드는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종인은 그 짓꺼리라고 내뱉는 백현의 입술을 바라보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다. 굳세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전형적인 외강내유의 백현을 바라보며, 종인은 백현이 자신앞에 굴복하는 그 모습을 한번쯤은 보고싶었다. 그리고 지금 백현은 자신에게 굴복하고도 변함없이 꿋꿋했다. 물론 저 모습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종인의 미소에 기가찬 백현이 뭐라 입을 열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형."
"야 김종인 너 왜 안와?"
"아...일이 있어서요."
"무슨일."
"형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사고쳤어?"
"그냥 백현이 형 반대안할께요."
"....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많은 생각을 하고있는지 여기까지 매니저의 머리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았다. 종인은 매니저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을 주어 한자한자 다시 말했다.
"반대안한다고요."
"야!!!!그래 잘생각했어!! 아 진짜 종인아 그래 잘생각했다. 사내짜식이 그런건 빨리빨리 푸는거야. 그래 잘생각했어. 빨리 백현이한테 전화해줘야겠네. 김종인 진짜 잘생각했다. 그래 백현이한테 좀 잘해줘 이자식아. 형이잖아"
잘됐다는듯 말흘 투두두 쏟아내는 매니저의 목소리를 들으며 백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저를 잘 챙겨주던 매니저 형이었다. 마지막에 저를 향해 그만 나오라는 말을 한 것도 매니저 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말이었다는걸 백현은 알고 있었다.
"백현이 형한테는 전화 안해도돼요."
"왜? 설마 지금 백현이랑 있어?"
"네."
"그래. 그러면 둘이 좀더 이야기 나누다 와라. 너 안무는 대충 다 외웠지? 티저 촬영 얼마 안남았으니깐 몸 관리 잘하고. 사내놈들끼지 찌질하게 싸우고 꽁해있고 그러지마. 확실히 다 풀고 내일 와라 알았지?"
"네."
"백현이한테 아깐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알겠어요. 들어가세요 형."
종인은 그렇게 짧은 통화를 마쳤다.
통화를 마치고 종인은 백현을 향해 이제 됐냐는듯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백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뒷걸음질을 쳤다. 꼭 먹이를 앞에둔 맹수와 같은 종인의 미소였다. 무표정한 종인을 보며 무섭다 느낀것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정말로 지금 당장이라도 잡아 먹힐것 같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주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그 짧은 통화에 백현의 삶이 바뀌었다. 지옥에서 다시 천당으로. 하지만 그 천당이 오래가지 못할것임을 백현은 알았다. 하지만 가족들은 천당에서 행복하리라. 잠시후 백현은 종인에게 몸을 내주어야했다. 그리고 데뷔 이후까지도 지속될 지옥같은 행위였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다. 지옥으로 향할 일만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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