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BERRY CELEBRATES
로스앤젤레스의 아이코닉한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펼쳐진 패션과 음악 그리고 영국적 감성이 어우러진 밤. 2015년 가을/겨울 컬렉션과 LA 런웨이 익스클루시브 디자인을 선보인 쇼에서 클레어 맥과 이어, 톰 오델, 조지 에즈라, 벤자민 클레멘타인이 라이브 연주로 무대를 장식합니다. 아래에서 스토리를 만나 보세요.
런던 인 로스앤젤레스. 버버리의 2015 F/W 컬렉션 타이틀이었다.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홈페이지에 게시된 컬렉션의 하이라이트를 훑어보던 이름이 노트북을 덮었다. 돌고 또 도는 패션계에서는, 패션계를 이끌어 가는 수많은 수장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발렌시아가의 알렉산더 왕, 지방시의 알렉산더 맥퀸, 루이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버버리의 성이름. 네 개의 브랜드의 공통점은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명품 브랜드라는 것, 그리고 네 명의 공통점은 수석 디자이너라는 것. 스물넷의 천재 디자이너 성이름.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버버리의 최연소 수석 디자이너 타이틀을 거머쥔 그녀는 패션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실용적이고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인 2015 F/W 뉴욕 패션위크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고 패션계는 주목해야 할 모델 중 한 명으로 김민규를 꼽았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빨리 알려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유명한 모델들을 쇼에 많이 세워 주는 탓에 쇼에 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고, 그 때문에 그는 시선을 해외로 돌렸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연히 디자이너의 눈에 들어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뉴욕 패션위크에 섰고, 덕분에 지금은 국내에서도 영향력 있는 모델 중 한 명이 되었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모델이라고 패션계는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서글서글한 성격, 큰 키, 그리고 잘생긴 외모가 성공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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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과 검정색이 어우러진 방이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었다. 어스름한 새벽빛 사이로 밝은 불빛이 새어 나왔다. 네 시 삼십 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아침을 시작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에 눈을 뜬 탓인지 이름이의 얼굴에는 졸음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시간이라도 보려는 모양인지 핸드폰 액정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이름이의 손가락이 유난히 하얗게 느껴졌다. 멍하니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던 이름이의 시선이 허공을 맴돌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여권에 머물렀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여권을 응시하는 이름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민규가 다소 신경질적으로 알람이 울리는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잠잠해진 핸드폰으로부터 손을 거두고는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 모습이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 같다. 두어 번 뒤척거리는가 싶더니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어 앉는다. 민규는 반쯤 뜬 눈으로 부스스한 머리칼을 헤집으며 아까까지 요란하게 울리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문자 메시지가 한 통 와 있었다. DDP, 여덟 시. 늦으면 진짜 죽는다. 민규는 약간의 협박조로 적힌 메시지를 바라보다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일곱 시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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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디자이너, 연애, 성공적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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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내가 한국에 입국했을 때는 조금 늦게 찾아온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 탓인지 사람들의 옷차림은 제법 두꺼워 보였고, 공항은 늘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국인부터 외국인까지. 서양인들이 즐비한 곳에 살다 익숙한 동양인들 사이에 섞이자 조금은 숨이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같은 겨울이지만 영국과는 조금 다른 한국의 날씨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코트 속을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가, 생각보다 반가웠다. 어쩌면, 나는 은연 중에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었는 것일 수도.
한국에 있어야 할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미리 계약해 둔 오피스텔에 짐을 풀었다. 깔끔한 색의 벽지들과 가구들이 눈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색과 디자인부터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몸을 감싸는 따뜻한 공기가 좋았다. 협탁 위에 놓인 한 장의 초대권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서 가장 큰 패션쇼인 서울 패션위크. 내가 한국에 들어온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국내 모델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꾸는 무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서울 패션위크에 서 본 적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국내 무대에 한 번도 서 보지 못했다. 어리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신입 디자이너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입안이 씁쓸했다. 반 강제적으로 해외에 나갔고 재능을 인정받아 런던 패션위크에서 공식적인 첫 데뷔 컬렉션을 마쳤었다. 그 이후 줄곧 해외에 있었으니 국내 무대에 서 볼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참가자로 가는 게 아니라 큰 부담은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떨렸다. 막 상념에 잠기려고 할 때 전화가 왔다. 발신자, 이석민. 벌써부터 머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성이름! 입국을 했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괘씸한 게 초대해 준 사람한테 연락 한 통도 없어? 엉?"
"...아, 연락하려고 했었어. 천천히 좀 말해! 너랑 내가 무슨 이산가족이야? 그리고 우리 몇 달 전에 봤었거든?"
"아이고, 이제 이 쪼끄만 게 말대꾸를 하네."
"멍청아, 너랑 나랑 동갑이야. 아, 나 원우 오빠도 봐야 하는데. 원우 오빠 또 네 컬렉션에 서?"
"넌 나보다 원우 형 소식이 더 궁금해? 아이고, 이석민 인생아.... 이번에 원우 형 태용이 형 컬렉션에 서."
"태용 오빠면...... 비욘드 클로젯? 잘 어울리네."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질문들과 잔소리가 이석민답다고 생각했다.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석민은 고등학생 때부터 현재까지 나와 같은 길을 걸어온 가장 오래된 친구였다. 데뷔 컬렉션부터 가장 최근에 열렸던 2016 S/S 런던 패션위크까지. 고맙게도 모든 컬렉션에 빠짐없이 와 주었다. 물론 나 또한 이석민의 모든 컬렉션에는 빠짐없이 갔었다. 어릴 때부터 뛰어든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에게 가장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질리도록 본 얼굴이고, 질리도록 들은 목소리지만 외국에 나가 있을 때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내 가족과 다름없는 사람이다.
"야, 너 오랜만에 한국 들어온 기념으로 술 한 잔?"
"너랑 나랑 마시면 하루 종일 달려야 돼."
"야, 암만 그래도 우리 사이에 술이 빠지면 섭하지~ 안 그래? 안 그렇냐?"
"네가 무슨 회사 부장님이야? 진짜 답 없다, 답 없어."
"모올라, 내 컬렉션 끝나는 날 원우 형 끼워서 셋이 마시는 거다? 엉?"
그렇게 이석민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야! 이석민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끊겨 버린 핸드폰에서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이 버릇 고치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 고치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애써 가라앉혔다. 얼굴에 열이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열을 식힐 때면 무의식 중에 나오는 습관이었다. 서울 패션위크가 끝나면 눈여겨봤던 모델들을 만나 볼 생각이었다. 신인 모델들부터 경력이 있는 모델들까지 싹 다. 컬렉션 준비를 위한 일이었다. 저번 컬렉션이 썩 만족스럽지 않아서 이번 컬렉션은 일찍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 모르겠다. 이불을 목 끝까지 덮었다. 내일 있을 일정을 위해 일찍 눈을 감기로 했다. 오늘은 푹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반가워요!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연재 주기가 불규칙할 수 있지만 올 때마다 더 나은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할게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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