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여덟, 그 비참함과 아름다움 04
w.라쿤 |
귀를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반쯤 몸을 세워 고개를 양옆으로 세차게 젓고 나서야 지금 나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머리카락은 땀에 잔뜩 젖어 양 볼에 딱 붙어있었고, 이불은 땀에 젖어 무겁게 푹 내려앉았다. 왜인지 눈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꾸만 내려가고 있었고, 온몸이 축 늘어졌다. 머리도 자꾸만 띵- 하고 울리는 게 아무래도 어제 맞은 비 덕분에 감지가 독하게 걸린 것 같았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불을 걷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힘겹게 바닥 위로 옮겨놓았다. 연이어 나오는 기침에 바닥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 화장실로 들어섰다. 수도꼭지를 맨 오른쪽으로 돌리고는 차가운 물에 그대로 얼굴을 갖다 대었다. 조금 열이 식혀지는 기분에 얼굴을 떼었더니 처음 일어났을 때보다 더 심하게 머리가 울렸다. 낮은 한숨을 푹 쉬고는 허리를 숙여 따스한 물로 머리를 감았다. 머리까지 다 말리고 나서야 부엌에 들어섰지만 별 입맛이 없는 것을 탓하며 부엌을 나왔다. 그리고는 장롱 구석에 박혀있던 춘추복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춘추복을 입어도 가시지 않는 한기에 그 위에 카디건도 껴입었다. 그렇게 만발의 준비를 마치고는 집을 나섰다. 학교로 가는 길은 평소보다 두 배, 아니 적어도 세 배는 더 멀었다. 자꾸만 축축 늘어지는 몸에, 나오는 기침에, 그냥 선생님께 전화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사교시까지만 참고 조퇴하자. 라는 생각으로 학교를 향했다. 그리고는 반에 도착하자마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상 위로 고개를 박은 채 눈을 감았다. 흐릿한 시선으로 옆 책상을 보니 가방이 올려져 있었다. 그제야 나는 아, 남우현 왔나 보네. 라는 생각과 함께 잠이 들려던 찰나였다.
"거기, 자리에 누워있는 게이." "……." "너 왜 춘추복 입고 왔어? 어? 몸에 키스 마크라도 있냐?"
힘없는 머리를 들어 올려 앞을 보자 이미 앞은 웃음바다였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시 책상에 고개를 파묻으려다 곧 한 시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바로 나를 비웃고, 욕하고, 때리는 아이들 옆에 서 있는 남우현이었다. 왠지 모를 배신감이었다. 딱히 우현이 내 편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내 멋대로 내 편이라 믿었고, 우현이 나를 버릴 거란 생각은 했지만, 우현이는 그럴 애가 아니라며 또한 내 멋대로 믿었다. 그러니 이 왠지 모를 배신감은 내 멋대로 느끼는 배신감이었다. 결코, 너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나 혼자서 너를 '나쁜 아이'로 만들어 버리는 못된 배신감. 나만큼이나 잔뜩 더럽혀진 배신감이었다.
"너 뭐보냐?" "…아," "남우현?"
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여전히 우현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어쩌냐." "……." "남우현은 너 더럽다는데."
...그렇겠지. 당연히 그럴 거야. 그럴 줄 알았어. 난 네가 이미 그럴 줄 알았으니 괜찮다며 애써 나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미어지는 속과 메이는 목과 저절로 울상을 지어버리는 얼굴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난 어째서 그 며칠 사이에 이렇게나 널 좋아하게 된 걸까. 애써 나 자신을 다독이다가도 결국 끝은 나를 원망하며 끝이 났다. 고개를 돌려 텅 비어있는 주인 없는 옆자리를 보고는 애꿎은 카디건 단추만 손으로 퉁겨냈다. 그리고는 괜히 복잡해지는 머리에 팔을 베고 책상에 누웠다. 적어도 지금 자면 점심시간 전에는 일어나겠지.
***
5번, 5번 누구니?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5번, 일어나서 읽어. …아, 국어 시간이구나. 반쯤 뜬 눈으로 교탁 앞에 서 있는 선생 얼굴을 확인하고는 책상 속을 뒤져 국어책을 꺼내 들었다. 옆에 앉아있는 우현의 책 쪽수를 보려다가 곧 자고 있는 우현을 보고는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선생님께 몇 쪽이냐고 묻자 선생이 앙칼진 목소리로 '48쪽!'이라며 인상을 구기더니만 칠판 왼쪽 위에 빨간 분필로 내 번호를 적었다. 맨 위쪽의 글을 한 줄 읽자, 또다시 선생이 성을 냈다.
"일어나서 읽어!"
그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야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곧 휘청거리는 몸에 중심을 잡으려 아무 곳이나 잡았고, 눈을 꽉 감았다가 떴다. 그럼에도 시야는 또다시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뒤덮였고, 아마 내 몸뚱어리는 휘청거리다 못해 바닥으로 엎어진 것 같았다. 귀에는 웅, 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점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머, 얘! 괜찮니? 아마도 이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
으으, 지끈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으며 몸을 반쯤 일으켰다. 다리를 오므려 얼굴을 다리 사이에 파묻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집이었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어느덧 시곗바늘은 6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이불을 걷었더니 나는 교복이 아닌 평소 집에서 입는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이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이불도 어제 덮고 잤던 얇은 이불이 아닌 두꺼운 이불로 바뀌어 있었고, 침대 옆 작은 서랍장 위에는 차가운 물과 수건이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대체 누가 날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간호해줬을까, 라는 생각이 들자 그 사람이 아직도 집에 있을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어, 엄마. 나 친구 집에서 자고 갈게. 아니, 친구가 좀 아파서.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바로 학교 갈게. 어, 알겠어. 이따 또 전화할게."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잠을 자고 있는 건지 이 목소리는 분명 남우현이었다. 그 생각에 손잡이를 잡고 있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방문 너머로는 조금 깊다 싶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고, 소파에서 일어나는 소리와 심지어는 내가 서 있는 이 방문 바로 앞으로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나는 아차, 싶어 재빨리 손잡이를 놓고 침대로 뛰어 이불을 파고 들어갔다. 다행히도 간발의 차이로 문이 열렸다. 몇 번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 드르륵, 소리와 함께 우현이 의자를 끌고 침대 옆으로 와 앉았다.
"넌 왜 아프고 난리냐." "……." "어제 우산 안 들고 왔을 때부터 알아봤다, 진짜." "……." "어디든지 전화라도 했어야지." "……." "그리고 이렇게 아프면 학교에 나오질 말던가." "……." "하여간,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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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핳훟하후하하후ㅏ
요즘 정신이 너무 없다느뉴ㅠㅠㅠㅠㅜㅜㅠ맨날 잠만 오고...☆★
아무튼 헐 대박 남우현 헐류 남우현!!!!!!!!!!!!!!!!!!!!!!!!!!!!!!!!!!!성규가 우산 안 가지고 온 건 또 어떻게 알어ㅏㅆ어!!!!!!!!!!!!!!!!그렇게 성규를 무시하더니!!!!!!!!!!!!!!!11
하 남우현 이런 반점ㄴ 있는 남자...하...반하게쒀...
아니 반점이 아니라 반전이예요 허허하핳 오타가 났네
아무튼 진짜 여보들♥♥ 만날 사랑해요라고 적는것도 힘드니 오늘은 핟튜 두개로 대♥신♥
난 원래 이렇게 애정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 아닌데...☆★ 여기만 오면 여보들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