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Clone : 복제인간
정적을 깬 것은 전화 벨소리였다. 크리스는 보지 않아도 발신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매일 하루에 3번,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가 오는 건 딱 한 사람 뿐이였기 때문이다. 크리스는 시계를 봤다. 6시 30분. 그럼 그렇지
"여보세요"
- 크리스
역시, 크리스와 같은 연구원인 레이였다. 요새 뭐하고 지내? 회식 자리에도 안 오고. 한 달에 몇 번 있는 회식이라고 얼굴도 안 비춰, 민석이는 잘 지내? 기승전민석인가. 레이의 말의 끝맺음은 항상 민석이였다. 처음엔 민석이에게 딴 마음이라도 있나 했다. 레이가 소아성애자였나? 크리스는 진지하게 캐물었었다. 크리스의 의도를 알아차린 레이는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웃었다. 소아성애자는 아니지만 민석이에게 관심은 많아. 그게 그거가 아니냐며 화를 내는 크리스에게 레이는 숨겨뒀던 얘기를 꺼냈다. 레이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기에 빨리 아이를 가지기도 원했었다. 하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후에 레이는 자신이 무정자증이란걸 알게 됐다.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숨겨선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레이는 그녀에게 사실을 말했고 그녀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다. 자신처럼 레이도 아이를 얼마나 원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레이는 입양이라도 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자신과 레이의 피가 섞인 아이를 원했다. 긴 고민 끝에 레이가 선택한 방법은 이별이였다. 레이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였고 그녀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레이가 자신을 정말 사랑하기에 선택한 것이란걸 알 수 있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레이는 미친듯이 연구에만 몰두했다. 바쁘게 살다보면 잊어지겠지. 그렇게 살아가길 5년 후 그녀에게서 장문의 편지와 한 장의 사진이 왔다. 레이와 헤어진 후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의 남편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고, 지금은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이였다. 그녀가 보낸 사진에는 온화하게 웃고 있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살짝 치켜 올라간 눈에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진 그들의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남편을 많이 닮은 것 같았다. 그녀를 닮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몇 달 후, 레이는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크리스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맨날 전화기로 목소리만 들었던 터라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겠단 말에 크리스는 그럼 놀러 오던가, 대신 빈 손으로는 안 돼.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들어 연구소에서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크리스는 원체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였다. 집 안에 박혀 연구에만 몰두 하는 크리스에게 바깥 외출은 시간 낭비, 체력 낭비였다. 그러던 크리스가 어느 날 부터 외출이 잦아졌다는 말이 돌면서 여기저기서 크리스를 봤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어린이 옷 가게에서 봤다, 사탕가게에서 봤다. 크리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들이였다. 연구원들은 잘못 본게 아니냐 했지만 증거까지 있다며 보여준 사진에 모두가 혀를 내밀었다. 어린이 옷 가게에서 막 나온듯한 크리스의 한 손에는 쇼핑백이 한 가득 들려있었고 나머지 손으론 6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비록 뒷모습이였지만 알 수 있었다. 크리스에게 아이가 있었나? 레이는 혼란스러웠다.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여자를 만나지 않던 크리스였다. 혹시 나 몰래 만나던 여자가 있었나? 저 아이는 뭐지? 그새 결혼이라도 했나? 궁금함을 참을 수 없던 레이는 얼굴이나 보자는 이유로 전화를 했고 크리스는 놀러 오라며 레이를 초대를 했던 것이다. 근처 슈퍼에서 음료수 세트를 골라 계산하고 크리스의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이 근처 였던거 같은데. 아, 저기다! 어떻게 된 일인지 기필코 알아내겠어. 결심이라도 한 듯한 굳은 레이의 표정은 크리스의 집 정원에서 공 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를 보고는 금새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 아이가 사진 속의 그 아이인가? 대문에 몸을 반 쯤 숨긴체 아이를 지켜보고 있던 레이는 공 놀이를 한참 하던 아이가 누군가를 향해 아빠! 하며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아이가 달려가 안긴 사람은 크리스였고, 크리스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아빠 친구는 언제 와요? 응, 곧 올꺼야. 아빠가 간식 샀는데 민석이 먹을래? 응응! 먹을래요! 누가봐도 평범한 부자의 대화였다. 진짜 결혼이라도 한거야 크리스? 커다란 망치에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표정으로 서 있던 레이를 크리스가 발견해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왔으면 왔다고 하던가, 거기서 뭐했냐?"
"..누구야?"
"뭐가"
"저 아이, 누구냐고! 결혼했었어? 애 엄마는? 지금 여기서 같이 살아? 왜 나한테 말 안했어! 우리 우정이 그 정도였냐?"
"하나씩 말해, 뭐가 그렇게 급해"
앞에 놓여있던 물을 원샷하고 잠시 진정한 레이가 다시 말을 꺼냈다. 연구소에서 소문이 돌고 있어, 너 결혼했다고. 레이의 말을 들은 크리스는 눈썹을 삐죽 거렸다. 내가 결혼을 했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군. 그럼 아까 그 아이는 뭔데? 그 아이? 아까 니가 본 그 애? 내 아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크리스를 보고 레이는 헛웃음을 쳤다. 아들이 있는데 결혼은 안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크리스
"입양했어"
"입양?"
"응, 나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미 이렇게 된거 뭐, 어쩔 수 없잖아? 다시 고아원으로 보낼 수도 없고"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이냐니?"
"그 애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또 연구에 쓸려고 데려온거 아니야?"
"애초에 그랬다면 내가 입양 할 생각도 안했겠지. 이젠 저 애는 법적으로도 내 아들이야"
"진짜 아들 할려고 데려온거야?"
"도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한거냐 너는"
아이라면 연구 대상으로 밖에 쓸 줄 모르는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그러지? 혼자 곰곰히 생각하는 레이를 보고 크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작게 열린 방을 향해 민석아, 라고 부르자 조그만한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크리스에게 안겼다. 한참을 크리스 품에서 부비적 거리던 아이는 고개를 돌려 레이를 쳐다봤고, 아주 잠시 레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얼굴을 본 레이는 숨이 막혀오는 느낌을 받았다. 닮았다. 그녀에게서 받은 사진 속 아이와 닮았다. 그녀의 남편을 닮아 동그란 얼굴, 살짝 위로 올라간 눈꼬리. 그냥 기분 탓인가? 하지만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였다. 사진 속 아이가 눈 앞에 있는 것 같았다. 볼살이 조금 빠진 모습이였지만 분명 그 아이가 맞다. 레이는 주먹을 쥐었다. 그럴리가 없다, 설마 그녀가, 그토록 아이를 원하던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버린 것은
....어째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는거 같네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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