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 2
짧은 정적이 흘렀다. 짤막하게 건넨 내 말이 듣기 불편했던 건지, 길고 큰 눈은 나를 향해있었다. 멋쩍게 가방끈만 매만졌다. 그것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자와 어깨가 부딪혀 뒤편으로 밀려났다. 책상을 세게 밀친 남자가 교실을 나섰다. 의자를 천천히 끌어 자리에 앉았다. 가방 깊숙이 들어있는 담요를 꺼내어 무릎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부슬거리는 느낌이 좋았다. 너저분하게 어질러있는 책상을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보는 남자였다. 행실을 보아하니 학교에 잘 나올 것 같진 않고,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교실 문이 세차게 열림과 동시에 재빠르게 책상에 엎드렸다. 앉아있어봤자 말 걸어주는 이 하나 없었기에, 그 민망한 감정이 싫어 교실에서는 항상 자는 척을 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섞여들었다. 살짝 고개를 틀어 소리가 들리는 쪽을 몰래 쳐다보았다. 방울토마토. 어렸을 때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던 간식이다. 새빨간 자태를 뽐내며, 살짝 맺혀있는 물기에 침샘이 간질거렸다. 책상에 과일을 한가득 올려놓고 나눠먹는 모습이 부러웠지만, 행여나 눈이라도 마주칠까 얼른 고개를 돌렸다.
곧이어 쾅, 들려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시끄러운 문소리의 주범은 박지민이었다.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장난기가 많은 학생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전학을 처음 왔던 날 내게 가장 먼저 말을 걸어주었던 사람도, 박지민이었다. 쿵쾅거리며 뛰어와 여학생들의 먹거리를 낚아채는 모습이 꼴사나웠다. 모두가 화기애애한데, 나만 저 멀리 떨어져있는 기분이 들어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 오늘은 안 자네? 너 이거 먹을래? "
" ... "
" 쟤네 거 몰래 훔쳐온 건데, 너 먹어. "
순진한 얼굴로 내밀어진 박지민의 손에는, 방울토마토가 여러 개 들려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 몸을 돌려 반대편 복도로 발길을 돌렸다. 꿋꿋이 따라붙는 박지민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못 이기는 척 입에 넣었다. 톡톡, 씸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새콤한 맛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눈이 휘어져라 웃는 박지민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박지민을 지나쳐 교실문을 열었다.
" 너가 뭐 먹는 거 처음 봐. "
" ... "
" 그러고 보니까, 너 급식 안 먹어? 급식실에서 너 본 적이 없는데. "
" ... "
점심시간에는 늘 혼자 있는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 교실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 덕에 따가운 시선이 모두 내게 집중되었고, 나를 위아래로 훑고는 귓속말을 주고받는 시선에 기분이 상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다 착하다는 말을 잠시나마 굳게 믿었던, 내가 바보다. 입술이 터질 듯 꽉 깨물며 자리로 향했다.
:::
언제 잠이 든 건지, 책상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집중하라며 교탁을 두드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앞을 쳐다보았다. 아까 잠시 마주했던 남자. 뒤이어 전학생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왔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며칠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생김새와는 달리 상당히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호들갑을 떨며 남자를 바라보는 여학생들의 시끄러운 말소리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이 접힌 담요의 실밥을 매만지다, 내 옆에 앉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화들짝 놀라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괴고 창밖을 쳐다보았다. 자리를 따로 정해주지 않고, 앉고 싶은 사람과 앉는 자리였던 탓에 내 옆자리는 항상 텅 비어있었다. 그 덕에 짝과 함께하는 활동이라거나, 조별 과제를 할 때에도 말도 섞어보지 않은 남학생들과 어색하게 과제를 했던 적이 많았다. 터벅거리며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책상 위에 세게 가방을 내려놓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침조례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도 울려 퍼졌다.
- 너도 서울에서 왔어?
- 어디 살아? 난 저기 논 옆에 사는데.
내가 처음 전학을 왔을 때처럼, 시끄럽게 질문을 건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교실을 나가려 했지만, 아이들에게 빙 둘러싸인 꼴이 되어버려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담요를 말아 그 위에 머리를 맞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스럽던 교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몸을 일으켜 옆을 쳐다보니 남자가 앉아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있었다.
" ㅇㅇㅇ, 자리 좀 바꿔주면 안 돼? 김태형이랑 앉게. "
전학생 이름이 김태형, 이구나. 자리를 바꿔달라는 여학생의 말에 필통을 정리했다. 아, 그럼 나 ㅇㅇㅇ랑 앉아야 되잖아, 시발. 의자에 몸을 축 늘어뜨리며 징징대는 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귀에 그대로 꽂혔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옆에 위치한 의자를 끌어앉았다. 틱틱대며 책상을 멀리 띄워놓는 여학생의 행동에 애꿎은 담요의 실밥만 뜯어냈다. 짜증 나, 교실문을 쾅 열고 밖으로 나가버리는 철없는 행동에 마음이 불편해져,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속으로 훔치며 책상에 머리를 맞대었다.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손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까 자리를 바꿔달라고 한 여학생, 김지원이 가방을 들며 내 앞에 서 있었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눈만 굴리며 앉아 있는데, 짜증을 내며 아까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김지원의 말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동도 없이 펜만 굴리며 앉아있는 김태형을 흘깃 쳐다보았다. 곧이어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교과서를 피며 자리를 정돈했다.
지루한 수업이 계속되었다. 턱을 괸 채로 교실을 둘러보았다. 뒤를 돌아 장난을 치기 바쁜 남학생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여학생들.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 굉장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삐딱하게 기대어 있던 고개를 드는데, 머리카락이 무언가에 깔린 느낌이 듦과 동시에 통증이 밀려왔다. 책상에 엎드린 김태형의 머리에 내 머리카락이 짓눌리고 있었다.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쥐어 최대한 힘껏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는 머리카락에 한숨만 늘어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숙여지는 고개에 얼굴을 맞대고 엎드려 있는듯한 부끄러운 모양새가 되었다. 다시 한 번 힘껏 당기자, 쿵 소리와 동시에 고개가 번쩍 들렸다. 짜증을 내며 욕을 내뱉는 김태형에, 붉어진 얼굴을 황급히 돌렸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김태형은 1교시부터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엎드려 잠을 청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 덕에 김태형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던 여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른 게 전부이고.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짝을 지어 교실을 나섰다.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 김태형을 깨워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곧게 뻗었던 손을 집어넣었다.
급식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화장실에 들어가 가만히 시간을 보냈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고요한 복도, 점심시간이 되면 항상 가곤 했던 학교 뒤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빨개진 손을 비벼대며 걸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들렸다. 학교 뒤편에는 작고 긴 의자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간단하게 끼니를 때운 적이 많았다. 삐걱거리는 철문을 열었다.
" ... "
" ... "
담벼락에 기대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눈만 깜빡거렸다. 그런 나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김태형은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었다. 입에서 연신 연기를 뿜어대는 김태형의 신발끝만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 상황에서 나가면 더 이상해질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김태형은 가래침을 한 번 뱉은 후 담뱃불을 비벼 껐다. 내 앞을 지나 밖으로 나서는 김태형에 그제야 긴장이 풀려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수구 옆에 떨어져 있는 담배 두 개비가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두면 선생님이 이거 보실 텐데, 허리를 굽혀 담배를 주워들었다. 풍겨오는 매쾌한 냄새에 코를 막았다.
* Ep 3
" 태형이도 전학생이고, 아직 친한 친구 없을 텐데 ㅇㅇ가 좀 많이 챙겨줘. "
김태형을 챙겨주라니, 아까 점심시간에 보았던 김태형의 모습이 불현듯 생각이 나 몸을 잘게 떨었다. 말을 걸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구타를 당한다거나. 영원히 학교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갑자기 밀려오는 오한에 마이를 꼭 끌어당겼다. 덜덜 떨려오는 몸에 쉴 새 없이 입김을 불었다. 바람을 막아줄 높은 건물도 없었기에, 바람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간지럽혔다.
" ㅇㅇ가 왔네. "
" 어, ㅇㅇ야 이거 오빠가 사 온 건ㄷ... "
문을 열자 보이는 석진 오빠의 얼굴에 황급히 방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석진 오빠가 할머니 집에 놀러 오는 게 정말 싫었다. 요상한 동물 잠옷을 입고 있었던 나를 마냥 귀엽다고 해주는 오빠가 미웠다. 그 덕에 중학교 1학년 때, 옷장에 숨겨져있던 엄마의 립스틱을 몰래 바르다가 혼난 적도 있었고. 사실 석진 오빠를 좋아했던 마음을 살며시 접게 되었던 이유가 하나 있다. 엄마 구두를 몰래 훔쳐 신고 오빠에게 좋아한다고 마음을 표하려 했었던 날, 몇 년 전 지금과 같던 겨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철없던 행동이었지만.
쿵쿵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석진 오빠가 다니던 학교에 걸어 찾아갔었다. 시커먼 교복을 갖춰 입고 걸어가던 사람들 사이로, 석진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뭐, 옆에는 키가 컸던 여자와 손을 맞잡고 걸어가고 있었고. 주차장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던 검은색 승합차 앞, 딱딱한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지금 다시 곱씹어 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 때는 왜 그렇게 마음이 허했는지. 식음을 전폐했던 건 기본이고, 집에 놀러 왔던 석진 오빠의 뒤에서 몰래 욕을 한 적도 있었다. 흔히 말하는 첫사랑이다. 물론 혼자 시작하고 혼자 마무리 지어버린 철 없는 짝사랑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게 맞는 말인 걸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중학교 1학년 때 이후로 한 번도 오빠의 소식을 접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내 마음을 몰라주던 석진 오빠가 미웠지만, 간간이 안부를 묻기도 했었다. 그렇게 내 머릿속을 헤집어놓던 사람이 눈에서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서도 그간의 기억들은 바람에 흩날리듯 지워졌었고.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만 옛 기억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계속해서 자꾸만 생각이 난다.
:::
" ... "
녹지 않는 딱딱한 사탕을 입에서 오물거렸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창밖을 바라보는 자세로 엎드려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귓가에 꽂혀오는 욕지거리들이 상황을 말해주었다. 전정국이라는 남학생이, 또 여자애들한테 시비를 건 모양이다. 거칠게 주고받는 질 낮은 말들에 미간을 옅게 찌푸렸다. 저게 뭐 하는 짓인지, 그냥 먼저 굽히고 들어가면 되는 일을. 고개를 살짝 틀자 이어폰을 꼽고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시끄러운 말소리를 차단하려 마이 주머니 속에서 이어폰을 찾아 보았다.
아, 나 핸드폰 없지. 옅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핸드폰을 사 달라고 한참을 졸랐는데, 그런 건 시간 낭비라고 단칼에 잘라내었던 부모님 덕에 핸드폰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때문에 소외감이 더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몇 되지 않는 약속을 잡았던 때에는 집 전화를 쓰곤 했고.
" ... "
책상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조용해진 교실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분하다는 듯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전정국과, 귓가에서 이어폰을 빼어 한숨을 내쉬는 김태형,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다. 무슨 상황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쓰러져있는 김태형의 책상이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이런 자잘한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연신 어떡하냐고 되묻는 여학생들과,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남학생들. 금세 소란스러워진 교실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일에 끼어들면, 나만 피곤해진다. 자리를 나서자마자 들려오는 비명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엉겨 붙어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선생님을 불러오라는 앙칼진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고, 잔뜩 구시렁대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교무실 너머로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호통을 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 전정국, 너는 며칠 전에 선배랑 싸운 것도 모자라서 이젠 동급생이야? "
" 너는 애가 어떻게 된 게 전학 온 지 하루 만에 이런 일을 벌이니, 김태형. "
" ㅇㅇㅇ, 너는 상황이 이렇게 될 동안 뭐 했어? "
종이 세 장이 바닥에 버려지듯 뿌려졌다. 또 혼 날세라, 얼른 주워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상담실에 둥글게 둘러진 책상에 마주 앉았다. 셋 중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옅은 한숨을 내쉬며 종이를 재차 훑어보았다. 반성문, 태어나서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반성문.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시계를 확인했다. 9시, 꽤 지나버린 시간에 발만 동동 굴렀다. 날카롭게 깎인 연필 세 개가 책상 가운데에 우두커니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연필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거 빨리 써야 교실 들어가는데,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김태형을 속으로 험담했다. 지금 이 곳에 앉아있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이 학교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
" 다음 주에 학년 대항으로, 피구하는 거 알지. 정호석이랑 ㅇㅇㅇ가 2학년 대표다. 이거, 종이에 참여하는 애들 이름이랑 번호 다 써서 가지고 와. "
자기가 알아서 다 하겠다는 정호석의 말에 거듭 손사래를 쳤다.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거라며 말도 되지 않는 논리를 펼쳐대는 정호석에 고개를 돌려 살풋 웃음을 지었다. 박지민, 전정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한 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지고, 필통 구석에 박혀있던 시간표를 꺼내어 다음 시간을 확인했다. 수학, 치마를 정돈하며 일어나 사물함을 열었다. 허리를 숙여 사물함 안을 한참을 쳐다보았지만, 없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 돌아와 가방 속을 뒤져보았지만, 어디에도 교과서는 없었다. 그 순간 침대 밑 바닥에 애처롭게 놓여있던 교과서의 형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교과서 안 가지고 오면 바로 감점인데, 제법 큰 소리로 탄식을 흘렸다.
" 야. "
어깨를 세게 건드리는 손길에 고개를 살짝 들었고,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전정국의 얼굴에 눈이 번쩍 뜨였다. 혹여나 내게 해코지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저번 일로 내게 앙금이 쌓인 것은 아닐까.
" 어? "
" 수학 숙제 있었냐? "
" 아, 책 놓고 와서. 잘 모르겠어. "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입만 뻥긋거리는 나를 가만히 내려보던 전정국이, 내 앞을 지나 발길을 돌렸다.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금세 성큼 거리는 발걸음으로 내게 걸어오는 전정국에 또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갑자기 내쳐지는 꽤 큰 소리에 어깨를 잘게 떨었다.
" ... "
다름 아닌 수학 책이었다. 숙제를 해 놓으라는 것인지, 이걸 왜 내 책상에 놓고 나간 것인지 알 턱이 없었다. 생각이 그칠세라 무섭게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괴어 전정국의 책을 폈다. 손톱을 깨물며 주위를 살폈다. 책상에 엎드려 가만히 앉아있는 전정국의 뒤통수를 몰래 쳐다보았다.
책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은 복도로 나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전정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스레 마음이 찔려 고개를 푹 숙였다. 뒤이어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태형에 눈치를 살폈다. 앞자리 부터 차례대로 책을 검사하시는 선생님의 눈초리를 피해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번 시간에 몇 쪽까지 진도를 나갔냐고 말을 걸어오시는 선생님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술을 물어뜯으며 눈동자만 굴렸다. 전정국의 책을 들어 책장을 넘기시는 선생님의 손길에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망했다. 곧이어 텅텅 빈 전정국의 수학 책이 내 앞으로 거칠게 내쳐졌고, 이상하리만치 깨끗하게 비어있는 교과서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도 밖으로 나가, 들려오는 아이들의 비웃음 소리와 혀를 차시는 선생님의 눈초리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학교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 제목 바꿨어요. maple이라고만 하면 너무 밋밋해서,, 사실 제목은 별로 내용과 연관되거나 하진 않아요
제가 너무 늦게 왔네요. 죄송해요 ㅠㅠ 요즘 학교행사랑 가족 일이랑 과제 이런 게 다 겹쳐셔.. 네 변명이에요
죄송해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아 그리고 글잡에 브금 안 들으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저도 그냥 안 넣을까봐요...
브금 찾는 것도 재미 있었는데, 네 여러분 오늘도 거지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사랑해요
아 그리고 제가 랜선연애에서 급전개를 너무 빨리 해버려서
이 글은 절대로 급전개를 하지 않을 거에요 ㅠㅠ 진짜예요 ㅠㅠ 아직 이 글의 내용 100/1도 안 나왔어요 여러분
아 암호닉분들이 어디 가셨나 했더니 비회원 댓글이 이제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속상하네요 ㅠㅠㅠㅠ 그럼 랜선연애 텍파는 어떡하죠
기차는 제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아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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