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의 김종대는 조금 이상했다. 묘하게 내 눈을 피하는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내 시선을 피하는 김종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는 억지로 눈을 맞췄다. 그런 나를 김종대는 왜 이래...하고는 밀어냈다.
"김종대"
"왜"
"어제 무슨 일 있었지"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럼 왜 그러는데"
"..."
김종대는 한참 나를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없었다. 그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계속계속 캐묻자 결국 김종대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게 분명했다.
"진짜 왜 그래..."
"...너 어제 술 취해서 난동부렸어"
"...응?"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이 바보야"
"진짜? 나 원래 잘 취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
"미안해..."
내가 난동을 부렸다니...나 때문에 고생했을 김종대에게 미안해져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김종대는 그런 나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았다. 많이 힘들었나보다.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짓고는 눈동자만 굴릴 뿐이었다.
유치한 김팀장 09
잠시후 이제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욕실 문을 열었다. 아직 덜 깬 잠에 눈을 비비면서 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김종대가 상의를 벗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것이 보였다.
"어...미안."
당황해서는 얼른 문을 쾅 닫아버렸고 숨을 헙 하고 들이마셨다. 미친, 섹시하다...나 쓰레기통 들어가야되나? 김종대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섹시하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분명 김종대 고등학생일 때는 이런 탄탄힌 몸이 아니었던것 같은데, 얼굴이 괜스래 훅훅 달아올라 혼자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잠시동안 보았던 김종대의 상체...를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욕실 문이 열리더니 김종대의 팔이 쑥 나와 나를 끌어당겼다. 어?
정신을 차려보니 김종대는 내 코앞에 서있었고 나는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 눈을 굴리고 있었다. 김종대가 나를 집요하게 쳐다보았다. 왜그래애...하며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가 맨 살인걸 알고는 들어올렸던 손을 슬쩍 다시 내렸다.
김종대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사람을 불렀으면 왜 그런지는 말을 해줘야하는거 아닌가. 결국 내가 민망함을 참지 못하고 김종대에게 먼저 언성을 높였다.
"야!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해야될거-"
"야"
"...ㅇ,응?"
"사람 인내심 시험해?"
"...뭐가?"
"그치않아도 어제 일때문에 미치겠으니까 사람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알겠어..."
김종대는 바로 욕실 문을 열고는 나를 밖으로 밀쳐냈고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 정도로 질색을 하는건지, 미치겠다.미련한 것이라는걸 아는데도 술이 약하면서도 마시는건 좋아한다. 술이 약한 탓에 술을 안마시겠다고 다짐한 적은 많았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한번도 없었더란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실행에 옮겨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종대와 나는 둘다 쇼파에 앉아 한참 말이 없었다. 아직 회의 시간까지는 여유가 조금 있어 호텔에 더 있다가 나가도 되는데, 나는 김종대 눈치보느라 그렇다 쳐도 김종대는 오늘따라 왜 저렇게 심각한데다 우울하기까지 한지 모르겠다. 결국 그 숨막히는 침묵을 참다못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ㄱ,김종대!"
"왜"
"내가 미안해..."
"응?"
"내가 미안하다고! 막, 술 잘 못마시면서 괜히 많이 마신것도 미안하고...취해서 난동부린것도 미안하고...내가, 막, 아...나 술도 못 마시면서 마시는건 좋아해가지고,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 우울해하면 안돼...? 너 그러니까 좀, 무섭단말이야..."
막상 먼저 입을 여니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라 횡설수설하는데 별안간 김종대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니 김종대가 웃음을 참는듯 고개를 숙이고는 큭큭대며 웃고 있었다.
"뭐야아...왜 웃어..."
내 왜 웃냐는 소심한 물음에 김종대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뚱한 표정을 하고 있자 그런 나를 보고 김종대는 더 크게 푸하하 하며 웃었다.
"아 씨! 그만 웃으라고!"
짜증을 내는 나를 보고 한참 웃던 김종대는 이내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시계를 보더니 내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시간 다됐다, 옷 입고 갈 준비하자"
그렇게 말을 남겨두고는 쇼파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는 김종대였다. 그리고 나는,
"미친...설레잖아..."
정말 미친게 분명했다.
***
잠시 후 밖으로 나온 김종대와 나는 추운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씨, 추워"
"아씨-? 그런말 쓰면 못써"
"뭔상관이야, 니가"
"씁, 또 그렇게 말하지"
김종대는 이내 차를 가져오겠다며 나를 입구에 세워놓고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 김종대의 모습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꺼내서 이것저것 보고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날 저기요-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저기, 혹시"
"...?"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
당황스러워 눈만 깜빡였다. 어떡해야할지 몰라 긍정의 답도, 부정의 답도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 다가와 손목을 잡아챘다. 그에 고개를 돌리니 김종대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끌어당겨 자신의 차 쪽으로 끌고갔다. 속절없이 끌려가며 김종대를 급하게 불렀다.
"김종대!"
"..."
"야, 답은 해줘야지 그냥 끌고가면 어떡해!"
"야, 미친거아니야?"
"...뭐가?"
"어떤 미친놈이 호텔에서까지 번호를 물어봐, 아, 짜증나"
"...너는 그런 생각밖에 안하냐?"
"아니! 그런 생각이 아니라 설마 호텔에서까지 번호를-, 됐다."
"..."
"그리고 너 앞으로 화장하지마"
"미쳤냐, 어떻게 화장을 안해. 못생겼는데"
내 말에 마침 신호가 걸려 차를 세운 김종대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김종대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갑자기 진지해진 분위기에 나도 덩달아 입을 꾹 다물고는 김종대를 보았다.
"너, 화장 안해도..."
거기까지 말한 김종대는 이내 눈을 꼭 감고는 고개를 젓더니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화장 안해도 뭐?"
"화장해도 못생겼다고, 바보야"
그럼 그렇지 뭐, 김종대한테 뭘 바라겠는가. 김종대의 말에 허-하는 바람빠지는 웃음을 짓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씨는 더럽게 좋다.
***
회의는 졸립다. 회의는 지루하다.
결국 하품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찍 하품을 했다. 그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종대가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럼 뭐, 지가 안졸리게 해주든가. 그런 김종대를 나도 째려보고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품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꾸벅꾸벅 졸고있는 나였다. 김종대는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고개를 까딱거릴 때마다 내 옷깃을 잡고는 일으켜주는 그였다. 하지만 이내 곧 다시 내가 꾸벅꾸벅 졸자 김종대가 정색을 하고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너 죽을래, 진짜?"
"아니...졸린데 어떡해애..."
"...미치겠다"
미치겠다며 마른세수를 하던 김종대가 갑자기 손을 멈추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에 왜? 하고 묻자 김종대가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아니, 그냥 학생때도 이런 일 많았잖아"
"..."
"너 졸면, 내가 깨워주고"
"..."
"그때 우리 짝꿍일때 생각나서..."
김종대의 말에 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김종대가 학창시절 얘기를 하는 순간 그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종대의 몸짓, 말투. 모든게 다 말이다. 순간 잠이 확 깼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앞 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때, 김종대가 내 손을 잡아왔다. 눈이 커져 그를 바라보자 민망한지 큼,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앞을 바라보았다.고등학생 때도, 짝꿍을 하면 가끔 손을 잡고 수업을 듣고는 했다. 마치 맞춘것 처럼, 나는 왼손잡이, 김종대는 오른손잡이였다.
그 때의 그 떨림과 설렘을, 지금 다시 한번 느꼈다면 잘못된 걸까. 그리고 지금 너와 나는, 그때의 너와 나와 얼마나 다른걸까. 무엇보다, 서로를 향한 감정은 그대로일까. 하기야 나는 나의 감정도 정확히 정의내리지 못하는데 김종대의 감정까지 알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확실한건, 먼저 잡아온 김종대의 손은 정말 따뜻했다. 저절로 그 시절의 향기가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
김종대는 분명 별로 할 일도 없을 거라고 했는데, 무슨, 폭풍처럼 몰아치는 스케줄에 피곤해 쓰러질 지경이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 걸어가는 나를 보자 김종대는 한숨을 내쉬며 혀를 찼다.
"너가 할거 별로 없다며..."
"나도 이럴 줄은 몰랐지, 원래는 예정에 없던 거였어."
"..."
"그렇게 체력 약하니까 맨날 골골거리지."
"..."
"하여튼, 맨날 걱정만 시키고."
"...어?"
김종대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김종대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더니 나를 빠르게 지나쳐 자신의 차로 향했다.괜히 웃으며 종대야, 뭐라고? 하고 말하며 신이 나 그를 졸졸 따라갔다.
그는 어지간히도 민망했는지 내가 조수석에 올라타자마자 히터를 틀며 어서 자라며 닦달했다.
"왜 계속 자라고 해, 너 민망해서 그런거지?"
"알면 모른척 좀 해줘."
어딘지 다급해보이는 그의 목소리에 푸흡, 하고 웃음이 터졌다. 본인도 웃긴듯 작게 웃는 김종대였다. 김종대는 차에 시동을 걸며 나보고 다시 한번 빨리 자, 하고 말했고 나 또한 몰려오는 피곤함에 금새 잠들고 말았다.
***
김종대는 씻는다며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고, 나는 무료하게 멍하니 티비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제는 김종대랑 술이라도 먹었지, 정말 할 짓이 없었다. 온통 재미없는 티비 채널을 돌리기를 한참, 차라리 밖이라도 나가면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외투를 껴입고는 핸드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으, 추워..."
꽤 쌀쌀한 날씨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입을 딱딱 떨다 핸드폰을 꺼내들어 김종대에게 문자를 남겼다.
[야]
[나 잠깐 산책 갔다 올게]오후11시37분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놓고는 건물 밖으로 나섰다. 늦기도 늦었지만 추운 날씨에 사람들은 어제보다 많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의 없는 것에 가까웠다. 찬찬히 해변가를 걷기 시작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작게 파도치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고 눈 앞의 풍경은 예쁘기만 했다.
아, 저런 사람들만 없으면 조금 더 예뻤을 텐데 말이다.
눈 앞에 보이는 껄렁해보이는 한 무리의 남자들에 살짝 인상을 썼다. 그들은 조용한 해변에서 큰 소리로 떠들며 담배를 찍찍 태우고 있었다. 술도 마셨는지 술 냄새가 독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저런 양아치들을 정말 싫어했다. 본인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민폐까지 끼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들과 스쳐지나가던 중, 누군가 내 손목을 잡은건 순간이었다.
"야."
"...네?"
"와, 방금 이 년 표정 봤냐?"
무리 중 한 명이 킬킬대며 말했다. 그에 그 무리의 모든 시선이 나를 향했다. 두려움과 긴장감이 섞여 심장이 쿵쿵대며 뛰기 시작했다.
"...."
"방금 이 년이 우리 존나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던데,"
"...."
"어후, 여자가 밤 늦게 혼자다니는건 무언의 허락 아닌가?"
그 말에 무리가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여자분이 생각보다 대담하시네- 하며 동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역겨웠다. 남자가 잡고 있는 나의 손목을 그에게서 빼려 비틀었지만 애초에 여자인 내가 그들의 힘을 이길 리가 만무했다.
"어쭈, 힘도 쓰네?"
"....왜 그래요, 저한테."
"시발, 니가 먼저 시비 걸었잖아."
남자가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고, 자존심이 구겨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그 팔을 쳐냈다. 그리고, 내 얼굴로 남자의 손찌검이 돌아온 건 순간이었다.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만 빠르게 내쉬었다.눈물이 핑 돌았고 그저 손을 올려 내 얼굴을 감쌀 뿐이었다.
"와, 시발년이 보자보자 하니까 기어오르네?"
남자가 열받는다는 듯 고개를 돌려 침을 찍 뱉더니 다시 내 팔을 잡아채 어딘가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놓으라며 소리도 질러보고 그의 어깨도 퍽퍽 때려봤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나는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며 그에게 끌려갈 뿐이었다.
"야."
그 때 누군가 나의 한쪽 팔을 꽉 잡았다. 눈물이 잔뜩 고인 채로 뒤를 돌자 잔뜩 땀에 젖어있는 김종대가 보였다.
"너 지금 여기서 뭐해."
김종대를 보자 울음이 터졌다. 나를 끌고가던 남자가 뭐야? 하며 욕을 했지만 김종대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는 핸드폰을 꺼내 112를 찍고는 남자를 향해 화면을 보여주었다.
"긴 말 안하겠습니다."
제 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도 경찰은 무서웠던지 씨발, 가자, 등의 욕을 내뱉으며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무리였다. 그들이 가고 나서도 나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훌쩍거렸고 김종대는 그런 나에게서 한발짝 떨어져 그저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삐딱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본 그의 표정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그의 표정보다 싸늘하게 식어있었다.그 표정에 겁이 나 작게 울먹이며 그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ㅈ,종대야-"
"다 울었냐?"
"..."
"뭘 잘했다고 울어."
김종대는 내 손목을 힘을 줘 거칠게 잡고는 호텔로 향했다. 그의 낯선 모습에 나오던 눈물조차 멎었다.
김종대는 빠르게 카드로 방 문을 열고는 내 팔을 내팽겨치며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아, 씨발”
김종대가 내 앞에서 욕을 한적은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놀라 그를 바라
보았다. 주먹을 쥐고 있는 그의 한쪽 손이 미세하게 덜덜 떨리는 것이 보였다.
"너 진짜 미쳤냐?"
"..."
"이 시간에 어딜 나가, 나한테 문자 하나 보내놓으면 끝이야?"
"..."
"전화는 또 왜 안 받는데, 나 씻고 나오니까 너는 문자 한통 보내놓고 연락도 안되지, 시간은 늦었지, 내가 미쳐 안미쳐?"
그의 차가운 말투에 다시 눈물이 나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힘을 줘 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말이 되냐, 이게?"
"..."
"...씨발 진짜,"
한참 입술만 깨물고 아무 말이 없던 그는 나를 억지로 쇼파에 앉혀놓고는 어디선가 연고를 가져와 살살 내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 아파, 종대야."
"그럼 당연히 아프지 안 아프겠냐?"
그러면서도 그의 손길은 마치 당장이라도 깨질 것을 다루는것 마냥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약을 다 바르고 나자 그는 한참동안 내 얼굴 구석 구석을 훑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살짝 어깨를 밀어내자 나를 먼저 꽉 끌어안는 그였다.
“…어…”
“…미안해, 많이 무서웠지”
이상하게, 김종대의 품 안에 있으니까 아직까지 경직되어 굳어있던 몸의 긴장이 풀리는듯 했다. 정말 이상했다. 왜 김종대의 목소리와 체온 때문에 내 긴장이 확 풀리고 빠르게 뛰던 심장이 진정되는지, 정말 모르겠다.
“미안해, 내가 너 조금만 더 빨리 찾았으면 이런 일 없었는데…”
김종대는 한참동안 나를 안고는 미안하다 했다. 사실 내가 더 미안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김종대에게 팔을 들어올려 괜찮다는 의미로 등을 토닥거려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껴안고 있었을까, 김종대는 나를 슬쩍 밀어내더니 힘드니까 빨리 씻고 자라며 억지로 나를 욕실로 밀어넣었다. 씻고 나오자 김종대는 오늘도 쇼파에서 자려는듯 이불과 베개를 가지고 쇼파로 나오고 있었다.
“…너 오늘도 쇼파에서 잘거야?”
“응.”
“어제는 내가 침대에서 잤잖아, 오늘은 너가-“
“싫어.”
“어?”
“싫다고.”
“…왜애...”
“너 오늘 힘들었잖아, 너나 침대에서 자.”
"..."
"내일 아침에 일찍 서울로 가야돼, 피곤하다고 징징거리지 말고."
차마 침대에 눕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를 보더니 김종대가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김종대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이불을 덮고는 누웠다. 김종대도 이제 자려는지 불이 꺼지고 방에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쇼파에 있을 김종대 때문에 잠이 오지를 않았다.
“김종대, 자?”
“자.”
“…침대에서 잘래?”
“너나 자라니까.”
“같이 자면 되잖아.”
“…뭐?”
“아니, 어차피 침대도 크고…아, 됐다.”
애써 용기내서 꺼낸말에 김종대가 아무 말이 없자 그냥 아, 됐다 하며 말을 마무리지었다. 아, 민망해, 혹시 김종대 이상하게 오해하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체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그림자가 졌다. 올려다보니 김종대가 침대 속으로 이불을 걷고는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서로 등을 보이고 누워있다 한참 후 방향을 바꿔누웠다. 김종대의 등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것으로 보아 잠이 든듯 했다.
“종대야”
“…”
“종대야, 자?”
“…”
“흠, 있잖아 종대야. 아까 진짜 고마웠어”
“…”
“너가 막, 나한테 차갑게 굴긴 해도, 어-, 사실 너한테 고마울 때 되게 많았어”
“…”
“음, 저번에 나 운동했는데 음료수 줄 때도 그랬고, 다친거 신경써줄 때도 그랬고…”
“…”
“고마워”
“…”
“…그리고 미안해”
“…”
“잘자, 종대야”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인건 코앞에 있는 김종대의 얼굴이었다. 흠칫 놀라 떨어지려는데 나를 꼭 끌어안고 있는 김종대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떨어뜨리고는 침대에서 나왔다.
화장실에서 씻는 사이 김종대도 일어났는지 피곤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있는 그였다. 어제 일 때문인지 서로 민망한 상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침묵을 깬건 김종대였다.
"...흠, 얼굴은 괜찮아?"
"응..."
"..그럼 됐어."
그 말을 남기고는 빠르게 화장실로 들어간 그였다.
그렇게 한시간 후, 우리는 각자 짐을 들고는 호텔 로비에 서있었다. 멍하니 가만히 서있자 갑자기 나의 짐을 뺏어서는 본인이 앞서 걸어가는 김종대였다.
"내가 들 수 있는데...!"
"됐어, 내가 들게."
트렁크에 내 짐까지 차곡차곡 실은 김종대는 당연히 운전석 쪽으로 갈 줄 알았지만 조수석으로 향해 내게 문을 열어주었다.
"어...고마워."
김종대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내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문을 닫아주고는 본인도 운전석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던 김종대는 나를 힐끗 보고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다 흠칫 하며 다시 멀어졌다.
"...안전벨트 매."
"아...미안, 까먹었다."
서울로 향하는 길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김종대도 나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티격태격대도 어색한 적은 없었는데, 처음 느껴보는 어색한 기류에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그 긴 시간동안 우리가 나눈 말은 화장실 안 가고 싶어? 이것 한마디 뿐이었다.
***
마음이 복잡해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잠도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어느새 우리 집 앞이었다. 김종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김종대도 나를 따라 내리는 것이었다. 집 문 앞에 김종대를 마주보고 섰다. 우리 사이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한참의 정적 후에, 김종대가 양 손을 들어올려 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깜짝 놀라 고개를 올려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나와 점점 얼굴을 가까이 해왔다.
너무 놀라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나에게로 점점 얼굴을 가까이 해오던 그가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에서 내게 작게 말했다.
"...눈 감아."
그 말에 무언가에 홀린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곧 그의 입술이 부드럽게 내 입술을 머금었다. 그의 혀가 부드럽게 내 입술을 쓸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는 그였다.
"...우리, 너 엊그제 술 취했을 때,"
"..."
"우리 키스했어."
"...어?"
"방금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진하게."
"...ㅁ,뭐?"
"먼저 갈게, 잘 자."
너무 놀라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는데 김종대는 그런 나의 어깨를 잡고는 쪽 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멀어저가는 김종대의 차가 보였다. 심장이 달음박질 쳤다.
"아...."
정말, 미친게 분명했다.
****[비하인드]****
"아..."
여주의 집 골목에서 안 보이는 위치에 오자마자 바로 길 가에 차를 세운 종대였다. 종대는 멍하니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나, 여주랑 뽀뽀..."
그 시절 이후로, 둘 다 제정신에서 입을 맞춘다든가, 하는 스킨십은 처음이었다. 미친척 하고 들이대기는 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 영혼이 나갈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작은 웃음이 피실피실 그의 입가에서 세어나왔다.
"푸흡, 아까 뽀뽀하고 나서 표정..."
"...귀여워 죽겠다, 진짜."
+)사담
연중 공지 올려놓고는 또 와버린 작가...;ㅅ;
사실 다른 분들이 가끔 글에 유치한 김팀장 너무 재밌다...이런 글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다....ㅋㅋㅋㅋㅋ 사실 계속 연재가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안 올라올 수도 있고 연재 텀이 길 수도 있고... 여유가 생기는 대로 1편부터 다시 보강해서 올리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시기가 아닌것 같아 일단 다음 편 업뎃 합니다! 노잼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ㅎㅎㅎ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습니다!!
-암호닉은 신청 순입니다
-존칭생략
첸팀장/별다방커피/달로와요/건망고/네이처죤대/유성매직/호이호잇/말랑/깐초/공주/유아/오센
0112/3관왕센/양융/미니롱/네티큥/비비빅/0408/잇힝/몽이/바나나/boice 1004/매직핸드/찬찬찬
9484/벗꽃/가을/망고/글잡캡틴미녀/꿍반/똥글이/루팡/미니/피치/미세모/귤/종대찡찡이/종대팀장
꼬기/열매/꿀잼/박뜨거운열/용존산소량/초코파이/뚜뚜/휘휘/희앤/고레기/새우깡/치트키순딩이/물만두
돼지저금통/단추3개/호야/늘짱이/거인/감/첸쇼/첸첸/9094워더/치킨첸/손가락/워더첸/모서리/슈슈
백현이 루팡/행방불명/돔돔돔/똥잠/이련/너와나의연결고리/리자몽/치킨샐러드/됴티즌/라이또/멜랑/우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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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찬/밀면/꼬꼬댁/다정다정김다정/나도조화해
암호닉 신청할때는 제일 최근화에 [ 암호닉 ] 이렇게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최근 화 아닌 화에 신청해주신분들은 누락될수도 있어요 ㅠㅠㅠ
혹시 누락되신 분들은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암호닉 신청하실 때 목록 확인하시고 중복은 피해주세요...제가 바보라 헷갈려요...ㅁ7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