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훈아~ "
" 막내야~ "
기계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냉방기는 아무 소용이 없어진 체 연습실은 고된 연습에 지친 멤버들이 내뱉는 열기로 가득했다.
" 어쭈, 막내 대답 안하냐? "
" 아, 민석이형...왜여어... "
" 가서 버블티좀 사와라. 돈은 김준면 카드 어디 있는지 알지? "
아, 미쳤어? 내가 무슨 너네 전용 돈줄인줄 아냐? 어, 아니였냐? 아오, 진짜!
아오,아오 연신 말을 내뱉으면서도 결국에는 세훈에게 카드를 쥐어주고 마는 것은 준면의 성격이 원체 너무나도 유하기 때문이고 이것은 또한 준면이
엑소의 전용 돈줄이 되어버린 이유이기도 하리라. 세훈은 카드를 건네받으며 생각했다. 아니, 그런데 더운건 알겠는데요. 그렇게 목이 마르면 직접 사다 드시던가요!!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한체 세훈은 그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할 수 밖에 없다.
" 뭘로 사올까요? "
" 어? 뭐 사러가? 내것도~ 난 딸기~ "
나도! 막내야 내것도~ 여기 저기서 냄새를 맡고 고함을 지르는 멤버들을 보며 역시 양반은 못된다고 민석이 혀를 끌끌 찼다. 여기 저기서 주문이 들어올수록
세훈은 굳어가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저 네,네 대답을 하고선 연습실 문을 박차고 나오는 수밖에.
" 딸기 두개, 초코 세개 아 또 뭐더라..아오 진짜! "
막내가 봉이지! 손가락을 꼽으며 종류별로 갯수를 세어가던 세훈은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뱉어냈다. 나도 몰라, 아무거나 사가자. 내가 로봇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함?
ㅇㅇ 세훈은 자기합리화를 하며 어느 새 도착한 카페의 자동문의 버튼을 눌렀다. 이시간대 오는건 오랜만인데..카페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들에 당황한 세훈은 뒤집어 쓰고 있던 후드의 모자를 고쳐썼다. 줄이 조금 기네. 운동화 코로 바닥을 두드리던 사이 줄이 조금씩 줄어들어 어느새 두번째 차례가 되었다.
" 네, 할머니. 그건 커피성분이 들어가서 아이들이 먹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구요. 초코칩쿠키가 들어간 프라페 어떠세요? 아, 쉐이크같아서 아이들도 좋아할거예요. "
" 그럼 그거 두개랑...케이크..케이크 주시요.. "
" 우와, 할머니 우리 케이크두 먹어여? "
" 먹어여? "
참새같이 종알거리는 두 꼬마의 머리통을 내려다보며 세훈은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조금 의젓하게 보이는 오빠와 그를 따라하는 양갈래 소녀. 세훈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고 묵묵히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초코칩 쿠키 프라페 두개와 생크림 조각케익 한개 초코 티라미수 한개 총 이만 삼천원 입니다. "
" ..잠시만.. "
카운터 앞의 할머니는 닳아 헤진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천원짜리 몃 장과 십원,오십원 등 여러종류의 동전을 꺼내었다. 연달아 들리는 동전소리에 세훈이 목을 쭉 빼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카운터의 직원은 표정하나 굳지 않고 할머니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계산을 돕고 있었다. 하지만, 동전을 세던것도 잠시 당황한 기색이 얼굴에 스쳤다. 그 틈을 타 옆에 있던 또다른 알바생이 끼어들었다.
" 저기요, 손님. 금액이 많이 부족하.... "
" 아, 아니요! 할머니 동전이 되게 되게 많아서 딱 이만 삼천원이네요! "
야아! 너 어쩌려고 그래 또! 언니, 한번만요, 응? 어휴, 진짜.
" 여기 영수증이구요. 참, 할머니. 제가 깜빡했어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손주 손녀랑 같이 오신 할머니들께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어요! "
" ..서비스가..뭐요..? "
" 드시고 싶은 디저트들을 무료로 드리는 서비스예요. 저기, 꼬마들아. 너희 쩌~기 진열대에 있는 것중에 먹고 싶은거 더 있어? "
" 나는, 쿠키요! 쪼꼬 쿠키요! "
" 나는 샌드위치이... "
" 그래, 그럼 할머니 모시고 저기 가서 앉아 있을까? 누나가 가져다 줄께. "
" 우와아아..할머니 가요, 응? 어서 가요오 "
" 가요오오 "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을 이끄는 손주들과 함께 할머니가 불편하신지 다리를 절뚝거리며 자리로 이동했다. 세훈은 이상하게도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에도 카운터 앞으로 성큼 발을 내딛을 수 없었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오징어! 또 어쩌려고 그래? 니 마음대로 계산 완료하고 또 서비스라니? "
" 언니이...죄송해요. 하지만, 애기들이랑..할머니랑..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잖아요. 응? "
" 너 돈은 어떻게 메꿀껀데? 저거 샌드위치랑 다하면 니돈 얼마나 깨지는 줄 알아?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
" 점장님께 사과드리고 오늘 일당에서 빼달라고 하면 되요. 언니, 화내지 말아요. 죄송해요. "
" 어휴, 애가 너무 물러 터졌어. "
답답해, 어휴, 답답해. 조금 더 나이가 있어보이던 알바생이 제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드립머신 쪽으로 사라졌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운터에 서있던 알바생이 베시시 미소를 지었다.
" 아.... "
순간, 고개를 돌린 알바생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세훈은 왜 자신의 발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여름. 냉방기로 인해 굳게 닫힌 창틈 사이로 벚꽃바람이 불어왔다. 그녀와 자신의 사이로 바람을 타고 들어온 벚꽃잎들이 자리 잡았다. 마주한 그녀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 손님, 주문하시겠어요? "
작열하는 태양빛이 가득한 한여름. 세훈의 마음에 봄바람이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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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똥글 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갑자기 끄적이고 싶어서 마구 휘갈겼네요. 다음편이 나올지 안나올지는 미지수..반응 보고 연재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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