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말은 영어. ""안의 말은 각자 자국어-투명한 눈. 그 녹아가는 흐름을 받으며 초록 새싹이 돋아나고 작은 화단에서 핀 꽃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봄내음이 코를 적신다. 녹아가는 회색의 도시. 듬성듬성 연록의 풀들이 자라나는 그다지 삭막하지도 않은 곳. 그 가운데 다정한 햇살을 받으며 우뚝 솟아있는 앙상한 나무 아래, 막 녹아가는 눈에 덮힌 빨간색의 우체통이 우뚝 서있다. 사박사박, 아직 다 녹지 않은 눈을 밟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체통 앞으로 걸어간 나는 바쁜 길을 걷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잠시 무시한채 팔을 넓게 벌리고 심호흡을 했다. 간만에 활개를 치는 햇살이 화살처럼 내 눈으로 내리꽂혀도 그저 좋다. 상쾌한 기분으로 영롱한 빛을 발하는 물방울들이 아슬아슬 매달려있는 우체통을 열고 편지봉투를 꺼내들었다.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노란색의 편지봉투. 뻔히 알지만 그래도 뭐가 들었을까 살며시 흔들며 속에서 사각사각 종이 스치는 소리에 만족해하던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봉투를 열었다. 그가 정성스레 쓴 글씨들이 담겨져있을 새하얀 편지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런던올림픽이 끝난지 벌써 몇달이 지났다. 비교적 서늘한 런던에 있다가 한국으로 입국하는 순간 확 덮쳐왔던 더위도 이제는 한 풀 꺾이고 있었다. 당분간은 고된 훈련의 예정조차 없는 지금, 나는 막 가족들과 함께 가을로 들어서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서 높은 하늘을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곧 그것에 싫증을 느끼곤 몸을 돌려 그대로 누워버렸다. 소파 위에서 혼자 꼼지락대던 나를 본 누나가 기어코 한 마디를 한다."너 가족들이랑 막 놀러가고 싶다면서? 그건 다 뻥이었냐?""아니야, 뻥 아니야. 저번주에 놀러갔다왔잖아.""지리산 갔다온게?"할 말이 없다. 해외로 가고싶었지만 정말 왠지 모르게 그렇게 멀리까지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냥 잠자코 있었는데... 그래도 가족끼리 정말 오래간만에 가는 여행이었기에 나름 즐겁게 즐기고 왔다. 누나는... 자기도 신나게 놀았으면서 이제와서 툴툴거리네. 괜시리 나도 툴툴거리고 싶어졌다. 나도 나름 심심한데. 지금 나 뒹굴고있는거 안보여? 입술을 삐죽 내밀며 소파 아래에 놓여져있던 쿠션을 품 안에 꼭 껴안으며 툭 내뱉었다."항저우라도 갔다올까...""항저우? 중국?"누나가 그렇게 되물음과 동시에 나는 누나의 눈과 마주쳤다. 항저우? 내가 왜 갑자기 이런말을 내뱉은거지? 아, 생각해보니 쑨양때문이었다."아, 쑨양이 초대했었어. 항저우 놀러오라고. 자기 고향이래.""어? 정말? 그럼 너는? 너는 쑨양 초대했잖아?"런던올림픽에서 정말 무서운 속도로 친해진 탓에 꽤나 정이 들었던 우리 둘이서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짐을 챙기고 돌아서는 나를 향해 자신의 고향인 항저우로 놀러오라며 큰 소리로 작별인사를 하던 쑨양. 나는 거기에 알맞은 인사로 대답을 대신했었다.-쑨양도, 한국으로 놀러와요!잠깐동안의 회상을 마친 나는 밀려오는 귀찮음에 대충대충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아, 몰라. 쑨양은 지금쯤 재밌는 곳으로 놀러갔을지 어떻게 알아.""혹시 모르잖아. 쑨양도 너처럼 지금 뒹굴고있을지.""훈련하고있으면?""설마... 쑨양 연락처는 있고?"쩝쩝 입맛을 다시던 나는 누나의 한마디를 듣고는 그대로 쭉 뻗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연락처. 아, 그게 없구나. 솔직히 놀고싶어도 전화번호를 몰라서 놀 수 없다니. 이것만큼 아까운 상황이 또 있을까......[쑨양.][네, 코치님.]오늘도 변함없이 수영장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던 쑨양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와서는 자신을 불러세우는 코치님의 행동에 조그마한 의구심을 품었다. 설마 또 전지훈련일까? 쑨양의 마음속에서 슬금슬금 고개를 쳐드는 공포심에 수면위로 얼굴만 반쯤내놓고 부글부글 애꿎은 물만 괴롭히고 있으려니 코치는 한심하다는 듯 쑨양을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짐싸라.]역시나. 또 지옥훈련이구나 하며 눈을 감은채 부글부글 허무한 물거품과 함께 수면 아래로 쑤욱 가라앉던 쑨양은 막 정수리가 잠기는 순간 들려온 믿지못할 말에 마치 수면위로 비상하는 먹잇감을 발견한 한 마리의 상어처럼 물 위로 튀어오르며 물었다. 하지만 대답을 들려줘야 할 코치님이 바지가 물에 흠뻑 젖은채 아무말도 없이 자신을 노려보자 약간 주눅이 든 쑨양은 얌전히 수영장 밖으로 나와서 물기가 가득한 바닥에 주저앉으며 다시 얌전히 되물었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한국에서 초대장이 왔다.]쑨양의 눈이 기어코 동그랗게 떠진다.[네?! 한국에서?! Park? My Park? 태환이 말이에요?]"이럴때만 눈치가 귀신같다니까..."지금 자신의 최대의 의문을 확실하게 해결해주는 코치님의 툴툴거림은 역시나 한 귀로 흘려버리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쑨양은 코치님이 방금 전 자신에게 건넨 첫 마디를 실행하기 위해 급히 탈의실로 향했다. 물론 자신을 잡아세우려는 코치님의 말은 이번에도 묵살. 그 쓸데없는데서 귀신같은 눈치를 지닌 쑨양의 코치-코터렐은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 대충대충 접힌 자신의 절친한 라이벌이 보내온 종이를 다시 꺼내 펼쳐보았다.(Park이 심심하단다. 쑨양 좀 보내라. 주소....... 연락처....... from. Michael Bohl)"이런 괘씸한 친구같으니라고..."형편없이 구겨진 자국이 가득했던 종이에 또 다른 주름이 생기며 코터렐의 주머니 속으로 쏙 몸을 날렸다. 이 굉장히 대담한 편지를 처음봤을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가. 하지만 마침 쑨양도 훈련을 그렇게 빽빽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고, 올림픽이 끝난 뒤로 딱히 어디로 쉬러 간 적도 없었기에 잠깐 다른 전담팀과 얘기를 하던 그는 곧 생각과는 달리 별로 어렵지 않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이번만은 좀 풀어주자.'그래. 수고했다, 쑨양아......잔뜩 흥분된 기분으로 먼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쑨양은 재빨리 방 한 쪽 구석에 있던 커다란 여행가방을 꺼내들었다. 마음이 너무 급하다. 어서 빨리 가고싶어. 태환을 만나러 말이야. 마구잡이로 내팽겨쳐졌던 옷들이 유난히도 거슬려서... 또 유난히도 고마워 보여서 그냥 닥치는대로 가방에 넣었다. 정리하는 겸 짐도 싸고. 일석이조다."아, 이게 꿈은 아니겠지??"정말로 초대를 해줬다. 한국으로. 그의 고향으로. 그의 친절에 감사하며 한참 감격한 상태로 짐을 싸고있으려니 머릿속으로 불현듯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나는 그동안 뭘 하고있던거지?"..."어째서 내가 먼저 그를 초대하지 못한걸까. 어째서 초대해 볼 생각은 못 한 걸까. 훈련하는 내내 잊은 적 없던 그인데... 그는? 그는 매일매일 나를 생각했을까? 생각하다 못해 너무나도 보고싶어서 나를 초대해주는걸까? 아, 이건 좀 고민이 필요한 문제다. 아니지, 이게 왜 문제야?"그와 즐겁게 놀 수 있는 기회인데."절대로 문제가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 고민아닌 고민을 빨리 털어내버리며 다시 짐싸기에 열중하려던 찰나 문 밖에서 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쑨양!! 짐은 천천히 싸도 된다!! 내일 모레 출발할 거니까!][네에, 네! 천천히 싸고 있어요!!][지금부터 싸고있는게 허겁지겁 준비하는거지 이놈아!!][알았어요!!]그래. 그러자. 지금은 이 들뜬 기분부터 어떻게 다스리고선 냉정한 마음으로 짐을 꾸리자고 생각하며 이불이 아무렇게나 펼쳐진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오른 쑨양은 서랍 위에있던 하얀색 수영모를 집어들어 얼굴을 덮어버렸다. 흐읍- 깊게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와 함께 희미하게 그의 향기 또한 맡아지는 느낌. 드러난 눈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런던에서 그와의 마지막 만남을 회상한다. 따듯하게 자신을 안아주던 두 팔. 먼저 내민 두 손이 지극히도 만족스러웠던 악수. 그리고 소심하게 내뱉었던 무모한 말.-태환, 어... 태환 수영모자...-어? 내 수영모요? 왜요?-주면... 안될까요. 기념으로...-네? 제 수영모를 기념품으로 달라구요?역시 안되겠지. 어이없어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눈을 꽉 감고는 두 손을 내밀었다. 곧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덜덜 불쌍할정도로 떨리고 있던 내 손 위로 말캉한 재질의 수영모가 내려앉았다. 뿌듯한 미소를 얼굴 한 가득 띄운채 고개를 드니 어느새 그는 손을 흔들며 저 멀리 가고있었다.-태, 태환!! 항저우, 항저우로 놀러와요!! 제가 초대할게요!내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리는 태환. 그래. 그는 마지막까지도 사랑스러웠지.-쑨양도, 한국으로 놀러와요!.....따듯한 커피가 가득 담겨있던 머그잔이 잠시 허공을 날다가 그 뒤를 부리나케 따라온 손에 의하여 공중에 멈춰섰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그잔을 잡아낸 태환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의 앞에서 다리를 꼰 채 발을 까딱이며 따듯한 커피 맛을 음미하고있던 코치에게 물었다.[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진짜로 쑨양을 초대했다구요?][왜? 싫으냐? 뭐, 출발은 내일이라고 하니 지금이라도 음... 문자보내줄까? 오지 말라고 말이야.][출발이 내일인데 이미 다 준비해놨을거 아니에요! 아니 대체 왜...?]그저 농담으로 내뱉은 말인데... 아니, 코치님은 내가 평소에 장난 잘 치는거 알면서...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잔을 내려놓고 머리쪽으로 손을 가져가던 태환은 머리좀 그만 쥐어뜯으라던 누나의 말에 따라 그냥 뒷머리를 슬쩍 긁고는 다시 손을 내렸다. 쑨양이 진짜 온다고... 정말 온다고... 왠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그와 대회가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만날 일은 없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 했는데 이거 정말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생겼다. 그가 온다면 통역은? 당연히 통역사는 없을 것이니 우리 둘은 쉬지않고 영어로만 대화해야 되는건가?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대회가 끝난 뒤 영어 수업도 잠시 쉬고있던 터라 마음이 평온했는데 다시 영어를..."하아..."[싫어?][아니에요, 그냥... 말은 어떻게 할까...][영어 써. 지금처럼. 회화는 문제 없잖아?][음... 쑨양은요? 쑨양은 아직 영어도 서툴던데...][어짜피 둘이 비슷비슷 할 것 아니냐. 런던에서도 그렇게도 잘 떠들던 너희 둘이었으면서 뭐가 그렇게 걱정이냐.][그래도...][Parky.]네네 알겠어요. 손님 맞을 준비나 해야죠 뭐. 자신의 애칭까지 들어가며 코치에게 의사소통의 문제는 잠시 접어두겠다는 뜻으로 두 손을 머리 양 옆으로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난 태환은 뭔가 오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아직 뜨거운 김이 채 가시지도 않은 커피를 한 번에 쭉 들이켰다."그래도 반가운걸."제대로 손님 맞이 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태환이었다.-소재가.... 소재가.... 소재가 없사옵니다 ㅠㅠㅠㅠㅠ 는 일단 인사부터 드려야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쓰니쓰니글쓰니입니다 ㅎㅎㅎ 으앙 진짜 오랜만이야 ㅠㅠㅠ(저에게 소재를 던져주셔요!!ㅠㅠ)설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설마 절 잊으신 건 아니겠죠?? 알아요 ㅠㅠ...헿...저번 글 까지 해서 총 세 번의 텍파나눔 모두 완료했어요!!^^ 제 글 봐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p^이건 그냥 두 세편짜리 단편으로 써볼 글이에요. 음... 시간 날때마다 틈틈히 쓰는거라서... 아니 사실은 생각 날때마다 쓰는거지만^^;다음편은 언제 올라올지 몰라요 ^p^;; 그...그리구 암호닉... 신청도 받아볼게요 ㅎㅎㅎㅎ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겠징... 그러겠징...이전 글[쑨환] 폐막식. 화려한 밤하늘 아래의 스타디움.(+텍파 나눔~^p^)13년 전 쓰니쓰니글쓰니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현재글 최신글 [쑨환] …이 봄을 향해 보내는 편지-01 3613년 전위/아래글현재글 [쑨환] …이 봄을 향해 보내는 편지-01 3613년 전[쑨환] 폐막식. 화려한 밤하늘 아래의 스타디움.(+텍파 나눔~^p^) 16313년 전[쑨환] 캔커피, 좋아합니다.-번외편下+텍파 나눔~^p^ 26913년 전[쑨환] 캔커피, 좋아합니다.-번외편上 1813년 전[쑨환] 캔커피, 좋아합니다 9413년 전공지사항[쑨환] 폐막식. 화려한 밤하늘 아래의 스타디움.(+텍파 나눔~^p^) 16313년 전[쑨환] 캔커피, 좋아합니다.-번외편下+텍파 나눔~^p^ 26913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